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치고 힘이 없을 때는 그저 보약이 따로 없다. ‘밥이 바로 보약이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역시 정답이다. 더운 날 돌아다니다가 보면 사람이 지치기도 하고, 그것이 누적이 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런 무더운 날이 계속되다가 보니, 자연히 입맛도 떨어질 수밖에.

 

원래 먹는 것을 갖고 탓하지 않는 사람이라, 웬만한 음식은 그저 말없이 잘 먹는 편이다. 하지만 무더위에 매일 두 세 시간씩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리다가 보니, 건강도 점차 고갈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보면 입맛도 떨어지게 된다. 사람이 심신이 피곤하다 보면, 이것저것 다 귀찮아지기도 한다.

 

 

허름한 식당, 외부만 보고 판단은 금물

 

글쎄다. 밖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판단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겉모양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려하면 그것보다 위험한 것이 없다. 매사에 마찬가지 일 것이란 생각이다. 요즈음은 모든 것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 좋은 집에 좋은 차타고 외모가 번듯한 사람이 잘 차려 입으면 그 사람은 참 잘난 사람으로 평가를 하는 세상이다.

 

그와 반대로 초라한 몰골에 차려입은 것도 변변치 않다면, 아무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우선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이렇다 보니, 그저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한이 있어도 우선은 치장부터 하려고 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간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일까?

 

 

저녁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는 것도 참 우습다는 생각이다. 골목을 누비며 찾아간 식당은 입구부터가 좁고 허름하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일대는 거북시장이다. 그런데 이 일대에 요즈음 간장게장 집들이 부쩍 늘었다. 외부로도 크고 화려한 집들이 꽤나 있는데,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은 참으로 허름하기 짝이 없다.

 

차려진 음식은 완전한 반전

 

전라도 백반. 우선은 전라도라는 문구에 안심을 한다. 당당히 이렇게 붙였다면 음식 맛이 있는 집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더구나 동행을 한 아우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지 않았던가? 그 집 밥이 너무 먹고 싶은데 길을 못 찾았노라고. 간장게장 일인분에 9,000원이라고 메뉴판에 걸려있다. 보통 잘 나간다 그러는 집을 보면 15,000~ 20,000원인데.

 

먼저 기본 찬을 갖다가 상에 놓는다. 그런데 밑반찬이 다르다. 정말이지 시골밥상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찬들이다. 벽을 본다. 김치를 주문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이 집의 밑반찬은 자신이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일행이 하는 말이, 아직 다 나오려면 멀었단다.

 

 

그리고 이 집의 자랑인 간장게장과 잡채, 조기구이가 나왔다. 조기는 노릇하니 먹음직스럽다. 살도 통통하게 올라 정말 입맛을 다시게 한다. 이런저런 것은 다 그렇다고 치고, 간장게장의 장맛을 본다. 일품이다. 이집 자랑을 할만 하단 생각이다. 이곳에서는 이런 바닷게를 바카지라고 부른다.

 

입 안에 가득한 게살과 싱싱한 향이 일품

  

밥을 먹어본다. 깨물면 게살이 입안 가득하다. 그리고 게 특유의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전에 바카지 간장게장을 잘 담구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 뒤 그런 맛을 보질 못했는데, 이집의 게장 맛이 바로 그 맛이다. 어느새 밥이 한 그릇이 다 비워졌다. 속으로는 한 그릇 더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항상 식사량을 일정 량 이상은 절대 먹지 않는 사람이라서, 딱 그 만큼에서 멈추었다. 밥도둑이라고 하더니. 정말 이 집 게장이야말로 밥도둑이 확실하다. 이런 좋은 식당 하나를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아직 난 속물임이 확실하다. 먹을 것에 미련을 갖는. 이나저나 이 전라도백반집이 있어 당분간은 행복이 넘칠 듯하다.

