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 한마당으로 풍성한 2016년 기원한다.
화성의 동쪽마을 자동 대보름 윷놀이 열어
“낙(落)이야”
“이게 왜 낙이야 걸렸는데”
“반 이상 나갔으면 낙이지”
고함을 치면서 아옹다옹한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웃음이 한 가득이다.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소리를 치면서도 재미있어 한다. 1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지동(동장 이상수)주민센터 주차장에서 열린 ‘화성의 동쪽마을 지동 척사대회’가 열린 윷놀이 현장이다.
19일에 팔달구만해도 지동과 우만1동, 우만2동, 인계동이 척사대화를 열었다. 22일이 병신년 대보름인데 미리 척사대회를 연 것이다. 한편에서는 숯불 위에 고기가 익어가고 주민센터 주차장에 모인 200여 명의 주민들은 상품을 걸고 윷놀이가 한창이다. 각 시합장마다 심판을 보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그저 소리치고 웃고 즐기면서 대동의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매년 열리는 척사대회에는 푸짐한 상품도 걸려있다.
윷놀이는 사희(柶戱)라고도 한다. 두 사람 혹은 네 사람이 한편이 되어 대국하며 각각 4말을 가지고 29밭이 있는 윷판을 쓴다. 윷놀이는 윷가락을 던져 도,개,걸,윷,모로 구분을 지으며 그 시원을 이익의 <성호사설> 사희조(柶戱條)에서 “윷놀이를 고려의 유속(遺俗)으로 본다.”고 하였다.
많은 경품에 신나는 주민들
윷놀이가 시작되기 전 한편에는 이날 윷놀이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줄 상품이 가득 쌓였다. 이날 상품은 1등은 웰바하이쿡, 2등은 무선청소기, 3등은 전기렌지, 4~6등은 냄비세트, 7등에게는 샴푸세트가 주어졌다. 그 외에도 10등까지 시상을 했으며 놀이에 참가한 주민들에게도 경품추천을 통해 푸짐한 상품이 주어졌다.
지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용성)와 지동 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척사대회는 개회와 경기진행, 시상 및 행운권 추첨 등으로 이어졌으며, 개인전은 규정된 척사권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척사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척사권에는 날인이 되어있으며 윷판에서는 심판의 판정에 절대복종하고 윷놀이 중 윷가락 4개 가운데 2개가 가마니를 벗어나면 낙판으로 간주했다.
이날 개인전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토너먼트를 거쳐 등수를 결정지었는데 1등은 김명율, 2등은 한봉섭, 3등은 황원식 씨가 차지해 각각 웰비하이쿡과 무선청소기, 전기렌지 등을 챙겼다. 그 외에도 4등은 김근안, 5등은 윤영순, 6등은 최정림, 7등은 홍영수씨 등이 차지했고, 8~10등은 양길수, 이정분, 유지현씨 등이 차지했다.
정이 넘치는 마을 지동의 척사대회
2016년은 수원화성 방문의 해이다. 지동은 벽화골목과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그리고 4월에 개관식을 가질 창룡마을 창작센터 등이 소재한 곳으로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지동이 연초에 윷놀이 한판을 벌이면서 주민들의 대동단결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척사대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마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동은 정이 넘치는 마을입니다. 외지 사람들은 지동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예전 불의의 사고를 이야기하는데 지동에 사는 주민들은 순박하고 정이 넘칩니다. 늘 이웃과 소통을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오늘 이 척사대회를 하면서도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동은 수원시 마을 가운데서도 가장 정이 많은 곳이죠.”
윷놀이에 참가한 한 주민은 지동 주민들은 정이 넘치는데 외부에서는 지동은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면서 그런 점이 안타깝다고 한다. 정이 넘치는 마을 지동. 오후 5시가 넘어서 끝난 지동 척사대회는 그렇게 모든 주민들이 결속을 다지는 흥이 넘치는 자리였다.
“쓰레기불법투기 단속 CCTV 운영합니까?”
