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한 협동조합 활동 기대한다.
행궁동 화성옥에 부는 장밋빛 봄바람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47에 소재한 화성옥. 수원사람이라면 화성옥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정도로 나름 행궁동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식당이다. 휴일 화성옥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날이 쌀쌀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곳에 왜 모여 있는 것일까? 안에서 무슨 일이 있나 잠시 들여다보았다.
화성옥 입구 바깥이 개방된 쉼터에는 몇 사람이 앉아있고 건물 밖 길에는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서 있다. 한편에서 무엇인가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진열대에는 각종 꽃차며, 소금, 향이 나는 초 등을 진열해 놓았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판매하는 사람과 흥정을 하고 있다.
“저희들은 일반협동조합예요. 1인 미디어연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수원시에 등록되어 있는 협동조합으로 현재 조합원은 9명이고 회원들은 30명 정도 됩니다. 모두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을 운영하는 1인 미디어들로 각자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물건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과 대화를 하고 있던 하인선씨가 협동조합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미디어를 이용한 기업들로 각양각색의 사업자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프렌차이즈 청년창업 등 지원하는 협동조합
화성옥 입구에 자리를 마련한 협동조합 판매소에는 많은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있다. 협동조합원들은 수제치킨을 비롯해 개신교 목사, 천연화장품, 좋은소금 협동조합, 아카데미강사, 꽃차공방 등 다양한 직종에 직접 소규모 업체 등을 운영하고 있는 개인 사업자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도 다양하다.
“저희들은 이곳에서 청년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청년창업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저희들 미디어를 운영하는 매체들이 모여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죠. 홍보를 개인 미디어를 통해 담당하므로 해서 좋은 결과를 초래하자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각종 개인사업자들이 만든 제품 외에도 먹거리 상품까지 있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지금은 비록 준비단계이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개인협동조합이나 회원들이 참여를 하면 청년창업제작소로의 기능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옥에서 장소까지 제공해
“지금 저희들이 이용하고 있는 이 쉼터와 안쪽에 붙은 별채를 저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화성옥에서 편의를 제공해 주었어요. 저희들은 이곳에서 각자 생산되는 상품을 전시 판매도 할 수 있고 안채에서는 각종 회의와 모임 등을 가지며 좋은 안건 등을 토의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런 점만 해도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곳 협동조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하인선씨는 이곳에 나와 일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비록 개인들이 모인 협동조합이고 아직은 많은 홍보가 되지 않았지만 각자 미디어를 통한 홍보 등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한다면 좋은 결과를 갖고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런 미디어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장래가 기대되기도 한다.
요즈음은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대세라고 한다. 모든 이들은 각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해 다양한 사람들과 빠른 시간에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정보를 나눌 수 있다. 그런 미디어를 운영하는 개인매체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마련했다고 하면 그 힘은 무한하다.
자신들이 판매를 하고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과 서로 의논하고 회합을 가질 수 있는 장소를 가졌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화성옥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협동조합이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런 미디어 운영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터전으로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는 협동조합이 되고 더 많은 청년창업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기틀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6년에는 행궁동에서 장밋빛 꽃바람이 불어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슬픔이 없는 땅으로 데려다주오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작품집 펴내
그대 취하지 않고는 못가
이 지상 만방 몇 천 년
몇 만의 왕과 참주들 켜켜이 승하하셨도다
그들의 생전
몇 백 만개의 왕명 내리셨도다
이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곡조의 어명(御命)
그대 취하지 않고는 못가(하략)
고은 시인의 ‘어떤 어명(御命)’이라는 시의 앞부분이다.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위원장 정수자)가 올 12월 15일 출간한 시집 ‘슬픔이 없는 땅으로 데려다주오’의 초대시에 고은 시인의 시 두 편이 실려 있다. 손님과 어떤 어명이다.
‘2015년에도 폭력이 지구 도처를 피로 물들였다. 불평등이 근본 원인이라는 테러 속에 국경마다 넘치는 난민이 새로운 슬픔의 국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난민이 넘쳐 사회, 경제적 난민에 청춘 난민까지 합하면 ’이상한 난민의 나라‘가 따로 없을 지경에 처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봄을 앗아간 메르스사태 때문에 늦춰 연 <2015 문학을 넘어 경계를 넘어> 콜라보레이션과 가을 문학 답사를 즐거운 참여로 마쳤다.’
