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수원을 찾아와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시던,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이 오랜만에 수원을 찾았다. 전라북도 남원시 도통동에 소재한 천년고찰 선원사의 주지인 운천스님은, 4년 전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운천스님이 짜장봉사를 한 것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후부터이다.

 

당시 남원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태안을 찾아가 천여 명에게 짜장봉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군부대, 보육원, 경로당,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면서 그동안 8만 그릇이 넘는 짜장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베풀었다. 운천스님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나 마다않고 쫓아다녔다. 구미 불산 사고가 났을 때도 가장 먼저 이곳으로 찾아간 운천스님이다.

 

 

수원이 고향인 운천스님

 

운천스님이 이렇게 수원을 찾아와 봉사를 하는 것은, 그의 고향이 바로 수원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수원에서 태어나 자란 운천스님은, 나중에라도 수원에 올라와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

 

제가 어릴 때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던 수원에도, 짜장으로 봉사를 할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수원에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남원서부터 이곳까지 와서 2~3일씩 봉사를 하고 내려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고향이기 때문에 더 정이 가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게 봉사를 하다가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손가락이 으스러져 15일 간이나 병원에 입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 고통 속에서도 매주 찾아가는 어르신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스님의 봉사는 남들이 이해를 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이다.

 

 

필리핀에 우물 40개를 파기도

 

스님은 그동안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국내뿐이 아니라 해외에도 봉사를 계속했다. 선원사는 남원 시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렇게 부유한 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공생회를 통해 필리핀에 40개의 우물을 파서, 식수난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 12월에는 네팔에 선원사 초등학교를 준공한다고 한다. 스님이 이렇게 봉사를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종교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슨 사람들을 구제하겠습니까? 꼭 절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법문을 하고 염불을 해야 구제중생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세상에 많은 불행한 사람들에게 작은 것이나마 베풀 수 있는 것이 종교죠. 나 혼자 잘 먹고 잘 쓴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언제 구제할 수가 있나요?”

 

 

그래서 한 달이면 거의 10일 이상을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곳에 스님짜장이 필요한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부터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소재한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 스님이 짜장봉사를 하기 위해 찾았다. 20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짜장을 봉사하기 위해서이다. 20일에는 이목동에 소재한 장애인들이 생활을 하고 있는 바다의 별에서 봉사를 한다.

 

농사를 직접 지어서 봉사

 

사실 운천스님이 1년이면 3만 그릇 가까운 스님짜장을 베푸는 경비는 만만찮다. 그래서 선원사 경작지나 신도들의 땅을 도지를 내고 농사를 짓고 있다. 양파, 고구마, 호박, 감자 등 직접 농사를 지어서 재료를 충당한다. 지리산에서 야생으로 자란 돼지감자를 채취해 돼지감자차를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짜장을 만드는데 충당을 한다. 스님짜장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 대신 10여 가지나 되는 야채로 육수를 낸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밋밋하다고 하지만, 먹고 나면 뒷맛이 개운하다. MSG(화학조미료)나 고기를 넣지 않는 대신, 직접 농사를 지은 무공해 재료를 이용해 조리를 하기 때문이다. 우만종합사회복지관의 식당에 어르신들로 가득하다. 짜장면과 복지관에서 준비한 우유를 한 병씩 받아들고 좋아 하신다.

 

 

그동안 수원에 와서 많은 봉사를 했다. 우만복지관, 서호노인복지관, 지동 경로당, 바다의 별, 율천동, 장애인 체육대회 등 20여 회의 봉사를 하면서, 조리를 해서 베푼 짜장만도 3천 그릇이 넘는다.

 

그래도 주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줍니다. 20일에는 부산에서 버스 2대로 봉사자들이 올라와 김장을 해주겠다고 하네요. 내가 베풀면 남도 나를 위해 베푸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움켜쥐고 아까워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죠. 조금 부족한 듯해도 남에게 베풀면, 그 이상의 것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기도 하고요

 

20일 봉사 때문에 재료를 미리 갖다 주어야 한다고 총총히 길을 떠나는 운천스님. 스님짜장을 드신 어르신들이 인사를 하신다.