 

이번 째로 미디어 다음이 주관을 하고 수원시가 후원을 하는 ‘팔도 파워소셜러 팸투어’를 세 번을 치렀다. 비록 짧은 기간인 1박 2일의 일정이지만, 나름 고충이 있다. 첫째는 그 짧은 기간 동안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소셜러들이 어떻게 다닐 것인가에 대한 동선을 그려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먹어야 하는데, 어느 집을 선정해야 가장 맛있는 음식을 소셜러들에게 대접을 할까 하는 고민이다. 나름 팔도에서 모여 든 소셜러들의 입맛이 다 다르다. 거기다가 이들은 많은 곳을 다녔기 때문에, 입맛이 까다롭기까지 하다. 조금만 입맛에 맞지 않아도, 당장 그 자리에서 ‘맛없네’가 나오기 때문이다.

 

 

식사를 할 장소 선정 가장 어려워

 

우선 맛집을 선정한다는 것이 십지가 않은 것은 나름 이유가 있어서이다. 우선은 식사를 할 때 맛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20여명이나 되는 일행이 한 자리에 앉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딴 손님들과 구별이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들을 일일이 생각해서 선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몇 곳을 돌아보아 식당을 찾는다.

 

이번 생태교통 팸투어의 식사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그리 쉬운 편이 아니었다. 우선은 소셜러들이 돌아다니는 동선을 생각해, 그들이 가장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날 점심을 먹는 집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광교저수지를 돌아보고 난 후, 그 인근에서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광교에는 많은 보리밥 집들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광교는 ‘보리밥’이 마치 광교를 상징하는 음식이 되어 버린듯하다. 20여명이 함께 들어가 식사를 할 장소도 중요하지만, 음식 맛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마침 광교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나서, 경기대 입구에 있는 식당 한 곳을 찾아냈다. 17일(토) 12시 반 정도에 준비를 해 달라고 주문을 하고, 장소까지 적당한 곳으로 물색을 했다.

 

보리밥에 감자전, 그리고 동동주 한 잔

 

한 시간 반 정도를 돌아 다시 광교저수지 입구로 나온 일행이 모인 것은 12시 30분. 이때쯤엔 땀도 흘렸으니 출출할 시간이다. 멀리서 이른 시간에 차를 탄 소셜러들도 있어, 맛있는 점심은 필수인 셈. 장안구 하광교동 403-1에 소재한 토속음식점 시골픙경. 앞에는 꽤 넓은 주차공간도 마려되어 있다.

 

 

이 시골풍경은 이층도 있다. 꽤나 많은 인원이 들어가도 충분한 공간이 확보가 되어있다. 우리 일행은 1층 한편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미리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그리 어려움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예약이 좋은 것은 항상 준비를 해 놓은 음식을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밑반찬과 보리밥(일행 중에는 보리밥을 쌀밥으로 바꾸기도), 그리고 미리 주문해 놓은 감자전과 파전 등이 상 위에 올랐다. 보리밥을 비벼먹는 나물도 한 접시 나왔다. 사실은 이 전에 미리 보아둔 집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이집을 택했다. 배가고파 올 시간이라 그런지 모두들 먹느라 정신이 없다.

 

 

항상 팸투어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한 잔이다. 점심시간이지만 이 날도 역시 동동주 한 잔을 곁들이고. 수원 소셜러 팸투어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수원은 소셜러들을 너무 빡세게 돌려”

하지만 어쩌랴.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곳을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라도 해야지. 이래저래 무더위 속에서 지쳐버린 소셜러들. 보리밥 한 그릇으로 힘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누군가는 또 탓을 하겠지? 이번에도 역시 빡세게 돌리더라고.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961-21에는 ‘어죽이네 천렵국’이란 식당이 있다. 이 식당 이름이 참 죽인다는 생각이다. ‘어(魚) 죽’, 즉 ‘물고기로 만든 죽’이라는 소리인지, 아니면 맛이 기가 막혀 ‘어! 죽이네’란 소리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수원사람들이 이 집을 잘 모른다고 하면, 그 사람은 수원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이 집의 맛은 민물고기 매운탕도 일품이지만, 가끔 찾아가는 이유는 바로 철렵국이라는 어죽 때문이다. 천렵이란 시골의 냇가나 샛강 가에서 각종 민물고기를 잡아 솥에 넣고 끓여먹던 음식이다. 여기에 수제비며 국수, 대파, 마늘, 버섯, 홍고추 등을 집어넣어 맛을 더했다. 반주로 술 한 장 하기에도 적당한 음식이다.

