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중에는 양양송이를 제일로 친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송이버섯이야 어디서 채취를 하나 그 향이 독특해, 이 계절에는 산을 오르면 송이가 날만한 곳은 송이를 따러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는 한다. 그만큼 자연산 송이버섯은 향이 특이하고 좋다고 한다, 일설에는 ‘1능이 2송이 3표고’라고도 한다. 아마 그 향으로 순위를 따지는 것인가 보다.

우리나라의 문헌에 송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이인로(1152~1220)의 시에서 보인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우리나라 각처의 명산물로 송이를 들고, 『동의보감』에는 “송이는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나고, 소나무의 기운이 있다고 기록하였다. 산중 고송 밑에서 자라기 때문에 소나무의 기운을 빌려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서 으뜸가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송이는 양양, 봉화, 남원, 구례 등에서 자생한다.

양양 황금송이 한 상자로 선물로 받았다.

이 계절의 미각을 돋우는 송이

송이버섯은 위와 장 기능을 도와주고 기운의 순환을 촉진해서, 손발이 저리고 힘이 없거나 허리와 무릎이 시릴 때 좋다고 한다. 송이버섯에 있는 다당체는 항암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송이는 해마다 그 수확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지난해에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송이 값이, 서민들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고가이기도 했다.

이러한 송이를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고 하면 어떨까? 물론 나에게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양양산 황금송이 한 상자를 선물로 받고 보니, 고민이 되었다. 이 송이를 어떻게 요리를 해먹을까 하는 고민에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맛을 보자고 한 뒤에, 산을 다니면서 채취를 해놓은 능이버섯과 싸리버섯으로 된장국을 끓였다.

큰 것은 휴대폰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황금송이버섯으로 지은 밥, 정말 일품이네.

송이는 물로 씻지 않는다. 그만큼 향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대개는 겉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데도 조심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부드러운 칫솔 같은 것으로 살살 닦아내면 흙을 털 수가 있어 좋단다. 이나저나 이 귀한 양양 황금송이를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도록 송이를 잘게 찢어서 밥을 하는데 집어넣었다.

일명 ‘황금송이버섯 밥’을 한 것이다. 그리고 능이버섯과 싸리버섯을 이용해 된장국을 끓였다. 송이 향이 빠질까봐 뚜껑도 열지 못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밥이 다 된 것 같아 뚜껑을 열고 보니, 세상에 밥에서 나는 송이향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다. 따듯한 밥 한 그릇에 버섯된장국 한 대접. 누구 부러운 사람이 없다.


송이를 넣어 밥을 하고, 채취해 놓았던 능이와 싸리버섯을 넣어 된장을 끓였다. 진시황도 이런 음식은 못 먹어보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황금송이버섯 밥이라니. 향이 풍기는 밥을 한 그릇 후딱 비우고, 다시 한 그릇을 담아 먹는다. 이런 특별식이라면 살이 좀 찐다 해도 괜찮을 듯. 양양송이 몇 개가 그렇게 행복을 줄줄 몰랐다. 먹는 것에 그리 탐을 하는 사람이 아니건만, 이렇게 식탐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그래도 그 귀한 송이버섯 밥을 먹었다는 생각으로 며칠은 즐거운 날이 될 듯하다.

모처럼 마음을 먹고 산을 올랐다. 요즈음 '능이버섯'이 제철이라고 한다. 그래서 능이버섯을 좀 채취할 수 있으려나 해서, 능이가 많이 난다는 곳을 찾아갔다. 버섯이나 약초를 캘 때,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카메라가 해를 입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보아도 약초를 전문으로 캐러다니는 사람 쯤으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산을 오른다. 산은 깔딱산이다. 한발만 잘못 딛어도 저 밑으로 굴러떨어질 그런 험한 산을 오른다.

땀이 비오듯 한다. 그래도 이왕 산을 올랐으니, 무슨 소득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저만큼 사람들이 산을 헤매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산에는 여기저기 발자욱이 수도없이 찍혀있다. 남들보다 늦은 셈이다. 채취하고자 하는 능이 버섯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경사가 70도는 될만한 비탈에 더덕 잎이 보인다. 먼저 간 일행이 더덕을 캔다. 더덕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그 길이가 무려 25cm 정도는 넘을만하다.

하루 종일 산을 뒤져 채취한 각종 식물의 모습이다. 시장 통에 있는 장사를 방불케 한다.

