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란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르게 마련이다. 어느, 누구는 기름진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담백한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달짝지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다가 보니 사실은 내 입맛에 맞는다고 해서, 그 음식이 맛있다고 소개를 한다는 것도 참으로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 위치한 권선종합시장. 이곳에는 저녁이 되면 사람들의 말길이 분주해진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것일까? 그것은 이 시장 안에 자리하고 있는 족발 집들 때문이다. 한 라인을 온통 족발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서기만 해도 구수한 족발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수원시 권선동에 위치하고 있는 궈넌종합시장 내에는 족발집들이 몰려있는 시장 길이 있다.(위) 내가 가끔 들려 족발 등을 먹는 전주 해장국집  



출출할 때 찾아가면 좋은 곳

 

가끔은 이곳을 들린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 탁주 한 잔에 정을 나누기도 좋지만, 그것보다 출출할 떼 따끈한 순대국 한 그릇에 피로가 풀리기 때문이다. 몇 집을 찾아가 보았지만 그래도 내 입맛에는 전주식당의 음식이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맞는 듯해 이집을 자주 찾아간다.

 

저녁을 먹자는 지인들과 함께 찾아간 전주식당. 넓지 않은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차 있고, 시장 길에는 족발을 썰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족발 하나에 술 한 변을 시켜 놓고 기다리다가 보면, 순대도 한 접시 서비스로 준다. 그리고 푸짐하게 고기가 들어간 술국도 한 그릇 준다.

 

 음식을 시키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밑반찬과 김이 피어오르는 순대한 접시. 서미스 품목이다. 


 

재래시장이라는 곳이 워낙 인심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말만 잘하면 그냥 준다는 재래시장의 인심은 항상 찾아갈 때마다 사람을 기분좋게 만든다. 권선시장 순대골목도 예외는 아니다. 늘 이것저것을 요구하지만, 그럴 때마다 낯 한 번 찡그리지 않은 주인이 있어 기분 좋은 집이다.

 

다양한 먹거리가 족발골목의 장점

 

우선 권선시장 족발골목에 가면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족발도 그리 적당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가 있다. 4인이면 큰 것을 시키면 되고, 3인이면 중간 것을 시키면 충분한 양이 된다. 순대국도 일품이지만 우리는 가끔 모듬안주를 시켜 먹는다, 모듬안주 한 접시면 세 사람이 충분히 몇 병의 술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짐하게 내 주는 순대국밥.


 

물론 모듬안주 한 가지만 갖고는 조금은 부족한 듯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모듬안주를 시켜도 순대 한 접시와 술국 한 그릇은 항상 서비스로 나온다. 푸짐하게 나오는 술국에 밥 한 공기를 주문하면 저녁까지 해경을 할 수도 있는 곳이다. ‘기분 좋은 인심이란 말이 실감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술국도 먹다가 식으면 바로 덥혀서 내준다. 그냥 덥혀만 주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더 넣어서 다시 내주기 때문에 그냥 한 그릇이 된다. 인심이 좋아서 찾아가는 곳. 권선종합시장 족발골목은 그래서 늘 사람들도 북적인다. 해가 설핏할 시간이 되면 이곳으로 찾아드는 많은 사름들. 나름대로 단골집을 정하고 늘 그 집 문으로 들어서는 것은,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기 때문인가 보다.

 


 

푸짐한 모듬안주 한 접시에 15,000원이다. 모듬안주륵 시키면 술국도 곁들여준다. 전주 해장국집을 찾은 손님들 (위로부터)


 

수원엔 많은 먹거리촌이 밀집되어 있다. 그 중에 한 곳이 바로 권선종합시장 족발골목이다. 수원을 찾았다면 이곳을 한 번 들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재래시장의 인심과 맛있는 족발이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사실 답사를 한다고 수 없이 돌아다니는 나에게는 숙소에서 밥을 시켜 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딱히 이 집 음식이 정말 맛있다라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만 같다. 대개는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화학조미료로 인해, 몇 숟갈 뜨다가 말고는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은 대개가 뜨내기손님이라는 인식 때문인가는 모르겠지만, 참 성의 없는 찌개에 성의 없는 반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렇게 시켜먹는 밥반찬에 달걀 부침이라도 하나 얹혀 있으면 감지덕지하다. 그동안의 그런 불유쾌한 사연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만한 배달음식을 보았다.

