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난 건강을 지키기 위해 팔달산 회주도로를 걷는다
땀 흘리며 걷고 난 뒤 가벼운 찬물등목으로 상쾌함 배가
장마철이 되면 온몸이 꿉꿉하다. 7월 13일, 12일 초복다림을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를 한 덕분에 몸이 많이 무겁다. 비가 내렸다면 문밖출입을 자제했겠지만 다행히 중부지방은 한때 빗방울이 떨어진다는 소식이다. 오전이라 그런지 구름은 많이 끼었지만 날씨는 무덥지가 않다.
난 이럴 때 찾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가까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팔달산 중턱에 난 회주도로이다. 남문로데오거리 청소년문화공연장 앞에서 화성의 성벽을 따라 팔달산으로 오르면 팔달산 중턱으로 난 회주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은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이기 때문에 늘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겨하는 길이다.
회주도로와 연결되는 곳까지 오르니 오전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땀이 흐른다. 역시 7월의 복중이라 시간과는 관계없는 듯하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산책에 나섰으니 바쁠 일이 없다. 천천히 성신사 방향을 향해 걷는다. 뒤에서 꼬마들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발로 구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탈 것을 탄 꼬마 두 명이 신바람 나게 앞으로 지나간다.
성신사 우물 이렇게 놓아두면 안 된다.
정조대왕은 화성 성역이 완료되는 시기에 맞추어 특별지시를 내렸다. 바로 성신사를 지으라는 것이었다. 성신사는 화성을 지키는 신이기는 하지만, 당시로 보면 수원전역을 보호하는 신이기도 하다. 팔달산 중턱 서장대 아래 성신사를 축조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성신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는 점이다.
정조대왕은 “우리고장을 바다처럼 평안하고, 강물처럼 맑게 하소서”라며 화성과, 화성 백성들을 걱정하는 축문을 직접 지어 하사하기도 했다. 성신사는 정조 20년인 1796년 7월 11일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약 한달 만에 완공되었다. 성신사가 완성된 후에는 화성 성신의 위패를 만들고 길일을 기려 1796년 9월 19일에 사당 안 정면에 봉안하였다.
화성의 신을 모시는 성신사는 팔달산 기슭의 병풍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당은 5량 3가인데 벽돌을 쌓아 벽을 만들었다. 앞 기둥 안쪽에는 네모난 벽돌을 깔았고, 당 아래에는 층이 지게 기단을 놓았다. 정당 앞으로는 3문을 세웠으며, 좌우로는 5간 행각을 붙였다. 남쪽으로 2간은 안쪽으로 행하게 하여 전사청을 삼았고, 북으로 3간은 밖으로 향하게 하여 재실 1간, 마루 1간, 나머지 1간은 공랑을 삼았다.
정조대왕 당시의 성신사는 일제에 의해 훼파가 되었으며, (사)화성연구회의 무단한 노력으로 2009년 10월에 다시 복원하였다. 이 때의 복원에 들어가는 비용은 중소기업은행에서 수원시에 12억 원을 기탁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다. 성신사를 찾아가면 꼭 확인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성신사 뒤편에 있는 제정이다. 제정에는 물이 하나도 없이 보기에도 불편한 돌들이 놓여있다. 가물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제정이지만 그 형태만 본을 뜬 것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보수해 물이 고이도록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정조대왕을 만나고 다시 회성을 걷다
성신사를 지나 회주도로를 걸으면 우측 도로 아래 정조대왕 동상이 있다. 팔달산에서 수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조대왕상 앞에 잠시 발길을 멈춘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늘 이곳에 들리면 발길을 멈춘다. 그리고 백성을 사랑했던 정조대왕의 마음에 늘 감사를 드린다. 다시 화성 성벽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성 안쪽으로 화성을 축성하는 모형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이곳은 정조대왕 당시 수원화성을 축성할 때 모습을 작은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당시 큰 바위를 들어 올리는데 사용한 거중기를 비롯해 축성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알기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죠”
인천에서 화성관람을 하기위해 찾아왔다는 이아무개(여, 27세)씨와 친구 한 사람이 화성축성 당시 모형을 보면서 설명을 해줄 수 없느냐고 묻는다. 화성에 대한 식견이 짧은 나로서는 그저 알고 있는 대로 설명해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 들어주는 그녀들에게 감사하다. 설명을 마친 후 다시 성벽을 타고 걷다보니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이 시야에 들어온다.