불법쓰레기 쌓여 볼썽사나워도 단속 없어
“이 CCTV는 도대체 작동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쓰레기들을 배출용봉투를 이용하지 않고 마구 갖다버리는데 쓰레기불법투기 작동중이라는 저 CCTV는 왜 달아놓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보세요, 저 많은 쓰레기들이 정해진 봉투를 사용한 것은 단 두 덩이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불법이죠.”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56번길에 있는 방범용 및 불법쓰레기 무단 투기를 단속한다는 CCTV를 가르치면서 이곳에 사는 주민이 큰 소리를 낸다. 불법을 단속한다는 카메라가 제대로 제몫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메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버젓이 쓰레기들을 불법으로 투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카메라 밑에 가득 쌓인 쓰레기들은 근처에 가면 악취가 난다. 날이 추운데도 이 정도라면 날이 무더운 여름에는 오죽할까? 근처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화를 낼만도 하다. 어쩌다가 불법쓰레기를 투기하는 것도 아니다 매일 이렇게 수북하게 쌓이는 쓰레기들. 그런데도 아직 그 누구도 적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무용지물인 CCTV 시 행정에 불신감 초래한다.
“불법쓰레기들이 저렇게 쌓이는 것은 정해진 배출용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쓰레기들은 용역업체들이 수거를 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해진 봉투에 배출한 것만 치우기 때문에 그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수원시에서 무엇인가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 아닌가요. 이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냄새가 나는 불법쓰레기들이 쌓이면서 시 청소행정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카메라만 달아 놓았을 뿐 도대체 불법쓰레기를 근절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쓰레기들이 쌓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치를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날마다 쌓여만 가는 불법쓰레기와 치우지 않는 용역업체, 도대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쓰레기 적치장이 바로 불법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을 한다고 푯말이 붙은 CCTV 아래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적발이 되거나 벌금을 물었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날마다 불법쓰레기들은 쌓여가고 이제는 카메라가 무용지물이고 적발조차 할 수 없는 껍데기만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저 카메라를 달아 놓은 지 꽤 오래되었어요. 저것 보세요.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왜 적발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 카메라는 무용지물이라니까요. 카메라만 달아 놓으면 무엇 합니까? 수원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저렇게 카메라만 달아놓는다고 무서워하나요? 실제로 이용을 해야죠.”
불법 쓰레기투기자 적발해서 과태료 물려야
사람들은 쓰레기를 불법으로 투기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찾아내서 과태료를 물려야 하는 방법만이 불법투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말로만 계도를 해서는 도대체 근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조금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고, 카메라를 설치한 후 조금 줄어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쓰레기들이 쌓인다고 한다.
“한 마디로 행정을 우습게 보는 것이죠. 적발을 한다고 했으면 과감하게 적발하고 과태료를 물린 사람들을 공고를 해야죠. 저렇게 사진을 붙이는 게시판까지 달아놓았는데 막상 사진은 한 장도 붙지 않았습니다. 화면을 캡처해서 붙여야죠. 그래야 이렇게 내다 버리지 않죠. 세상에 벌금을 물면서까지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릴 사람이 있겠습니까? 정해진 봉투 값보다 과태료가 더 많을 텐데요.”
불법쓰레기 무단투기는 그만한 대가를 물어야 한다. 자신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봉투 값이 아깝다면 쓰레기를 내다버리지 않으면 된다는 것. 그저 카메라가 있거나 말거나 함부로 내다버리는 쓰레기.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발붙일 곳이 없도록 강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
지동 창작센터에 카페가 생겼어요.
‘지동 연못마을 여행’의 새 명소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그리고 벽화골목으로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던 곳이다. 지동은 수원 벽화골목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고, 전국의 지자체마다 지동으로 벤치마킹을 오기도 했다. 그 사람들이 지동을 한 바퀴 돌아보고 가장 아쉬워한 것이 바로 쉴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국의 벽화마을을 찾아다니다 보면 상당수의 마을에 중간에 쉴만한 공간을 갖고 있다. 벽화를 구경하다가 잠시 다리를 쉬며 마을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동행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동은 그런 시설이 없어 늘 안타깝기만 했다.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가 있는 수원제일교회 1층 로비에 커피숍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일에는 교회 예배로 인해 외지사람들이 찾아들어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런 지동에 쉴만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새롭게 조성된 지동 창작센터 1층에 쉴만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아직은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에는 이곳을 찾아가 다리를 쉬면서 환담을 나눌 수 있다. 창작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되면 2층에 마련한 갤러리와 체험관에서 다양한 즐길거리와 지동을 찾은 기념품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동주민들 바리스타 교육받아
지동 창작센터는 구 서울목욕탕 건물이다.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34에 소재한 ‘서울목욕탕’이라는 낡은 건물은 2013년 초 염태영 수원시장의 지동 순방 시 지동주민들은 이 목욕탕을 매입해 줄 것을 시장에게 요구했다. 더불어 그 옆에 붙어있는 또 한 채의 공가도 함께 매입을 해 주민들의 쉼터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당시 염태영 시장은 담당부서장에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 서울목욕탕이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동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 목욕탕 건물을 개조해 시설을 꾸민 구 서울목욕탕은 지동시장에서 창룡문 방향으로 나가는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올 4월 경 개관식을 앞두고 요즈음 한창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창작센터 1층은 차를 마실 수 있는 휴게공간과 체험실,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카페 등으로 마련되었는데 이 휴게공간이 바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은 지동 주민들로 하루에 3시간씩 8회의 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바리스타로 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 중에는 벌써 자격증을 취득한 주민도 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으로 기대
마땅히 쉴만한 공간이 없었던 지동. ‘지동 연못마을 여행’이라는 작은 현수막이 보인다. 따듯한 커피 한 잔과 정겨운 대화가 있는 카페를 운영하니 많은 이용을 바란다고 적혀있다. 이 카페는 지동 주민들 중 9명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커피판매를 순수한 봉사로 감당하게 된다.