짜장스님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고 잘 먹었습니다

짜장스님은 남원의 천년 고찰 주지스님인 선원사의 주지 스님이신 운천스님을 말한다. 2009년부터 전국 각지를 돌며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다니면서 년간 3만 그릇 이상의 짜장면을 만들어 급식봉사를 하는 운천스님은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급식공덕을 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신 분이다.

 

우리의 옛 이야기 중에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무슨 공덕을 하고 왔는가를 묻는다고 한다. 헐벗은 이에게 옷을 준 것은 의복공덕이요, 목마른 이에게 물을 준 것은 급수공덕이요, 다리가 없는 개울에 다리를 놓아 준 것은 월천공덕이라고 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역시 굶주린 이에게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급식공덕이라는 것이다.

 

 

 

쉬지 않고 하는 급식공덕

 

운천스님이 급식공덕을 시작한 것은 벌써 4년째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찾아간 곳만 해도 엄청나다. 운천스님은 남들이 들어가기 싫어하는 곳도 마다않고 드나들었다. 구미 불산누출마을에도 두 번이나 찾아갔다. 불산으로 인해 마을이 황폐화가 되어, 남들이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곳에, 스스럼없이 찾아든 것이다.

 

올 초에는 손가락이 망가지는 아픔도 당했다. 그러나 두 달여 만에 다시 아픈 손가락이 비닐봉지를 씌우고 다시 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굶주린 이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운천스님이 4월의 마지막 날 찾은 곳이 바로 구리시에 있는 인창경로식당이었다.

 

 

이곳은 남양주의 봉선사에서 운영하는 남양주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경로식당이다. 이곳은 무의탁어르신들과 차상위 계층어르신들을 비롯해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곳이다. 30일 오전 730분에 수원을 출발하여 인창경로식당에 도착을 하여 준비를 하고, 1130분부터 급식을 시작했다.

 

봉사자들 줄 이어 찾아와

 

이곳에서 운천스님이 스님짜장봉사를 돕기 위해 찾아온 분들은 구리시 유적답사회 회원 20여명 이었다. 인창경로식당에는 매일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는 분들이 찾아오신다고 하는데, 많은 모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분들이 일사분란하게 봉사를 한다. 그런데 수많은 곳을 다니면서 운천스님과 봉사를 해보았지만, 이곳처럼 규율이 잡혀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어르신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예외는 없었다. 식당 봉사자 한 분이 문 앞에서 한 분 한 분 손을 씻으라고 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먼저 들어갈 수가 없다. 한 번에 50여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조금은 비좁을 식당이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지켜지는 질서로 인해 큰소리 한 번 나지 않고, 200여분의 어르신들이 식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스님 다음 달에도 오시나요?”

 

인창경로식당에서 스님짜장의 급식은 딴 곳보다 많은 양을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런데도 한 분도 음식을 남기는 분들이 없다. 그리고는 짜장을 다 드시고 나서 모두가 맛이 있다고 인사를 하고 나가신다. 그 중 한분은 운천스님께 인사를 하면서

 

 

스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 달에도 또 오시나요?” 라고 묻는다. 이래저래 짜장스님의 행보는 더욱 더 바빠질 것만 같다. 급식을 시작할 때쯤 남양주노인복지관의 관장이신 동각스님께서도 배식에 한 자리를 도와주신다. 그런 아름다운 보습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을 한다. 늘 운천스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찾아오는 분들에게 베푸는 것은 반쪽짜리 사랑이죠.”

짜장스님인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이 작은 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신대도 불구하고 남원 선원사의 스님짜장 봉사는 그칠 줄을 모른다. 이미 약속을 해 놓은 일정이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허전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운천스님 스스로가 세워놓은 약속이기도 하다.

