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하네요. 우리는 어떻게 다니라고?”
시각장애인 유도로 점자블록 막아선 차들
10일 오후, 팔달구 매산로 25에 자리한 우리은행에서 수원세무서로 가는 길 한 건물 앞에서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그대로 서 있다. 무더운 날에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은 50세 정도 된 시각장애인이다. 지팡이로 길을 여기저기 두드리면서 걸어가다가 길을 막아선 차로 인해 가던 길을 멈춰선 것이다.
손을 잡아 차를 피해 길을 안내하고 난 뒤 괜찮겠냐고 물으니 “인도에 이렇게 차를 대놓아 우리 같은 사람은 안내를 해주는 인도자가 없으면 길을 걷기가 힘들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인도에는 노란색으로 칠을 한 시각장애인 유도로인 점자블록을 설치해 놓았다. 이 점자블록위에 차를 대 놓으면 안된다.
점자블록 있으나 마나 해
가까운 곳이 댁이라고 해 길을 안내해 준 후 팔달문까지 걸어보았다. 도대체 점자블록을 얼마나 막아놓은 것일까? 걸으면서 보니 점자블록 위에 차를 세워놓은 운전자들이 상당하다. 한 마디로 점자블록이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차 때문에 길을 다닐 수 없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다.
차가 없는 곳에는 인도와 접해있는 점포에서 물건을 밖으로 진열해 놓은 곳도 있다. 이곳 역시 진열대가 점자블록을 막고 있다.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앞을 지나 남문로데오거리로 들어섰다. 이곳은 아예 인도를 막아 세워놓은 차들이 즐비하다. 인근 점포에서 길에 내놓은 진열상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이 인도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설치한 구조물이다. 그런데 점자블록 뿐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인도에도 선전용 광고기구며 진열해 놓은 물건들로 인해 사람들은 차도로 내려 걷고 있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이런 불법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불법주정차 강력한 단속 필요해
점자블록과 인도 위에 세워놓은 차들은 역전 매산시장 건너편부터 남문까지 수십 대에 이른다. 자신이 편하자고 장애인들을 위해 설치한 점자블록 위에 차를 세워놓는 운전자들. 그런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정작 그들은 자신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 하지 않는 것일까?
“시각장애인 유도를 하는 점자블록 위에 차를 세우면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대 놓은 것과 같습니다. 벌금을 물어야죠. 그런 사람들은 모두 사진촬영을 해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해당공무원들이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그때뿐예요. 그런 불법주차를 한 차들은 바로 신고를 해서 그만한 대가를 받게 해야 합니다”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 최종현 회장은 그것뿐이 아니라고 한다. 요즈음에는 지체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인도를 막아 세워놓은 차들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차도로 내려가야 하는 일도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갈 때는 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 그리고 행인들이 차를 피해 안전하게 결을 수 있도록 마련한 인도. 그런 곳을 아무 생각 없이 막아 차를 세워놓은 운전자들. 앞으로는 나 하나만 편하자고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