 

 

배달통 안에 별별 것이 다 있네.

 

점심시간에 찾아간 아우녀석네 집에서 그냥 중국집에서 짬뽕이나 한 그릇 시켜 먹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음식을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한다. 찌개를 잘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동안 수없이 시켜먹었던 찌개전문점이라는 식당에서 갖다 준 음식들이 너무나 입에 맞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녀석이 잘하는 집이라고 하도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그냥 한 번 먹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가져 온 음식을 담은 배달통을 여니 김이 무럭무럭 난 찌개냄비 밑에 야외용 가스레인지까지 보인다. 그것만이 아니다 반찬통을 여는데 우선 반찬 종류도 여섯 가지나 된다.

 

 

사실 종류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달된 찌개에 반찬들을 보니, 왠지 이 집 음식 맛이 좋을 듯하다. 반찬 한 가지를 집이 한 입 넣어본다. 그런데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딴 것도 한 번 먹어본다. 마찬가지이다. 이 집은 전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팔팔 끓는 찌개를 덜어 먹어본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반찬을 만든다는 이집, 남는 게 있을까?

 

이집은 그날그날음식을 만들어요.”

바빠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이 집은 하루치 만든 양이 떨어지면 그냥 문을 닫아버려요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것이 있겠냐?”

모르죠. 그래도 전에는 6,000원 받았는데, 천원을 올렸네요.”

 

 

전날 장을 보아다가 새벽에 반찬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치로 준비한 것이 떨어지면, 초저녁에도 문을 닫는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배달을 하고도 남는 것이 있을까 모르겠다. 오늘 낮에 배달을 시켜 먹은 이 음식으로 인해, 그동안 배달 음식에 대해 좋지 않았던 인식이 뒤바뀌었다.

 

일부로 그 집을 알고 싶어 아우녀석에게 명함이라도 있는지 알아보니, 에어컨에 붙어있던 차림표를 떼 준다.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에 있는 동경식당(031-242-8207)이라는 것이다. 주변이 회사 사무실과 공구상가가 밀집되어 있어, 주로 배달을 많이 한다는 동경식당. 그래서인가 점심시간이 되면 인근 사무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어느 때는 오후 3시쯤에 늦은 점심을 먹으로 갔는데도 재료가 다 떨어져 장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날도 있어요.”

 

아우의 설명이 아니라도 능히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 밥 한 그릇에 기분이 좋아지는 오늘. 먹기 전에 사진 찍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난 블러거니까.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로 인해 아침에 갈증이 난다. 새벽녘에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창을 열어보니 친구 녀석 하나가 문 밖에 서 있다. 외국에 나가 사는 녀석인데 뻔질나게 들어온다. 말이야 사업차라지만, 이 새벽에 서울도 아니고 예까지 웬일인가 싶다. 들어오자마자 이 녀석 밥 타령이다.

 

배고프다 밥 좀 다오

해장국이라도 사먹지 그랬냐.”

난 조미료 친 음식은 못 먹는 것 알잖아.”

그래도 그렇지 여기가 무슨 식당이냐.”

 

친구녀석이 딱 8,000원짜리 밥상이라고 우긴 상차림이다. 밥은 현미밥이다.

 

정말 말이야 육두문자를 섞어가면서 했지만, 적을 글이야 그럴 수 없으니 말이다. 암튼 이 친구 녀석은 한국만 나오면 우리 집에 와서 밥을 차려달란다. 딴 곳에서 한 그릇 먹던지, 아님 제 동생들도 서울에 살고 있는데 새벽이고 밤이고 우리 집으로 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동생네 집보다 우리 집이 밥 달라고 하기가 편하다고 너스레를 떠는 데야 어쩔 수 없지만.

