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상상, 슬픔과 기쁨의 변주’전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 박은주·원용덕 초대전
박은주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전공을 했다. 그동안 개인전 8회와 단체전을 210여회나 열 정도로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런 작가가 팔달구 행궁동주민센터 1층 민원실 벽면을 전시공간으로 이용하는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에서 ‘기억과 상상, 슬픔과 기쁨의 변주’라는 제목의 전시를 7월 31일까지 열고 있다.
행궁동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는 매달 두 명의 작가를 초대하고 있다. 벽면에는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아래편에 설치된 유리전시관 안에는 공예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한 곳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관람을 하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번 공예작가는 텃밭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원용덕 작가이다.
비가내리는 날은 딱히 어딜 찾아가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요즈음이야 휴대폰의 촬영기능이 좋아져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지만 그래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처럼 좋은 화질을 만들기 어렵다. 비가 오는 날은 카메라에 습기가 차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카메라를 들고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9일 하루 종일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로 멀리 나가지 못하고 행궁동을 찾았다.
축제 끝난 거리, 인적도 끊겨
8일까지 행궁동 곳곳에서 열렸던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 인간 나혜석 세상 밖으로 나오다’ 행사가 끝난 행궁동 거리는 한산하다. 비까지 내려 시끌벅적하던 행사장 인근도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다. 아직도 곳곳에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딱히 어느 곳에서 어떤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행궁동 주에서 열리는 작가들의 초대전은 민원인이 되었던지 지나가던 행인이 찾아들어가던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게방된 공간의 초대전은 늘 사람을 반긴다. 박은주 작가의 ‘기억과 상상, 슬픔과 기쁨의 변주’전은 민원실 외벽과 주민자치회 사무실 벽면까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은주 작가는 ‘그림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나의 작품세계는 기억과 상상, 그리고 슬픔과 기쁨이 모티브가 된다. 화면 전체에 비형상적 이미지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감정과 내면세계의 표출이다’라고 작가노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중심은 사랑이며, 사랑이 없는 세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람은 다만 느껴지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사랑이 되었던지, 자신의 작품에서는 형태와 색채로 표현되어 한 폭의 작품으로 완성된다고 한다. 벽면에 걸린 박은주 작가의 작품 속에서 사랑을 느끼기는 쉽지 않지만 미술의 본질인 형태와 색채라는 점을 인식하면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듯하다.
‘텃밭 사람들’의 주제는 인간에게 도움 주는 배설물
화서문로에 공방을 열고 있는 원용덕 작가는 ‘텃밭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한다. 작가는 인간과 각종 동물들의 배설물이 ‘고향 텃밭(똥거름)부터 시작해 과학의 찌꺼기인 폐기물을 자연의 일부로 완전 분해시키는 상생역할로서의 상징적 표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똥이거나 가축의 똥이거나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에게 유익한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면 가마에서 굽지 않습니다. 자연적으로 마르게 해 그 위에 칠을 하죠. 가급적이면 자연에 더 가까운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처음에는 칠을 하지만, 7~8월에 떫은 감이 나올 때쯤 그 감을 갖고 칠을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자연스런 색감을 얻어낼 수가 있죠.”
원용덕 작가는 작품을 가마 등에서 불에 굽지 않는다. 자연적인 햇볕과 바람에 말린 작품 그대로를 이용하고 있다. 작가는 1987년 전국 청년 신진작가전(서울 청년미술관)에서 그룹 전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마산 대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후 2002년 진주 예림화랑, 2008년 수원 대안공간 눈과 서울 경인미술관, 2009년 용인 대덕사, 2010년 KASF. 2013년 수원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 2013년 5월 해우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행궁동 주민센터를 찾아가면 만날 수 있는 박은주 작가와 원용덕 작가의 초대전. 요즈음 새롭게 젊은이들의 관광명소로 변하고 있는 행궁동 행리단길을 걸어, 차 한 잔의 향과 작품감상에 젖어보기를 권한다.