“그동안 8회에 걸쳐 교육을 받았어요. 이제 웬만한 것은 다 준비가 되었어요. 저희만이 사용하는 컵도 주문제작으로 마련했고요. 이제 로스팅을 할 수 있는 기계만 완비가 되면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다고 보아야죠. 아직은 커피값을 받지 않아요. 차를 마시는 분들이 자율적으로 기부함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봉사를 하기 위해 모여있는 주민들에게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향이 은은한 것이 지동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다리도 쉴 겸 찾아든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겠는가? 아직은 주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개관식을 하고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들 것으로 보인다. 지동의 새 명소로 거듭날 창작센터. 그곳을 찾아 향이 짙은 차 한 잔에 정을 담아가기 바란다.
지역복지시설 건립에 지동주민들 박수로 환영
제일교회 ‘노을빛 복지관’ 앞으로 많은 기대해
지역에 소재한 종교단체가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다. 하지만 요즈음은 세상이 강퍅해서인지 그런 미담을 듣기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가장 폐쇄적인 곳이 바로 종교단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수원제일교회(지동 소재. 담임목사 이규왕)는 다르다. 쉼 없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다.
지동 제일교회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한 일은 열거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지역에서는 제일교회로 인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교회 종탑을 지역주민들을 위한 방편으로 갤러리와 전망대를 조성해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 향수를 불러일으켰는가 하면, 이번에는 지역의 장애인들과 어린이를 위한 복지관을 건립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에 노을빛 복지관이 공사를 시작했을 때 제일교회에서 만난 유권신 목사는 앞으로 이 복지관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지동은 주민 1만7천명 정도에 외국인은 1천4백명 정도이다. 하지만 2012년 4월 오원춘 사건 이후 외국인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가 현재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사회복지시살이 없던 지동에 반가운 소식
수원시 각 주민센터 중에 외국인의 비율이 8.3%로 5위에 해당하는 지동에는 그동안 사회복지시설이 없었다. 복지시설이라고는 수원영락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한 곳 뿐이었다. 그런 지동에 복지관이 신설된 것이다. 지동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장애인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해 연말 개관식을 가진 노을빛복지관에서는 우선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을 저소득 가정아동과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아이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 19일 준공식을 가진 노을빛복지관은 이제 지역주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노을빛복지관은 제일교회 60주년 기념사업으로 복지관은 건립하기로 결의하고 2년 만인 2014년 10월 12일 복지관 한금을 작정하고 1년 만에 연면적 339.42㎡에 3층 복지관을 완공하였습니다. 복지관의 이름을 노을빛복지관으로 한 것은 따듯한 노을빛과 같은 사랑을 전하는 복지관을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제일교회 사무장인 박종각 장로는 노을빛 복지관은 1층은 접근성이 용이해 장애인주간보호센터로 운영하고, 2층은 사무실과 상담실, 3층은 다문화지역아동센터로 운영하게 된다고 말한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금년부터 시작하고 다문화지역아동센터는 후에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노을빛복지관 건립에 감사전해
“개관식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수원노회 회장님과 회원들, 지역의 국회의원 및 도의원과 시의원, 박흥식 팔달구청장과 이상수 지동장, 지동 이용성 주민자치위원장 및 각 단체장, 통장들까지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셨습니다.”
