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에 51회 봉사에 30,000여 그릇, 2012년 12월 20일까지 64회 35,000 여 그릇. ‘사랑실은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이 전국을 다니면서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한 회수와 그동안 봉사를 한 짜장면과 짜장밥의 그릇수이다. 2년 동안 115회 봉사에 65,000 그릇 정도를 급식공덕을 했다.

 

운천스님의 짜장봉사는 날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처음에는 노인복지관과 군부대, 그리고 장애자들이 있는 복지재단 등에서 활종을 하더니,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 안 다니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남들이 들어가기 싫어하는 불산누출 사고마을이나 섬까지 들어가 봉사를 한다.

 

 

봉사는 나의 운명이라는 짜장스님

 

운천스님의 짜장봉사는 천년고찰인 남원선원사 주지로 부임을 하면서 부터이다.

 

“선원사 주지 소임을 맡아 왔는데, 우연히 짜장면을 만들어 공양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군부대가 있어 장병들에게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짜장면’이라는 것입니다. 몇 날을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했죠.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 속으로 들어가 실천을 하자고요.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 마음에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제가 다가갈 수 있는 길은 짜장면을 들고 가는 길이 가장 지름길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죠.”

 

그래서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시작했다. 지금은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운천스님의 행보가 요즈음은 종교의 벽을 뛰어 넘었다. 시류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고 해서가 아니다. 이미 종교의 벽은 하나도 가치가 없다고, 어떤 종교에서 필요로 하던지 망설이지 않고 달려간다.

 

 

처음 불교와 관련 된 곳을 찾아다니던 운천스님은, 이제는 스님짜장 한 그릇으로 갑갑하고 꽉 막혔던 종교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데 일조를 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경비가 만만치 않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데, 그 또한 많은 부담이 된다고 한다. 더구나 장비를 싣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적은 차로 이동은 불가능하다.

 

“짜장 한 그릇에 원가를 따져보니 1,400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물론 자재 값만 그렇습니다. 인건비면 운송비 등을 합치면 원가는 더 들어가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따질 수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저희를 필요로 한다면 달려가야죠. 지금은 그것이 제 운명이 되어버렸습니다”

 

껄껄 웃으면서 밀가루 반죽을 한다. 내일은 또 멀리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일 년이면 60회 정도를 봉사를 하러 다니다가 보니, 함께 봉사를 하던 봉사단들이 모두 치쳐 있다는 것.

 

 

스님짜장의 특별함, 그 비밀

 

스님짜장이 사람들에게 왜 인기가 있을까? 물론 무료로 나누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매달 두 번씩 찾아가는 부산 구서 전철역의 무료급식소에는 800여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자리가 모자라 항상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 중에는 이런 곳에 와서 드시지 않아도 될 법한 어르신들도 눈에 띤다. 왜일까?

 

“스님짜장의 맛이 달라요. 우선은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기도 하지만, 고기를 쓰지 않아요.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담백함이 느껴져요. 무엇인가 이 짜장만이 갖고 있는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스님짜장을 급식하는 날이 되면, 일부러 이곳에 오신다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다. 도대체 스님짜장 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짜장 봉사를 하면서도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걱정을 하는 운천스님이다.

 

“비밀이 무엇이 있겠어요. 그저 남들보다 더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 고기보다 비싸다는 콩고기와 콩 햄 등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짜장을 볶아내고 면을 그 자리에 뽑아서 삶아내기 때문인 듯도 하고요”

 

그렇게 대답을 하는 운천스님이지만, 사실 스님짜장의 맛의 비밀은 딴 곳에 있었다. 짜장을 어쩔 수 없이 사용을 하고 있지만, 짜장을 볶을 때 사용하는 육수를 밴댕이 등의 어류와 멸치를 삶아서 만든다. 그리고 야채의 종류가 7~8가지나 들어간다. 이런 것들이 모여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다. 먹는 사람들의 건강을 최우선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돼지고기를 넣기도 합니다. 외진 곳이나 불산마을, 군부대 등에는 고기를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이 콩고기보다 더 쌉니다. 그래도 옛날 분들은 그런 것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고기를 넣어 드리기도 하죠.”

