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실은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 참 억세게도 전국을 돌아다니신다. 가는 곳마다 인기 만점인 이 스님, 혹 나중에 대권 도전을 하실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농담이지만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시는데, 혹 누가 알리요. 아마도 지금 대권에 참가를 하셔도 꼴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이젠 유명한 스님이 되셨다.

 

짜장스님인 운천스님은 천년 고찰인 남원 선원사의 주지스님이시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천스님’이라고 알기보다는, ‘짜장스님‘으로 더 잘 통한다. 늘 짜장면 봉사를 다니시기 때문이다. 더운 날은 짜장면이 상하기 쉬워, 잠시 주춤하셨다.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다시 봉사가 시작되었다.

 

 

 

짜장봉사 쉽지는 않은데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스님이 남들을 위해 베푼 짜장면의 그릇 수가 3만 그릇이 넘는다. 한 그릇에 4,000원이라고 계산을 해보아도, 1억 2천만 원 어치를 봉사를 한 셈이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봉사를 할 때마다 따라간 봉사단원들의 인건비를 계산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 그리고 많은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먹는 것일 테죠. 생각해 보세요 배가 고픈 사람들이 가장 부러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저희가 다니는 곳 중에는 군부대도 있고, 먹고사는데 있어서 굶주리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고 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죠. 그 분들에게 찾아가 짜장면 한 그릇을 드실 수 있도록 한다면, 작은 행복을 맛보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쉽지 않은 봉사인데도 불구하고, 일 년에 50회 정도의 봉사를 한다. 많은 달은 한 달에 10회 이상을 봉사를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죠. 저야 그렇다고 쳐도 봉사단들은 정말 힘듭니다. 그렇다고 돈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죠.”

 

이제 짜장봉사는 일상이라는 스님

 

9월 22일, 전라남도 순천시 북정 2길 20에 소재한 순천북초등학교 강당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순천시 라이온즈 클럽 등이 주관하는 경로잔치에 많은 어르신들이 모이셨다. 이 자리에서 짜장봉사를 하시기 위해 일찍 순천으로 향한 짜장스님과 봉사단. 커다란 가마솥을 차에서 내려 짜장을 볶느라 부산하다.

 

 

 

강당 무대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공연도 마련되었다. 모처럼 이런 행사에 참석을 하신 어르신들은 마냥 즐겁다고 하신다. 들통에 짜장을 담아 어르신들께 배식을 하는 짜장스님은 땀을 흘리시면서 열심히 나누어드린다.

 

“고기도 안들어 갔는데 정말 맛있구먼.”

 

어르신들의 그 한 마디에 쌓인 피로가 가신다고 한다. 500명 쯤 모이신 어르신들은 그렇게 강당 바닥에 발을 펴고 앉아 짜장밥을 드셨다.

 

“스님이 절에서 불경을 외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급식을 하는 것도 좋은 공양구죠. 이제 짜장봉사는 저의 일상입니다. 그리고 다 많은 분들께 해 드릴 수 있도록 해야죠. 가을이 되었으니 이제 돼지감자도 열심히 캐야 합니다.”

 

 

 

짜장스님이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돼지감자를 캐는 것은, 그것으로 차를 만들어 파시기 위해서이다. 그 돼지감자를 판돈으로 짜장봉사를 다니신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늘 부족하다. 그래도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스님은 밥차가 한 대 있었으면 더 많은 분들께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하신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께 짜장봉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함께 나누는 것보다 좋은 공덕은 없으니까요”

한 달에 한 번 부산 구서전쳘역으로 갑니다. 구서전철역 옆에는 임시로 무료급식소를 개설한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혜일암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맡아하는 무료급식에는 1,000여명의 어르신들이 잠심에 식사를 하러 모여드십니다. 그 분들에게 별미라고 하는 스님짜장을 대접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 중에는 먹고살기 괜찮은데 그냥 오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 몇 번째 그곳을 찾아본 느낌은 다릅니다. 이곳에 모이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독거노인들이시거나 노부부가 함께 생활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자녀들이 잘 모시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곳에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자녀들 때문이라도 망설여질 것이란 생각입니다.


날이 추워지는데. 이렇게 추운 곳에서

오늘 서울시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보궐 선거가 있습니다. 부산구서전쳘역을 다녀와 날이 쌀쌀해진 덕분에 조금 나아가던 감기가 다시 걸린 듯합니다. 그런데 방소을 보다가 그만 조소를 하고 말았습니다. 복지 어지간히 떠들어 대시는 분들. 과연 이 나라에 올바른 복지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습니다. 말로만 더들어대는 복지. 한 두번 그런 말에 속은 것이 아닙니다. 막상 되고나면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 참 너무나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봉사를 하는 분들입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이곳에 와서 일을 돕고 계십니다. 이런 분들이 정말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분들입니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입니다. 