 

 

저녁에 찾아간 식당도 만원

 

옛 기억을 되살리면 이 집이 가끔 생각이 난다. 예전에 춘원 이광수 원작의 ‘꿈’이라는 소설을 무용극화한 적이 있다. 국립무용단의 제24회 공연작인데 송범 안무, 김지일 극본으로 “꿈, 꿈, 꿈”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무용극의 작곡을 맡았는데, 그 때 강원도 경강이라는 마을에 들어가 곡을 쓰고 있었다.

 

딴 부분은 다 써놓고, 한 대목이 생각이 나질 않아 이곳을 찾아갔다. 이 마을은 앞으로 맑은 내가 흐르고 있었는데, 내가 묵던 집의 아들(기억으로는 방위병이었다)과 함께 곡괭이와 삼태기를 들고 냇가로 나간다. 내가 삼태기를 냇가 바닥에 대고 있으면, 주인집 아들이 곡괭이로 냇가 바닥에 긁는 것이다. 그러면 삼태기에 미꾸라지며 모래무지 등이 잡히곤 했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이용해 주변 밭에서 깻잎 몇 장 따고, 고추 몇 개 따서 툭툭 잘라 넣고 끓이다가, 준비해간 고추장과 밥 한 덩이를 넣으면 기가 막힌 어죽이 되었다. 그 맛을 한참이나 잊고 있었는데, 이 ‘어죽이네 천렵국’에서 그 맛을 다시 기억해 낸 것이다.

 

이 집은 평일에는 오후 8시 40분까지 영업을 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9시 40분까지 한다. 하기에 초저녁에 가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요즈음은 여름철이라 조금 덜하지만, 날이 쌀쌀해지면 자리가 없다. 모처럼 이 집을 가자는 아우 녀석이 은근히 고맙기도 한 것은, 이 집 천렵국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매콤한 국물, 밥을 말아 먹으면 제 맛

 

1인 분에 천렵국 한 그릇에 7천원이다. 요즈음 음식 값에 비해 그리 비산 편은 아니다. 이 집은 굳이 밑반찬이 필요치가 않다. 즉 한 그릇만 먹어도 맛이 있기 때문이다. 네 사람이 가서 4인분을 시켰다. 커다란 솥에 가득 담아 내온 천렵국. 그리고 밥 반 공기정도와 앞 접시 하나를 준다.

 

내다 놓은 솥의 어죽을 한 2~3분 더 끓인 다음 먹으면 된다. 앞 접시에 떠서 수제비, 국수 등을 먹다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밥은 반 공기 정도를 주는데, 그 양이 어죽을 남기지 않고 먹을 만한 양이다. 처음에는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먹지 하고 생각을 하지만, 먹다가 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이는 것이 이 집 어죽의 맛이다.

 

 

요즘 같은 날이면 그저 영양식으로 제격이란 생각이다. 먹다가 보면 가시가 씹히기도 하는데, 민물고기를 갈아 넣지만, 그래도 이렇게 씹히는 맛이 더 일품이다. 저녁시간 영업이 곧 끝난 때인데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 와서 그런지 단골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다.

 

가끔 생각이 나면 찾아가는 ‘어죽이네 천렵국’. 모처럼 더운 날 찾아간 집에서 땀 깨나 흘리며 저녁 한 그릇을 먹고 나서인가, 괜한 기운까지 솟는 듯하다. 그래서 ‘어! 죽이네’ 인지는 몰라도.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961-21

전화 : 031-237-2288 / 010-6568-5535

특기 : KBS, MBC, 경기TV, OBS 등서 방영

 

