며칠 전 택배를 받았다. 상자가 제법 크다. 보낸 사람이 ‘황유진’이란다. 누굴까? 이름만 썼다면 대뜸 알아차렸을 것을, 성까지 적어놓으나 잘 몰랐다. 블로거에서는 이름보다 닉네임으로 통하는지라, 이렇게 이름을 들으면 생소해지기 까지 한다.

파티오 유진. 알만한 블로거들은 다 알고 있는 요리블로거이다. 스스로 ‘미국블로거 유진’이라고 하는 유진님이 요리책을 내었다. 자연주의 레시피 179, 이 책에 179가지의 요리비법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포장을 풀고 책을 꺼내보니 책이 상당히 크다. 규격 외 책으로 묵직한 책의 표지가 그대로 자연스럽다. 자연을 추구하는 요리블로거의 책임을 알 수 있는 심플한 표지이다.

유진님은 왜 자연치료제를 택한 것일까?

그동안 유진님의 요리레시피를 보면 조금은 색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연에서 추출한 효소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천연장류와 짱아치, 김치 등 우리의 식생활에서 기본적인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 것들을, 나름대로 건강식단으로 꾸며내고 있다. ‘파티오 유진’이란 블로거명도 스페인어로 ‘뜰안’이라는 것이다. 즉 내 주변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그리고 직접 재배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음식의 소재로 삼고 있다.

유진님의 요리레시피를 보면 건강을 제일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렇게 건강식품을 끈기 있게 올리는 것은, 유진님의 마음속에 있는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책 서문 작자의 글 말미에서 보인 ‘저에게 음식에 대한 정서적 영감을 물려주신, 병상에 계신 사랑하는 어머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적고 있다. 그러한 건강에 대한 소망이 이 책 안에는 담겨있는 듯하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미리 정리해 주고 있다.

하나하나가 모두 자연으로 만들어진 요리들

유진님은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많은 요리레시피를 소개했다. 그 많은 것들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요리블로거가 아닌 나에게는 더욱 더 어렵다. 이번에 책을 받고나서 찬찬히 훑어보니, 그간 유진님의 요리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느껴진다.

모두 열 개 부분으로 구분을 해 놓았다. 첫 번 째는 음식의 맛을 내고 숙성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효소 10가지가 소개되었다. 두 번째는 기본장류 12가지를 적었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에게 필수적인 찬거리인 김치류 18가지와 장아찌와 피클 9가지를 정리하였다.



요리의 종류와 순서들

그 다음에 소개가 된 것은 바로 자연건강식을 중시하는 유진님만의 노하우가 담긴 질병에방요리 15가지를 소개한다. 또한 우리 한식을 색다르게 조명한 퓨전한식요리 14가지와, 이어서 서양요리 18가지도 소개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브런치 14가지와, 에피타이저와 디저트 13가지를 소개한다. 끝으로 음료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 13가지를 소개했다.

모두 179가지의 자연건강식단을 소개하고 있는 미국블로거 유진님의 요리책, 그저 요리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질병예방에 좋은 건강식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책으로 보아야 맞을 듯하다.


요리책의 본문 내용

「저는 이때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분 곁에서 무엇을, 왜, 어떻게 먹어야 우리 모두가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드리고자 열심히 동사양의 각종 자료를 파헤쳐, 아름답고 즐거운 요리를 개발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멀리 이국땅 테네시에서 보내온 유진님의 약속이다.

(덧붙임) 유진님의 책은 출간 5일만에 재료별 요리 2위, 교보문고 요리책분야 베스트셀러 47위 진입이네요. 암튼 대단한 요리책들을 소개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자연을 먹는 가장 쉽고 맛있는 방법 - 파티오 유진의 오가닉 식탁
황유진 (지은이) | 조선앤북 | 2011-08-31
판매가 : 16,800원 → 15,120원 (10%,1,680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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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식성이 다르다가 보니, 내 입에는 맞아도 남의 입에는 별로일 때가 있다. 그럴 땐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한 마이도 ‘맛이 없는 음식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음식을 잘하는 집을 가도 가급적이면 소개를 하지 않는다.