날이 점점 추워집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노천이라고 해도 견딜만 했는데, 올 겨울에는 지난 해보다 더욱 추워질 것이라고 하네요. 걱정입니다. 날이 추우면 이 바람막이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하다못해 가건물이라도 바람벽을 막으면 하는데, 그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진수성찬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음식에는 정말 소중한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마 그 어던 음식보다도 값지다고 할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인원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관계자의 말로는 날이 추워지면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 어르신들이 이 겨울을 잘 지내실 수 있는지 걱정입니다. 그저 원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다 못해 화톳불이라도 지필 수 있도록요.


안에는 이미 꽉 차 자리가 없습니다. 그 뒤로 늘어선 줄은 길게 이어집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복지인지 묻고 싶습니다.

봉사라는 것. 남들이 볼 때는 참 아름다운 것이라고 할 테죠. 그런데 봉사는 해보셨나요? 정말 마음 하나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봉사라는 것을 한다는 것은 희생입니다. 희생이 없이는 봉사도 이루워질 수가 없죠. 어르신들이 이 겨을을 어떻게 나실 것인지. 걱정스럽습니다.


혜일암 주지 스님이 일일이 어르신들을 챙기고 계십니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해 주시고 계십니다. 봉사는 이런 희생이 따라야 하는 것이죠.

추워지는 날 만큼이나 겨울을 나실 어르신들이 걱정스럽습니다.
가을은 풍요로움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가을이 되면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엄청 바쁜 날을 보내고는 하죠. 어제 몸살, 감기로 영 몸이 말이 아닌데도 가을 수확을 하러 나갔습니다. 고구마를 절에서 떨어진 밭에다가 봄에 심었는데, 서리가 오기 전에 서둘러 수확을 하느라고요.

몇 몇 분이 동행을 하여 나간 고구마밭. 9월 한달 동안 행사준비 등 바쁜 일정으로 미쳐 밭을 돌보지 못했더니, 잡풀만 그득하니 자라났네요. 먼저 줄기를 걷어내고, 다음으로는 비닐을 모두 걷어 한 곳에 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단단해진 흙더미를 헤치자, 붉은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그래서 수확의 기쁨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스님짜장' 재료로 사용할 고구마

이렇게 밭에 고구마를 심은 것은 '스님짜장' 재료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따져보니 짜장 한 그릇의 원가가 1,300원 정도인데, 고구마 등을 일일이 사서 사용을 하여고 하면, 아무래도 원가가 더욱 비싸집니다. 그래서 양파와 고구마 등은 직접 심어서 수확을 해서 사용합니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 낮의 더위는 그래도 덮습니다. 땡볕에서 열심히 작업들을 한 덕분에 그래도 한 20여 상자는 수확을 하였네요. 이 고구마를 이용해 더 맛있는 짜장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봉사를 하려고 합니다.     




절집에서 봉사를 하는 총각입니다.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는 폼이 멋집니다.





이것을 엉덩이에 대고 고구마를 캡니다. 요즈음은 고구마 등 농작물을 캘 때 이 도구를 많이들 상요합니다. 의자인 셈이죠. 한결 작업을 하기가 편하다고 하네요.





수확철인데 그래도 고구마 꽃이 피었습니다. 밭 고랑에 캐 놓은 고구마들이 실합니다. 하나 깎아 먹어보니 그 맛이 일픔이라는...
 



수확을 한 고구마입니다. 돈으로 따지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직접 농사를 지은 고구마를 이용해 '스님짜장'을 만든다면, 그도 의미있는 일이란 생각입니다.

8월 8일 오전부터 남원 선원사가 부산하다. 아침 일찍 부터 무엇을 그리들 준비하는지, 쓸고 닦고 법석이다. 90여명의 유치원 어린이들이 오늘 선원사를 방문하는 날이다. 그동안 선원문화관을 개관하고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두 번째 전시회를 여는 왕성한 문화 활동을 펴고 있는 선원문화관이다.