쪽빛 천연색채와 세네갈 599일의 봉사
창룡마을 창작센터 송진희·윤희경 2인 展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났다. 한 사람은 20여 년 동안 천연염색을 하면서 염색공예가로 자리 잡았고, 한 사람은 599일 동안 아프리카 세네갈에 월드프렌즈 코이카(KOICA)봉사단으로 세네갈을 추억하고 있다. 두 사람의 전시가 수원시 팔달구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2층 갤러리에서 2인 전으로 13일까지 이어진다.
창룡마을 창작센터 갤러리는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전시를 하기에는 적당한 공간이다. 이곳을 찾아와 전시를 하거나 관람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자연과 수원화성과 어우러지는 공간. 그곳이 바로 창룡마을 창작센터 전시실이다.
한 장소를 나누어 두 사람의 작가가 전시를 하고 있는 공간. 문을 열고 들어서면 3면벽에 송진희 작가의 세네갈을 추억하는 작품들이 걸려있다. 그리고 안쪽으로는 윤희경 작가의 천연염색을 이용해 물들인 천들이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며 벽을 장식하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작가의 작품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세네갈 599일을 기억하고 싶은 송진희 작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송진희 작가는 국제협력단 단원으로 2년 가까운 시간을 아프리카 세네갈 국립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송진희 작가는 교육분야로 지원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국립예술학교에서 미술교사로 활동했다.
“우리가 흔히 아프리카 세네갈이라고 하면 굶주리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경관도 좋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부유한 편이예요. 그곳에서 599일을 봉사를 하고 돌아와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어요. 이번 전시도 세네갈을 잊고 싶지 않아 그곳에 관한 작품을 그려 전시를 가진 것이고요”
송진희 작가는 세네갈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는 곳이라고 한다. 군에서 파견나와 세네갈에 근무하던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란다. 현재 수묵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송 작가는 대기업 등에 출강하고 있으며 광교박물관에서도 수묵 일러스트와 여행스케치 등을 강의할 것이라고 한다.
“대서양을 끼고 있는 세네갈은 저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곳이죠.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이거든요. 그곳에서 봉사를 하면서 제 인생이 달라졌다고 보아야죠.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은 10대와 20대, 그리고 세네갈로 유학 온 40대 이상 등 다양했어요. 그들에게 뎃생의 기초와 인물드로잉 등을 알려주었죠”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에 의미를 두느냐가 중요하다. 남들이 느끼기엔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에게 그 사소한 것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커다란 힘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시절 599일의 세네갈 봉사는 송진희 작가에게 잊지 못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 봉사라는 힘의 원천이 아직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전시실을 벗어나 1층에서 잠시 동안 대담을 하면서도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있는 작가의 눈을 만난다.
천연재료에서 얻어진 아름다운 색채에 반한 윤희경 작가
우리나라는 백의민족이라 하여 지위의 높고 낮음을 관복의 색으로 구분하였다. 가장 품위 있고 고귀한 색은 자색으로 지치에서 색을 얻었다. 그 다음이 잇꽃과 소방목의 붉은 색이다. 치자, 황백, 울금, 조개풀에서는 노란색을 얻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의 각국은 자연에서 색을 얻었다.
인도에서는 쪽 풀에서 감색의 염색인 인디고를 추출했다. 이집트는 꼭두서니의 뿌리에서 추출한 빨간색을 얻어 사악한 것을 쫓는 색을 마련했다. 페니키아는 뿔고동에서 보라색을 얻었다. 이와 같이 천연색은 모든 자연에서 얻어진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인 색감이 바로 천염염료이다.
“화령전 담장 밑에 떨어진 감을 주워 색을 내 물감을 만들었어요. 감으로 아름다운 색을 만들 수 있거든요”
천연염색 공예가 윤희경 작가는 그렇게 모든 자연에서 추출한 염료를 이용해 물감을 들인다고 한다. 천연염료를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벌써 20년 째 우리 자연 색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쪽빛, 황토빛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천연염료는 얻기가 힘들다. 윤희경 작가는 자연에서 채취한 모든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 등을 이용해 얻어지는 색소로 물을 들인다고 한다. 자연에서 얻었기 때문에 건강은 물론,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색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색을 만들고 자연바람에 말려 얻어지는 색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색이라고 한다.
