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작품전시 ‘생명이 희망이다’전
문화공간오산 4층 전시실서 오늘부터
오늘(1일)부터 13일까지 문화공간오산 4층 전시실에서 오산시보건소(소장 왕영애)가 주최하고, 오산시정신건강중진센터(센터장 하태현)가 주관하는 2015 포스터 공모전 작품 전시인 ‘생명이 희망이다 전’이 열리고 있다. 2012년부터 오산 시내 중, 고등학생들이 그린 그림 중에서 수상작을 모아 전시를 연 것이다.
“간혹 이런 포스터를 학교나 거리 증에서 전시를 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전시관에서 전사를 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이번 주 목요일에는 오픈식도 열 예정이고요. 많은 시민들이 와서 보시고 자살예방사업에 동참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시실에서 만난 정신건강증진센터 사회복지사 한연희씨는 2011년부터 자살예방 포스트 공모전을 열었으나, 2011년 작품은 훼손이 되어 2012년부터 2014년 공모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모아 전시를 연 것이라고 설명한다.
2010년부터 자살예방사업 본격적으로 시작
오산시정신건강증진센터애서는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2010년부터 자살예방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삶에 희망을 주기 위함이다. 자살예방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울먹이는 목소리로 ‘죽고 싶다’는 고등학생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아팠다는 상담사들은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세르반테스의 말처럼 대화로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한다.
한 학생의 전화로 인해 2011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하고, 첫 해 7개 중학교 45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그 후 점차 규모가 커진 공모전은 2014년에는 15개 중, 고등학교 193명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지역사회의 문화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이 보는 자살예방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포스터 중에는 2012년 대상인 오산고 이수정의 ‘남은 사람들’, 2013년 대상인 원일중 나희정의 ‘용기를 내어 조금만 걸어 나오면 희망이 보입니다.’, 2014년 대상작품인 오산중 이승연의 ‘희망을 꼭 잡아 너를 놓지 않을게’ 등과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산시정신건강증진센터의 자살예방사업은 오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월~금요일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화로 예약을 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할 수 있다. 자살예방사업은 자살경향성 선별검사, 자살시도자, 자살유가족, 자살사고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비 지원, 센터 내 프로그램 참여 등 서비스를 하는 자살 고위험군 위기개입 등이 있다.
또한 자살예방교육과 자살예방간담회, 자살예방캠페인 등을 실시하여, 자살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번 생명이 희망이다 포스터 전시회도 이런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포스터 공모전 심사를 맡은 반송중학교 이승렬 미술교사는 “심사의 주안점은 타인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표절하지 않고, 창의성을 중점적으로 보았다.”며 “레터링과 문구가 포스터의 그림과 조화롭게 구성되었는지, 내용은 함축적으로 나타내었는지, 전제적인 배색과 게시했을 때의 시인성 등을 보았다”고 한다.
‘오산 아동별곡’, 정말 대단한 그림일세.
수청초등학교 전 교생이 그린 그림 20점
한 초등학교 전교생 600명이 두 명의 작가와 함께 완성한 그림 20점. 얼핏 보면 무슨 무신도(巫神圖)를 연상케 한다. 오산시 현충로 100에 소재한 문화공장오산 건물 외벽 한편에는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한 전시공간이 있다. 오산천이 내려다보이는 이곳 전시공간 세 곳 중 두 곳에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들은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이 전교생 600명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한 장의 그림을 한 학급의 아이들이 그렸다고 하니, 그림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8월이 끝나는 31일 찾아간 문화공간오산. 마침 월요일이라 전시공간은 쉬는 날이고, 이 야외전시장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그림을 설명하는 설명서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바로 이 그림들이다. 커다란 전지에 그린 듯한 이 그림들을 전교생이 달라붙어 색칠을 했다고 하면, 한 학급에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화판에 몰려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도대체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을까? 하나하나 돌아보다가 아이들의 후기를 보고나서야 무릎을 친다.
