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맥간에 의한 화학적 표현 연구
맥간(보릿대)의 무한한 변화를 연구하는 이수진 작가
‘지난 25년을 꼬박 ‘맥간아트’에 빠져 살았다. 마치 내 인생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오로지 이 길만이 나의 운명인 듯 그렇게 걸어왔다. 주재료인 보릿대와 그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품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썼던 지난 세월. 하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온 건 Rho 오래전 일인 것 같다. 무엇이 나의 작가적 창의성과 독창성에 갈증을 호소하도록 만든 것일까?‘
15일 오후, 취재 중 잠시 시간을 내어 부리나케 달려간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송죽동)에 소재한 수원미술전시관. 2층 제2전실에서 한창 전시작품을 진열하고 있는 맥간아트작가 이수진을 만났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를 전공한 이수진 작가의 2017학년도 석사학위 청구작품전이 16일 개막을 하기 때문에, 그 전에 조용히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수진 맥간아트 작가를 만난 것은 벌써 10여 차례가 넘는다. 보리줄기를 갖고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하는 곳마다 이수진 작가는 항상 그곳에 있었다. 1993년부터 맥간공예에 심취했으니 햇수로 벌써 25년째이다.
맥간공예란 자연 고유의 소재인 맥간(麥稈·보리줄기)을 이용해,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공예기법을 도입해 만드는 독특한 예술장르이다. 맥간공예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수원에서 이상수 작가가 금박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전수를 받은 이수진 작가는 독창적인 자신만의 기법으로 맥간공예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뜻 이 맥간공예 기법을 이용한 금박공예를 나전칠기로 착각하기도 한다. 맥간공예는 보릿대를 평평하게 펴서 이를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인 뒤 목칠공예로 마무리기 때문에 그 공정과정은 더 섬세함을 요구하고 있으며 수많은 손질을 해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정성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맥간공예
“맥간공예는 자연적 질감인 보리대의 한쪽을 쪼개어 잘 편 후 사용을 하기 때문에 대작의 경우에는 3~4개월 씩 걸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죠. 맥간공예는 빛의 각도나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과 미적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작품으로, 고품격 생활 공예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수진 작가는 졸업 작품전을 열면서 맥간아트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25년이란 오랜 시간을 오직 맥간아트에만 매달려 보낸 시간동안 결코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는 이수진 작가는 스스로 새로운 맥간아트 기법을 창출해 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며 다양한 기법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맥간아트의 배경이 되는 판이나 프레임틀에 색을 입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작품이 되었고 내게 커다란 설렘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보릿대를 오브제로 삼아 작품을 완성해 나가면서 그것을 채우지 못했던 작가의 열망이 조금씩 충전돼 가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현대미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고 말이다’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수진 작가의 맥간아트 작품들은 그동안 이수진 작가가 추구하던 맥간아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부를 더하면서 스스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맥간기법을 찾아낸 것이다.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작가의 고뇌가 작품 안에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맥간공예의 새로운 장르를 만나다
이수진 맥간공예가는 삼성전자를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으로 처음 맥간공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수진 작가는 벌써 25년 째 맥간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으나 배우기 시작한지 2년이 지나 다니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어렵고 힘든 전문 맥간아트 작가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청춘을 보릿대와 함께 세월을 보낸 셈이다.
이수진 맥간공예가는 현재 맥간아트 및 아카데미 대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2012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 협의회 선정으로 전통, 연희 부문에 특별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인전과 아세아미술초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북경 문화당미술관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보리줄기와 사랑에 빠진 맥간공예가 이수진씨. 작음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스승의 뒤를 이어 맥간공예에 일생을 바치겠다는 녹원 이수진 맥간아트 작가. 전시실에서 만난 그녀의 작품을 돌아보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작품의 장르를 창출해내고 있는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날 작품을 기대하는 것 또한 하나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몸은 내면의 소리를 발산한다’는 작가 이은우
크지 않은 전시실에서 만난‘ 닿지 않는 사람들’
“나는 사람을 실체로써 대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느끼는 감정을 사람의 몸으로 표현한다. 몸은 내면의 소리를 발산한다. 몸은 자아와 타자, 세상과의 소통 주체이고 감정을 표출하는 가장 직접적 틀이다. 즉 몸은 세포 더미, 고깃덩어리가 아닌 감정체이며 그것이 사람이다. 나는 텍스만으로 느낄 수 없는 사람의 몸짓, 표정, 행동이 표출하는 감정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읽으려 한다”
팔달구 행궁동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에서 18일까지 전시가 이어지는 작가 이은우의 ‘닿지 않는 사람들’ 전. 7일 오후 찾아간 전시실 벽면에 커다랗게 걸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은우 작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많은 군상 속에 혹 작가도 그 중 한사람일 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즈음 바삐 살다보니 별 것을 다 작품과 작가를 연결 지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닿지 않는 사람들’전은 이은우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2015년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이다. 그 동안 수차례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한 작가는, 2016년 한 해 동안 제27회 한국파스텔화협회 공모대전 장려상, 제15회 한성백제미술대전 특선, GAMMA Young Artist Award 등을 수상했다.