산은 우리에게 수많은 것을 제공한다.

험한 산을 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산을 타면서 땀을 흘리고, 산에서 뿜어나온다는 각종 인체에 좋은 기운을 받다보면 그만큼 건강해 질 것이다. 그래서인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산을 오르면서 상당히 피부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마 몸안에 있는 노폐물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인가 보다. 거기다가 이렇게 다양한 좋은 것을 많이 채취할 수 있으니, 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까?

산으로 오르는 이유는 그곳에 우리에게 필요한 수많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들이 모두 땀을 흘려 걷어들일 수 있는 것들이다. 자연은 늘 우리가 땀을 흘린만큼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그것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다. 사람이 키워낸 것이 아닌, 자연이 직접 키워낸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또 있을까 싶다. 그것이 내가 산을 오르면서 자연에게서 배운 것이기도 하다.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더덕. 십년이 지난 것들이다. 그 크기도 상당하다.

산을 탔더니 이런 소득이 있었다네.

더덕은 늘 캐고, 그것을 나누면서 즐거움을 찾고는 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의 소득이 있었다. 능이버섯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참나무에서 서식하던 '노루궁뎅이버섯'을 발견한 것이다. 노루궁뎅이버섯은 그 모습이 노루궁뎅이와 비슷한 털을 갖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원숭이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후두고'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는 '야시부시다케'라 부른다.

이 버섯은 줄참나무나 떡갈나무 등 활엽수의 줄기에 하나씩 자란다. 이 버섯은 복용을 하면 위궤양, 십이지장, 신경쇠약 등에 효과를 본다고 한다. 또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의 증식 등을 억제시키며, 노루궁뎅이버섯에만 있다는 성분들이 치매나 항암치료 등에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루궁뎅이버섯. 참 희안하게도 생겼다. 항암효과를 갖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잔대'가 아닐까 한다. 잔대는 농약, 중금속, 화학약품, 뱀 등의 모든 독을 풀어줄 수 있는 약초이다. 옛 기록에도 잔대는 '백가지 독을 풀어주는 약초'라고 서술하고 있다. 잔대는 여성들의 산후풍과 가래, 해소, 천식 등에 특효약이라고 한다. 잔대는 반찬으로 늘 복용을 하면, 살결이 백옥같이 고와지고 희어진다고 하였다.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는 잔대(위)와 영지(아래)

영지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갖고 있다. 영지는 암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 혈압을 조절하고 혈당을 줄여 피를 맑게한다. 전염병을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높이며, 간을 튼튼하게 한다. 다양한 약효를 갖고 있는 영지는 우수한 약재로, 가장 활발하게 그 효능이 연구된 버섯이기도 하다.

산으로 올라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선물. 이런 것을 채취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인데, 그것보다 더욱 좋은 것은 스스로가 몸이 튼튼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과 동화될 때, 가장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땀을 흘리며 즐거움으로 채취한 자연의 선물. 이렇게 사는 것이 참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제일 힘든 것이, 제 시간에 맞추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어던 날은 아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할 때가 많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라도 더 촬영을 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다. 그러다가 시간을 내어 인근에 있는 식당을 찾아들어가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허겁지겁 먹고 또 딴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 대문이다. 

참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물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언제부터인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되고, 그것을 찾아 하나하나 어디엔가 소개하는 것이 나의 일처럼 되어버렸다. 남들은 이런저런 일로 음식을 소개하고, 그것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고집스런 글을 올리다가 보니, 맛집을 발견해도 늘 식당문을 나서고 나서야 '소개를 할 껄 그랬나'라는 생각을 한다.

서로 상을 차리겠다고 하는 아이들.
 
원주시의 문화재를 답사하던 날, 이미 점심시간을 지나 배도 고프다. '한 가지만 더 찍고...' 라는 생각으로 돌아치다가 보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아침을 7시에 먹었으니 배도 고프고 허기도 진다. 길가에 있는 식당들이 많지만, 그 중 한집이 눈에 띤다. 안으로 들어가니 살림집을 식당을 사용하는터라, 여느 식당처럼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냥 내집처럼 편안함을 주는 그런 곳이다. 밥 한상에 7,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보인다. 주변에 마당한 식당도 없는터에 이것저것 따질 수는 없다. 그래도 늦게나마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고마움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식당 집의 아이들인 듯, 누나와 남동생이 서로 상을 차리겠다고 주장을 한다. 서로 미루겠다고 다둘 나이인 듯 한데, 서로 상을 차리겠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주거니 받거니 차린 소박한 밥상