 

어찌하랴 얼른 차려 먹어야지

 

참 이 정도면 이 녀석 친구가 아니고 상전이다. 어쩌다가 이 나이에 상전 한 분 모셔야 하는지 어이가 없다. 아마 매일 이렇게 찾아온다고 하면 벌써 어디론가 잠적을 했을 것만 같다. 이 친구 녀석은 참 당당도 하다. 밥을 달라고 하는 주제에 주문은 어지간히 해 댄다.

 

야 된장국 좀 시원하게 끓여봐라. 너희 집 된장 맛있잖아.”

됐다. 넌 여기가 무슨 식당인줄 아냐. 아니면 돈을 내던지

돈이야 달라면 주지, 그럼 8,000원짜리 밥상으로 차려라

 

냉이된장국. 조미료를 친 음식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녀석때문에 된장으로만 끓인다. 물론 청영고추, 마늘, 파 등등은 다 들어갔지만. 

 

이 정도면 이 녀석하고는 더 이상 말을 섞으면 나만 손해다. 어떻게 예전에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인데 이렇게 뻔뻔해졌는지. 요즈음은 말하는 투가 여간이 아니다.

 

마침 냉장고에 사다 놓은 냉이가 있어, 냉이국을 끓여주었다. 반찬이야 나 혼자 먹을 땐 3~4가지면 족하지만 그래도 친구 녀석을 먹여야 하니, 이것저것 한상 차려주었다. 현미밥에 냉이된장국. 거기다가 푸짐한 반찬. 이 정도면 식당에서 먹어도 8,000원짜리는 될 것만 같다.

 

밥 먹기가 무섭게 떠나버린 친구 녀석

 

참 블로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친구 녀석 밥상을 차리면서도 그것을 찍고 있다니. 왜 블로그를 하면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 것인지.

 

야 네 나이가 얼만데 아직도 밥 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냐. 이제 그 블로그인지 말라비틀어진 수수깡인지 그만 좀 해라. 밥을 하면서도 사진을 찍어대니 참 못말릴 병이다. 넌 아주 중병에 걸린 거야.”

 

그 녀석 참 밥을 얻어먹는 주제에 탈도 많다. 하긴 그렇다. 이 블로그란 것이 참 묘하기는 하다. 밥이나 차려 먹이면 될 것을 일일이 사진을 찍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배고프다고 졸라대는 친구 녀석을 위해 상을 차려놓고, 잠시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참 어이가 없다.

 

녀석은 외국에 살면서도 참 시골스럽다. 된장에 넣었던 깻잎, 고추, 민들레 뿌리 김치, 오징어채 무침 이런것들을 유난히 좋아한다. 친구이긴 하지만 식성까지 나와 흡사하다.

 

30분 정도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집에 들어오니 친구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 산책이라도 나갔나보다고 밥상을 치우고 앉아있는데 전화가 온다.

 

! 친구야 나 서울 가고 있다. 내일 다시 들어가야 하는데, 이젠 가을에나 나올란다. 나오면 또 들릴게. 밥 잘 먹고 간다.”

 

참 어이가 없다. 밥 한 그릇을 먹자고 그 새벽에 서울에서 내려오다니. 하기야 꼭 밥을 먹으러만 왔을 리는 없다. 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바쁘게 사는 녀석이라,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려고 온 것이지를 다 일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늘 고맙다. 그냥 한국에 나왔다가 모르는 체 들어가도 되는데 말이다. 나이가 먹어 가면 친구가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나저나 오늘도 밥 값 또 뜯겼다.”

