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에 51회 봉사에 30,000여 그릇, 2012년 12월 20일까지 64회 35,000 여 그릇. ‘사랑실은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이 전국을 다니면서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한 회수와 그동안 봉사를 한 짜장면과 짜장밥의 그릇수이다. 2년 동안 115회 봉사에 65,000 그릇 정도를 급식공덕을 했다.

 

운천스님의 짜장봉사는 날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처음에는 노인복지관과 군부대, 그리고 장애자들이 있는 복지재단 등에서 활종을 하더니,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 안 다니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남들이 들어가기 싫어하는 불산누출 사고마을이나 섬까지 들어가 봉사를 한다.

 

 

봉사는 나의 운명이라는 짜장스님

 

운천스님의 짜장봉사는 천년고찰인 남원선원사 주지로 부임을 하면서 부터이다.

 

“선원사 주지 소임을 맡아 왔는데, 우연히 짜장면을 만들어 공양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군부대가 있어 장병들에게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짜장면’이라는 것입니다. 몇 날을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했죠.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 속으로 들어가 실천을 하자고요.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 마음에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제가 다가갈 수 있는 길은 짜장면을 들고 가는 길이 가장 지름길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죠.”

 

그래서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시작했다. 지금은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운천스님의 행보가 요즈음은 종교의 벽을 뛰어 넘었다. 시류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고 해서가 아니다. 이미 종교의 벽은 하나도 가치가 없다고, 어떤 종교에서 필요로 하던지 망설이지 않고 달려간다.

 

 

처음 불교와 관련 된 곳을 찾아다니던 운천스님은, 이제는 스님짜장 한 그릇으로 갑갑하고 꽉 막혔던 종교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데 일조를 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경비가 만만치 않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데, 그 또한 많은 부담이 된다고 한다. 더구나 장비를 싣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적은 차로 이동은 불가능하다.

 

“짜장 한 그릇에 원가를 따져보니 1,400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물론 자재 값만 그렇습니다. 인건비면 운송비 등을 합치면 원가는 더 들어가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따질 수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저희를 필요로 한다면 달려가야죠. 지금은 그것이 제 운명이 되어버렸습니다”

 

껄껄 웃으면서 밀가루 반죽을 한다. 내일은 또 멀리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일 년이면 60회 정도를 봉사를 하러 다니다가 보니, 함께 봉사를 하던 봉사단들이 모두 치쳐 있다는 것.

 

 

스님짜장의 특별함, 그 비밀

 

스님짜장이 사람들에게 왜 인기가 있을까? 물론 무료로 나누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매달 두 번씩 찾아가는 부산 구서 전철역의 무료급식소에는 800여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자리가 모자라 항상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 중에는 이런 곳에 와서 드시지 않아도 될 법한 어르신들도 눈에 띤다. 왜일까?

 

“스님짜장의 맛이 달라요. 우선은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기도 하지만, 고기를 쓰지 않아요.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담백함이 느껴져요. 무엇인가 이 짜장만이 갖고 있는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스님짜장을 급식하는 날이 되면, 일부러 이곳에 오신다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다. 도대체 스님짜장 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짜장 봉사를 하면서도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걱정을 하는 운천스님이다.

 

“비밀이 무엇이 있겠어요. 그저 남들보다 더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 고기보다 비싸다는 콩고기와 콩 햄 등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짜장을 볶아내고 면을 그 자리에 뽑아서 삶아내기 때문인 듯도 하고요”

 

그렇게 대답을 하는 운천스님이지만, 사실 스님짜장의 맛의 비밀은 딴 곳에 있었다. 짜장을 어쩔 수 없이 사용을 하고 있지만, 짜장을 볶을 때 사용하는 육수를 밴댕이 등의 어류와 멸치를 삶아서 만든다. 그리고 야채의 종류가 7~8가지나 들어간다. 이런 것들이 모여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다. 먹는 사람들의 건강을 최우선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돼지고기를 넣기도 합니다. 외진 곳이나 불산마을, 군부대 등에는 고기를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이 콩고기보다 더 쌉니다. 그래도 옛날 분들은 그런 것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고기를 넣어 드리기도 하죠.”