문학위원회 정수자 위원장은 ‘다시 길을 찾아서’라는 서문에서 올 한 해 창궐하는 슬픔을 무기력하게 넘기고 있다면서 슬픔들을 거름 삼고 기름 삼아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 해 발족한 경기민에총 문학위원회
이번 문학위원회 작품집에는 고인 시인의 초대시를 비롯해 44명의 시인들 작품이 실려 있다. 2부 산문에는 현기영의 소설 ‘누란’과 산문, 동화, 평론 등을 실었다. 시 부문은 근작 한 편과 지역 관련 시를 한 편씩 더했다. 지역에 대한 시에서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역의 속내와 살내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는 지난해인 2014년 9월 26일 경기문화재단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그날 고은 시인은 “양보다는 질이 우선하는 그런 모임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이 모임과 같은 타 단체의 모임들과도 배척하거나 배타적이지 말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런 마음이길 바란다. 앞으로 2 ~ 3년이 지난 다음에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이 모임이 잘 발전되어 나가기를 바란다. 축하한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문학위원회는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발족한 지 3개월 만에 시집 ‘압록강 같은 서사시를 쓰고 싶다.’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해 12월 15일 이 책을 펴내고 나서 꼭 1년만에 다시 책을 한 권 낸 것이다. 지난 해 정수자 위원장은 “저희 문학위원회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DMZ 답사를 다녀왔는데 예산이 조금 남았어요. 그래서 그 예산을 갖고 시집을 낸 것이죠. 조금 부족한 것은 주변에서 도와주셔서 가능했고요.”라고 했다.
올해 두 번째로 펴낸 문학위원회 시집 ‘슬픔이 없는 땅으로 데려다 주오’에는 정수자 위원장을 비롯해 문학위원회 고문인 고은 시인, 자문위원인 용환신, 홍일선 시인의 시와 금은돌, 김영주, 박해람, 서수찬, 서정화, 양정자, 우은숙, 윤한택, 이덕규, 이은유, 이향란, 이혜민, 임덕연, 조동범, 차옥혜, 한도숙, 홍순영 등 45명 시인의 시 90편이 실려 있다.
이번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작품집의 제목은 홍일선 시인의 시 ‘우리를 슬픔이 없는 땅으로 데려다 주오’에서 따왔다.
강물은
청산과 다트지 않고서도
세세 강물이고 년년 청산인데
강이 없는 곳에서 물이 되고자 했음인가
산이 없는 곳에서 숲이 되고자 했음인가
누구를 기다리지 않아도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들녘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따듯한 거처였는데
그날 그 사람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나니
오늘 2015년 10월 24일
삼가 무릎 꿇어 비옵나니
끝내 졸아오지 못한 사람들이여
부디 흠향하소서
아수라 비명 속에서도
벼이삭은 가을 강을 향해 고개 숙였는데
어둠이 너무 깊은 탓이었으리
무명 깨닫지 못한 업보였으리
들녘의 온갖 꽃들 무명초들
씨앗으로 향기로 열매로 꽃으로
땅위에 절정을 남기고 가는데
이 땅에서 사람이었던 것 부끄러워라
이 땅에서 시인이었던 것 부끄러워라
동포형제 운운했던 것
홍인인간 운운했던 것
부끄러워라 참으로 부끄러워라(하략)
아시아 11개국 ‘아시안 아픔을 넘어’ 학술대회 열어
각 나라 민속춤까지 곁들인 8시간의 상생의 길 모색
동남아 각국은 전쟁에 시달려야 했다. 그 전쟁들은 모두 일본을 위시한 강대국들의 식민화정책에 의한 침략이었고, 그들은 한 나라의 문화와 언어, 심지어는 기본적인 인간성까지 말살시키려 들었다. 그런 동남아 각국의 공통된 슬픔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아시안 슬픔을 넘어’라는 제목으로 18일 오전 9시부터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179에 소재한 경기도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원장 김용국)이 주최 주관을 하고 독립기념관이 공동주관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여섯 번째 국제학술세미나로 마련된 이 세미나는 ‘아시안’ 슬픔을 넘어..라는 주제로 전쟁과 수탈, 그리고 무시되어 버린 인권 등으로 처절한 아픔을 견뎌야 했던 나라들이 모여 아픔을 당한 동질의 처절했던 투쟁의 역사와 앞으로 서로 보듬고 상생하며 살아가야 할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전 3부로 나누어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의 한상기 박사의 개회사에 이어 김용국 원장의 기조발제로 이어졌다. 김용국 원장은 기조발제에서
‘아시아의 근대사를 돌아보면 많은 회한이 있다. 그리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아직도 아시아인들의 아픈 기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영원히 상처를 안고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절망감도 있다’고 아시아의 공통된 좌절과 고통스런 역사의 한 단면을 이야기했다.