사실 2013년 새해 들어 첫 답사지를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으로 잡은 것은 꼭 답사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새로 보금자리를 큰 지인도 만날 겸 문화재도 둘러볼 겸 한 걸음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었다. 요즈음은 도통 답사를 자주 못나가니, 이렇게라도 짬을 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고성에 도착한 15(), 추우도 정말 너무 추웠다. 그저 말을 할 때마다 입안으로 몰려드는 찬바람이 목을 아프게 할 정도였으니. 이렇게 추운 곳에서 한 겨울을 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겠지만, 다행히 새로 보금자리를 튼 지인은 그것마저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하기야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살아가야 할 테지만 말이다.

 

 

함께 먹는 밥상이 최고라니

 

16일 일요일.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시작한 답사는 다행히 전날과는 다르게 날이 춥지가 않았다. 바람도 잦아들어 답사를 하기에는 적당한 날인 듯하다. 전날 밤 어찌나 추웠던지 차 안에 있던 카메라가 얼어 아침에는 작동이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둘째 날의 답사가 시작되었다.

 

한 번 나가면 그래도 5~6개의 글거리를 들고 와야 하는 것이 답사 일정이다. 한 두 개 정도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경비를 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보면 자연히 걸음을 빨라지게 되고, 끼니때를 제대로 맞출 수가 없다. 항상 때 늦은 밥을 먹는 것이 답사 일정엔 그러려니 한다.

 

 

함께 동행을 한 지인들이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장칼국수 어때요?’란다. 장칼국수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나이기 때문에 별로 달갑지가 않다. 한데 이 일행 모두가 맞장구를 치면서 좋다는 것이다.

 

처갓집에서 한 상 받았네.

 

혼자 우길 수도 없는 일이라, 옛날에 장칼국수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도 일행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상책. 무조건 따라 들어가야 다음 일정을 당길 수 있으니 어찌하랴. 고성군 거진읍 거진 6리에 소재한 처갓집 해물칼국수. 우리가 점심에 들어간 식당의 상호이다.

 

식당 안에는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뒤라 아무도 없다. 한편에 자리를 하고 앉아 장칼국수 네 그릇을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찬을 갖다 주는데 달랑 두 가지 밖에 없다. 무채무침과 김치, 그리고 접시 하나. 속으로 내 그럴 줄 알았지라며 혼지 투덜거린다. ‘그래도 반찬이 세 가지는 되어야 하는 것 아냐. 난 집에서 밥을 먹어도 서너 가지의 반찬은 꼭 챙기는데’. 혹 남들이 들을세라 입 밖으로는 내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잠시 후 갖다 준 장칼국수. 그런데 전에 먹던 것과는 모양새가 좀 다르다. 우선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어본다, 장맛이 깊다. 전에 먹은 것은 조미료를 많이 넣어 니글거렸는데, 이 장칼국수는 담백하다. 내용물을 좀 뒤집어 본다. 빈 그릇 하나가 바로 칼국수 안에 넣은 조개 껍질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조금 덜어서 맛을 본다. 깊은 맛이 있다. 역시 장맛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래서 이 집을 그렇게 가자고 했나보다. 사람들의 입맛이란 것이 결국에는 비슷한 것일까? 양도 적당하니 좋다. 한 가지가 마음에 들면 그 다음은 굳이 따지지 않아도 좋다. 오전 내내 돌아다녀서일까? 한 그릇 가지고는 조금 부족한 듯하다.

 

 

진한 국물이 남아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밥을 한 공기 시켜 나누어 말았다. 그 맛 또한 이제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우선은 먹고 나니 뒤끝이 개운하다. 꼭 많은 반찬을 차려 진수성찬을 받아야 맛이 좋다고 할까? 이렇게 단출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장칼국수 한 그릇으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바람 부는 날 장 칼국수 한 그릇 어때요?”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 6리