천연물감은 치자, 황벽, 소목, 홍화, 쪽 등을 이용해 만든다. 대표적인 천연염료로 얻어지는 색은 황색, 적색, 청색, 갈색 등이다. 윤희경 작가의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천을 보면 얼마나 그 색을 얻기 위해 노력했는지 가늠이 간다. 그렇기에 그 천 하나가 더욱 귀하단 생각이다.
경기재인청(京畿才人廳) 춤을 추는 여인들
경연에 참가, 모두 금상 수상하는 영광 누려
경기재인청 춤은 운학 이동안 선생 등에게서 많은 문하생들에게 전해진 춤이다. 재인청(才人廳)의 춤은 화랭이 계열의 남성춤이다. 재인청 계통의 춤들이 대개 화랭이인 남성 위주로 전승이 된 것도 재인청의 재인들 중 많은 춤꾼들이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운학 이동안 선생은 용인 재인청 춤꾼인 김인호에게 사사받은 춤이다.
재인청 계열의 춤은 경기도를 비롯한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도 전승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연희되고 있는 재인청 계열의 춤은 이용우의 진쇠춤과 터벌림춤(경기도당굿 보존회로 전승)을 비롯해 이동안의 진쇠춤과 엇중몰이 신칼대신무, 태평무, 승무와 살풀이(경기도 무형문화재), 안성의 김숙자 가계로 전해진 도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지정)과 이정희의 경기도당굿 시나위춤(경기도무형문화재 제64호), 충남의 재인 한성준으로부터 전해진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지정)와 살풀이춤 등 많은 춤들이 있다. 그러던 재인청 춤을 여성들이 추기 시작하면서 힘차던 춤은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배가되었다.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은 1906년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송곡리에서 재인청의 세습광대 후손인 이재학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이화실은 단가와 피리의 명인이었고, 작은할아버지 이창실도 줄타기의 명수였다.
이동안 선생은 용인의 재인청 춤꾼 김인호로부터 전통무용의 장단(젓대, 해금, 꽹과리, 북)과 춤을 익혔으며 박춘재로부터는 발탈의 연희를, 김관보에게는 줄타기를 전수받았다. 그가 김인호로 부터 전수받은 춤이 <태평무>, <승무>, <진쇠무>, <검무>, <살풀이>,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한량무>, <승전무>, <정진무>, <학무>, <화랑무>, <무녀도>, <극우>, <장고무>, <기본무>, <노장춤>, <신선춤> <노들강변>, <교방춤> 등 30여 종에 이른다.
고 운학 이동안 선생에게서 어렸을 때부터 춤을 익혀 온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명인은 매년 거르지 않고 발표회를 열어 선생에게서 배워 온 춤을 지켜가고 있다. 또한 안택굿보존회에 무용분과를 마련해 문하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수많은 문하생들이 수원을 비롯해 전꾸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성주 명인의 문하생들이 (사)선소리산타령보존회가 주관하는 제4회 천안전국국악경앤대회에 참가하여 모두 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금자는 엇중모리신칼대신무로, 변부현은 노들강변으로, 윤해선은 교방춤을 추어 수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금상의 영광을 안았다는 것이다.
