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스님’, 이참에 좀 쉬세요.

 

참으로 곁에서 보기에도 미안할 정도이다. 쉬지 않고 봉사하는 그 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유명한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 선원사주지스님이기 보다는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하긴 일 년이면 70회에 4만 그릇이 넘는 짜장을 봉사하고 있으니, 짜장스님으로 유명할 만도 하다.

 

그렇다고 운천스님이 짜장면을 만들어 파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 소외되고 조금은 굶주린 이웃들에게, 아니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짜장 한 그릇을 해 먹이는 것이 다이기 때문이다. 늘 조금은 낡은 차에 스님짜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반죽기와 면을 뽑는 기계, 그리고 야채와 밀가루 등을 가득 싣고 다닌다.

 

 24일. 수원에 소재한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스님짜자을 드시고 계시는 어르신들

 

빡센 일정, 보기만 해도 힘들어

 

멀리서 봉사를 하면 그나마 곁에서 잔심부름이라도 할 수가 없다. 그런 짜장스님이 요즘 들어 수도권에서 많은 활동을 한다. 그것만 해도 고마울 뿐이다. 스님과 더불어 아주 작은 복이라도 지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요 며칠 스님의 행적을 보면 20() 화성 신흥사에서 400명에게 짜장면 봉사. 21일은 수원장애인협회에서 100그릇을 봉사를 하기로 했지만 날씨 덕에 취소가 되었다. 장애인들이 눈, 비거 오면 바깥출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22() 여주 라파엘의 집 봉사, 23() 장안구청 인근 평화의 모후원 어르신들께 짜장면 봉사. 24() 수원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새터민 및 어르신들께 짜장면 봉사 등이다.

 

 하누리봉사단. 30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이곳이 와서 봉사를 한다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

 

이렇게 짜장스님이 많은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 지역에 봉사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24일 우만사회복지관에는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중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한화봉사단과 가장 많은 봉사자들이 참여한 하누리봉사단(14, 단장 이완소) 등이다.

 

저희들은 회원이 한 30여명 정도 됩니다. 영통 등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들 봉사단으로 한 달에 한 번 하루에 4시간 정도 봉사를 합니다. 우리 모음은 친목모임인데 산악회등을 결성해 산도 오르고 여가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저희가 한 달에 한 번 와서 봉사를 하는 곳이죠.”

 

하누리봉사단의 책임자라는 하영호(, 51)의 말이다. 방학을 맞아 친구끼리 봉사를 하러 왔다는 양규빈(1. 동성중), 조유민(1, 동수원중), 차은수(1, 동성중)도 봉사가 보람되고 즐겁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봉사자들이 가는 곳마다 있어 짜장스님이 혼자 다니면서 짜장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친구사이라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도 방학을 맞아 봉사를 하러 왔다고

 

불시에 일어난 사고

 

이번 봉사일정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일을 연달아 잡혀있었다. 그리고 25() 수원의 모 주민자치센터에서 어르신 200분께 짜장봉사를 하기로 예약이 되어있었다. 스님은 먼저 그곳으로 향하고 아침에 글을 올리고 나서 길을 나섰다. 곁에 가서 그야말로 잔심부름 밖에는 해 드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았더니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스님이 부상을 당해 119 구급차로 병원으로 가셨어요.”

 

이게 웬 벼락인가? 부상을 당했다고 하면 면을 뽑는 기계에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년 가까이 스님과 함께 다니면서 면 뽑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방심해도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스런 기계이기 때문이다. 병원을 물어 그곳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119구급차에서 내린 스님,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있다. 응급처치를 한 모양이다.

 

 우만사회복자관에서 스님짜장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는 운천스님. 이 기계에 부상을 당했다

 

이 스님 좀 말려주세요.

 

상처는 생각 외로 컸다. 오른쪽 손의 손가락 중 세 개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뼈까지 상했다고 한다. 엑스레이를 찍고 수술실로 들어가 두 시간 가까이 수술을 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짜장스님의 말에 어이를 상실했다.

 

수술만 받고 바로 남원으로 내려가 내일 봉사를 가야하는데, 그럴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결정할 문제예요

 

간호사도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수술을 받을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다니. 두 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고 병실로 옮긴 짜장스님. 2주일 정도는 입원을 해야 한다고 간호사가 이야기를 한다.

 

일주일만 있다가 나가면 안되요. 봉사할 곳이 에약이 되어있는데

 

누가 이 스님 좀 제발 말려주세요.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도 짜장봉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 운천스님의 말에 슬그머니 화가 난다.

 

스님 이 참에 좀 푹 쉬세요. 그동안 너무 많이 봉사를 해서 그냥은 쉬라고 해도 안되겠고, 아마 그렇게라도 쉬게 하고 싶었나 봅니다.”

 

억지로 이야기는 하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분들과 약속을 한 봉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마음 아파하는 이 스님. 도대체 누가 말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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