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먹고사는 데에 참 치사한 동물이다. 어쩜 그렇게 혀가 간사한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맛이 있어도 호들갑을 떨며 ‘맛있다’를 연발하는가 하면, 조금 입맛에 맞지 않으면 뒷소리가 길어진다. 대음 뷰에 수많은 맛집 기사가 올라온다. 과연 그 맛집들이 모두 맛있는 음식을 하는 것일까? 그런 의아심도 가져본다.

언제인가 맛집에 난 음식점을 한 번 들려본 적이 있다. 우연히 답사를 하다가 들렸는데, 한 마디로 “꽝”이었다. 이건 머 조미료를 얼마나 넣었는지, 속이 미식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마 그 음식을 소개하신 분은 ‘조미료 마니아가 아니었나?’ 할 정도였다. 하기에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나기도 하지만, 맛집에 대한 소개를 가급적이면 삼가고 있는 터이다.


모처럼 먹은 외식, 어 이건 머시라?

곡성으로 가서 수련회를 하는 학생들에게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고 돌아오는 길이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땀을 너무 흘렸다. 수련회장의 취사장 시설이 형편없다. 이렇게 준비가 안 되었다면 우리가 준비를 해 올 것을. 그러다가 보니 무더운 여름 날 탈진이 될 상태이다. 당연히 입맛도 떨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동행을 한 아우 녀석이 모처럼 외식 한 번 하자고 한다. 그냥 들어가서 먹자고 하니, 내일이 복날인데 그래도 별미인 음식 한 번 먹자는 것이다. 굳이 게장 백반을 먹자고 조른다. 아우의 와이프가 한 요리 하는 터라, 제수씨가 만든 게장 맛을 보기도 했다. 마침 남원에 게장백반을 꽤 하는 집이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인데도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 인사인지라,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서울에서 게장을 잘 한다고 소문이 좀 나면 가격이 우선 만만치가 않아, 쉽게 찾아가 먹기도 조금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곳도 그럴 것이란 생각에 괜한 걱정이 앞선다. 20,000원씩만 잡아도 세 사람이면 60,000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당 안으로 들어가 가격표를 보니,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다. 꽃게장 먼 게장 등등이 10,000 ~ 12,000원이다. 그리고 우리가 먹고자 했던 ‘돌게장’은 1인분에 7,000원이란다. 세상에 이런 착한 가격이 있다니.



싼 게 비지떡, 누가 그런 소릴 함부로

걱정은 된다. 게장을 워낙 좋아하는 나인지라, 게장 잘하는 집이라고 하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7,000원이란다. 과연 그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한참이나 기다렸다. 손님들이 제법 많은 집이다. 게를 손질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란다. 무엇을 손질하는 것일까?

음식을 가져왔다. 쟁반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돌게장. 일단 그림상으로는 합격이다. 옆으로 보이는 살이 상당하다. 우선 한 덩이 집고 베어 물어본다. 입안 가득히 게살이 들어온다. 이거 머시여? 누가 이렇게 맛있는 돌게장을 만들었담?. 맛집 소개를 한다고 사진을 직지 않는 나이지만, 얼른 카메라를 들고 찍어댄다. 그것도 주인 몰래.



난 게장을 먹을 때 한 가지 고집이 있다. 양념게장보다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간장 맛을 본다. 그것에 밥을 비벼보아야 게장의 진맛을 알기 때문이다. 간장을 떠 넣고 밥을 비빈 후 김에 싸서 먹어본다. 감칠맛이다. 이제야 제 맛을 아는 게장집 하나 만났다는 것에 기분도 좋아진다.

참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내가 반할 정도라니. 정말로 꽤 괜찮은 게장집이다. 하기야 입맛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보니, 이 집 게장도 별 볼일 없다고 할 분도 있으려나? 하지만 이렇게 착한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면, 맛집으로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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