‘맛집’을 소개한다는 것은 ‘맛집블로거’들의 소관이다. 물론 가끔 정말 좋은 음식을 만나면 슬그머니 한 꼭지쯤 나도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을 워낙 돌아다니는 인사이다 보니, 찬찬히 앉아 음식을 음미해가면서 사진을 찍을 틈조차 없다. 그 시간에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짝으로~’ 란 정겨운 말에 낚였다

어제(8월 1일) 아침 일찍 답사를 떠났다. 전남지역을 몇 곳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이른 시간부터 강행군을 한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나간 답사길인데, 곡성과 화순을 거쳐 보성으로 들어갔다. 보상 대원사를 돌고 나니, 벌써 시간이 을 12시가 넘었다. 허기가 지는 김에 근처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현수막의 한 문구. ‘이짝으로 ~“으로라는 정겨운 말이 쓰여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흰 고무신 두 켤레가 입구에 놓인 것이 보인다. 그것 하나만 갖고도 분위기 운운하면서 꽤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시골백반 7000원’이라고 써붙였다. 7,000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란 생각이다.



솔직히 처음에 이 가격을 보았을 때는 전주백반 생각을 했다. 6,000원을 받던 것을, 요즈음 들어 7,000원을 받는 곳도 있다. 우선 전주백반은 찌개가 세 그릇(된장, 계란찜, 그리고 김치)에 생선, 김, 각종 반찬 15가지 정도가 나온다. 밥도 좋지만, 국 또한 시원한 것이 나온다. 그 생각을 떠 올린 것이다.

맛없는 집도 소개를 해줘야 한다.

야외 평상에 앉았다. 옆으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꽤 그럴 듯한 분위기인 셈이다. 얼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찬을 놓은 쟁반을 들고 온다. 그런데 반찬을 보니 이상하다. 밑반찬 몇 가지가 달랑 있을 뿐이다. 순간적으로 오이를 썰어 내온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생오이를 식당에서 내주는 경우는, 반찬이 부실할 때 한 가지라도 더 놓으려는 생각에서 많이 주기 때문이다.

"이게 반찬 다야?"
"그렇데요"
"국도 없이?"
"예"



밥을 주고 찌개가 나왔다. 이게 다라는 것이다. 국도 없다. 명색이 7,000원이나 되는 시골백반이라는 것이 국도 없고, 무엇하나 구미를 당길만한 것들이 없다. 고등어찌개를 떠서 고등어를 먹어본다. 냉동고등어인 듯하다. 정말 심하다. 어찌 이것을 아무리 뜨내기손님들이 들려간다고 해도 그렇지, 7,000원짜리라고 내놓을 수가 있을까?

반찬도 영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대체로 짠편이다. 장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반찬들이다. 부침은 한번 떼먹어보더니, 아무도 막지 않는다. 참 괜히 짜증이 난다. 어떻게 이렇게 성의없이 음식을 해 줄수 있는 것인지. 계산을 하려는데 '맛있게 드셨어요? '라고 묻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 같으면 맛있게 먹겠소'하고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거기다가 음악은 왜 그리도 정신없이 틀어대는 것인지. 정신이 빠질 지경이다. 맛은 둘째치고라도, 그 가격이라면 좀 더 신경을 써서 반찬을 준비해 밥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만 한 가지라도 맛깔스런 특별한 것을 해주어야 하거늘. 국도 없는 맨밥. 물을 말아먹었지만, 기분은 많이 언짢아졌다. 함께 밥을 먹은 사람들도 다들 한 마디한다. 내가 우겨 데리고 들어갔으니, 정말로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다.  

완전히 ‘이짝으로 ~ ’에 낚여버린 것이다. ‘이짝으로~’ 좋아하지 마라. 자칫 ‘내 짝’ 날 테니.
(주) 그래도 이 집의 밥은 맛있었다는.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절집에서 연밤을 먹는다면, 그 맛은 어떨까? 하긴 연밥을 가장 먹기 좋은 곳이 절집이란 생각이다. 웬만한 절집에는 조그마한 연못이라도 연을 키우기 때문이다. 그 연 잎이 요즈음 연밥을 해먹기 딱 좋은 철이다. 그래서 언제 연밥이나 한 번 해먹어야지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런에 주지스님께서 점심을 먹자고 내려오란다. 시간을 보니 아직 점심공양 시간이 덜 되었는데. 공양간이 달린 방으로 들어가니, 식탁에 웬 접시가 하나씩 놓여있다. 점심을 먹으라고 하더니 무슨 접시 하나씩을 펼쳐 놓았을까? 혹시 복중이니 삼계탕이라도 주려는 것일까?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점심에 나올 음식이 사뭇 궁금하다.