내가 여름 복중에 피서를 하는 방법은 수원화성을 돌아보는 것이다. 먼 곳까지 찾아간다고 힘들어할 것도 없다. 수원화성 전 구간을 돌아볼 필요도 없다. 그저 생각나는 곳을 걸으면 된다. 그렇게 난 한 여름의 더위를 피한다. 수원화성이 있는 수원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즐겁다. 그것은 나만의 여름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수원화성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초복다림으로 조리한 삼계탕 500마리에 정성 가득해
지동 고성주 씨 자택에서 마을 어르신들께 삼계탕 대접
7월 12일이 초복(初伏)이다. 복이 되면 사람들은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는다. 우리민족은 예부터 음력 6월 15일(양력 7월 17일)을 ‘유두(流頭)’라고 하여 보름명절로 삼기도 했다. 유두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약자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하여 부정을 가신다는 뜻을 지녔다. 동류수에 머리를 감는 까닭은 동방(東方)이 청(靑)으로 양기(陽氣)가 왕성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유두와 복날에는 약수터를 찾아가거나 폭포 아래 찾아가서 물맞이를 한다. 특히 복더위를 이기기 위해 곳곳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복놀이를 즐긴다. 이를 ‘복다림’이라고 한다. 복날이 되면 민어탕과 육개장 등을 끓여 복날의 음식으로 삼았다. 또한, 보신탕이라고 부르는 개장국은 복날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이 밖에도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고 참외·수박등 여름철 과일을 깊은 우물에 넣어 차갑게 한 후 먹기도 하였다.
이런 복다림을 제대로 하는 봉사자가 있다.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씨는 매년 초복이 되면 자택에서 복다림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삼계탕 대접을 한다, 매년 300마리~500마리의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는 고성주씨는 한두 해를 봉사한 것이 아니고 벌써 40년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봉사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보양식(保養食)’인 고성주씨의 삼계탕
고성주씨가 초복에 끓이는 삼계탕은 말 그대로 보양식이다. 고성주씨는 일반 음식점들처럼 초복 당일에 삼계탕을 끓이는 것이 아니다. 초복이 되기 전 3일전부터 복다림 준비를 한다. 올해도 10일 아침부터 사골과 소족을 넣고 육수를 내기 시작했다. 이 첫 번째 과정만 24시간을 우려낸다.
진한 육수가 우러나면 황기, 약도라지, 다시마, 베, 대추, 생강, 감초, 무, 양파를 썰어 넣고 또 12시간을 끓인다. 그리고 약재를 모두 건져내면 진한 삼계탕 육수가 만들어진다. 초복 아침이 되면 이 육수에 감자와 마늘을 갈아 넣은 후 다시 몇 시간을 끓인다. 그리고 그 육수에 미린 손질해 놓은 닭을 삶아낸다.
올해는 중닭 500마리를 준비했다. 복다림을 하는 날이 되면 고성주씨의 신도들부터 춤을 배우는 제자들, 초복다림을 돕기 위한 지인들까지 이른 시간부터 모두 모여 복다림을 준비한다. 오전 10시 반부터 복다림을 한다고 연락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많은 분들이 찾아와 자리에 앉았다. 떡집에서 주문해 온 찹쌀밥까지 모든 준비가 끝나면, 삼계탕과 미리 담가놓은 김치, 소금, 음료, 주류, 수박 등 한 상 가득 차려낸다.
500마리로 준비한 삼계탕 모두 소진해
오전 10시 반부터 음식을 드실 수 있다고 했지만 10시가 되지 60여명의 어르신들이 몰려들었다. 지동에 있는 7곳의 경로당 중 한 곳에서 왔다는 어르신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이 나올 때만 기다린다. 삼계탕을 조리하는 사람들은 애가 탄다. 닭이 익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어르신들 때문이다.
시간이 되지 어르신들이 이곳저곳에서 찾아온다. 마당에 70여명, 1층 서재에 20여명, 지하층에 50여명, 1층 거실에 40여명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마당에 계신 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나서 다시 상을 다시 본 후 또 자리를 가득 채웠다. 1층 거실 역시 먼저 오신 분들이 돌아가고 나서 또 한 가득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삼계탕을 한두 마리씩 싸갖고 가는 어르신도 있다.