수청초등학교 전교생의 화합이 만들어 낸 그림
오산시 수청로 11-17에 소재한 수청초등학교(교장 이희주)는, 2006년에 개교한 초등학교로 600여명의 아이들과 50여명의 교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 600명과 강한별, 최세경 두 작가가 진행한 수업의 결과물이 바로 이 20점의 그림이다. 오산의 자랑거리인 고인돌공원, 독산성, 세마대, 궐리사, 오산천, 까마귀 등 오산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 그림은 아이들의 상상으로 그려진 스케치를 기본으로 하여, 두 작가가 밑그림을 그린 후 아이들이 직접 채색을 한 작품이다. 이 그림들은 지난 2014년 10월 작품을 완성해 그동안 오산 꿈두레 도서관(오산시 세교동 618 소재)을 시작으로 수청초등학교, 그리고 문화공장오산으로 투어 전시중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상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 수 있다. 오산천을 마음껏 누비고 유영을 하는 많은 물고기 떼, 그리고 세마대의 전설을 간직한 말 그림, 백제 때부터 지역을 수호하던 독산성. 권율장군을 생각하고 그린 듯한 병장기들. 아마도 설명이 없었다고 하면 누구나 무신도를 먼저 떠올렸을 듯한 채색과 그림들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협동심도 배운 아이들
“친구들하고 색칠하는 게 가장 재미있었어요.”
“색칠이 조금 엉망되도 괜찮아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것은 협동심, 이게 가장 좋았어요.”
“혼자 그릴 때는 외로웠는데, 친구들하고 같이 그리니까 좋았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색깔로 같이하니까 그림이 좀 예뻐졌어요.”
아이들의 후기 중에 적힌 글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그림, 그리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림 한 점을 그리기 위해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협동심을 배운 아이들. 이런 대단한 작업을 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즈음처럼 나만 아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내 자식만 최고라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나눔과 섬김’으로 봉사하는 고등반점
매달 돌아가면서 어르신들께 음식봉사
팔달구 고등동 139-27번지에 소재한 중화요리 전문점인 고등반점(대표 여가상). 26일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이 무리를 지어 이곳으로 모여든다. 고등반점을 찾아 온 어르신들은 팔달구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다. 왜 이분들은 이렇게 팔달구 전역에서 고등반점을 찾아 온 것일까?
이날 팔달구 전역에서 이곳에 모인 어르신들은 100여 명이다. 행궁동 6명, 매교동 10명, 매산동 10명, 고등동 10명, 화서1동 10명, 화서2동 5명, 지동 4명, 우만1동 4명, 우만2동 10명, 인계동 7명 등 76명에, (사)한국외식업중앙회 경기도지회 팔달구지부의 회원들과 팔달구와 고등동의 공무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이날 고등반점은 지역에 거주하고 계신 어르신들께 돌아가면서 음식을 대접하는 ‘나눔과 섬김’ 봉사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고등반점에서는 여가상 대표와 전 종업원들이 준비한 음식을 어르신들께 대접했다. 고등반점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탕수육과 자장면, 수박 등이다.
매년 1~2회씩 봉사하는 고등반점
“그동안 어르신들께 음식봉사를 많이 하셨나요?”
“예, 1년에 한 두 번씩 몇 년간 했습니다.”
“이렇게 대접을 하시려면 힘드실 텐데요?”
“아닙니다. 매번 하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정도하는 것인데요. 힘들지 않습니다.”
“외식업중앙회 회원 분들이 돌아가면서 이렇게 음식대접을 하시나요?”
“예,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저희 팔달구지부 회원님들이 돌아가면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죠. 겨울에는 어르신들이 눈길에 혹시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하지 않고, 3월부터 11월까지만 대접하고 있습니다.”
고등반점 여가상 대표는 이렇게 많은 분들을 모시고 음식들 대접하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 모여 음식을 나르고 봉사를 하는 팔달구지부 회원들도 한 달에 한두 번 씩 돌아가면서 대접을 하고 있지만, 힘들기보다는 보람되기 때문에 오히려 즐겁다고 대답한다.
“모두가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나눔과 섬김 봉사를 하는 고등반점에는 박흥식 팔달구정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외에도 수원시의회 이철승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팔달구 김영준 위원장 등도 동석을 했다. 박흥식 팔달구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모든 어르신들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6월과 7월은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로 인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뵈니 정말 기쁩니다. 오늘 이 음식을 드시면서 함께 자리하신 분들과 서로 담소도 나누시고, 모쪼록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나눔과 섬김 자리에 참석하신 한 어르신은, 팔달구에서 이렇게 매달 돌아가면서 지역에 거주하는 어른들을 섬기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우리 팔달구는 정말 어른들을 잘 모시는 곳입니다. 음식점에서 이렇게 나이 먹은 우리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는 하는데 정말 늘 감사하죠. 이렇게 대접을 하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살아야죠.”라면서 웃으신다.