음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맛이 있는가? 보다는, 얼마나 낫이 있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개똥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음식은 정성이라느니, 아니면 손맛이라는지 하는 말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음식을 먹을 때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어릴 적 아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저 녀석은 참 복스럽게 먹네, 이다음에 잘 살거야’라든지 ‘어째 밥을 그렇게 깨작거리고 먹느냐, 복 달아나게’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국 음식은 먹는 사람이 얼마나 복스럽게 잘 먹어 주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평소 소식을 하는 습관

 

난 평소에도 소식을 하는 편이다. 어디를 가나 밥을 한 공기 이상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소식을 한다고 하루에 끼니를 늘리지도 않는다. 그저 하루에 세 끼 식사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그 체격에 그것 먹고 버티느냐’고 말을 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그렇게 먹어왔기 때문에, 별 지장은 없는 듯하다.

 

그런 내가 아주 오랜만에 뼈다구탕 한 그릇과 밥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물론 산행을 하고 난 후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딴 때 같으면 그저 얼만 큼은 남기고 했으니 말이다. 함께 식사를 한 사람들도 그런 나를 보고 이상한 듯 쳐다본다. 아마도 그렇게 바닥이 보이도록 그릇을 비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난 이렇게 맛집을 소개한다.

 

난 맛집 블러거가 아니다. 하기에 맛집 블러거들처럼 이것저것 모든 것을 찍어대지도 않는다. 내가 맛집을 소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은 내가 먹었을 때 맛이 있어야 한다. 화학조미료를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음식을 제일로 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식당을 들어가면 우선은 상차림을 한 장 찍어 놓는다. 그리고 반찬이며 이런 것들을 세세하게 찍는다. 이렇게 찍는다고 해서 그 다음으로 진척이 되지는 않는다. 우선은 찍어놓고 음식 맛을 보는 것이다. 음식이 맛이 있으면 그 다음에 차림표 등을 찍고, 그리고 나오면서 명함을 한 장 달라고 한다.

 

일단은 내가 명함을 달라고 하면, 그 집을 소개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맛이 있고 없음은, 순전헤 내 주관임을 밝혀둔다. 하기야 음식을 소개하는데 있어, 몇 사람의 입맛을 들어보고 난 뒤 소개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내 입에 맞으면 우선은 소개하는 절차를 거치니까. 전문적인 맛집 블로거와 나와의 차이가 바로 이런 점이다.

 

 

뼈다구에 잔뜩 붙은 고기, 바닥보인 그릇.

 

10일(토) 산행은 정말 악조건이었다. 천둥과 번개, 거기다가 들이붓듯 쏟아지는 장대비. 그 속에서 몇 시간을 산속을 헤맸으니 말이다. 그리고 찾아간 식당이다. 일부러 먼 길을 달려 맛이 있다고 소문난 집을 찾아간 것이다. 여주군 북내면 주암리 215에 소재한 ‘주암삼거리식당’. 이 집이 바로 뼈다구탕을 먹으러 간 집이다.

 

식당은 주암리라는 크지 않은 시골의 구석에 있다. ‘이 촌구석에 무슨 맛집이람?’하고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식당 앞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 차 있다. 그 비가 쏟아지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다. 삼거리식당의 앞으로는 금장천이라고 하는 큰 네가 흐른다. 이 물이 여주 신륵사 쪽에서 남한강과 합류를 하는 것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뼈다구탕을 시킨다. 일행들도 모두 같은 것을 시켰다. 그런데 바로 나오지를 않는다. 오는 사람마다 뼈다구탕을 시켜 순서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밑반찬이라야 별 것이 없다. 김치, 깍두기, 야채(오이, 당근, 고추)와 양파, 그리고 된장이 다이다. 그리고 질그릇 안에 팔팔 끓는 뼈다구탕을 놓아준다.

 

그런데 이 집은 뼈다구가 좀 다르다. 고기가 많이 붙어있다. 그리고 뼈다구의 양도 만만찮다. 도심에서 먹던 뼈다구탕 보다는 양이 많은 듯하다. 뼈다구는 앞 접시에 건져내고 밥을 말았다. 뼈다구에 붙은 고기를 골라먹으면서도 양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먹다가 보니 맛이 담백하다. 오래도록 끓인 국물 맛이 일품이다.