기계와 전자매체는 인간내면을 매개하지 못한다
‘기계와 전자매체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직접적 매개를 편리의 이름으로 점령했다. 직접적 소통을 대신한 매개는 편리함을 준 대신, 사람 간의 갈등과 몰이해를 동시에 확대했다. 기계와 전자매체의 방식은 인간 내면의 근원적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매개하지 못한다. 때문에 인간은 소통의 편리함이 가져다준 시간단축 속에서도 내면적 거리감의 확대를 경험한다. 이렇게 실체적 몸의 언어는 버려졌다.
나는 사람들, 몸짓, 몸짓의 감정을 확인하며 인간의 본질적 내면으로 들어간다.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위해 모호하고 덩어리진 이목구비, 얼굴, 몸을 그리며, 그들의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한다‘
이은우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아무리 세상이 전자매체 등이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해도 인간 내면의 근원적 목소리를 대신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작금의 세상은 인간이 해야만 하는 일들을 기계나 전자매체 등이 대신하면서 인간들 스스로 인간이 누릴 권한을 기계에게 점령당하고 있다고 한다.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가 감독한 영화 메트릭스는 시스템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고 인간은 태어나면서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해 평생 기계에 의해 설정된 가상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이 시대에 기계에 점차 종속되어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 언어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한 드로잉
이은우 작가의 ‘닿지 않는 사람들’전을 보면서 갑자기 영화 ‘매트릭스’의 장면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언젠가 ‘알파고’라는 슈퍼컴퓨터와 인간이 바둑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인간들의 이 세상을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이은우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점차 나약해져만 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작품 안에서 보는 듯해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
이은우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카메라렌즈가 담을 수 없는 육화된 인간의 몸 언어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나의 드로잉에 담는다. 모노톤의 드로잉은 늘 몸의 내면적 표정을 추적하며 방향을 알 수 없는 빛의 산란과 확산, 연필선의 뭉침으로 사람의 감정을 전달한다. 소통 매체의 증대 속에 배제된 내면의 실체적 감정을 나는 포착하고 표현하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어찌보면 작가는 이 시대에 우리가 종속되고 있는 많은 기계와 전자매체 등에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단순히 작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 것은 작품 안에 알 수 없는 묘한 이끌림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18일까지 계속되는 이은우 작가의 전시를 한 번쯤 찾아가 보기를 권유한다.
움직이는 기계인형 오토마타를 아시나요?
문화소외 계층을 위한 기부금 조성 프로젝트
‘오토마타’. 조금은 생소한 이름이다. 움직이는 기계인형 오토마타란 ‘스스로 동작하다’라는 고대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즉 여러 가지의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뜻하며, 지난 4월 29일부터 수원연극축제가 열린 5월 7일까지 행궁 광장 한편 부스에 자리를 잡고 기획전이 체험 행사가 함께 열렸다.
7일 오후 찾아간 행궁광장. 수원연극축제 폐막식 준비로 바쁜 특설무대를 젖혀놓고 오토마타 설치가 되어있는 부스를 찾아들었다. 부스 한 면을 꽉 채운 다양한 인형들이 서로 엇물려 돌아가는 것이 보기에 희한하다. 어떻게 저렇게 큰 오토마타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 선생님이 오늘은 시간이 안 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나중에라도 한 번 만나보시려면 연락을 해 놓을게요”
오토마타 부스에서 관리를 하고 있던 수원문화재단 직원이 걱정스럽게 이야기 한다. 작가 분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명함을 건네주었더니, 시간이 맞지 않아 불 수 없을 것 같다는 대답이다. 하지만 이왕 이곳을 나왔으니 오토마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톱니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는 인형들
오토마타 기획전을 준비한 당사자는 “이번 기획전은 단순히 관람만 하는 전시가 아니라 오토마타 작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였다”며 “연극의 가장 기초적인 특징인 ‘움직임’을 오토마타 작품을 통해 표현하였다. 톱니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는 인형들과 모형들을 만나며 움직임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고했다.