전 3부로 나누어 진행
세미나는 모두 3부로 나뉘어 진행이 되었다. 1부는 ‘서아시아의 독립과정과 민족정신’이라는 주제로 ‘인도네시아 식민지의 정치적 독립의 표본(1917~1945)’(자카르타 주립대학교 아셉 수리아나), 네팔 ‘애국심과 조국’(네팔과학교육회 겜 프레사드 구릉), ‘말레이시아 독립의 길에 대한 재 고찰’(한국학중앙연구원 이업립)의 발표가 있었으며 토론자로는 숭실대학교 구미정과 독립기념관 김주용이 담당했다.
제2부 ‘중앙아시아의 독립정신과 민족정신’이라는 주제로 진행이 된 세미나에서는 ‘키즈키르스탄의 독립운동에 관한 연구(1873~1916)’(한국중앙연구회 테미로바 자미라), 우즈베키스탄 ’중앙아시아 독립운동의 역사 개관과 특징: 우즈베키스탄의 독립개혁운동 중심으로‘(한국학중앙연구원 예르호도자예브 카몰리딘), ’카자흐스탄 지식 계층의 독립운동‘(한국학중앙연구회 굴타소브 막사드)가 발표를 했고 경기연구원의 이수행과 (사)한국다문화센터 이현정이 토론자로 나섰다.
세미나 제3부 ‘동아시아의 독립과정과 민족정신’에서는 중국 ‘항일전쟁과 중화민족의 독립’(안휘대학교 해광우), ‘필리핀 독립 중간계급으로부터 발생한 미국으로부터 주어진 국가주의’(서강대학교 폴 빈센트 콘트레라스), ‘한국의 독립운동과 역사적 의미’(독립기념관 김용달), 일본 ‘우리 쪽이 시작한 전쟁과 식민지 안에 서있는 타자’(도쿄 외국어대학교 하시모토 유이치)가 발표를 했으며 토론자로는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윤종준과 레이타쿠대학교 이현경이 맡았다.
각국 전통문화공연도 관람하는 즐거움 누려
세미나를 마친 후에는 ‘한을 풀고 평화를 품다’라는 주제로 네팔의 두트람 구릉과 라자 푸자가 듀엣으로 전통 민속춤을, 키르키즈스탄의 아시라리에바 아이술루, 바티르베코바 아셀, 멜리소바 메리 등이 키르키즈스탄의 전통춤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는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과 문하생인 김현희, 김애선, 변부연, 노인숙 등이 살풀이춤과 한오백년, 신칼대신무 등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끝으로 세미나 참가자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아시안의 연대와 상생을 위한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축사에서 “수원시는 상생의 시대, 통합의 시대,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많은 아시아권 도시들과 연대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녹색평화, 공공위생, 자립기반을 위해 수원시민의 숲 조성, 동남아 각국에 공공화장실 지원사업, 캄보디아 등에 학교, 마을길, 도로, 공동화장실 등의 기반시설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시아인들의 상처가 정말 깊죠. 오늘 이 세미나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공통된 아픔을 넘어서야 합니다. 상생과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죠” 김용국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은 이번 세미나로 인해 이제는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원문화재단 임직원, 어르신을 위한 문화공연 개최
수원중앙양로원 방문 〈사랑나눔콘서트〉 열어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김정수)은 16일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에 위치한 수원중앙양로원을 찾아 어르신 200여명을 모시고 사랑나눔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사랑나눔콘서트는 연말연시를 맞아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어르신들에게 음악공연과 위문품 전달 등으로 따뜻한 온정을 나누기 위해 음악에 재능 있는 재단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이 날 1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는 김정수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색소폰 독주 ‘사랑’을 비롯한 직원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색소폰과 첼로연주 뿐 만 아니라 가요중창, 성악, 민요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여 양로원 어르신들과 흥겨운 한 때를 보냈다.
또한, 재단 직원들의 자발적인 성금 모금을 통해 떡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나눔문화를 실천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편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 임직원의 작은 재능기부가 소외 받는 계층의 문화향유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연말을 맞아 지역사회 곳곳에 문화의 향기가 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눈 오는 날 어머니도 아들도 목 놓아 운 내림굿
29세의 청년이 내림을 받고 신의 제자가 되던 날
어머니도 목 놓아 울고 아들도 세상에 목이 터져라 울었다. 가슴 속에 뭉쳐있던 응어리가 터지는 순간이다. 28일, 의정부시 의정부3동 139-1 건물의 2층과 3층에서 벌어진 ‘내림굿’. 한 사람의 인생이 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이 열린 날이다. 오준범은 올해 29살이다. 호주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다가 신이 오는 바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천궁맞이를 하기 전에 어머니 이경희씨가 사용하던 무구(巫具)를 아들 오준범에게 전해주었다. 자신의 전안과 신명을 아들에게 넘겨주는 의식이다.