“우리 문하생들은 무대에 강해요. 그날들 모두 춤을 잘 추었어요. 쉬지 않고 연습도 했지만 그동안 각종 공연 등에서 갈고닦은 실력들이 이번에 입증된 셈이죠. 이번에 수상을 한 것이 소문이 나면서 그동안 배우다가 스스로 떠난 사람들이 많이 속상해 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춤은 먼저 마음이 선하지 않고 남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좋은 춤을 출 수 없어요. 끈기있게 기다리며 익혀야 하죠”
경연당일 천안까지 직접 내려가 문하생들을 돌보았다는 고성주 명인은 “문하생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세 사람이 참가해 모두 금상을 수상했으니 그 마음 또한 흐뭇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9월 수원시 만석공원 제2야외음악당에서 열릴 경기안택굿 발표회 때도 이들의 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면서 “수상을 한 문하생들은 모두 열심히 하는 끈기가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춤을 출 수 있다”고 한다. 스승에게서 전해 받은 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고성주 명인과 문하생들.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화홍작가회 제23회 전시 ‘시각적 햅틱’ 전
남문로데오갤러리서 7월 10일까지 전시
작가들의 모임인 화홍회는 수원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華虹門)’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기서 말하는 ‘화(華)’는 꽃, 색깔, 빛을 의미하고, ‘홍(紅)’은 무지개를 뜻한다. 큰 의미로 해석하자면 화홍이란 예술창조의 슬기로운 문자로 풀이한다는 것이 화홍회 작가들의 견해이다. 이들이 남문로데오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올해로 23회 째 맞고 있는 화홍작가회 회원전은 지난 6월 27일까지 행궁동 예술공간 제1전시실에서 전실를 마친 후 바로 남문로데오갤러리서 이어 전시를 하고 있다. 남문로데오갤러리는 수원남문로데오상인회가 관리하는 거리전시관으로 로데오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지나치면서 관람할 수 있는 야외전시관이다.
화홍작가회의 전시가 시작되던 6월 28일, 남문로데오상인회 수석부회장인 강희수 부회장이 전회를 했다. “남문로데오갤러리에 전시작품을 교체됐다”는 연락이다. 당일에 찾아가지 못하고 30일 해가 진 후 이곳을 지나칠 일이 있어 로데오갤러리를 돌아보았다. 화홍작가회 18명 회원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들의 개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만나다
예전에는 작품전을 볼 때는 가급적 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곳을 많이 찾았다. 한 작가의 작품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음 들어 몇 사람의 작가들이 함께 작업을 해서 전시하는 공간을 주로 찾아다닌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참이나 더운 날 작품을 보고 있어야 하는 야외갤러리는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괴로움이 있지만 한곳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런 더위를 이겨내게 만드는가 보다. 다행히 일몰 후라 그리 무덥지 않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전시 공간 안에 함께 붙여놓은 전단을 보니 작가 한사람 한 사람이 모두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강난영, 권혜영, 김미자, 김영란, 김옥향, 김호선, 노석순, 손순옥, 영희, 오혜련, 유은숙, 유혜란, 이자경, 임승렬, 전영매, 정자근, 최형분, 홍성남(가나다 순) 등 18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남문로데오갤러리. “초록이 우거지는 계절에 화홍작가회는 ‘시각적 햅틱’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고 하면서 “아름다운 화가회 18명이 작가들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고 도드라지는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초대의 글에서 밝혔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워
화홍회 작가들은 그동안 4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연 작가부터 277회나 되는 많은 단체전 및 초대전에 참여한 작가들까지 다양하다. 18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다들 나름대로 독특한 화풍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후텁지근한 여름밤의 날씨마저 잊게 만들었다.