 

결국 스님짜장의 비밀은 정성과 재료가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우선 들어가는 야채 종류가 다양해 그것들이 어우러져 느끼한 맛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짜장면을 한 그릇씩 비운 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것을 보는 짜장스님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환하다.

참 아픈 말이다. 그리고 큰 아픔이었다. 난 죄인이라도 된 듯 말을 할 수 없었다.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지난번에는 그저 마을회관을 들어가면서 겉모습만 촬영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미시해평청소년수련원’에 묵고 있는 70여명의 주민들, 그들의 아픔을 하나하나 들춰보기로 했다.

 

하늘도 무심하더라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이 12일에 불산 누출 사고마을에 또 들어가신다고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돌아보려고 일찍 출발을 했다. 스님이 해평청소년수련원에서 ‘스님짜장’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불산누출 사고마을인 임천리로 향했다. 처음 이곳을 들렸을 때는 솔직히 이 정도인줄은 몰랐었다.

 

봉지를 씌운 체 남아있는 배

 

붉은 천에 쓰인 ‘불산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식용불가’라는 글씨. 그 앞에서 하염없이 잘 자란 배추를 바라보고 있던 할머니.

 

“올해는 아이들 김장도 못해 주었네. 저 아까운 것을 어쩌지”

 

할머니는 매년 김장을 해서 자녀들에게 보냈다고 하신다. 그러나 실하게 자란 배추가 하루아침에 만져보지도 못할 죽음의 배추가 되어버린 것이다. 임천리 들판에는 베지 않은 벼가 누렇게 타서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배나무에는 봉지를 씌운 배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사과나무에는 잘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그것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흐른다.

 

추수를 하지 못하고 방치된 벼와(위) 붉은 고추가 달린 고추밭(아래)

 

그야말로 아픔이었다. 누군가 ‘하늘이 무심해도 너무 무심했다’라고 말을 한다. 순간의 잘못으로 인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청소년수련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임천리 주민들. 불편한 이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몇 차례 수련원과 마을을 운행하는 버스로 집을 돌아보고는 한다.

 

“기자가 죽을까봐 어떻게 여길 왔지”

 

한참 마을을 돌아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을의 어르신이 누구냐고 물으신다. 취재를 하러 들어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기자분이 죽을까봐 어떻게 여길 오셨소. 기자 분들은 오지 않고도 글만 잘 쓰드만.”

 

붉게 익은 사과가 달린 사과나무들(위) 주렁주렁 열린 포도

 

임천리 옆 해평마을에 사신다는 어르신은 기자들에 대해 화가 많이 나신듯하다. 어르신께 왜 그렇게 기자들을 미워하시는가를 물었다.

 

“기자들이 제대로 알고 기사를 써야죠. 여긴 들어 온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소. 말로만 듣고 기사를 써대니, 마치 구미 전체가 마치 불산에 오염된 것처럼 사람들이 알고 있잖소. 구미라는 인쇄가 들어가 있는 농작물은 아무도 사지를 않아요. 구미 농사꾼들은 올 한 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정말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말이요”

 

어르신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간다. 불산 누출로 인해 기형아를 낳는다거나, 뼈가 녹는다는 말들이 흉흉하게 떠돌았다는 것이다. 불산에 노출된 것을 먹으면 똑 같이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불산이 공기로 퍼져나갔다고 했다는 것이다.