“준비한 닭이 겨우 15마리 정도 남았어요. 오늘도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네요. 어르신들이 이 초복다림을 드신 후 여름 한 철을 잘 나셨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난 후 집안을 정리까지 마치고나니 이미 오후 4시가 다 되어간다. 초복다림을 드시고 돌아가시는 분들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빠트리지 않는다. 고성주씨 역시 “올 여름 건강하게 잘 나시고 내년 초복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40년 세월 한결같이 어르신들을 위해 초복다림으로 삼계탕을 대접하는 고성주씨. 이 시대에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인물이 아닌가 한다.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가 날마다 재미있어 지는 이유
창작센터, 주민문화프로그램으로 ‘꽃차 만들기’ 강의 시작
팔달구 지동(동장 이현희) 창룡마을 창작센터가 날마다 더 재미있어 지고 있다. 창룡마을 창작센터는 그동안 문을 열고 난 뒤 처음에는 무엇인가 다양한 일을 하는가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공구백화점과 카페만이 사람들에게 실용성 있게 이용되어왔다. 공구백화점은 지동이라는 원도심의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공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공구백화점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는 사람들이 지동을 찾아오거나,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에서 각종 모임이 있을 경우 저렴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이곳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이곳 공구백화점이나 카페도 매주 월요일에는 정기휴관을 하고, 법정공휴일 등에는 며칠씩 문을 닫는 경우가 생겨 그런 휴일을 잘 모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기는 했다.
이는 창룡마을 창작센터의 카페 근무자나 공구백화점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기간제 근무자이기 때문에 법정공휴일과 정기휴관일 등에는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창룡마을 창작센터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좋은 환경에서 강의를 하고 무엇인가 배우고 싶다는 지동주민들의 바램 때문이었다.
다양한 체험 및 학습을 할 수 있는 창작센터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꾸며진 창룡마을 창작센터가 지하에서는 장고강습을 하느라 사람들이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춘다. 마을 동아리들이 이곳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1층 소통마루에서는 날마다 강의가 이어진다. 지동 창룡마을이 주관하고 있는 시설대여나 주민들이 참여하는 강의만 해도 몇 가지나 된다.
그동안 사진촬영 강의, 도자기 체험, 각종 모임, 주민들이 이용하는 각종 학습 및 정기적인 인문학 강의, 대관을 해서 토요일마다 이곳을 이용해 공부하는 ‘나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등 창작센터를 이용한 다양한 모임이 열리고 있다. 또한 지동을 벤치마킹하거나 주민자치위원 등이 모임을 가질 때도 이곳을 이용한다.
그런 창룡마을 창작센터에 10일부터 새로운 강의가 열렸다. 바로 주민문화프로그램으로 창작센터에서 시작하는 ‘꽃차 만들기’ 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매주 수요일 10시부터 진행해오던 도자기수업을 마치고, 이어서 꽃차 만들기 수업을 6회 동안 매주 수요일부터 시작한 것이다. 꽃차 만들기 첫날 수업은 팬지 꽃차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수강생들 모두 진지하게 꽃차 만들기 수업에 임해
팬지의 꽃말은 ‘나를 사랑해 주세요’와 ‘사랑의 추억’이다. 팬지는 안토시아닌(항염과 신경안정)을 함유하고 있는 꽃으로, 항산화성, 항종양성,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 특히 팬지꽃은 딩뇨병의 혈당수치를 끌어내리는데 효과가 있으며, 심장병, 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먼저 팬지꽃의 꽃자루를 잘라주세요. 꽃자루에는 수분함량이 많기 때문에 잘라내야 덖기가 좋아요. 꽃자루를 자르신 후에는 덖음솥을 40도로 예열하여 꽃을 펴서 엎어놓습니다. 한 면이 완전히 익으면 뒤집어서 다른 면도 골고루 타지 않게 덖어주세요. 그렇게 익힘과 식힘을 반복하시면 됩니다.”