“23회째나 회원전을 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한 곳도 아니고 두 곳의 갤러리에서 연이어 전시회를 열면 회원들도 힘들 것 같아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좋지만 작가들은 준비를 하려고하면 상당히 힘들거든요. 이런 전시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수원은 문화적인 면으로서는 어느 곳보다 월등하다고 보아야죠”
작품을 감상하고 있던 조아무개(여, 47세)씨는 자신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저 작품이려니 하고 보지만 전시회를 준비하는 작가들은 상당한 준비기간과 노력, 비용 등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상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화홍작가회가 남문로데오갤러리에 전시한 작품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작가들의 고충과 노력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저 즐기는 마음으로 관람한 것을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지적으로 인해 앞으로 작품 감상을 할 때 더 깊이 있는 눈과 마음으로 감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시우와 가빈이의 ‘엄마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경기평생학습교육관 윤술애서 만난 놀라운 그림
그저 ‘놀랍다’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하다. 아무리 그림을 둘러보아도 이 그림을 어린이들이 그렸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시우와 가빈이라는 남매가 엄마와 함께 그림여행을 하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얼핏 전시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들을 보아도 이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 어린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엄마와 함께하는 미술여행’전이 열리고 있는 권선구 권선동 소재 경기평생학습교육관 갤러리 윤슬. 지난주에 들려 전시를 본 후, 오늘 정도면 전시된 그림이 바뀌었을 것 같아 20일 오후 경기평생학습교육관을 찾아갔다. 밖에서 보기에도 전시작품이 바뀐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그림을 보다 내용을 읽어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늘 보던 창밖의 풍경도 그 날의 날씨, 기분, 누구와 함께 바라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풍경을 함께 보거나 동일한 소재의 기법을 사용해서 미술작업을 할 때, 남매지간이라고 해도 아이들 각자의 특징이 작품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관심을 갖고 전시를 보신다면 아마 여러분들도 어느 순간 누구의 작품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바로 알아맞힐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아이들과 국내외의 여러 장소를 다니면서 각자 어떤 관심을 갖고 어떤 표현을 하는지, 그 표현을 위해 어떻게 자기만의 소재와 기법을 이용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집에서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미술을 하면서 같은 재료와 기법으로도 어떻게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해 내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 그러면 엄마와 하는 미술여행을 떠나 볼까요?“
시우와 가빈 남매가 그린 놀라운 그림들
갤러리 윤슬로 들어가는 입구에 적어놓은 전시를 설명한 글이다. 아마 시우와 가빈 남매의 어머니가 쓴 글인 듯하다. 이 글 하나만 갖고도 호기심이 부쩍 든다. 도대체 남매가 어느 곳을 여행을 다니면서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또 남매지간이라는 아이들이 어떻게 다른 그림을 그렸는지도 궁금하다.
첫 번째로 만난 그림은 남매가 자화상을 그린 그림이다. 좌측그림에는 이시우라는 남자아이가 ‘내 얼굴’이라는 재목으로 자신을 그렸고, 우측에는 ‘웃는 나’라는 제목을 붙인 이가빈이라는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이다. 둘 다 내 얼굴과 웃는 나를 그렸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작품들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공간배치를 했다.
다음으로 눈에 띤 것은 시우는 가빈이 이탈리아 여행에서 그린 그림들이 걸려있다. 시우와 가빈이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같은 제목을 단 그림을 나란히 걸어놓았다. 갤러리 윤슬 벽면에 걸린 그림들을 돌아보면서 누가 그린 그림인지를 알아갈 수 있는 재미에 빠져든다.
주인공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 남아
전시실을 돌아보고 출구 쪽으로 나오려는데 여자어린이와 함께 한 어머니가 ‘시우야 만지면 안 돼, 눈으로만 보아야지“라고 한다. 시우라는 말에 ”이 어린이가 그람을 그린 장본인인가요?“라고 물었다. ”아녜요, 동명이인입니다. 그림을 그린 어린이들은 아까 다녀갔어요“라는 대답이다. 서운하다. 그림을 그린 장본인들을 만났으면 물어볼 말이 많았는데 말이다.
놀라운 것은 가빈이와 시우가 그린 젠탱글을 만나면서이다. 일반인들도 잘 모르는 젠탱글 앞에서 한참이나 두 사람의 그림을 들여다본다. 젠탱글은 반복적인 패턴을 그리면서 자신 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편안한 집중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아트를 말한다. 젠탱글은 2005년 미국의 릭 로버츠와 마리아토마스에 의해 만들어 졌다. 그 기법은 이제 고작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런 기법을 두 남매가 그렸다는 점이다.
그런 젠탱글을 그릴 정도의 실력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지난 주 경기평생학습교육관을 우연히 들렸다가 이곳에 윤슬이라는 갤러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시가 바뀔 때쯤 되면 이번에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일어 찾아가게 된 곳. 그곳에서 만난 시우와 가빈이의 작품을 보면서 못내 아쉬운 것은 그림을 그린 어린이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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