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덥습니다. 찜통더위라고 아침부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흘러 주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날 밥이라도 해 먹으려고 불을 가까이 했다가는 정말 숨 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불을 조금이나마 피해갈 수 있는 방법. 저는 이런 날은 '묵은김치 막초밥'을 해 먹습니다. 

묵은김치는 아는데 '막초밥'은 또 무엇이지? 하고 궁금해 하실 필요가 전혀없습니다. 그야말로 막싼 초밥이라는 뜻이니까요. 언젠가 아우녀석 집에가서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괜찮아 사진자료를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 직접 해먹었더니 맛이 아주 좋았다는 것이죠.

이 묵은김치 막초밥은 그저 한 10분 정도만 투자를 하면, 혼자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이렇게 찜통더위에서 불을 가까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 거기다가 후식까지 그럴듯 해서 일석삼조. 다음뷰에 포스팅거리 하나 생겼으니 일석사조. 이런 노다지를 그냥 놓아두면 안되겠죠. 시작하겠습니다.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묵은김치를 물에 잘 씻어둡니다. 그리고 찬밥을 먹을만큼 준비를 해 놓으면 반은 끝난 것이죠. 옆에 빈 그릇은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밥을 비빌 그릇입니다.
 

빈 그릇에 깨와 소금을 준비합니다. 저는 일체 화학조미료는 사용을 하지 않는 편이라, 맛소금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천일염을 조금만 가미해도 맛이 드니까요. 거기다가 참기름 한 방울을 치면 더욱 좋습니다.


밥을 다 비볐습니다. 먹을만큼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밥은 비벼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간을 보니 짭짤한 것이 감칠맛이 있네요. 역시 오랜 생활끝에 터득한 맛의 비결이 남다른 듯 합니다.(이러다가 혼나지)


잘 씻어 놓은 묵은김치를 잘라냅니다. 초밥을 싸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물론 잎 부분을 사용합니다. 줄기는 심심하면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되기 때문에 더욱 좋습니다.
 

드디어 '묵은김치 막초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묵은김치의 맛과 고소한 깨와 참기름 등이 어우러져 별미가 될 수 있을 듯도 합니다. 그보다는 이 찜통더위에 불을 가까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그런데 여기서 그냥 그치면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아무리 불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더운 여름에 먹거리 준비를 하다보면 땀을 많이 흘리는 저는 고역입니다. 그럴 때는 당연히 보양식이 필요하죠. 제 보양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올라가 채취해 놓은 자연산 더덕입니다. 크기는 작고 볼품은 없지만, 향은 따를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효능은 말할 필요가 없죠. 이 더덕을 두어 뿌리 잘개 썰어 믹서에 우유와 함께 갈아 먹습니다.


끝내주는 향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오늘 만찬은 이것입니다. 불 가까이 가지 않아 덥지 않아 좋고, 주변에 있는 손쉬운 자료를 이용하니 돈 안들어 좋고, 거기다가 보양식까지. 온누리 이렇게 산답니다. 세상에 살다보니 이젠 요리까지.

울산은 고래가 유명하다. 울산 분들 이야기로는 울산 앞바다에는 밍크고래가 수천 마리나 살고 있다고 한다. 고래의 포경은 불법이다. 그러나 가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고래는,울산지역에서 경매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한다고 한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맛이 다 틀리단다.

밍크고래는 태평양 연안과 한국의 동해안에서만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쇠정어리 고래'라고 불리는 밍크고래는 몸길이는 6.9∼7.4m정도에 최대몸무게는 14t이나 된다는 고래이다. 이 고래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겼다. 고래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딴 고기를 일체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는 말이다.
  
부위마다 제각각의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 모듬

태풍 뎬무가 한반도로 상륙을 한다는 몇 시간 전에 울산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직장이라는 곳을 들어가, 처음으로 맞는 하기휴가다. 어릴 적에 방학이라도 맞는 듯한 기분으로 들뜬다. 길을 나서기 전에 이미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전주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거쳐 대구쯤 가니 앞이 보이지를 않는다. 

차의 속도는 시속 60km를 넘지 못한다. 몇번이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울산에 도착했을 떄는 이미 밤 10시가 넘어섰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고래고기가 한 접시 놓여있다. 그리고 몇분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생전 처음으로 맛보는 고래고기다. 기대를 잔뜩 안고 달려간 울산이다.

부위별로 다른 맛

고래고기를 권하는 분이 여기저기 부위별로 앞으로 놓아준다. 처음으로 먹어서인가 어떤 맛인지 구별이 잘 안된다. 그런데 울산에서도 먹기 힘든 밍크고래라는 것이다. 모듬 한 접시에 15만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고래고기 육회는 정말 맛이 색다르다.

"정말로 어렵게 주문을 했습니다. 울산 분들도 이 정도로 특별한 고래고기는 맛을 볼 수 없습니다"
"고래 고기가 그렇게 귀한가요?"
"귀하다 말다요. 정말 먹기 힘든 부위만 왔네요. 고래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정도면 거의 깜빡 죽습니다"

그렇게 귀하다는 고래고기를 앞에 놓고 고민을 한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고래고기. 그 맛은 과연 어떠할까? 한 점을 입에 넣어본다. 이게 먼 맛이람.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함께 자리한 울산분은 연신 고기자랑을 한다.

"정말 맛 있습니다"
"이 부위는 소금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을 압니다"
"한 번 맛을 들이면 절대로 딴 고기를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전에 블로거 한 분에게서 고래고기에 대한 간단한 상식을 들었다. 그런데도 감이 안 잡힌다.

"처음에는 조금 니글거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몇 번 드셔보시면 중독성이 생깁니다"


"맛있죠?"
"예 맛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제 맛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많이 드시면 정말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예 많이 먹겠습니다"

고래고기를 먹으면서 미안하다.

그러나 정작 먹는 나는 그리 즐겁지가 않다. 고래를 잡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건 도대체 귀한 고래를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어서다. 몇 점을 먹고 더 이상은 먹지를 못하겠다. 어렵게 준비를 해주신 분께도 미안하다. 이쯤 되면 이실직고를 할 수 밖에.

"사실은 아직 고기 맛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맛이 독특하죠?"
"예"

대답은 하면서도 그 맛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귀하다는 고래고기를 준비해 주신 분의 마음은 너무나 고맙다. 울산을 떠나면서 한 마디만 한다.

"고래고기 정말 맛이 특이하네요"

태풍이 올라오는 빗길을 4시간이나 달려 찾아 간 울산.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맛을 본 고래고기. 그 맛이 일품이라는 고래고기의 추억은 오래 갈 것만 같다. 기가막힌 맛 보다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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