 

스님짜장을 준비하는 운천스님과 짜장을 드시는 임천리 주민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구미 전체의 일은 아닌데, 하도 떠벌려대니 사람들이 구미라는 글자만 있어도 그 식품들은 안산데요. 돈 들여 인쇄해 놓은 포장박스를 다 버려야 할 판이니, 기자가 글만 쓰면 되는 것이 아닐 텐데 너무 무책임 한 것 같아요. 마치 구미시 전체가 오염되어 버린 것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요”

 

졸지에 죽일 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벌써 불산누출 사고마을을 다녀 온지 3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아픔을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배추밭에서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가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어머니의 마음을 본 것이다. 그래도 먼저 자녀들 김장 걱정을 하시는 어머니. 한 사람이 부주의가 불러온 것치고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다. 이 분들 언제나 정든 집으로 돌아가실 수가 있을까?

‘짜장스님’, 변산공동체 학교를 가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한 남원 천년고찰 선원사의 주지인 운천스님. 무슨 일인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항상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고 계시는 분이기에 무슨 일인가 더 궁금하다. 그동안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한 것이 벌써 3만 그릇이 훌쩍 넘었다.

 

말이 3만 그릇이다. 짜장 한 그릇에 가장 저렴한 가격인 2,000원씩만 계산을 한다고 해도, 6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사회에 돌려준 셈이다. 늘 주장하는 것이 ‘스님이 벼슬입니까? 아이들에게도 배울 것은 배워야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중생들의 아픔을 알고, 그들과 함께 세상 고통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 라고 되묻고는 한다.

 

 

생태가 살아있는 곳, 부안 변산 공동체 학교

 

스님이 이렇게 상기가 된 것은 11월 25일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3에 소재한 ‘변산공동체 대안학교’를 다녀온 후이다. <변산공동체학교>는 주곡 중심의 농사를 유기농법만으로 고집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중, 고 과정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인 공동체학교는, 현재 10여 가구에 60여 명의 식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1998년에 문을 연 변산공동체학교는 오전에는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모두 살림수업을 한다. 황토로 이룩한 학교는 물론, 모든 것을 스스로 짓고 해결을 한다. 먹거리 하나에서부터 땔감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화학’이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을 합니다. 그곳에 짜장봉사를 나갔다가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왔죠. 저희들은 아직도 짜장봉사를 하면서 일부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오고는 하는데. 이 학교의 학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합니다. 그러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벌써 이 학교가 문을 연지 15년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제초 등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10배나 도 품을 팔아야 하는 농사법을 그대로 고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급자족을 위해 쌀농사며 보리, 밀 등은 물론 콩, 고추, 고구마 등 모든 것을 심어서 사용한다. 토종 씨앗을 구하기 위해 강원도는 물론 안 다닌 곳이 없다는 사람들이다.

 

 

짜장스님 공동체 학교를 가다.

 

11월 25일 짜장스님이 변산공동체 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에게 스님짜장을 해주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직접 짜장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그리고 한 사람이 2~3인 분은 기본으로 먹어치웠다.

 

“세상에 그동안 숱한 곳을 다녔지만, 이곳보다 잘 먹는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60명이 살고 있고 잘 먹는다고 하기에, 150인 분을 준비했는데 거의 남은 것이 없어요.”

 

운천스님이 말을 하고 껄껄 웃는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의 식성이 좋았나보다. 하긴 운천스님이 만들어 주는 스님짜장 역시 일 년 간 농사를 짓고 걷어드려 만들고 있으니, 두 곳의 마음이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곳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도자기도 만들고 나무를 패고, 도대체 과거 우리네들의 농사법과 살아온 모습을 그ㄷ로 지키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정말 올곧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이 공동체지 어느 누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곳에서 규칙을 지키며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서 정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러울 정도였으니까요”

 

늘 그동안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을 것을, 당연히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운천스님이다. 당연히 자신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먹을 것으로 돌려준다고 시작한 ‘사랑실은 스님짜장’. 운천스님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 자매결연도 맺고 왔습니다. 저희들이 농사를 지을 때 함께 도와주기로요. 세상은 내가 남을 위해 베풀면,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법입니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인연이죠. 말로만 하는 아름다운 인연이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이번에 공동체학교를 찾아가서 60여 분의 스승을 만나고 왔습니다.” 라며 크게 웃는다.