 

결국 스님짜장의 비밀은 정성과 재료가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우선 들어가는 야채 종류가 다양해 그것들이 어우러져 느끼한 맛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짜장면을 한 그릇씩 비운 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것을 보는 짜장스님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환하다.

답사 길은 늘 허기진다. 밥을 제대로 먹고 돌아다녀도, 오전에만 걷는 거리가 20리는 족히 되기 때문이다. 답사 중에는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많지만, 제 시간에 맞추어 밥을 먹기란 정말 힘이 든다. 거기다가 제 시간에 먹는다고 하여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전라북도 부안군 지역으로 답사 장소를 정했다. 항상 그렇듯 한번 길을 떠나면 1박 2일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당일치기는 피곤도 하지만, 그 지역의 풍물을 제대로 익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 들어가 문화재를 답사한다는 것은 곧, 그 지역의 기본적인 풍속 등을 알아야만 한다. 그럴 때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것이 음식문화고, 그런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답사 중에 받은 지인의 전화

 

답사를 하다가 보면 산을 오르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이번 답사 길에는 몇 번인가를 산으로 올랐다. 전날 잠을 설치고 나서인지 산을 오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답사 중에 전화가 오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 이유도 그러하다.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는데 전화가 오면, 헐떡이면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예 ○○○입니다”

“형님, 저 ○○입니다”

“반가워 잘 있었어?”

“예, 이곳에 내려오셨으니 점심이나 함께 하시죠?”

“그러지. 내가 지금 답사 중이니까 어디서 만날까?”

“예, 그곳에서 하서면 청호리를 입력하시고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이미 시간은 오후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동행을 한 아우 녀석도 나도, 지쳐가고 있던 터라 전화가 반갑기가 한이 없다. 그래도 하던 일은 계속해야 하니 답사를 마저 하고 길을 바꿨다.

 

 

수어가 풍부한 청호저수지

 

하서면 청호리에 있는 청호저수지. 계화도 간척지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축조된 방대한 저수지이다. 저수지라기보다는 큰 호수 같은 느낌이 든다. 청호저수지는 물이 맑아서 민물새우, 붕어 등 각종 담수어가 풍부하여 낚시꾼들의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넓은 수면으로는 한가하게 물오리들이 떠다니고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집을 떠나 객지에서 만나는 지인은 늘 반가움이 더하다. 인사를 하고나서 먹을 것이 나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한다. 창밖으로는 넓은 청호저수지가 내다 보여 분위기가 한층 더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붕어찜이 김을 내면서 상에 올라온다. 보기에도 푸짐하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던가. 살점을 떼어 입안에 넣어보니 별미다. 청호저수지에서 잡히는 붕어를 이용한 찜이라는 것이다. 배도 고플 시간이었지만, 그 맛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다. 한참을 먹다가 생각해보니 ‘아차,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것을’ 하는 생각이 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이런 이미 붕어는 가시가 들어났다.

 

허기진 김에 먹느라고 일일이 촬영을 하지 못했음을 이해해 주시길...

 

맛있는 음식에 정까지 더한 진수성찬

 

맛있는 음식에 반가움까지 더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부안에서 나오는 ‘뽕술’까지 한 잔 곁들여 매운탕까지 이어진다. 배는 이미 찰만큼 찼는데도 연신 손놀림이 그치지를 않는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지나고, 오후 일정은 포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대수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이 있는데.

 

그렇게 이번 부안군의 답사는 흠뻑 정을 느껴 본 길이다.뽕술 답사를 하면서 지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전날 황사에 비바람,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다닌 답사 길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인지. 미처 돌지 못한 몇 곳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은 느낌이다.

집에서 먹는 먹거리란 것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하기에 사람들은 가끔은 외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요즈음에는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한다는 것도 그리 반갑지가 않다. 우선은 많은 양의 조미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값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살기가 팍팍한 세상에서 그래도 먹거리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역시 값싸고 푸짐한 음식이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402-28 (팔달문로 20)은 지동시장의 입구 모서리에 자리하고 있다. ‘추억의 장날만두’라는 상호를 단 이 집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장날만두(사장 김영춘)는 지난 해 개업을 한 집이다. 만두 1인분에 3,000원(왕만두 6개)을 받고 있으며,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등이 있다.