어림잡아 50여 개가 넘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커다란 하나의 오토마타의 축을 움직이는 작품은 보기에도 장관이다. 그 톱니가 맞물려 움직이면서 아래위로 움직이며 각종 인형들과 모형들이 하나의 그림을 완상해 낸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도대체 그 움직임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저런 거대한 작품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 것일까? 오토마타 부스를 지키고 있는 담당자에게 질문을 하였더니 “이런 대작을 만드는 데는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상당히 정교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한다고 해요”라는 대답이다. 한 달 이상 걸려 만들어진 오토마타 대작. 그 앞에 서있는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 단순히 움직이는 인형이나 모형들이 아니라 거대한 하나의 살아있는 작품이란 느낌이다. 작가는 작품 하나를 조성하기 위해 수많은 날들을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했을 것이다. 움직이는 기계인형이 아니라 그 안에 작가가 생명을 불어넣었을 것 같기만 하다.
‘원행을묘정리의궤’ 반차도를 만나다
이번 화성행궁 광장에서 체험에 참가한 오토마타 작품들은 화성 행궁에서 열린 수원연극축제에 맞게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반차도’ 내용을 바탕으로 참여자들이 직접 오토마타 작품을 제작하고 꾸밀 수 있도록 했다. 부스 안에서 오토마타 톱니와 인형들을 조립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진지함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정조대왕과 관련된 반차도의 일부분을 직접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오토마타 제작체험에 참여했는데 톱니의 귀를 제대로 맞춰 돌아가게 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강사들이 미리 만들어 놓아 편하게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렵네요. 이런 체험을 아이들이 계속할 수 있다면 집중력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합니다. 자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영통에서 연극제 구경을 왔다가 좋은 체험을 하게 됐다는 이아무개(남, 43세)씨는 아이가 오토마타 체험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며 앞으로 이런 체험을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더구나 이곳에서 기획전과 체험을 하면서 얻어지는 체험 수익금 전액은 수원문화예술 기부프로젝트인 싹에 기부되며,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교육프로젝트를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의미있는 전시와 소외계층을 돕고자 하는 작가의 심성이 담긴 오토마타 기획전. 앞으로 이런 전시와 체험을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산 수덕여관, 그리고 이응로 화백과 정월 나혜석
“충남 예산 수덕사 앞에 소재한 수덕여관은 정월 나혜석 선생이 말년에 스님이 되고 싶어 수덕사를 찾아갔다가 그곳 수덕여관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곳입니다. 수덕여관은 원래 수덕사 비구니 스님들의 숙소였다고 하는데, 나중에 이응로 화백께서 편히 쉴 곳을 찾다가 그곳을 매입해 수덕여관이로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28일 행궁동 레지던시 103호를 찾아갔을 때 사람들이 제법 북적거린다. 작품관람을 하러 찾아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번 전시의 진행을 맡은 이호정씨는 수덕여관과 나혜석의 관계를 설명해준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산41에 소재한 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인 ‘이응로선생사적지’. 이 집은 한 때 여관으로 사용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수덕여관은 동양 미술의 우수성을 세계 속에 드높인 화가 고암 이응로(1904∼1989)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수덕여관은 이응로 화백이 1944년 구입하여 한국전쟁 때 피난처로도 사용하였으며, 수덕사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으로 옮긴 곳이다. 또한 이응로 화백이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했던 고택이다.
이응로 화백과 정월 나혜석
이응로 화백은 1923년 당시 경성부에서 유명한 서예가이자 서화가였던, 김규진의 문하생이 되어 서예, 사군자, 묵화 등을 배웠다. 이듬해인 1924년에는 조선미술전람회에 ‘묵죽(墨竹)’을 출품하여 입선하였으며,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가와바타 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1938년 제17회 선전에서는 이왕직상을 수상하였고, 1946년 단구미술원을 조직하여 일본 잔재의 청산과 민족적인 한국화를 주창하기도 했다.
이 수덕여관은 수원출신인 최초의 여류화가 나혜석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일설에는 나혜석이 수덕사에서 3년간 머물렀다고 하지만, 수덕사 경내가 아닌 이 수덕여관에서 묵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이 수덕여관이야말로 우리 미술사에 남녀 거장이 묵었던 곳으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곳이다.
그런 수덕여관에서 거주했던 나혜석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행궁동 레지던시 103호에 입주해 있던 작가 4명(김은영, 문민경, 초이, 최경락)이 나혜석의 예술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수덕여관 103호’라는 전시제목으로 5월 4일까지 작가들의 공방이 있는 레지던시 103호에서 전시를 연 것이다.
이 수덕여관은 이응로 화백이 정월 나혜석을 만나 함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거했던 곳이기도 하다. 수덕여관이 우리 미술사에 의미가 깊은 곳이라는 점은 현재 이 수닥여관은 우리 수원출신 최초의 여류화가요 시인이기도 했던 나혜석이 말년을 묵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4명의 작가들 수덕여관 전시 가능할까?