 

결국엔 탕 그릇이 바닥이 보이고 말았다. 이렇게 깨끗하게 식당 음식을 먹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특히 탕 종류에서는. 한적한 시골의 작은 마을에 있는 ‘주암섬거리식당’. 다음에 이곳을 찾아간다면 한 번 또 먹어보아야겠다. 그 때도 지금처럼 맛이 있을 것인지를.

 

주소 : 여주군 북내면 주암리 215 주암삼거리식당

전화 : 031-882-0157

가격 : 뼈다구탕 6,000원

 

먹고 사는 것이 참 별 것 아닌 듯해도, 먹지 않으면 왜 그리 사람이 초라해 보이는지. 물론 내가 끼니를 먹었는지, 아니면 몇 끼를 건넜는지 남들은 모르지만.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끼니를 거른 날은 그저 그렇게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돈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난 맛집 블로거도 아니다. 그래서 전문 맛집 브로거들처럼 그렇게 다양한 사진이나 더 맛있게 보이기 위해 애를 쓰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음식을 먹어보고 괜찮다고 생각이 들면 소개를 할 뿐이다. 가끔은 이런 일로 인해 미안하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면 무엇 하나라도 더 갖다 놓는 주인의 마음인데, 별로였다는 생각에 올려주지를 않으니 말이다.

 

 

늦은 점심 먹으러 들린 골목 안에 식당

 

8월 2일(금) 수원 화성박물관에서 (재)수원시정연구회가 주고나하는 생태교통 포럼이 열렸다. 요즈음은 ‘생태교통 수원2013’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시범지역인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원을 누비고 다닌다. 천성이 직접 취재를 하지 않는 글을 잘 올리지 못하는 인사인지라, 이날 역시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포럼에 참석하느라 밥 때를 놓치고 말았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식당을 찾는다. 근처에 식당이야 많지만, 늦은 점심을 먹기에는 무엇인가 색다른 것이 필요한 듯해서이다. 매향교에서 남수문 쪽으로 내려오면 ‘남문 가구거리’가 있다. 그 안길에 식당이 하나 보인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2가 32번지 이문식당. 생선구이 전문식당이라고 한다.

 

가까이 기서 보니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작은 식당이다. 그래도 늦은 점심에 생선구이 전문이라니 들어가는 수밖에. 때가 늦어 그런가 식당 안에는 주인 혼자 TV를 보고 있다. 들어가 벽을 보니 ‘오늘의 생선’이라는 차림표가 보인다. 그때그때 생선이 다르다는데, 기격이 5,000원이란다.

 

 

생선백반 한 그릇에 5,000원이라니

 

이문식당의 전문은 생선백반이다. 생선을 굽거나 튀김으로 해서 상을 차려준다. 청어튀김, 꽁치튀김, 생고등어 조림, 간 고등어 튀김이 이날의 생선이다, 이 중에 한 가지를 청하면 된다. 이 생선들의 메뉴가 매일 달라진다고 하니, 생선을 손질하는 데만도 꽤 정성이 필요할 듯하다.

 

시간이 늦어 준비한 생선을 달라고 하기가 죄스럽다. 벽에 걸린 차림표에서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가격이 7,000원이란다. 비싸지도 그렇다고 착한 가격도 아니다, 그저 이 정도 가격이면 작당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먼저 밑반찬이 나온다. 그런데 이 밑반찬을 보고 이 집 음식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찬을 갖다가 놓아준다. 연세가 지긋하니 후덕한 모습의 주인장은 ‘우리 집은 단 한 가지 반찬도 밖에서 들여오질 않는다. 모두 집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반찬을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주변 가구거리 상인들이 주 고객들이란 이 식당의 밑반찬은, 그야말로 오래 전 잊고 살았던 집의 상차림과 다를 바가 없다.

 

특별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맛이 딴 곳에 비해 월등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집의 상차림에서는 ‘어머니의 향수’가 배어 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요즈음 이런 집 찾기가 그리 수월치 않기에 소개를 한다. 보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마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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