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로데오갤러리 ‘5일부터 토(土)끼전’ 열어
16일까지 흙에 끼가 있는 사람들 모임 전시
9월이 되면서 일이 많아졌다. 수원 곳곳에서 전시며 공연. 각종 행사 등이 날마다 행해지기 때문이다. 인구 125만의 전국 최대의 지자체답게 수원은 각종 행사가 날마다 열린다. 미처 다 다니지 못할 정도로 많은 공연이나 전시개관, 각종 행사 등으로 인해 아침마다 머리를 싸고 고민을 한다. 어딜 가야 좋은 기사를 취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4일도 역시 마찬가지다. 곳곳에서 행사가 열렸지만 다 찾아다닐 수는 없다. 그 중 한두 곳을 찾아간다고 해도 역시 기사의 비중을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은 오전에 한 곳을 취재하고 오후에 또 한 곳을 찾아가려고 마음먹었지만 여의치 않다. 몸도 피곤하고 일이 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피곤한 몸을 쉬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남문로데오거리 상인회 강희수 수석부회장이 남문로데오갤러리에서 5일부터 새로운 전시가 열린다고 한다. 전시회 제목이 ‘토(土)끼전’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토끼전이라니 도대체 무슨 전시를 갤러리에서 갖는 것일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어 설명이 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하는데 5세부터 일반인까지 전시를 연다는 것이다.
우선은 토끼전이라는 전시 제목도 마음에 들지만 5세부터 일반인들까지 어떤 전시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남문로데오갤러리를 찾아갔다. 마침 디스플레이가 끝나지 않았는지 전시 공간에 사람들이 작품을 배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전날 준비를 할 때 작가를 만나야 가장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자연친화적인 흙을 만지는 사람들
‘토끼전’은 자연친화적인 ‘토(土)’, 즉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작가들의 끼를 표현하는 모임이다. 재료와 작가가 소통하며 만들어낸 일상의 기물, 생활그릇, 인테리어소품, 도자조형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기존의 익숙한 갤러리에서 전시가 아닌 쇼윈도우형 갤러리에서 토끼전을 가짐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흙에 끼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은 모두 21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작가들의 연령이 5세부터 성인들까지이다. 작가 중에는 모녀지간이나 자매 등도 있는 듯하다. 아마 아이들에게 예술적 혼을 불어넣기 위해 부모님들이 함께 공방을 다니다가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시는 먼저 전시를 한 ‘한옥풍경 도자조형과 만나다’의 작가인 지혜진 작가가 운영하는 남부경찰서 인근에 소재한 ‘수원도자공방’에서 취미생활을 하는 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가 조성한 작품들입니다. 지혜진 작가에게 한두 사람씩 베우기 시작한 사람들을 모여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이죠”
지혜진 작가 전시와 이어진 작품전시회
전시공간에서 작품 배열을 하고 있는 남성이 이야기를 한다. 지헤진 작가의 남편이라고 한다. 이애기를 들으니 지헤진 작가가 운영하는 공방인 수원도자공방에서 도자를 배우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조성한 작품전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연령층이 만든 작품들이 갤러리에 나란히 진열되었다.
“작품 곁에 붙인 작가들의 이름에 나이가 있습니다. 5세부터 나이와 초등학교 몇 학년의 표시를 했죠. 나이가 적히지 않은 것은 일반인들입니다. 지혜진 작가의 자품과 함께 전시를 한 것도 작품의 다양성을 비교할 수 있는 정시이기 때문입니다. 공방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를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지는 ‘토(土)끼전’의 존비를 마쳤다.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면 되지만 디스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은 적당한 곳에 작품전시를 해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늦은 시간까지 작품 전시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정리를 하는 사람들. 아마 이번 전시는 행궁광장과 행궁동에서 열리는 행사 등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것으로 기대된다.
80세 여류화가의 전시작품에 반하다
‘2018 해움미술관 윤석남 기획초대전’
작가는 올해 80세의 고령이시라고 한다. 윤석남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팔달구 매산로 128, 4층에 소재한 해움미술관을 찾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관람료 2000원을 입구 관리자에게 지불하고 전시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에 찌릿해진다. 바로 전시된 설치미술 때문이다.
‘설경(說經)’, 법사가 무(巫)의식에서 경(經)을 읽는 종교 의식을 할 때 굿상 앞에 느려 거는 종이로 만든 경문의 형상을 설경이라고 한다. 설경은 그 자체가 무의식에서 구송되는 경문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한 영력의 힘을 갖는다. 그 설경이 보호하는 범위 안에서 법사는 경문을 독송하고 필요한 무의식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30여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무속에 대한 공부를 하고 책을 써온 나로서는 전혀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오히려 작가의 설치미술인 설경과 바리데기 이야기를 들으면서 멀리 떠났던 향제가 돌아온 듯 반가움마저 느낀다. 그동안 수십 수백 번을 보아오던 낯익은 광경이다. 그런 설경을 윤석남 작가의 초대전에서 만난 것이다.