이번에 ‘수덕여관 103호’ 전은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참여작가 4명은 한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김은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전공으로 졸업했다. 문민정 작가는 영남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으며, 초이(본명 최경자)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최경락 작가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회화과를 졸업했다.
레지던시 103호 작업실에서 만난 초이 작가는 “예산 이응로 화백 관계자가 연락을 했어요. 이번 전시를 마치고 한 번 찾아가보려고요. 저희가 하는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면 나혜석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라고 한다. 이호정씨 역시 같은 말을 했다. 나혜석을 기리는 이 전시는 이제 2년째지만 앞으로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지역 인사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는 지역주민들의 사고가 먼저 달라져야한다. 정월 나혜석이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로써 이름을 떨치느냐, 아니면 한 시대를 풍미한 비운의 여인이냐는 온전히 수원의 몫이란 생각이다. 먼저 수원에서 나혜석을 기리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궁동 레지던시 103호 작가들의 전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든 일은 아주 작은 곳에서 불씨가 타오르기 때문이다.
송금희 작가의 ‘모호한 장소’전을 만나다
호매실동 그 안에서 만난 작가의 작품들
‘애매모호’하다라는 말은 ‘말이나 태도 따위가 흐리터분하고 분명하지 못한 것’을 뜻한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이렇게 애매모호한 것이 꼭 말이나 행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물 등도 이것인지 저것인지 애매모호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22일 행궁동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의 제2 전시실에서 만난 송금희 작가의 작품들은 정말 말 그대로 애매모호했다. 작품 안에 일부분을 표현한 그림이 없이 그저 푸른색의 단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관람하다가 만난 송금희 작가는 그런 그림의 관계를 ‘모호한 장소’라는 말로 대신했다.
“제가 어릴 적 지내던 곳이 호매실동예요. 호매실동은 지금도 수원이라는 대도시에 속해있으면서도 어느 촌과 같은 형태의 마을이거든요. 저는 그런 호매실동이 참으로 애매모호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도시면서도 변두리 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호매실동. 그런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요”
어릴 적 기억부터 놀던 공사장을 작품으로 승화
전시실에서 만난 송금희 작가는 그런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닌 마을의 공사장에서 주로 친구들과 놀았다고 한다.
“제가 살고 있는 호매실동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공사가 이루어져오고 있어요. 도시임에도 도시가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시골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이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데 그 한편에는 아직도 논과 밭이 보이거든요. 호매실동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공사라는 행위가 항상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의 장소죠. 하기에 제 작업에는 공사장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이것은 제가 자라고 살던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죠”
작가는 어릴 적 놀던 공사장이 위험한 곳이 아니고 놀이터였다고 한다. 남들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공사장이 작가와 친구들에게는 또 다른 놀이터이자 유원지였다고 한다. 송금희 작가는 그런 위험하기만한 공사장이 자신의 기억 속에는 엘리스에 나오는 이상한나라로 받아들여졌단다. 아마도 그런 기억속의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닌 ‘모호한 장소’ 가 바로 작품의 소재가 된 듯하다.
지난 21일부터 5월 4일까지 대안공간 눈의 제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송금의 작가의 ‘모호한 장소’는 바로 작가가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 삼아 뛰놀던 공사장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렇게 놀던 곳이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이 되면서, 지금은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모호한 장소로 변해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단다.모호한 장소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
서양화를 전공한 송금희 작가는 2009년 서울예술대학교 시작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13년 둥국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사양화를 전공했다. 2017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서양화전공을 졸업한 송 작가는, 2012년부터 반중심 전, 2015년 자소서 전, 2015년 성장호르몬 전, 2016년 춘천 송암 레포트 센터의 ‘WDJF 아트빌리지’ 전, 2016년 서울혁신센터 전시동에서 열린 ‘특이한 부드러움 상냥한 떨림 일곱 개의 방’등 꾸준한 작품전을 가져왔다.
<나는 살아온 장소의 변화에 대하여 모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내가 살아온 공간의 외형적 변화에 따라 이 공간은 심리적 공간이 된다. 낡은 건물이 헐리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처럼 새로운 심리적 공간이 기존의 공간을 대체하거나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진 로버트슨, 태마현대미술노트, p.228 인용 )나에게 있어서 장소에 따른 심리적, 감정적 변화는 다음과 같이 생겨난다. 나는 장소의 발전을 인정하고 만족하면서도 상실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허무함 변 장소에 대한 호기심 등이 한꺼번에 다가오는 감정적 애매함을 갖는다.(하략)>
송금희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모호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자신이 자라온 과정을 작품 안에 그려낸다고 한다. 대안공간 눈에서 5월 4일까지 전시되고 있는 송금희 작가의 ‘모호한 장소’ 전을 이 봄 나들이 겸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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