팔달구에서는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수원시지회 팔달구지부와 함께, 팔달구 내의 식당들을 대상으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식당을 매달 한 곳씩 선정해 현판을 달아주고 있다. 고등반점은 ‘나눔과 섬김’ 제7호로 선정이 되었다.
잘나가던 호주 일식당 사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신명세습’으로 대를 이은 젊은 청년 오준범
“너는 도대체 박수냐 기자냐?”
“저분 기자예요”
22일 오전, 의정부시 시민로 122번길 15에서 열린 굿 현장에서 만난 오준범(남, 29세)이, 굿판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던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30년 가까운 세월을 굿판에서 수많은 굿을 보았고, 수많은 무격(巫覡=여무와 남무)들을 만났지만 이런 질문을 받기는 처음이다.
“어제 기자님 가신 다음에 준범이가 제게 말을 했어요. 그 분은 기자이신 것 같은데 웬만한 무당보다 우리 굿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할머니가 일러주셨다고요.”
오준범의 어머니 이경희씨의 말이다. 이경희씨는 해동불교만물사를 1층에 운영하면서, 3층에는 전안(신을 모셔놓은 곳)을 차려놓고 있다. 남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무당이다. 5년 전에 자신의 몸주를 모신 신주단지만 모셔놓고 있다가, 3년 전에 내림을 받고 전안을 차렸다고 한다.
29세 잘생긴 청년에게 웬 날벼락이래?
오준범은 이경희씨의 큰 아들이다. 이경희씨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착한 아들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수없이 비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큰 아들은 서울에 있는 유명한 일식집 직원으로 일을 하다가 호주로 떠났다. 그곳에서 일식집을 차려 5년이나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 5년 동안 한 번도 한국에 나오지 않았는데, 국제면허를 갱신하기 위해 한국에 나온 것이 화근이 됐다.
“아이들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냈어요. 저는 아이들이 잘못 될까봐 늘 집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빌고는 했죠. 그런데 작은 아이가 무엇이 자꾸 보인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걱정이 돼서 제가 신주단지를 모셨어요. 그렇게 하고나니 둘째는 괜찮아졌고, 지금은 해군장교로 복무를 하고 있어요.”
이경희씨는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고 한다. 아이들 집안에 만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하기에 본인이 전안을 마련해 놓고도 간판조차 걸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 오준범이 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는 것.
“아이가 국제면허를 재발급하기 위해 올 3월에 한국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전안에 들어가더니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내가 소문나게 잘 불리던 5대 할머니’라고 하면서요. 그대까지 전 아이들 집안에 무당의 부리가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아이 아버지를 수소문해 알아보니, 정말 할머니 한 분이 유명한 만신이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신명세습(神明世襲)’이라는 것이 있다. 선대의 무당이 모시던 신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이 신명세습은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30년 간 무속을 연구하고 굿판을 다니면서 그 동안 딱 한 집을 보았을 뿐이다. 선대가 모시고 있던 신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나면, 선대는 그 이상 무업을 이어갈 수가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왕 신을 모셨으면 큰 만신이 돼야죠.
“사실은 준범이가 서울 일식집에서 일을 할 때도 무엇이 자꾸 보인다고 해서 호주로 보냈어요. 그리고 저도 언니가 한 분 계신데 어릴 적에 헤어져서 ‘이산가족찾기’에 출연한 적이 있거든요. 수소문해서 언니를 찾았는데 만신집 수양딸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대물림을 해주지 않으려고 제가 신을 모신 것이고요.”
어머니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잘 키워서 성공을 했다고 생각한 큰 아들에게 갑자기 신이 들렸으니 얼마나 복장이 미어질 노릇인가? 그런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자신이 만신이 되는 길을 택한 이경희씨였다.
“엄마는 굿판에 설 수 없다. 준범이 네가 대신몽두리 옷 입고 한 거리 해라.”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이 한 말이다. 이미 아들에게 전안을 물려주었기 때문에, 어머니인 이경희씨는 더 이상 굿판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신명세습무들의 알려지지 않은 약속이다. 이날 굿에는 고성주 회장을 비롯해 안택굿보존회 이유진, 의정부에 거주하는 오호범(오준범과는 무관함) 등이 참여했다.