 

 

단골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 곳

 

가끔 이 집을 들려 만두를 사고는 한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고 난 뒤 괜히 밤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음식을 조리한다는 것이 조금은 귀찮기 때문이다. 장날만두에서는 만두만 파는 것은 아니다, 팥 앙금이 가득한 찐빵이며 도넛, 꽈배기 등도 판다. 하지만 내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만두 종류이다.

 

고기만두 1인분(6개)에 3,000원, 김치만두 역시 같은 가격이다. 둘 중에 하나만 사가도 한 끼 대용은 충분하다. 가끔은 날이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10여 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한창 사람들이 몰릴 때는 기다리는 줄이 10여 m를 넘어가기도 한다. 그만큼 추억의 장날만두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좋다.

 

 

담백한 장날만두, 어머니 생각이 난다

 

이 집 만두를 가끔 사들고 집에 들어가, 커다란 만두를 먹고 있노라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살아생전 참 만두를 많이도 만들어주셨다. 지금처럼 그렇게 영업적인 만두 맛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만두는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장날 만두를 처음 사다가 먹었을 때, 그 안에 어머니의 만두 맛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가끔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만두를 사서 들어가고는 한다. 술이라도 한 잔 한 날은 반드시 이 집에 들려 만두를 사 간다. 가끔은 마음 좋은 사장님이 찐빵 하나를 더 얹어주시고는 한다. 아마도 충청도 인심인 모양이다. 수원에 들릴 기회가 되면 지동시장 입구애 있는 ‘추억의 장날만두’를 꼭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장 소 : 수원 지동시장 입구 장날 만두

연락처 : 031-252-8599

 

 위는 김치만두. 이렇게 담아 3,000원이다. 아래는 고기만두 위에 사장님의 특별 서비스인 찐빵 하나


 위는 고기만두의 속이고 아래는 김치만두의 속이다


식당 안이 온통 옥(玉)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방 여기저기는 옥의 원석이 놓여있는가 하면, 방바닥이며 식탁도 옥이다. 심지어는 마시는 물도 옥수(玉水)이며, 그릇도 옥이다. 담배를 터는 재떨이까지도 목이다. 집안에 들어가면 무엇인가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한번 이 곳을 들린 사람들은 다시 찾는가 보다.

 

식당 안을 모두 옥으로 꾸며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서 진부령 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우측에 보이는 식당이 있다. 고성군 간성읍 교동리 749-1에 소재한 고성 옥류관은 충청도식 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간판이 걸려있다. 옥류관이라는 말에 평양을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기본찬과 생태찌개(아래)

 

이 옥류관은 그야말로 집안 전체가 옥으로 덥혀있어 붙여진 상호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문 앞에 커다란 돌이 하나 우뚝 서 있다. 기묘하게 남자의 성기를 닮은 돌이 눈길을 끈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옥 천지다. 바닥이며 식탁, 그리고 여기저기 널린 옥돌의 원석이 즐비하다.

 

강한 녹의 기운이 느껴져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약한 분들은 우리 집을 들어서면 어지럽다고 쓰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시 후면 몸이 가벼워지는 듯하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옥 제품으로 꾸미게 되었는가를 물으니, 옥류관 주인인 깁병영씨는 원래 <고성 금강(金剛) 뫼 옥>이란 공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밥과 누룽지(위)와 이집은 물에도 옥이 들어가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 앞에 향로봉이 있는데, 그곳에 큰 까치봉은 옥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질 좋은 옥이 나던 곳이죠. 백두대간을 훼손한다고 옥 채광을 막아 그만두고 옥류관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남은 옥을 이용해 음식점을 차렸다는 것이다.

 

음식자랑을 하다가 옥 이야기로 빠져버렸지만, 이집은 모든 그릇이 옥 제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음식을 나르는 종사원들이 너무 무겁다고 하여서 도자기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한참 옥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밑반찬을 갖다 놓는다.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그리고 놋그릇에 담아 낸 밥은 윤기가 흐르고, 누룽지를 한 사발 갖다가 놓는다. 충청도식 밑반찬에 한정식이 주 요리라고 하는데, 일부러 청정지역에서 잡힌 생태찌개를 시켰다. 상 위 한 냄비 가득 차게 끓고 있는 생태찌개에는 각종 해산물이 가득하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옥류관은 옥이며, 음식이며 정말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맛 볼 수 있어 좋다.