40세에 시작한 윤석남 작가의 작품들
“작가님은 올해 80세예요. 그림을 그리실 때 주로 어머니를 비롯한 여성을 많이 그려요. 자화상이 유난히 많은 것도 작가선생님이 윤두서 자화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얼굴만 그린 작품도 있고요. 작가선생님은 바리데기 이야기를 듣다가 울컥하셨다고 해요. 설치미술에 불경을 형상화 한 것은 모두 바리데기에 나오는 것이죠”
해움미술관 유선욱 큐레이터가 작가의 작품을 설명해 준다. 작가는 한쪽 벽면 전체에 푸른색으로 설치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설경의 조각들을 작품으로 엮어 한 면을 채우고 그 밑에는 푸른색 구슬을 깔아놓았다. 구슬이 깔린 안에는 의자에 앉아있는 바리공주의 형상도 전시해 놓았다.
바리공주는 바리데기라고 해서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기 전 저승을 잘 갈 수 있도록 천도굿에서 저승길을 열어주는 무의식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말한다. 왕의 일곱째공주로 태어나 버림을 받은 바리데기가 나중에는 무장식한테 시집을 가 부모를 구한다는 무속설화이다. 수십 년 동안 전도굿을 취재할 때마다 수도 없이 들어온 바리공주 설화의 내용이다, 하도 들어 무가의 사설까지 줄줄 외우고 있을 정도이다.
‘말미’라고 하는 바리공주 무가는 천도굿의 끝에 큰 머리를 얹은 무당이 장고를 치면서 한손에는 방울을 들고 거의 한 시간 반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며 무가를 구송한다. 바리데기의 설화는 긴 서사무가로 구성되어진다. 무격(巫覡)이라고 해도 갓 내린 무격들은 바리데기 과정을 행할 수가 없다. 적어도 10년 이상, 록은 그 이상 무의식을 한 다음에야 바리데기 무가를 구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 먹먹한 윤석남 초대전
가슴이 먹먹하다. 바리데기 설경이 걸린 것을 본 후부터 아무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벽에 늘어놓은 조각조각마다 걸린 설경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바리데기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억해낸다. 그 안에 무수한 바리데기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긴 무가의 사설을 그대로 벽에 나열한 듯한 윤석남 작가의 초대전. 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벽면을 가득채운 설치미술이다.
‘윤석남의 근작은 종이에 그려진 자화상이다. 예민한 먹선으로 형상의 윤곽선을 떠내고 채색을 입힌 그림이다. 두루마리 형식의 프레임 안에 들어간 초상 내지 흉상, 또는 무릎 아래 부분까지 그려낸 경우도 있다. 상당수는 얼굴만이 단독으로 그려진 그림, 그래서 마치 공중부양하고 있는 두상도 있다. 공통적으로 정면을 매섭게 응시하는 눈이 핵심이다.(하략)’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윤석남 작가의 작품 평에서 윤석남 작가의 작품의 핵심은 자화상이며 눈이라고 했다. 매섭게 무엇인가를 쏘아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 얼핏 굿판에서 접신이 된 무격들의 눈매가 그랬다고 생각 든다. 바로 굿판에서 만난 수많은 눈매를 윤석남 초대전에서 만난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일까? 일정 때문에 오래도록 차분히 감상하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10월 20일까지 전시되는 윤석남 특별 초대전을 반드시 다시 한 번 찾아오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초대전을 찾아가 더 많은 이야길 듣고 싶기 때문이다.
시인 용환신 '아침 햇살 심고 싶다'
아침 햇살 심고 싶다 - 용환신
어둠, 어둠으로만 날 밝혀
들풀도 목이 긴 동강 난 이 땅
짓밟히고 짓밟힌 상처 남는데 없이
아침 햇살 심고 싶다.
이름 팔아 왜놈 됐다
하루 아침에 양놈 되어
당산나무 찍어 넘어뜨리고
안방, 건너방 다 내 주고도
시퍼렇게 살아가는 식민지
무심히 흐르는 저 붉은 강물 속속들이
아침 햇살 심고 싶다.
스스로 쳐 놓은 그들만의 그물에 갇혀
아직도 말 잇기 놀음, 헛소리에 취해
대들보 무너져도 태평소리 새어 나오는
여의도 녹슨 돌집 철거한 땅까지
겨울 보리밭 고랑마다
아침 햇살 심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배 부른 줄 몰라
안마당 뒷마당, 애비 자식
분간 없이 싸움질 하며
기적이라 이름 붙인 강가
젖은 모래밭에 세운 탐욕의 탑 그늘진 곳곳
아침 햇살 심고 싶다.
잃을대로 다 잃고
잊은대로 다 잊은
우리네 가슴 깊은 노래
다시 불러내 울음웃음 한마당
걸판지게 놀아 볼 멍석 구석구석
아침 햇살 심고 싶다.
아, 이 새 아침
뿔뿔이 헤어졌던 사람들
모두 돌아와 맞는 저 가난한 밥상
가슴 벅차 손이 떨리는
숟가락 하나 하나에
을유년 햇살 꼭꼭 심고 싶다.
(주) 시인 용환신은 1949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하였으며, 『민족문학』지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다시 시작해 가자」, 「겨울꽃」 등이 있다.