 

제가 없다고 해서 봉사를 그칠 수는 없으니까요. 다행히 그동안 함께 전국을 다니면서 스님짜장 봉사를 함께해 온 많은 분들이 모두 일급 요리사들이 되어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으나, 마음만은 항상 스님짜장을 봉사하는 곳에 있다고 한다. 가끔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운천스님의 봉사에 대한 마음을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약속이란 지킬 때 아름다운 것

 

127()에는 익산시 여산에 소재한 부사관학교에서 300명의 생도들에게 스님짜장을 급식하기로 약속을 한 날이다. 그 전날 경기도 일대의 봉사를 마치고 26일에 남원으로 내려가 준비를 하고, 일요일에 부사관학교 봉사를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선원사 봉사단과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대종사) 회원들이 함께 참여를 해 봉사자가 1명 정도가 부산관학교 스님짜장 봉사를 도왔다는 것. 한 달에 한 번 생도들에게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새해 첫 달부터 약속을 어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스님짜장을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는 생도들인데, 제가 못 간다고 해서 약송을 어기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다행히 지구촌공생회에서 봉사를 함께 해 주겠다고 해서 퍽이나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저희 선원사 봉사단이야 이미 짜장을 만드는 대는 도사들이니까요

 

참 병원에 있으면서도 짜장 봉사 걱정을 하는 이 스님, 어떻게 말릴 수가 있을까 싶다. 운천스님은 아무리 하찮은 약속이라도 한번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기틀이라는 것.

 

 

300명이 500인 분을 해치워

 

그날 봉사를 함께하지 못해 미안스럽다는 스님은 짜장봉사를 마친 봉사단들과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을 묻는다. 짜장은 맛이 있었는지, 혹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등.

 

눈이 내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선원사 봉사단으로 참여를 한 성민정(, 45. 남원시 금동 휴먼시아)은 그날 분위기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날 저희가 여산 부산관학교 생도 300명에게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기로 했는데, 500인분이 모자랐어요. 봉사자들은 스님짜장 구경도 못하고 국수를 삶아먹었어요.”

 

이럴 정도였는데 자신이 다쳤다고 해서 약속을 어겼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을 해 있으면서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스님짜장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있는 짜장스님. 막말로 개콘에 나오는 말이 생각난다.

 

이건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다.”

 

짜장스님’, 이참에 좀 쉬세요.

 

참으로 곁에서 보기에도 미안할 정도이다. 쉬지 않고 봉사하는 그 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유명한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 선원사주지스님이기 보다는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하긴 일 년이면 70회에 4만 그릇이 넘는 짜장을 봉사하고 있으니, 짜장스님으로 유명할 만도 하다.

 

그렇다고 운천스님이 짜장면을 만들어 파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 소외되고 조금은 굶주린 이웃들에게, 아니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짜장 한 그릇을 해 먹이는 것이 다이기 때문이다. 늘 조금은 낡은 차에 스님짜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반죽기와 면을 뽑는 기계, 그리고 야채와 밀가루 등을 가득 싣고 다닌다.

 

 24일. 수원에 소재한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스님짜자을 드시고 계시는 어르신들

 

빡센 일정, 보기만 해도 힘들어

 

멀리서 봉사를 하면 그나마 곁에서 잔심부름이라도 할 수가 없다. 그런 짜장스님이 요즘 들어 수도권에서 많은 활동을 한다. 그것만 해도 고마울 뿐이다. 스님과 더불어 아주 작은 복이라도 지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요 며칠 스님의 행적을 보면 20() 화성 신흥사에서 400명에게 짜장면 봉사. 21일은 수원장애인협회에서 100그릇을 봉사를 하기로 했지만 날씨 덕에 취소가 되었다. 장애인들이 눈, 비거 오면 바깥출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22() 여주 라파엘의 집 봉사, 23() 장안구청 인근 평화의 모후원 어르신들께 짜장면 봉사. 24() 수원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새터민 및 어르신들께 짜장면 봉사 등이다.

 

 하누리봉사단. 30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이곳이 와서 봉사를 한다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

 

이렇게 짜장스님이 많은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 지역에 봉사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24일 우만사회복지관에는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중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한화봉사단과 가장 많은 봉사자들이 참여한 하누리봉사단(14, 단장 이완소) 등이다.