 

지난 11월 1일(목)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9시부터 열린 세계순례대회의 시작은 4대 종교의 지도자들과 김완주 전라북도 도지사, 전주시장, 김제시장, 완주군수 등의 지자체장들이 모여 총 240km인 600리를 걷는 순례대회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순례길은 각 종교의 역사적인 지역을 연계하는 길로 11일 순례포럼과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닫는마당까지 이어졌다.

 

11월 1일(목)에는 1코스인 한옥마을~송광사구간인 26.1km를 원불교 전북교구장인 고원선 교무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소태산 대종사를 기억하며’린 부제를 달고 있다. 11월 2일(금)에는 2코스 송광사~천호구간으로 27.1km 에 달한다. 금산사 회주인 도영 큰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벽암대사를 기억하며’라고 부제를 달았다

 

가수 김태원이 스님짜장을 볶고 있다(위) 빼마 친조르(Pema Chinjor) 티베트망명정부 종교문화부장관도 함께 짜장을 볶으면서 즐거워하고(아래)

 

11월 3일(토)에 걷는 3코스는 천호~나바위 구간으로 24.1km 달하며 천주교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총무인 이영춘신부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김대건 신부를 기억하며’라고 했으며, 4일 째인 11월 4일(일)에는 4코스인 나바위~미륵사지까지 23.6km를 이상원 길 매니아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허 균을 기억하며’로 테마를 잡았다.

 

11월 5일(월)에는 5코스인 미륵사지~초남이 구간 25.5km 걸었으며, 원광대 나종우 교수와 지광 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주왕을 기억하며’란 부제를 달았고, 11월 6일(화)의 6코스는 초남이~금산사로 25.9km에 달한다. 이 구간은 백남운 목사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진표율사를 기억하며’이다.

 

11월 7일(수)에 걸은 7코스는 금산사~수류의 14.5km의 순례길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7대 교구장인 원행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처영대사를 기억하며’ 란 주제를 갖고 있다. 11월 8일(목)에는 8코스인 수류에서 모악산까지 21.2km의 걷기구간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이었다.

 

 11월 10일 전주 승암산(치명자산) 광장에 모인 순례단(위) 김태원과 4대종교지도자들이 순례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아래)

 

11월 9일(금)에는 9코스 인모악산에서 전주 한옥마을까지 27.5km를 전주지역 장로교 연합회장인 박진구 목사와 천주교 전주교구장인 이병호 주교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순례길로 ‘선교사들을 기억하며’라고 하였다. 11월 10일(토)에는 어울림 큰마당인 순례 음악회로 꾸몄는데, 승암산(혹은 치명자산) 광장에서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부활의 김태원 등도 함께한 순례길

 

10일 승암산(치명자산) 광장에는 그동안 걸어 온 순례길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날은 종교지도자들이 순례를 한 사람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의식도 함께 하였으며, ‘사람실은 스님짜장’으로 500여명의 순례단이 점심을 들었다.

 

 순례단의 발을 씻기는 원행스님(위)와 한 종교지도자가 김태원의 발을 씻기고 있다(아래)

 

아침 일찍 승암산 광장에는 차일을 치고, 짜장면을 볶을 솥을 걸었다. 짜장을 볶을 때는 순례대회에 참가한 빼마 친조르(Pema Chinjor) 티베트망명정부 종교문화부장관도 함께 짜장을 볶으면서 즐거워하기도. 부활의 김태원도 김이 무럭무럭 나는 짜장을 볶기도 해, 기자들의 열띤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이 순례길에 참가를 했다는 이아무개(여, 42세 전주)는 이 날 행사가 정말 즐겁다고 한다.