누나와 동생이 서로 반찬을 들고나와 상을 차린다. 누나가 반찬을 놓고가면 동생이 다시 바구어 놓는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반찬을 놓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놓아야 손님이 먹기 좋을까를 안다고 하는 식당집 아들녀석의 이야기에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지만, 그도 역시 기분 좋은 이야기다. 손님이 오면 찬을 준비하느라 음식이 조금은 늦게 나오는 편이다.
시장을 참는 것도 힘든데,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니 허기가 더 지는 듯하다. 얼른 밥을 달라고 하니, 밥을 새로 하느라 늦는 것이란다. 둘이서 하나하나들어다가 놓고 간 밥상. 화려하지도 않다. 가지수가 상 다리가 휠 정도는 더욱 아니다. 그저 시골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상차림이다.



특별한 것이 없다. 반찬이라야 10여가지. 거기다가 고급스런 반찬은 없다. 가갹에 비해 비싼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든다. 하지만 허기진 배에서는 연신 들어오라고 난리다. 조금 있으니 된장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찌개를 갖다 놓는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돌솥밥을 새로 하느라고 조금 늦었다고 정중히 이야기를 하는 남자녀석의 행동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반찬을 하나하나 먹어보니, 어디선가 많이 먹어 본 맛이다. 아주 오래전에 어머니가 텃밭에서 구해다가 만들어준 반찬맛이랄까? 그런 맛이 난다. 거기다가 식당이 가정집 거실이니 더 더욱 그러하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조금은 텁텁하고 깔깔한 맛.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맛이다.

 
찬의 종류도 그렇다. 전문적인 식당에서 내어놓는 반찬이 아니라, 집에서 늘 먹을 수 있는 그런 반찬이다. 집앞에 있는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로 마련한 찬이라고 하니, 그 안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지 모른다. 기분좋은 밥 한상. 아침부터 돌아치느라 피곤하고 허기진 배가, 따듯한 정성이 담긴 밥 한 상으로 인해 오랫만에 호강을 하는 것만 같다.

답사를 다니면서 온갖 맛이 있다는 집은 많이도 들려보았다. 집의 전면을 덮고있는 '무슨무슨 방송국 무슨무슨 프로 출연' 등의 문구가 적힌 곳도 수없이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조미료를 싫어해서인지, 그런 곳도 그렇게 맛있게 느끼지를 못한 것만 같다. 오히려 소박하면서도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집. 어느 가정의 점심상처럼 편안한 식단. 그래서 이 식사 한끼로 피로를 잊은 것만 같다.

        
밥 한끼를 먹으면서 감동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식당 밥을 먹으면서는 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 밥 한 상으로 피로가 말끔히 가셔졌다고 하면, 조금은 과장일까? 하지만 이렇게 소박한 밥상과, 상을 차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 아마 정이 가득한 집이어서 더욱 반찬이 맛이 있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지만. 

버섯을 먹으면 장수를 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장수버섯’이라고 한다. 흔히 민주름 버섯목 구멍장이 버섯과에 속하는 이 버섯은 ‘불로초’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으며, 우리말 명칭은 흑버섯, 흑벌집버섯, 아카시아 영지, 아카시아 재목버섯 등으로 불리우며, 활엽수나 아카시아의 썩은 나무 그루터기 등에 무리를 지어 자라난다.

이 장수버섯은 버섯의 색깔이 여러 해 동안 보존된다 하여, 만년버섯이라고도 불리는 버섯으로 항암 효과와 면역력 증강 및 항바이러스 등의 약효를 가지고 있다. 장수버섯의 표면은 회갈색, 적갈색, 흑갈색이며 주변은 황색, 동심상의 고리무늬가 있기도 하다. 표면은 매끄러우며 균모는 반원형이거나 편평하고 살은 나무색 또는 황백색이다. 아랫면은 황색에서 나중에 회백색으로 되며 암갈색의 얼룩이 있다.

풀 더미 속 나무그루터기에서 발견한 장수버섯. 그 크기가 60cm 이상으로 퍼져있다.

산에 오르면 가끔 이런 횡재를 하기도

장수버섯의 분포는 한국에서는 지리산, 변산반도국립공원, 한라산, 남산 등지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일본,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북반구 온대 이북지역에 분포한다. 그러나 이 지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장수버섯은 여러 곳에서 생육이 되고 있다.