 

저희들은 회원이 한 30여명 정도 됩니다. 영통 등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들 봉사단으로 한 달에 한 번 하루에 4시간 정도 봉사를 합니다. 우리 모음은 친목모임인데 산악회등을 결성해 산도 오르고 여가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저희가 한 달에 한 번 와서 봉사를 하는 곳이죠.”

 

하누리봉사단의 책임자라는 하영호(, 51)의 말이다. 방학을 맞아 친구끼리 봉사를 하러 왔다는 양규빈(1. 동성중), 조유민(1, 동수원중), 차은수(1, 동성중)도 봉사가 보람되고 즐겁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봉사자들이 가는 곳마다 있어 짜장스님이 혼자 다니면서 짜장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친구사이라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도 방학을 맞아 봉사를 하러 왔다고

 

불시에 일어난 사고

 

이번 봉사일정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일을 연달아 잡혀있었다. 그리고 25() 수원의 모 주민자치센터에서 어르신 200분께 짜장봉사를 하기로 예약이 되어있었다. 스님은 먼저 그곳으로 향하고 아침에 글을 올리고 나서 길을 나섰다. 곁에 가서 그야말로 잔심부름 밖에는 해 드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았더니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스님이 부상을 당해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가셨어요.”

 

이게 웬 벼락인가? 부상을 당했다고 하면 면을 뽑는 기계에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년 가까이 스님과 함께 다니면서 면 뽑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방심해도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스런 기계이기 때문이다. 병원을 물어 그곳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119구급차에서 내린 스님,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있다. 응급처치를 한 모양이다.

 

 우만사회복자관에서 스님짜장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는 운천스님. 이 기계에 부상을 당했다

 

이 스님 좀 말려주세요.

 

상처는 생각 외로 컸다. 오른쪽 손의 손가락 중 세 개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뼈까지 상했다고 한다. 엑스레이를 찍고 수술실로 들어가 두 시간 가까이 수술을 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짜장스님의 말에 어이를 상실했다.

 

수술만 받고 바로 남원으로 내려가 내일 봉사를 가야하는데, 그럴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결정할 문제예요

 

간호사도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수술을 받을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다니. 두 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고 병실로 옮긴 짜장스님. 2주일 정도는 입원을 해야 한다고 간호사가 이야기를 한다.

 

일주일만 있다가 나가면 안되요. 봉사할 곳이 에약이 되어있는데

 

누가 이 스님 좀 제발 말려주세요.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도 짜장봉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 운천스님의 말에 슬그머니 화가 난다.

 

스님 이 참에 좀 푹 쉬세요. 그동안 너무 많이 봉사를 해서 그냥은 쉬라고 해도 안되겠고, 아마 그렇게라도 쉬게 하고 싶었나 봅니다.”

 

억지로 이야기는 하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분들과 약속을 한 봉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마음 아파하는 이 스님. 도대체 누가 말릴 수 있을 것인가?

가끔 한 번씩은 짜장스님으로 유명한 남원 선원사 주지스님인 운천스님과 함께 봉사를 하는 현장을 따라 다니기도 했다. 3년 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소외되고 불편한 이웃들을 위해 스님짜장을 만들어 봉사를 한 것이, 어느새 150여회에 7만 그릇을 넘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스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 막말로 스님이 절에서 중생들을 위해 열심히 정진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을 과감히 박차고 중생들 틈으로 파고든 것이다. 스님짜장을 들고. 흡사 운천스님이 스님짜장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전쟁에 나간 병사와 같다. 한 손에 커다란 주걱을 들고, 또 한 손에 국자를 들고 말이다.

 

  수원 이목동에 자리한 '바다의 별' 가족들이 스님짜장을 먹고 있다. 아래는 짜장을 볶는 운천스님

 

고향 수원을 위해 만든 스님짜장

 

짜장스님의 고향은 수원이다. 어려서부터 광교산과 팔달산을 헤집고, 수원천 물에 발을 담그고 살았다. 출가를 하고 난 뒤에는 고향이라는 것을 별로 깊게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스님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스님짜장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급식공양을 베풀다가 보니, 자꾸만 고향이 눈에 밟혔다는 것이다.

