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것이 참 별 것 아닌 듯해도, 먹지 않으면 왜 그리 사람이 초라해 보이는지. 물론 내가 끼니를 먹었는지, 아니면 몇 끼를 건넜는지 남들은 모르지만.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끼니를 거른 날은 그저 그렇게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돈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난 맛집 블로거도 아니다. 그래서 전문 맛집 브로거들처럼 그렇게 다양한 사진이나 더 맛있게 보이기 위해 애를 쓰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음식을 먹어보고 괜찮다고 생각이 들면 소개를 할 뿐이다. 가끔은 이런 일로 인해 미안하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면 무엇 하나라도 더 갖다 놓는 주인의 마음인데, 별로였다는 생각에 올려주지를 않으니 말이다.

 

 

늦은 점심 먹으러 들린 골목 안에 식당

 

8월 2일(금) 수원 화성박물관에서 (재)수원시정연구회가 주고나하는 생태교통 포럼이 열렸다. 요즈음은 ‘생태교통 수원2013’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시범지역인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원을 누비고 다닌다. 천성이 직접 취재를 하지 않는 글을 잘 올리지 못하는 인사인지라, 이날 역시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포럼에 참석하느라 밥 때를 놓치고 말았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식당을 찾는다. 근처에 식당이야 많지만, 늦은 점심을 먹기에는 무엇인가 색다른 것이 필요한 듯해서이다. 매향교에서 남수문 쪽으로 내려오면 ‘남문 가구거리’가 있다. 그 안길에 식당이 하나 보인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2가 32번지 이문식당. 생선구이 전문식당이라고 한다.

 

가까이 기서 보니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작은 식당이다. 그래도 늦은 점심에 생선구이 전문이라니 들어가는 수밖에. 때가 늦어 그런가 식당 안에는 주인 혼자 TV를 보고 있다. 들어가 벽을 보니 ‘오늘의 생선’이라는 차림표가 보인다. 그때그때 생선이 다르다는데, 기격이 5,000원이란다.

 

 

생선백반 한 그릇에 5,000원이라니

 

이문식당의 전문은 생선백반이다. 생선을 굽거나 튀김으로 해서 상을 차려준다. 청어튀김, 꽁치튀김, 생고등어 조림, 간 고등어 튀김이 이날의 생선이다, 이 중에 한 가지를 청하면 된다. 이 생선들의 메뉴가 매일 달라진다고 하니, 생선을 손질하는 데만도 꽤 정성이 필요할 듯하다.

 

시간이 늦어 준비한 생선을 달라고 하기가 죄스럽다. 벽에 걸린 차림표에서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가격이 7,000원이란다. 비싸지도 그렇다고 착한 가격도 아니다, 그저 이 정도 가격이면 작당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먼저 밑반찬이 나온다. 그런데 이 밑반찬을 보고 이 집 음식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찬을 갖다가 놓아준다. 연세가 지긋하니 후덕한 모습의 주인장은 ‘우리 집은 단 한 가지 반찬도 밖에서 들여오질 않는다. 모두 집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반찬을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주변 가구거리 상인들이 주 고객들이란 이 식당의 밑반찬은, 그야말로 오래 전 잊고 살았던 집의 상차림과 다를 바가 없다.

 

특별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맛이 딴 곳에 비해 월등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집의 상차림에서는 ‘어머니의 향수’가 배어 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요즈음 이런 집 찾기가 그리 수월치 않기에 소개를 한다. 보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마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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