상호 / 처갓집 해물 칼국수

가격 / 장칼국수 6,000원

전화 / (033)682-4292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물론 사람이 살면서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걱정을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사는 늘 그렇다. ‘밥은 먹고 사냐?’ 라는 질문이다. 물론 밥을 굶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질문 속에는 혼자 생활을 하면서 혹 귀찮다고 제 때 끼니를 때우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날마다 취재한다고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저녁이 되면 거의 술자리에 있는 나를 보고 걱정스러워 하는 말일 것이다. 혹은 저것이 밤에 술을 먹고 아침에 귀찮다고 혹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리 정말 듣기 좋은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항상 “왜 그러고 혼자 사냐?” 라는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12월 23일(일) 아침 상

 

걱정마라 아침은 세상없어도 해 먹는다

 

여기저기 기사를 쓰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보면, 아침 이외에는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인가 아침은 세상없어도 꼭 챙겨먹는 버릇이 생겼다. 천성이 그래서인가는 모르지만, 밥을 먹을 때 반찬을 통째로 내 먹기가 죽기보다 싫다. 그런 것 하나가 내가 괜히 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 TV 등에서 방영을 하는 것을 보면,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찬을 그릇째 먹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화면을 볼 때마다, ‘나는 저렇게는 살지 말자.’고 늘 생각을 한다. 물론 아직은 남들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찾아오지는 못하고 멀리서 걱정만 수 없이 하는 지인들. 그들에게 나 잘 살고 있으니 걱정을 하지 말라고 전해고 싶은 마음이다.

 

나, 이렇게 먹고 산다.

 

예전에는 밥을 먹을 때 부친께서 국이 없으면 꼭 물이라도 한 그릇 곁에 두어야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국’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나도 늙어 가는가 보다. 성격이 까다로워서인지 찬은 꼭 용기에 덜어서 차려 먹는다.

 

지난 일요일부터 왜 아침 밥상을 찍고 싶었을까? 아마도 지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보다. 전날 아무리 술에 떡이 돼서 들어와도, 아침은 일찍 일어나 꼭 챙겨먹는다. ‘밥심‘이라는 말을 철저하게 신봉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25일)까지 3일간 내가 챙겨먹은 아침밥상은 이렇다.

 

 

일요일 아침밥상(12월 23일)

 

밥이야 아침마다 해 먹는 것이니 늘 따듯한 밥을 먹는다. 항상 하는 말이 얼마나 더 먹겠다고 식은 밥을 먹느냐고 반문을 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에 국은 미역국을 끓이고 찬은 항상 4~5가지 정도를 차린다. 이날 찬은 김, 오징어 채 무침, 된장에 넣었던 깻잎, 그리고 파김치였다.

 

 

월요일 아침밥상(12월 24일)

 

전날 과하게 마셨더니 입이 칼칼하다. 이런 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묵은지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다. 이상하게 묵은지 찌개를 먹으면 속이 확 풀리는 듯하다. 참 식성마저 남다른 것인지. 월요일 아침에 반찬은 김(워낙 좋아하는 고로)과 연근뿌리, 장조림, 그리고 꼴뚜기젖으로 아침을.

 

 

화요일 아침밥상(12월 25일)

 

밤이 새도록 책 교정을 보느라 새벽 4시가 넘어서 눈을 부쳤다. 6시 정도에 눈을 떴으나 머리가 조금 무겁다. 몸살 기운도 있는 것 같아, 북어국을 끓였다. 먹을 때 고춧가루를 치면 몸살기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찬은 고추장아치와 조개젖, 김치와 계란부침이다. 가급적 반찬은 매일 다르게 먹는 편이다.

 

그래도 이렇게 냉장고 한 가득 반찬은 많은 이유는 주변의 덕이다. 살다가 보니 아직 인심은 크게 잃지 않았는지, 여기저기서 걱정들을 하고 찬이라도 한 통씩 갖다가 주신다. 아마도 주변에 그런 좋은 이웃이 있어 꽤나 버티고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에게 밥은 먹고 사냐?는 질문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보다 잘 먹고 살고 있으니. 그러고보니 우리 집 냉장고에 반찬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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