꽃차 만들기 이미숙 강사는 수강주민들에게 꽃차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수강주민들 역시 강사가 알려주는 대로 덖음솥애 꽃을 펴서 말린다. 팬지꽃은 꽃이 연해 초벌구이에서 완벽하게 덖어야 헌다고 설명한다. 또한 꽃잎이 쪼그라들거나 말려들지 않게 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꽃차 만들기를 다 마친 수강주민들은 그 꽃을 이용해 꽃차를 내리고 시음하는 단계까지 마쳤다. 강사가 건네주는 꽃차 한 잔을 마셔보니 향긋한 기운이 입안에 감돈다. 평소에도 집에서 꽃차를 즐겨 마시는 나로서는, 꽃차 만들기 수업을 끝까지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꽃차 만들기 강습은 모두 6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며 팬지 꽃차에 이어 금계국 꽃차, 분꽃 꽃차, 칡꽃 꽃차, 무궁화 꽃차 등의 제다실습을 마친 후에, 6주차는 작품 전시 및 시음회를 열 예정이다.
지영호 지동주민자치위원장은 “오늘 이 꽃차 만들기 수업은 주민들이 요구해서 열었습니다.”라면서 “지동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강좌가 있으면 창작센터를 이용해 언제라도 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한다. 달라지고 있는 지동. 요즈음 지동주민들이 생활에 활력을 느끼고 있는 것은 이렇게 지동이 여러모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데오청소년공연장이 젊은 풍물꾼들의 열기로 들썩들썩
‘국악연희단 하랑’, 신나는 국악여행으로 관객과 상응해
풍물구경은 언제나 흥이 넘친다. 그렇게 흥을 돋우는 풍물공연이 7일 오후 7시부터 남문로데오 청소년공연장에서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는 대국민 문화향유 증진사업인 ‘신나는 예술여행’ 한마당이 열린 것이다. 이 행사는 국악연희단 하랑이 주관하는 행사로 12명의 연희단 하랑 단원들이 연 풍물한마당이다.
국악연희단 하랑이 연 풍물한마당은 단순히 풍물판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판소리 흥부가와 진도북춤, 대금연주, 버나놀이 등 다양한 놀이판을 콜라보로 보여준 무대였다. 20대의 젊은이들답게 시종일관 흥에 넘치는 이 무대는 ‘신나는 국악여행’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진 흥에 겨운 무대였다.
“저희 국악연희단 하랑은 20대의 젊은 국악도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대개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국악을 전공해 온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죠. 거의가 용인대학교 출신들로 구성된 하랑은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208번지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국악연희단 하랑의 박성희 대표는 문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을 받아 공연하는 이번 신나는 국악여행은 수원을 비롯하여, 용인, 오산, 화성 등에서 12월까지 46회의 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다양한 변화로 즐거움을 주는 무대
풍물굿이라고 해서 그동안 우리가 보아오던 판굿과는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흥이 절로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우리 가락이나 장단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랑의 기예가 뛰어난 것은 젊은이들인데도 불구하고 판굿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젊은 국악도답게 흥과 열정이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간다.
“정말 이런 국악공연은 처음인 듯하네요. 젊은이들이 저렇게 흥이 넘치게 마당굿을 열어가는 것을 보기 힘든데 말이죠. 이런 대단한 단체가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정말 대단한 젊은이들예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연신 휴대폰에 공연장면을 담아내고 있던 지아무개(남)씨는 모처럼 일요일에 시내에 나왔다가 정말 좋은 공연을 만났다고 하면서, 우리음악이 우리민족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잘 맞는 것 같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상쇠와 부쇠, 장고 2명, 징 2명, 북 2명, 태평소, 북춤을 춘 무용수 1명, 대금연주자 1명, 그리고 소리꾼 등 12명의 출연자가 만들어내는 무대치고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판소리꾼과 풍물패, 공연자들이 한데 어울린 무대
판소리 흥부가의 한 대목을 이야기로 설정해 흥부가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살려내는 장면부터 강남에 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와 박씨를 전해주는 대목을 발림과 아니리 등으로 엮어가면서, 그 중간에 대금연주가 곁들여지고, 이어 무용수가 나와 진도북춤을 멋들어지게 춘다. 처음에는 몇 사람 안되던 관객도 어느새 불어나 외국인들까지 공연장에 합세했다.
