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짝으로~’에 낚이면 ‘내 짝 난다’
2011. 8. 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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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후 식후경이야
음식을 먹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식성이 다르다가 보니, 내 입에는 맞아도 남의 입에는 별로일 때가 있다. 그럴 땐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한 마이도 ‘맛이 없는 음식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음식을 잘하는 집을 가도 가급적이면 소개를 하지 않는다.
‘맛집’을 소개한다는 것은 ‘맛집블로거’들의 소관이다. 물론 가끔 정말 좋은 음식을 만나면 슬그머니 한 꼭지쯤 나도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을 워낙 돌아다니는 인사이다 보니, 찬찬히 앉아 음식을 음미해가면서 사진을 찍을 틈조차 없다. 그 시간에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짝으로~’ 란 정겨운 말에 낚였다
어제(8월 1일) 아침 일찍 답사를 떠났다. 전남지역을 몇 곳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이른 시간부터 강행군을 한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나간 답사길인데, 곡성과 화순을 거쳐 보성으로 들어갔다. 보상 대원사를 돌고 나니, 벌써 시간이 을 12시가 넘었다. 허기가 지는 김에 근처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현수막의 한 문구. ‘이짝으로 ~“으로라는 정겨운 말이 쓰여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흰 고무신 두 켤레가 입구에 놓인 것이 보인다. 그것 하나만 갖고도 분위기 운운하면서 꽤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시골백반 7000원’이라고 써붙였다. 7,000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란 생각이다.
맛없는 집도 소개를 해줘야 한다.
야외 평상에 앉았다. 옆으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꽤 그럴 듯한 분위기인 셈이다. 얼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찬을 놓은 쟁반을 들고 온다. 그런데 반찬을 보니 이상하다. 밑반찬 몇 가지가 달랑 있을 뿐이다. 순간적으로 오이를 썰어 내온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생오이를 식당에서 내주는 경우는, 반찬이 부실할 때 한 가지라도 더 놓으려는 생각에서 많이 주기 때문이다.
"이게 반찬 다야?"
"그렇데요"
"국도 없이?"
"예"
반찬도 영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대체로 짠편이다. 장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반찬들이다. 부침은 한번 떼먹어보더니, 아무도 막지 않는다. 참 괜히 짜증이 난다. 어떻게 이렇게 성의없이 음식을 해 줄수 있는 것인지. 계산을 하려는데 '맛있게 드셨어요? '라고 묻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 같으면 맛있게 먹겠소'하고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완전히 ‘이짝으로 ~ ’에 낚여버린 것이다. ‘이짝으로~’ 좋아하지 마라. 자칫 ‘내 짝’ 날 테니.
(주) 그래도 이 집의 밥은 맛있었다는.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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