 

“정말 이렇게 모든 종교를 망라하는 순례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전라북도는 모든 종교의 소통창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10일 동안 240km를 걸으면서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즐거웠지만, 오늘 이렇게 스님짜장을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늘 이런 축제 때마다 함께 해 주시는 여러분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순례기간 중 4회에 걸쳐서 1,200명 정도에게 짜장봉사를 한 운천스님(남원 선원사 주지)은

 

“이리저리 다니느라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활의 김태원과 티베트의 장관까지 함께 동참을 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역시 봉사란 것은 강요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남을 위한다는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세계순례대회. 1만 여명이 넘는 순례객이 이 길을 걸었으며, 4대 종교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감싸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세계순례대회의 대장정은 11월 11일 전북도청에서 가진 ‘세계순례포럼’를 끝으로 막을 내렸으며, 이 자리에는 김완주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이병호 주교, 박진구 목사, 원행 스님, 고원선 교무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달 26일 구미공단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로 인해,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가 황폐화가 되었다. 아직도 300여명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로 옮겨 다니면서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농작물의 면적은 212헥타르, 인명 피해는 사망 5명에 23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정부에서는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를 했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은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봉산리 주민들은 농토가 불산으로 오염이 되었는데, 내년 농사는 어떻게 지을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낸다. 더욱 23일 환경부는 피해지역에서 불산에 노출된 3,997마리의 동물을 ‘일괄폐기처분’한다고 발표해,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황폐화 된 마을, 보기만 해도 처참해

 

구미시 임천리와 봉산리로 들어가는 주변의 농작물은 다 말라 처참하게 변해있었다. 논이며 포도와 같은 과실도 말라비틀어져 있고, 잘 익어가던 고추는 그대로 붉게 말라죽어버렸다. 논이며 밭 등 여기저기에는 붉은 현수막에 ‘불산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식용불가’라고 쓴 글씨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의 대기오염측정차량의 모습이, 이곳이 아직도 안전하지가 않은 듯하여 걱정스럽다. 임천리에서 만난 주민이라는 어르신 한 분은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며

 

“도대체 이렇게 땅이 다 오염이 되고 사람이 죽어나갔는데도, 내년에 여기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은 온전한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옮겨갈 수가 없습니다. 말이 괜찮다고 하지만, 그 누가 그런 말을 믿겠습니까?” 라고 한다.

 

 

 

짜장스님 불산피해 지역에서 봉사

 

얼마 전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이 전화를 거셨다. 부산에 들렸다가 올라오시면서 구미 불산피해 지역을 들려오셨단다. 마을회관 등에서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따듯한 짜장면이라도 대접을 하고 싶다는 것.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들어가기를 꺼려한다면서, 당신이라도 그분들에게 따듯한 음식을 대접해야겠다는 것이다.

 

10월 28일(일), 아침 일찍 선원사를 떠난 봉사단 일행은 4시간여를 달려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청소년수련원에 도착을 했다. 가는 길에 차장으로 보이는 마을은 그야말로 사람이 살 수가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 다 타버린 논이며 밭은 푸른색이 보이지 않는다. 논이며 밭, 과실나무들도 모두 벌겋게 타서 죽어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일까? 임천리 청소년수련원에 모이신 분들은 200여명 정도. 그분들에게 ‘스님짜장’을 봉사하기 위해, 봉사단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봉산리는 조리를 할 수 있게 준비가 되지 않아, 수련원에서 짜장을 볶아 밥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봉산리에서 짜장밥을 드신 주민들은 100명 정도의 인원이다.

 

두 마을을 돌면서 짜장면과 밥의 봉사를 마친 운천스님은 잠시 휴식을 하면서

 

“무책임한 실수가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한 끼라도 이분들에게 따듯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것을 해드리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짜장면과 밥뿐이라 안타깝습니다. 얼른 이분들이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 가실 수 있기를 매일 간구하겠습니다.”라고 한다.

 

 

 

황폐가 된 들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정작 피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온다. 아마도 몇 날은 그 타버린 농작물이며 붉은 현수막이 아른거릴 듯하다. 언제나 이분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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