로데오가리를 걷던 사람들도 모두 휴대폰을 꺼내들고 촬영을 하느라 분주하다. 국악연희단 하랑의 흥겨운 국악무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흥이 절로 넘치는 판굿을 비롯하여 대금연주자와 풍물의 주고받는 장단과 선율, 그리고 진도북춤의 섬세한 춤동작을 풍물로 장단을 맞춰주면서 흥을 몰아가는 단원들. 그 모두가 지금까지 접했던 풍물패와는 또 다른 흥겨움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만난 흥겨운 국악무대. 젊은이들이 뿜어내는 그 좋은 기운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소서(小暑)의 무더위를 식혀준다. 많은 사람들이 흥겨움에 절로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인 국악연희단 하랑의 무대. 무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공연에 최선을 다한 하랑의 단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불꽃을 피우는 여자’, 우송연 작가와 함께 회원전 열어
7월 15일까지 행궁동 크로키에서 16명 인두화 회원전 가져
‘불꽃을 피우는 여자’라는 재목이 마음에 든다. 7일 오후, 행궁동을 찾아갔다가 우연히 지인이 운영하는 크로키 앞에 붙어있는 현수막 한 장을 보았다. '불꽃을 피우는 여자 우송연 작가와 함께하는 회원전‘이라고 한다. 모두 1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 회원전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작가들일까?
크로키 안으로 들어가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말 그대로 ‘불꽃을 피우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다름 아닌 인두화 작품이었다. 인두화는 불에 달군 인두로 나무 등을 지져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인두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직업을 할 때는 연기도 나고 불꽃이 튀기도 한다.
조선시대부터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두화(우드버닝)’는 화로에서 달궈진 무쇠인두로 문양과 자연풍경 등을 그림으로 새기는 것을 말한다. 나무의 재질에 따라서 대나무에 그리는 것은 낙죽(烙竹), 나무에 하는 것은 낙목(烙木) 또는 낙화(烙畵)라고 한다. 수원에는 인두화 작가들이 상당수가 있어 인두화 전시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인두화 우송연 작가와 회원들
우송연 작가와 회원들이 전시를 갖는 크로키는 오후에만 영업을 하는 집이다. 이곳은 작가들이 자주 모임을 갖는 곳으로 많은 작가들이 크로키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인두화 전시를 갖는 회원들도 우송연 작가의 공방이 팔달구 행궁로 31-3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회합을 갖기 좋은 크로키를 선택한 듯하다.
작가 우송연은 인두화(버닝) 작가이면서 캘리그라피 작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공예대전에서 인두화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전국인두화작품 공모전에서도 대상인 산림청장상을 수상했다. 현재 우송연 작가는 수원화성 인두화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종합예술협회 대표이기도 하다.
그런 우송연 작가가 회원 권영일, 김영해, 김정옥, 김주희, 김형식, 박보균, 배윤희, 우송연, 이은경, 이주희, 이진옥, 장진원, 조외남, 최영은, 최향미, 홍성철 작가 등 16명의 회원들이 각자 작품들을 제출해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한 자리에서 작품을 전시하다보니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즐겁다.
조선조에는 불에 달군 인두를 사용해
자연친화적인 목재를 이용해 작품을 창출하는 인두화는 예전에는 불에 달군 인두를 사용해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뜨겁게 달궈진 인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상을 입는 일도 잦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납땜용 인두 대신 전기로 펜을 달구는 인두기인 버닝펜이 개발됨에 따라 간편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인두화를 즐길 수 있는 소재들이 개발됨에 따라, 다양한 동호회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수원에도 인두화 동호회가 상당수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곳곳에서 강습과 전시를 열고 있다. 그런 인두화 작품을 크로키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새롭다. 전문적인 전시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술과 음식을 막으면서 회합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불꽃을 피우는 여자’, 그 한 마디로 정리가 되는 인두화 작가 우송연과 회원들. 그들의 작품을 돌아보면서, 한편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입맛이 다셔진다. “여기까지 취재하러 오셨네요?”라고 크로키 안에 있던 손님이 말을 건넨다. 알고 보니 지인이다. 크로키가 좋은 것은 이곳을 찾아가면 늘 많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까지 계속되는 불꽃을 피우는 여자와 회원들의 작품이 궁금하면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3-2에 소재한 크로키를 찾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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