지동제일교회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노을빛복지관. 이 복지관으로 인해 주민들은 조금 더 사람이 살기 좋은 지동이 되었다고 환영을 한다. 그리고 마을에 제일교회와 같은 많은 봉사를 하는 종교단체가 자리하고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종교가 아닌 열린 제일교회의 섬기는 자리가 자랑스럽다고 한다. 노을빛복지관 앞에서 만난 지동 통친회 회원의 말대로 지동은 수원에서도 가장 사람살기 좋은 마을임에 틀림없다.
“지동은 사람살기 힘든 마을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자동을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죠. 지동처럼 정겨운 곳은 없습니다. 지동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지역 내에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지동은 항상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앞으로 지동은 정말 사람이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입니다”
“300명분 동지팥죽을 준비하고 있어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동지팥죽을 쑤는 남자
12월 22일은 일 년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이다.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맞이하는 겨울의 절기 중에 한 날로, 음력으로는 동짓달(음력 11월) 12일이다. 사람들은 동짓날에는 무조건 팥죽을 끓여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들 있지만 동지는 ‘애동지’, ‘중동지’, ‘노동지’로 구분을 한다.
음력의 날짜에 맞추어 동짓달 초순(초하루 ~ 10일)에 동지가 들었으면 애동지, 중순(음력 동짓당 11일 ~ 20일)에 들었으면 중동지, 하순(21일 ~ 말일)에 들어있으면 노동지라고 부른다. 올해는 중동지로 팥죽을 쑤는 해이다. 하지만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 이제는 팥죽전문점이 생겨서 그런 옛 풍습도 무의미해지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애동지에 팥죽을 쑤면 집안에 있는 아이들의 피부가 마치 팥죽을 쑬 때 일어나는 기포처럼 일어난다는 속설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어른들이 계신 집에서는 애동지 때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 팥죽은 붉은 팥으로 쑤기 때문에 집안에 드는 재액(災厄)을 물리친다고 한다.
동지를 ‘작은 설(=亞歲)’로 정해
동지를 흔히 작은설(=亞歲)이라고 부른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소개되어 전하는데,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동짓날 팥죽을 쑤어 역신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동지를 ‘아세(亞歲)’라고 했다. 아세란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것으로, 동지가 지나면 하루에 낮의 길이가 1분 정도 길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동지가 지나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우리 풍속에서는 동지를 음력 설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겼다. 동짓날 팥죽에 찹쌀로 빚은 새알 옹심이를 자신의 나이만큼 넣어서 먹는데 이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 것이라고도 했다.
동지팥죽은 이른 아침에 쑤어서 집안 대문서부터 곳곳에 뿌려준다. 이 모든 것은 모두 집안에 사악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21일 동지 하루 전날,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56번길에 소재한 고려암에서는 팥죽 준비를 하느라 사람들이 바삐 움직인다.
300인 분 팥죽을 쑤어 이웃에 나누어줘
“지난해는 팥을 여섯 말 쑤었는데 올해는 다섯 말 쑤었어요. 그 대신 찹쌀 옹심이를 많이 만들었죠. 내일 새벽에 일어나 팥죽을 쑤어서 10시부터 마을 어르신들을 집으로 모셔 대접을 하려고요. 매년 하고 있는 연중행사지만 올해는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실 것 같아요. 어르신들께 대접을 할 음식이니 정성을 더 들여야죠.”
날씨가 푸근하다고는 해도 오랜 시간 밖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몸이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그런 힘든 작업인데도 불구하고 오직 어르신들에게 대접을 할 수 있다는 봉사정신 하나로 평생을 보내고 있는 고성주씨.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동짓날에는 팥죽을 준비한다. 집으로 찾아오는 어르신들만 해도 200여명 가까이 된다.
‘몸이 불편하셔서 못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은 통에 담아 집으로 배달해 드려요. 팥죽 드시고 2016년 병신년에는 건강하게 지내시라고요. 한 해라도 팥죽을 쑤어 대접을 하지 않으면 무엇인가 할 일을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고성주씨가 쑤는 팥죽은 맛이 남다르다고 한다. 이집 팥죽을 먹어 본 사람들은 딴 곳에서 팥죽을 먹으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통을 갖고 와 가족들을 먹을 것을 가져가기도 한다. 그래도 군말 없이 팥죽을 떠주고는 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먹일 수 있으면 즐겁다는 것이 고성주씨의 말이다.
“요즘 살기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우리 팥죽을 드시고 모두가 내년에는 건강하고 복을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늘 주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주려고 하는 고성주씨. 다섯 말이나 되는 동지팥죽에는 그의 정성이 가득하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처럼 모든 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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