 

굳이 내 고향을 멀리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고향을 위해 베풀자는 생각으로, 3일 간을 수원에서 스님짜장을 만들었다. 19일 수요일은 이목동에 있는 바다의 별에서, 110일 목요일은 서호노인복지관에서, 그리고 111일 금요일은 지동에 있는 한 골목에서 스님짜장을 만들었다.

 

 둘째날인 10일 서호노인복지관

 

피곤하지 않아요. 피곤하면 이렇게 할 수가 없죠. 제 생각엔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늘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가르치라고요. 하기 싫은 것 아무리 강요해도 이룰 수가 없거든요

 

그저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흡사 우리가 불교관련 달력 등에서 보는 동자승을 연상케 한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한편에서 그것을 눌러 잘 반죽이 되게 하고, 그러다가 보면 어느새 커다란 솥에 짜장을 볶고 있다. 그것이 끝나면 면을 뽑아내고 뜨거운 물에 삶아내고, 그렇게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몸에 밴 듯하다. 혼자 그 많은 일을 해낸다.

 

  세째날인 11일 지동골목길이 때 아닌 조리실로 변했다. 아래는 짜장을 볶고 있는 신동호 MBC 아나운서

 

짜장스님, 방송 타셨네.”

 

111일 금요일 오전 9. 지동에 있는 동문경로당 앞 골목이 시끌벅적하다. 이날 지동 5개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해 짜장스님이 이곳을 찾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날이 쌀쌀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지동이라는 마을은 참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저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손을 걷고 나서기 때문이다.

 

이날 짜장스님을 돕기 위해 지동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합류를 했다. 추운 골목길이 금방 사람들도 만원이 되었다. 가스버너에 불을 붙이는 사람. 물을 길어다가 통에 붓는 사람. 골목길이 추울까봐 열풍기까지 동원하는 사람. 어르신들이 짜장을 드실 때 혹여 싱거울세라 김치와 단무지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사람. 모두가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움직인다.

 

짜장급식을 하고 있는 윤건모 팔달구청장(좌)와 박찬복 지동장(우)  

 

갑자기 방송 카메라 두 대가 골목에 나타났다. MBC 간판 아나운서인 신동호 아나운서국 부장이 이곳을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를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함께 스님짜장을 만들면서 밀가루 반죽도 하고, 짜장도 볶고 배식도 한다. 사람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거기다가 골목길 스님짜장 잔치가 벌어졌다고 하니, 염태영 수원시장, 윤건모 팔달구청장, 박찬복 지동장 등이 이곳에 합류했다.

 

지동 골목은 언제나 봄날

 

동문경로당 아래 위층이 짜장을 드시러 오신 어르신들도 꽉 찼다. 윤건모 팔달구청장과 박찬복 지동장도 지동에서는 피해갈 수 없다. 쟁반에 짜장그릇을 담아 연신 어르신들께 날라다가 드린다. 찬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던 골목길이, 짜장스님으로 인해 봄날이 미리 온 듯한 모습이다.

 

스님짜장 정말로 맛있어요. 날마다 와서 해주면 정말 고맙겠구먼.”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곳을 찾아 마을 어르신들과 짜장 한 그릇을.... 

 

두 그릇이나 드셨다고 하는 어르신의 말씀이다. 짜장 한 그릇이 주는 행복. 지동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알기 때문인가? 준비한 음식이 조금 남았는데, 그 하나까지 모두 나누어 갖는다. 텅 빈 짜장 통을 차에 싣던 운천스님.

 

누가 이 마을을 낙후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나요. 마음이 부자인 이 분들이 정말 부자인 것이죠. 조금 비좁고, 조금 부족하고, 조금 남들보다 돈이 없다고 낙후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마을 분들을 보세요. 정말 마음이 부자입니다. 참 부자는 이런 분들이죠. 작은 것 하나를 나눌 줄 아는 이분들이야 말로, 제가 다닌 많은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부자들입니다

 

() 이날 녹화된 내용은 120() 오후 8시 뉴스편에 방송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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