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작품집 펴내

 

그대 취하지 않고는 못가

이 지상 만방 몇 천 년

몇 만의 왕과 참주들 켜켜이 승하하셨도다

그들의 생전

몇 백 만개의 왕명 내리셨도다

 

이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곡조의 어명(御命)

그대 취하지 않고는 못가(하략)

 

고은 시인의 어떤 어명(御命)’이라는 시의 앞부분이다.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위원장 정수자)가 올 1215일 출간한 시집 슬픔이 없는 땅으로 데려다주오의 초대시에 고은 시인의 시 두 편이 실려 있다. 손님과 어떤 어명이다.

 

‘2015년에도 폭력이 지구 도처를 피로 물들였다. 불평등이 근본 원인이라는 테러 속에 국경마다 넘치는 난민이 새로운 슬픔의 국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난민이 넘쳐 사회, 경제적 난민에 청춘 난민까지 합하면 이상한 난민의 나라가 따로 없을 지경에 처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봄을 앗아간 메르스사태 때문에 늦춰 연 <2015 문학을 넘어 경계를 넘어> 콜라보레이션과 가을 문학 답사를 즐거운 참여로 마쳤다.’

 

문학위원회 정수자 위원장은 다시 길을 찾아서라는 서문에서 올 한 해 창궐하는 슬픔을 무기력하게 넘기고 있다면서 슬픔들을 거름 삼고 기름 삼아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 해 발족한 경기민에총 문학위원회

 

이번 문학위원회 작품집에는 고인 시인의 초대시를 비롯해 44명의 시인들 작품이 실려 있다. 2부 산문에는 현기영의 소설 누란과 산문, 동화, 평론 등을 실었다. 시 부문은 근작 한 편과 지역 관련 시를 한 편씩 더했다. 지역에 대한 시에서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역의 속내와 살내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는 지난해인 2014926일 경기문화재단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그날 고은 시인은 양보다는 질이 우선하는 그런 모임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이 모임과 같은 타 단체의 모임들과도 배척하거나 배타적이지 말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런 마음이길 바란다. 앞으로 2 ~ 3년이 지난 다음에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이 모임이 잘 발전되어 나가기를 바란다. 축하한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문학위원회는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발족한 지 3개월 만에 시집 압록강 같은 서사시를 쓰고 싶다.’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해 1215일 이 책을 펴내고 나서 꼭 1년만에 다시 책을 한 권 낸 것이다. 지난 해 정수자 위원장은 저희 문학위원회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DMZ 답사를 다녀왔는데 예산이 조금 남았어요. 그래서 그 예산을 갖고 시집을 낸 것이죠. 조금 부족한 것은 주변에서 도와주셔서 가능했고요.”라고 했다.

 

올해 두 번째로 펴낸 문학위원회 시집 슬픔이 없는 땅으로 데려다 주오에는 정수자 위원장을 비롯해 문학위원회 고문인 고은 시인, 자문위원인 용환신, 홍일선 시인의 시와 금은돌, 김영주, 박해람, 서수찬, 서정화, 양정자, 우은숙, 윤한택, 이덕규, 이은유, 이향란, 이혜민, 임덕연, 조동범, 차옥혜, 한도숙, 홍순영 등 45명 시인의 시 90편이 실려 있다.

 

이번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작품집의 제목은 홍일선 시인의 시 우리를 슬픔이 없는 땅으로 데려다 주오에서 따왔다.

 

강물은

청산과 다트지 않고서도

세세 강물이고 년년 청산인데

강이 없는 곳에서 물이 되고자 했음인가

산이 없는 곳에서 숲이 되고자 했음인가

 

누구를 기다리지 않아도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들녘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따듯한 거처였는데

그날 그 사람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나니

오늘 20151024

삼가 무릎 꿇어 비옵나니

끝내 졸아오지 못한 사람들이여

부디 흠향하소서

 

아수라 비명 속에서도

벼이삭은 가을 강을 향해 고개 숙였는데

어둠이 너무 깊은 탓이었으리

무명 깨닫지 못한 업보였으리

들녘의 온갖 꽃들 무명초들

씨앗으로 향기로 열매로 꽃으로

땅위에 절정을 남기고 가는데

이 땅에서 사람이었던 것 부끄러워라

이 땅에서 시인이었던 것 부끄러워라

동포형제 운운했던 것

홍인인간 운운했던 것

부끄러워라 참으로 부끄러워라(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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