대안공간 눈에서 만난 인디오 작가 ‘호르헤 이달고’
콜롬비아 인디오 작가인 ‘호르헤 이달고(Jorge Hidalgo)’가 비가 내리는 날 행궁동 벽화골목 복원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독일서 달려와 골목벽화를 그리고 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전날은 행궁동 대안공간 앞에서 행위예술까지 했다고 하는데 찾아가지 못한 아쉬움에 작가의 벽화라도 볼 양으로 행궁동 대안공간을 향해 빗길을 나섰다.
장마철에도 만나지 못한 굵은 빗줄기가 우산을 쓴 좌우로 몰아친다. 말만 우산을 쓴 것이지 전혀 도움에 되질 않는다. 하긴 이런 날 누가 작업을 할 것이며, 누가 그런 작업하는 모습을 보겠다고 취재를 나갈 것인가? 아마 님들이 그런 나를 보면 제 정신 가진 사람으로 보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비가 온다고 해서 볼 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 또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만 같다. 팔달구 북수동에 소재한 대안공간을 찾아갔을 때는 위, 아래 할 것 없이 온통 젖어버렸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골목을 들어서니 이미 작가가 완성한 벽화가 사람을 반긴다. 이런 우중에 작업을 한 작가의 열정이 놀랍다.
장대비에 작가도 속수무책인 듯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난 뒤 대안공간으로 들어섰다. 이왕 빗길에 이곳을 찾아왔으니 작가들의 작품이라도 보고 갈 심산이다. 제1전시실에는 문상흠 작가의 ‘파충류의 대가리’전이 열리고, 제2전시실에는 나기 작가의 ‘재활치료 중’이라는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두 작가 모두 독특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9월 5일까지 이어지는 대안공간 전시는 1, 2전시실과 나만의 방 등의 공간이 있다. 1전시실을 들어서니 원색의 큰 그림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히피가 나자빠진 수영장 풍경’, ‘싸이키델릭 베이비’, ‘큰 짐승이 치여 죽은 풍경’ 등. 문상흡 작가의 작품은 제목부터가 남다르다. ‘파풍류의 대가리’라는 전시제목을 달 만큼 개성 강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특정한 상황에서 현실과 자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는 평범한 삶의 영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발판이 발밑으로 꺼져버리는 순간 그 무중력 상태가 유발하는 공포, 공황, 어지러움증을 표현한다. 데카르트의 전능한 악마도 퍼트넘의 통 속의 뇌도 극복되지 못했으며 자아는 세워진 바 없다. 절대적인 것에 대한 갈망, 독트린과 프로파간다로 사람을 갈아 넣는 큰 이야기의 허상을 깨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믄상흠 작가는 작가노트에 적고 있다.
제2전시실에서 전시중인 나기 작가는 올해 두 번째의 개인전이다. ‘재활치료 중(On Rehabilitation)’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인가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는 스스로를 사이보그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사이보그라는 점에 자부를 느낀다고 한다.
‘내 재활치료는 계속 듣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보그 수술(인공와우)을 받았던 의미가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계속 들어야만 하지만, 사람들과 피상적인 관계만 맺어왔던 나에게 이것은 꽤나 시련이었다. 재활치료 때문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되돌아보았다. 이것이 내가 미시적으로 느껴지는 인간관계를 탐구하기로 결정한 시발점이다.’라고 작가노트에서 나기 작가는 말하고 있다.
찻집 한편에서 만난 벽화작가 호르헤 이달고
대안공간 눈 전시실을 돌아본 후 입구에 있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비라도 좀 피할 심산이다. 그런데 찻집 한 편에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바로 SNS를 통해 만난 콜롬비아에서 날아 온 벽화작가 ‘호르헤 이달고’다. 아마 비가 너무 내려 작업을 포기하고 쉬면서 작품을 구상하는 듯하다.
테이블 위에 종이를 펼쳐놓고 무엇인가 열심히 그리고 있다. 호르헤 이달고는 콜롬비아에서 온 아메리카 인디오 작가로 2015년 한 차례 대안공간을 찾아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행궁동에서 풀어나가기도 했다. 그는 세계창조에 대한 콜롬비아 KOGUI지역의 인디언 토착신화 "처음으로 바다가 있었고, 그 바다는 곧 어머니였다."를 주제로 대안공간 눈의 외부 벽에 벽화를 그렸다.
행궁동 벽화골목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독일에서 날아왔다는 콜롬비아 작가 호르헤 이달고. 하지만 통역을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다가설 수도 없다. 연락이라도 취하고 올 것을 후회하지만 어쩔 수 있지 않은가? 날이 개이면 다시 한 번 찾아와 작업하는 것을 보아야겠다. 쏟아지는 가을비를 괜스레 탓하며 길을 나선다.
아름다운 춤 하나가 활력소가 된 '수원화성을 가다' 컨퍼런스
아름다운 춤꾼 한 명이 행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얘술은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21일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열린 '2018 수원화성을 가다' 컨퍼런스에서 춤꾼 한 명이 미술전시관 앞 숲에서부터 전시개막식이 열리는 곳까지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온 모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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