이제 29살의 청년 오준범. 호주에서 5년이나 일식집을 운영하면서 큰 외식사업가로 발돋움을 하고 있던 오준범에게 갑자기 내린 신들림 현상.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 이경희씨. 운명치고 이렇게 가혹한 운명이 있을까?
“신의 세계는 아무도 몰라요 준범이가 집안 내력을 알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윗대 할머니가 만신이었던 것을 알겠어요. 그것이 다 운명이죠. 이왕 만신의 길로 접어들었으면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대만신이 되어야죠. 열심히 재주를 익혀서요. ‘영험은 신령이 주지만 재주는 배워야 한다.’고 했으니까요.”
고성주 회장은 젊은 오준범이 험난한 무속인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 내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제대로 재주를 배워 소문난 만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일산에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이경희씨는 의정부로 내려와 자리를 잡기 전에 일산에서 살았다) 1층 만물상도 내려오지 않고, 오직 3층 전안에만 붙어있다고 하는 오준범. 앞으로 그의 행보를 눈여겨보아야겠다. 대만신 한 사람의 출연을 예고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하네요. 우리는 어떻게 다니라고?”
시각장애인 유도로 점자블록 막아선 차들
10일 오후, 팔달구 매산로 25에 자리한 우리은행에서 수원세무서로 가는 길 한 건물 앞에서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그대로 서 있다. 무더운 날에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은 50세 정도 된 시각장애인이다. 지팡이로 길을 여기저기 두드리면서 걸어가다가 길을 막아선 차로 인해 가던 길을 멈춰선 것이다.
손을 잡아 차를 피해 길을 안내하고 난 뒤 괜찮겠냐고 물으니 “인도에 이렇게 차를 대놓아 우리 같은 사람은 안내를 해주는 인도자가 없으면 길을 걷기가 힘들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인도에는 노란색으로 칠을 한 시각장애인 유도로인 점자블록을 설치해 놓았다. 이 점자블록위에 차를 대 놓으면 안된다.
점자블록 있으나 마나 해
가까운 곳이 댁이라고 해 길을 안내해 준 후 팔달문까지 걸어보았다. 도대체 점자블록을 얼마나 막아놓은 것일까? 걸으면서 보니 점자블록 위에 차를 세워놓은 운전자들이 상당하다. 한 마디로 점자블록이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차 때문에 길을 다닐 수 없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다.
차가 없는 곳에는 인도와 접해있는 점포에서 물건을 밖으로 진열해 놓은 곳도 있다. 이곳 역시 진열대가 점자블록을 막고 있다.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앞을 지나 남문로데오거리로 들어섰다. 이곳은 아예 인도를 막아 세워놓은 차들이 즐비하다. 인근 점포에서 길에 내놓은 진열상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이 인도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설치한 구조물이다. 그런데 점자블록 뿐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인도에도 선전용 광고기구며 진열해 놓은 물건들로 인해 사람들은 차도로 내려 걷고 있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이런 불법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불법주정차 강력한 단속 필요해
점자블록과 인도 위에 세워놓은 차들은 역전 매산시장 건너편부터 남문까지 수십 대에 이른다. 자신이 편하자고 장애인들을 위해 설치한 점자블록 위에 차를 세워놓는 운전자들. 그런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정작 그들은 자신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 하지 않는 것일까?
“시각장애인 유도를 하는 점자블록 위에 차를 세우면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대 놓은 것과 같습니다. 벌금을 물어야죠. 그런 사람들은 모두 사진촬영을 해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해당공무원들이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그때뿐예요. 그런 불법주차를 한 차들은 바로 신고를 해서 그만한 대가를 받게 해야 합니다”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 최종현 회장은 그것뿐이 아니라고 한다. 요즈음에는 지체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인도를 막아 세워놓은 차들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차도로 내려가야 하는 일도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갈 때는 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 그리고 행인들이 차를 피해 안전하게 결을 수 있도록 마련한 인도. 그런 곳을 아무 생각 없이 막아 차를 세워놓은 운전자들. 앞으로는 나 하나만 편하자고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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