절집서 먹는 연밥, 분위기에 녹아

조금있으려니 스님들이 쟁반에 무엇인가를 가득 들고 들어오신다. 연밥이다. 답사를 다닐 때도 가끔은 절집서 연밥을 먹어 보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연못에서 딴 연잎에 싸서 주는 연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연잎을 벗겨내고 한 술 크게 더 음미를 해본다. 맛이 좋다. 스님들이 만든 것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사뭇 다른 듯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침을 좀 덜 먹을 것을 그랬나? 혼자 먹은 것이 죄스러워 구경이나 하시라고....



연잎이 큼지막하게 달렸다. 그 잎을 따서 잘 씻은 다음, 미리 쪄놓은 밥을 그 안에 잘싸서 다시 김을 올린 것이다.


연잎을 펼치니 윤기가 흐르는 밥이 나온다. 은행이며 잣 등을 넣어서 찐 연밥은 채식을 하는 절집의 영양식으로 많이 먹는다. 연향이 입안에 감돈다. 그 맛이 일품이다.


연밥과 함께 나온 반찬들이다. 깻잎 무침, 매실짱아치, 오이고추(?), 김치, 참외무침 등이 나왔다. 육식을 할 수 없는 절집음식은 그런대로 감칠 맛이 난다. 매일 먹는 것이 아닌 연밥. 한 그릇 더 했으면 좋으련만. 두고두고 아까울 듯.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 늘 그저 그렇다. 절집이라는 곳이 언제나 다른 음식을 만들고 있지 않으니, 한 달 내내 특별한 반찬이라고는 없다. 그저 몇 가지 반찬이 다이지만, 모두 채소뿐이다. 그렇게 날마다 먹다가 보면 가끔은 이런저런 것들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그런 것마져 허용이 안되는 곳이다. 

절에서는 '오신채'라는 것을 금기시한다. 오신채는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채소를 일컫는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홍거의 다섯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남새가 많은 채소들이다. '율장(律藏)'에 따르면 이러한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에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하여 금기시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그 속사정은 다르다. 이 음식들은 식욕을 돋우고 정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강장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재료가 있으니 수제비나 뜰까?

마침 내일 자장면 봉사가 있어, 이것저것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감자도 까서 깨끗히 손질해 놓아야 한다. 그런 것들이 있으니 간만 맞추면 수제비 만드는 것이야 금방 될 것만 같다. 우선은 기선을 잘 제압해야 한다. 내가 수제비를 잘하니 점심에는 수제비를 해 먹겠다고 미리 발표를 해버렸다.

자장면에 들어가는 표고도 준비하고, 간장과 소금, 그리고 주변 식당에서 미안하게도 파 한 뿌리를 얻어왔다. 마늘 몇 조각하고. 이놈들이 수제비 국물을 내는데 들어간 것은 아무도 모른다. 

먼저 감자를 넣고 물을 끓이다가 간을 맞추었다. 다시마를 통채로 넣었다가 건져낸 후, 표고와 마늘, 파를 숭숭 썰어 넣고나서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흠.... 냄새가 그럴 듯하다.


자장면에 들어갈 감자와 표고를 조금 실례했다.

그리고 끓는 물에 밀가루 반죽을 엷게 때내어 집어 넣는다. 국물 맛이 그럴 듯하다. 내가 있는 전라북도에서는 수제비를 아주 엷게 땐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먹던 서울지방에서는, 밀가루를 조금 두텁게 때어 넣는다. 그래야 수제비 먹는 맛이 난다.

팔팔 끓는 물에 집어넣은 수제비들이 아우성이다. 이런 조금만 참으면 먹어 줄 수 있는데, 얼른 먹어달라니. 대개는 수제비를 땔 때 손에 참기름을 바르고 한다. 달라붙지도 않고, 수제비가 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에 이런 과정을 수제비를 만들고 있으니, 일일이 찍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아이폰으로 대층 흔들면서 찍었다.



 

사진이 너무 엉망이다. 맛이 기가막힌 얼렁뚱땅 수제비가 참 맛 없게 보인다. 그렇게 끓인 것을 한 대접씩 맛을 보았다. 정말로 수제비 다운 수제비를 먹는다고들 이야기를 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앞으로 자주 해 달라시면 골치 아프다.

그나저나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조금 아쉬운 듯 한데, 커다란 냄비에 끓인 수제비가 남지를 않았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정작 떠 놓은 수제비를 찍어야 하는데, 먹기가 바빠 다 먹어버렸다. 급히 공양간으로 달려갔더니, 누군가 먹으려고 조금 떠 놓은 것이 보인다. "잠깐"을 외치고 얼른 달려가 찍었다.

우리서방도 혼자 살게 할까?