“내가 3월에 이미 들어왔어. 그런데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렸지. 벌써 몇 달을 기다리다가 이제야 나를 좌정을 시켜주네. 그래도 고맙지 고마워.”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 건물 3층 옥상에 청궁맞이 상을 차려놓고 그 안에서 모든 신을 맞아들이는 천궁맞이를 하다가 오준범에게 빙의된 신령이 하는 말이다.
내림굿은 신이 들린 사람이 한 사람의 신제자(神弟子)가 되기 위한 의식이다. 과거에는 신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굿판으로 뛰어들어 자신이 내림을 받을 날을 잡기도 했다. 요즈음의 내림굿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요즈음은 신이 들지 않은 사람까지도 내림굿을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어머니의 신명(神明)을 이은 오준범
오준범의 어머니는 이경희씨이다. 이경희씨는 동 장소 1층에 해동불교만물사를 운영하면서, 3층에는 전안(신을 모셔놓은 곳)을 차려놓고 있었다. 남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무당이다. 5년 전에 자신의 몸주를 모신 신주단지만 모셔놓고 있다가, 3년 전에 내림을 받고 전안을 차렸다고 한다.
이경희씨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착한 아들들(슬하에 2남이 있다)이 되게 해달라고 수없이 비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큰 아들은 서울에 있는 유명한 일식집 직원으로 일을 하다가 호주로 떠났다. 그곳에서 일식집을 차려 5년이나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 5년 동안 한 번도 한국에 나오지 않았는데, 국제면허를 갱신하기 위해 한국에 나온 것이 화근이 됐다.
“아이가 국제면허를 재발급하기 위해 올 3월에 한국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전안에 들어가더니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내가 소문나게 잘 불리던 5대 할머니’라고 하면서요. 그때까지 전 아이들 집안에 무당의 부리가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아이 아버지를 수소문해 알아보니, 정말 5대 조 할머니 한 분이 유명한 만신이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신명으로 세습된 신의 사제 오준범
‘신명세습(神明世襲)’이라는 것이 있다. 선대의 무당이 모시던 신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이 신명세습은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30년 간 무속을 연구하고 굿판을 다니면서 그 동안 몇 집을 보았을 뿐이다. 선대가 모시고 있던 신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나면, 선대는 그 이상 무업을 이어갈 수가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늘부터 어머니는 신의 제자가 아닙니다. 그저 오준범 어머니인 기주 이경희씨일 뿐이죠. 이제는 아들에게 전안과 모든 신령을 물려주셨으니 새로운 제자를 위해 도와주시고, 손님들이 오면 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말하지 마시고 제자로 대우를 해주셔야 해요.”
이날 내림굿을 주관한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은 오준범에게는 신아버지가 된다. 신의 부모와 자식들 사이는 나이와 관계없이 계보가 형성이 된다, 고성주 회장 역시 집안으로 4대째 대물림을 하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할머니인 남양 홍씨로부터 그의 딸이자 고성주 회장의 고모인 제주 고(고명길)씨에게로 대물림을 했고, 제주 고씨의 신딸인 경주 최(최영옥)씨에게로 전해졌다가 다시 고성주 회장에게로 넘어 온 집안이다.
“오늘부터 이유진(고성주 회장의 신딸)은 네 누나가 된다. 너희들은 신의 세계에서 맺어진 남매지간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남매관계는 깨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제자란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제자들이 자기 욕심을 내면 신이 저버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고성주 회장은 오준범에게 친어머니인 이경희씨에게 절을 하라고 시킨 후, 이유진과 맞절을 시켰다. 두 사람은 신으로 맺어진 남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굿에 함께 동참을 한 임영복 무녀에게도 큰 절을 하라고 시켰다. 내림굿에 함께 동참한 어른들은 신의 부모와 동격으로 섬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한 내림굿은 밤 9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세상에서는 그들을 ‘무당’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역사 속에서 제정일치 사회의 군왕이자 신의 말을 대신 전하는 제를 주관하는 집제자였다. 이제 새롭게 신의 제자로 첫 걸음을 띠는 오준범, 신아버지인 고성주 회장처럼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래 나누고 봉사하는 신 제자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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