 

요즈음처럼 날이 쌀쌀할 때 금강산의 설경을 보거나, 여름철 화진포 해수욕장을 향해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옥류관. 그저 마음 좋은 주인과, 옥으로 장식된 실내, 그리고 옥수에 건강을 생각해 차려내는 정갈한 음식. 진부령을 넘어 간성읍으로 가는 길목에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방안이 뜨듯하면 그저 밥을 잘 먹고 한숨 자고 싶기도 한 집이다. 거기에 마음 좋은 주인의 인심이 맛을 더 한다.

 

주음식 : 충청도식 한정식. 생태찌개

주소지 :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교동리 진부령 넘어 간성으로 가는 길목

연락처 : (033)681-9933 / 010-6376-5878

11월 28일(수) 오후 7시에 모임이 있었다. 수원 영화동 장안문 길 건너편에 ‘거북시장’이 있다. 정조의 화성 축성 당시에 장이 개설이 되었으니, 벌써 200년이 훌쩍 지난 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재래시장이기 보다는, 도심 상권과 같은 형태로 꾸며진 곳이다. 이곳 거리 한 복판 2층에 거북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모임이 있었다.

 

모임은 수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연고지가 있는 전문가들이 가칭 ‘수원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자 모인 것이다. 모두 7명이 참가를 했는데 각각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수원의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전국 최고의 문화예술도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만든 모임이다. 하지만 속내는 술 먹고 놀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임은 생두루치기 집에서

 

그런데 어째 모인 면면을 보니 모두 한 잔 하는 분들이다. 몇몇은 두주불사이니, 글쎄다 이 모임이 과연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렇다 치고 간단하게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를 한 후,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273-7번지에 소재한 돼지고기와 묵은지가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돈순네 생두루치기’로 자릴 옮겼다.

 

영화동 거북시장 돈순네 생두루치기 집은 가끔 모임을 갖는 집이다. 밑반찬은 별로 내지 않지만, 굳이 밑반찬이 필요하지 않다.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후, 거기다가 가래떡까지 그득하게 올려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는 딴 것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 행복한 집

 

사실 이 집을 찾아가는 것은 가격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3~4인이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가득 넣은 두루치기 전골이 중(中)이 20,000원이기 때문이다. 가끔 이 집에서 모임을 가지면, 큼지막한 전도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묵은지 음식을 많이 먹어보았지만, 이 집처럼 진한 맛을 내는 집이 별로 없었던 듯하다.

 

두루치기 전골은 입맛에 따라 주문을 할 수가 있다. 얼큰한 맛과 시원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모임에 주로 먹는 두루치기 전골은 항상 얼큰한 맛이다. 뜨듯한 국물과 함께 먹는 전골은 언제나 하루의 피로를 가시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좋은 사람들과 한 자리에 앉아 먹는 음식 맛은 남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객담 한 마디 하고 가자

 

사실 이 날 모인 모임은 좀 남다른 모임이었다. 수원에서는 각 방면에 내노라 한다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일 좀 하자고 했는데, 7명 중에 다섯 명이 박사님들이시다. 참 박사가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그것도 그냥 박사가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그 분야의 최초, 또는 최고 권위자들이 모인 모임이었으니 말이다. 한 두 사람만 소개를 해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쌀 중 흑미를 개발한 김재철 박사님이 모임에 수장이시다. 그런가 하면 최초로 무예 24기 중 마상무예로 논문을 써 박사가 된 최형국 박사도 있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모인 사람들이다. 술이 한 순배 들어가자 마치 오래된 지기들처럼 마음에 편해졌다. 그리고 그 중 누구 하나라도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을 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좌중은 형님과 아우로 호칭이 바뀌었고, 술이 잔에서 비어지기가 무섭게 또 따라진다. 세상사는 맛이 다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좋은 사람과 좋은 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선계(仙界)’라고 하는가 보다.

 

연락처 / (031) 254 - 8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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