 

 

이상하게 수제비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가끔 혼자 수제비를 해놓고, 몇 그릇씩 먹은 적도 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수제비 잘 끓이는 남자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수제비를 하는 날이면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 그릇씩 먹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남자분이 이렇게 요리를 할 줄 아세요?"
"혼자 살아보세요. 절로 느는 것이 요리밖에는 없으니"
"그럼 우리서방도 쫒아내서 혼자 살게 할까보네. 그럼 요리 잘 할 수 있을까?"


그 말에 죽는 줄 알았다. 요리좀 잘하게 한다고 서방을 내 쫓다니. 물론 웃자고 한 이야기이다. 오늘 낮에 땀을 흘리며 수제비를 끓이다가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얼렁뚱땅 수제비 한 그릇이 주는 옛 추억이다.

사람은 먹고사는 데에 참 치사한 동물이다. 어쩜 그렇게 혀가 간사한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맛이 있어도 호들갑을 떨며 ‘맛있다’를 연발하는가 하면, 조금 입맛에 맞지 않으면 뒷소리가 길어진다. 대음 뷰에 수많은 맛집 기사가 올라온다. 과연 그 맛집들이 모두 맛있는 음식을 하는 것일까? 그런 의아심도 가져본다.

언제인가 맛집에 난 음식점을 한 번 들려본 적이 있다. 우연히 답사를 하다가 들렸는데, 한 마디로 “꽝”이었다. 이건 머 조미료를 얼마나 넣었는지, 속이 미식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마 그 음식을 소개하신 분은 ‘조미료 마니아가 아니었나?’ 할 정도였다. 하기에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나기도 하지만, 맛집에 대한 소개를 가급적이면 삼가고 있는 터이다.


모처럼 먹은 외식, 어 이건 머시라?

곡성으로 가서 수련회를 하는 학생들에게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고 돌아오는 길이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땀을 너무 흘렸다. 수련회장의 취사장 시설이 형편없다. 이렇게 준비가 안 되었다면 우리가 준비를 해 올 것을. 그러다가 보니 무더운 여름 날 탈진이 될 상태이다. 당연히 입맛도 떨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동행을 한 아우 녀석이 모처럼 외식 한 번 하자고 한다. 그냥 들어가서 먹자고 하니, 내일이 복날인데 그래도 별미인 음식 한 번 먹자는 것이다. 굳이 게장 백반을 먹자고 조른다. 아우의 와이프가 한 요리 하는 터라, 제수씨가 만든 게장 맛을 보기도 했다. 마침 남원에 게장백반을 꽤 하는 집이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인데도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 인사인지라,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서울에서 게장을 잘 한다고 소문이 좀 나면 가격이 우선 만만치가 않아, 쉽게 찾아가 먹기도 조금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곳도 그럴 것이란 생각에 괜한 걱정이 앞선다. 20,000원씩만 잡아도 세 사람이면 60,000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당 안으로 들어가 가격표를 보니,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다. 꽃게장 먼 게장 등등이 10,000 ~ 12,000원이다. 그리고 우리가 먹고자 했던 ‘돌게장’은 1인분에 7,000원이란다. 세상에 이런 착한 가격이 있다니.



싼 게 비지떡, 누가 그런 소릴 함부로

걱정은 된다. 게장을 워낙 좋아하는 나인지라, 게장 잘하는 집이라고 하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7,000원이란다. 과연 그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한참이나 기다렸다. 손님들이 제법 많은 집이다. 게를 손질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란다. 무엇을 손질하는 것일까?

음식을 가져왔다. 쟁반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돌게장. 일단 그림상으로는 합격이다. 옆으로 보이는 살이 상당하다. 우선 한 덩이 집고 베어 물어본다. 입안 가득히 게살이 들어온다. 이거 머시여? 누가 이렇게 맛있는 돌게장을 만들었담?. 맛집 소개를 한다고 사진을 직지 않는 나이지만, 얼른 카메라를 들고 찍어댄다. 그것도 주인 몰래.



난 게장을 먹을 때 한 가지 고집이 있다. 양념게장보다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간장 맛을 본다. 그것에 밥을 비벼보아야 게장의 진맛을 알기 때문이다. 간장을 떠 넣고 밥을 비빈 후 김에 싸서 먹어본다. 감칠맛이다. 이제야 제 맛을 아는 게장집 하나 만났다는 것에 기분도 좋아진다.

참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내가 반할 정도라니. 정말로 꽤 괜찮은 게장집이다. 하기야 입맛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보니, 이 집 게장도 별 볼일 없다고 할 분도 있으려나? 하지만 이렇게 착한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면, 맛집으로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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