지난 8월 6일 오후 2시 <김원주의 도예전 - 찻그릇과 항아리>전을 열고 있는 선원문화관 내 갤러리 선. 전시회와 더불어 함께 여는 ‘문화강좌’가, 이번에는 색다른 강좌를 열었다. 바로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작가인 지우재 김원주가 함께 흙을 만지며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용화전 앞뜰에 가득한 색색의 신발

선원사를 찾은 마리몬테소리 어린이집(원장 박영희) 어린이 90여명과 선생님들. 어제 밤 태풍의 영향으로 오늘 아침까지 비가 내리면 부득이 행사를 취소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화창하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기에는 제격인 날씨다.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작가 김원주의 이야기가 시작이 되자 아이들이 먼저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우스웠던 모양이다.

“내가 누구냐 하면요. 뭉실뭉실 뭉게구름을 타고 어제 밤에 이곳으로 확 날아 온 털보아저씨예요”

아이들이 소리 내어 웃는다. 4~7세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그 모습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하나하나 손을 잡아 만드는 흙그릇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손을 잡아 준다. 손에 물을 적신 후, 손을 잡아 흙에 대어준다. “기분이 어때요?“ ”간지러워요“를 연발하며 웃어댄다. ”이렇게 늘리세요. 늘어나라 늘어나라“ 손에 닿은 흙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그릇이 완성되었다. 그것을 판에 올려 아이들이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스님짜장’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들까지 100여명이나 되는 인원이 용화전 안에 모여 짜장을 먹는다. 그리고 또 다시 흙장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계속 된 ‘털보아저씨와 함께 하는 흙장난’




선원문화관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자 새롭게 문을 연 공간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전시와 문화행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한다. 더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문화공간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 선원문화관이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새벽 5시, 짜장스님인 운천스님이 문을 두드린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감자를 캔 밭으로 '이삭줍기'를 하러 가자는 것이다. 요즈음은 농촌분들도 이삭줍기를 별로 안하신단다. 그만큼 노동력이 딸리 거기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딴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일 것이다.

5시 10분 정도에 길을 떠났다. 요천가에는 벌써 건강을 위해 아침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부지런히 걷고 있다. 30분 정도를 달려 찾아간 감자밭. 물론 감자를 다 캐고 난 후이다. '이삭줍기'란  농작물을 거두고 난 뒤, 땅에 떨어진 곡식의 낱알이나 열매 등을 줍는 것을 말한다.

조금이라도 아껴보아야죠

감자를 캐고 난 밭에 가서 이삭줍기를 하고 있다.

이삭줍기를 한다고 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 두 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나면, 꽤 많은 양의 감자를 걷울 수가 있다. 이밭 저밭을 다녀보지만 벌써 누군가 한 번 훑고 지나갔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이 저 넘어로 가면 어제 감자를 캤기때문에 더 많이 이삭을 주울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나라도 더 걷어올 욕심에 길도 제대로 없는 산길을 올랐다. 그런데 이건 쪼 무슨 일인가? 모두 딴 농작물을 심기 위해 로터리를 쳐 버렸다. 감자는 다 조갸지고 으깨져 있다. 다시 돌아나와 처음에 들렸던 곳으로 간다. 사람들은 왠 스님일행이 이 이른 아침에 이삭줍기를 하느냐고 궁금해 한다.

'스님짜장'에 들어갈 것 정성이 깃들어야

오늘(7월 24일, 일요일) 아침 5시에 길을 나서 이삭줍기를 한 감자다. 큰 것들도 있어 즐거운 마음이다.

소외되고 힘든 이웃들을 위해 만들어 주는 '스님자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감자이다. 그 감자를 일일이 돈을 주고 사야만 한다. 이렇게 이삭줍기를 하면 다만 얼마라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의 노동으로 얼만큼이라도 쓸 수가 있으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그저 몸으로만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마음으로 위해야 정말 아름다운 봉사라는 생각이다. 피곤한 몸과 졸린 눈으로 아침부터 땀을 흘렸지만, 그래도 꽤 많은 양의 이삭을 주울 수가 있었다. 그것을 손질하면서도 더 많이 캐오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아마도 이 이삭줍기를 한 감자를 이용한 스님자장은 그 맛이 남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제 새벽에 길을 나서 캐온 감자이다. 꽤 많은 양이다. 이틀동안 새벽 잠을 포기하고 다녀온 결과물이다. 두어가마는 됨직하다. 

그래도 이렇게 이틀동안 이삭줍기를 하면서 나름 생각을 해본다. 첫 번째는 직접 밭에가서 이삭줍기를 한 감자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었으니,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피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가지가 다 고마움이다. 시쳇말로 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따듯한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주) 이 사진은 아이폰으로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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