추석을 맞아 산사에 올랐다가 주변을 포행하고 있는데, 나무 잎이 쌓여있는 곳, 풀 더미 숲에 버섯이 보인다. 나무는 잘려나간 터라 검불을 조금 걷어내니 버섯이 모여서 커다랗게 자리를 하고 있다. 얼핏 보아도 60cm 이상은 되게 퍼졌다. 위에 있는 것은 황색을 띠고 있고, 밑으로는 오래 묵은 것인지 흑갈색이다.


황색을 띤 한 덩이와 그 밑에 흑갈색을 띤 덩이만 채취했다.

조심스럽게 위에 것을 먼저 떼어낸 후, 아래에 있는 한 뭉텅이를 걷어냈다. 황색을 띤 것은 30cm정도이고, 흑갈색을 띤 것은 그보다 뭉텅이가 더 크다. 두 뭉텅이를 걷어 산을 내려오면서,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본다. 불로초라고 불린다는 장수버섯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큰 것은 처음이다. 그나마 딴 사람을 생각해 제일 큰 뭉텅이는 놓아두었다.

잘 말려 차로 우려내어야

풀 검불이 가득해 볼품이 없던 장수버섯. 흙과 풀을 걷어냈더니 그 모습이 보기가 좋다. 이것을 잘 말려 차로 우려내 먹으면 구수하다고 한다. 영지가 쓴 맛이 나는데 비해, 숭늉과 같은 맛을 낸다고 하니 구도 괜찮을 듯하다. 요즈음 산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재미를 붙이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풀과 흙을 걷어냈더니 이렇게 멋진 벗서모양으로 변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미 산을 오래 다녀 약초에는 일가견이 있는 스님이, 잘 말려서 차로 마셔도 좋고 술을 담가도 좋다고 한다. 이 술맛은 또 어떨까? 한 덩이는 아는 분에게 드렸으니, 한 덩이는 잘 말려야겠다. 술을 담가먹든지 아니면 차로 다리든지, 그것은 차후에 생각하기로 한다.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런 혜택을 우리가 온전히 받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큰 축복은 없을 듯하다. 이래저래 자연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추석연휴가 된다.

참 친절한 이웃 덕분에 눈물을 쏟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오늘 아침 이웃이 전 모둠을 한 접시 들고 오셨다. 마침 출출하던 차라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드린 다음,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어디서 좀 상한 음식 냄새가 난다. 요즈음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는, 그저 어떤 음식이던 간에 조심을 하는 것이 좋다.

전 모둠을 들어보니 약간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 방금 해왔다고 하고, 아직도 따듯한 온기가 있는데. 설마 이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으랴 싶다. 하던 일을 마치고 출출하던 차에 전을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다.

이웃집에서 가져 온 전 모둠.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접시에는 이것저것 많이도 있다. 송이버섯이며 동태전, 꼬치에 고추. 그리고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았지만 별 이상이 없다. 그렇다면 이 알 수 없는 냄새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런데 딴 것은 다 외형만 보고도 알겠는데, 한 가지가 영 무엇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작은 생선을 통째로 전을 만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런 걱정을 오래하는 성미가 아닌지라. 먹어보면 될 것을.

출출하던 차에 정말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이름 모를 전을 입에 집어넣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웩”하고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 잘 삭힌 홍어전이다. 세상에 난 전을 먹다가 홍어전을 다 먹어보게 될 줄은. 목은 따갑고, 입안에는 호어 특유의 냄새로 가득하고. 누군가 정말 잘 삭힌 홍어를 먹으면 ‘코가 뻥 뚫린다’고 했다. 정말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요것의 정체는 영 모르겠다. 약간 맛이 간듯도 하고. 그래서 덜썩 한입

그리고 보니 언제인가 어느 기사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아주 잘 삭힌 홍어는 전으로 부쳐 먹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냄새의 진원지는 바로 이 홍어였던 것이다.

세상에 잘 삭은 홍어전이다. 내 생전 처음 먹어 본. 눈물서 부터 시작해 온갖 곳에서....

이웃의 따스함에 감동이 되어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고, 그 전 모둠 안에 홍어전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나. 이렇게까지 감동을 하게 만들다니’라는 속없는 말을 뱉어본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