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이라는 마을이름보다는, 오히려 ‘못골’이라는 명칭이 더 정겹게 다가오는 곳이다. 마을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못골은, 그 이름만큼이나 정겨운 곳이다. 지동은 1912년 행정구역 통폐합 이전에는 수원군 남부면 지동이었다. 그 후 1914년 전국의 행정구역을 통폐합 하면서 태장면 ‘지리’라고 하였다가, 1949년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이 되면서 수원시 지동으로 되었다.

 

1972년 동을 통폐합하면서 지동과 우만동의 행정동명을 ‘지만동(池滿洞)’이라 하였으며, 1988년 수원시의 구제 실시로 장안구에 편성되었다. 1990년 1월 1일자 시 조례 제1607호로 지만동을 지동과 우만동으로 분동하였다. 1993년 팔달구의 설치로 수원시 팔달구 지동으로 편동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사는 마을 지동

 

지동에 보금자리를 틀고 사는 사람들은 참 정이 깊다. 그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이웃과 울이 없이 지낸다. 아마 지동이라는 곳이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단위 아파트촌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특별한 빈부의 차이가 없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은, 길에서 만나게 되는 친근한 이웃일 뿐이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정한 사람들도 흔치가 않다.

 

지동 사람들은 많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화성의 성곽을 끼고 마을이 조성된 지동은, 자기 집조차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가 없다. 그러다가 보니 자연 수원에서도 못 사는 마을이란 딱지를 붙이고 산다. 조금 사는 것이 남에게 미치지 못할 뿐인데도, 사람들은 지동이 무슨 어디 촌애 붙어있는 동네정도로 생각을 하는가 보다.

 

그런 지동이 요즈음 들어 달라지고 있다. 골목길은 말끔히 청소가 되고, 벽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깃든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골목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집 잎을 말끔히 치우기 시작했고, 더러운 곳은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지동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들의 눈에는 크게 띠질 않겠지만, 그 작은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시작, 골목사람들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깟 벽화그림 하나가 무슨 사람들을 변화를 시켰겠느냐’고 한 마디로 벽화는 그저 좁은 골목 안쪽 벽에다가 그린 그림일 뿐인데, 그것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니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동의 벽화 골목에는 요즈음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사람들이 벽화를 구경하러 심심찮게 찾아든다.

 

그런 외지인들을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 마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사적 제3호인 수원 화성을 끼고 조성이 된 지동은 상대적으로 재개발을 할 수 없는 마을이다. 거기다가 골목길은 좁고 음습해, 지동 사람들은 늘 외부에 나가 지동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동이 지난 해 350m의 벽화길 조성에 이어, 2012년에는 680m의 벽화길을 조성하였다.

 

지동은 단순히 좁은 골목에 벽화만 그린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을빛 영화감상회, 노을빛 옥상음악회, 되살림 발전소, 황금마차, 핑퐁 음악다방, 거기다가 수원이 한 눈에 조망되는 노을빛 전망대 등 다양한 형태의 작은 축제로 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사업을 펼쳐나갔다. 지난 해 골목축제에 이은 이러한 축제는 지역의 종교는 물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했다.

 

 

수원재래시장의 중심에는 지동이 있었다.

 

수원 팔달문 앞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것은 200여 년 전 정조임금이 시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의 근간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런 형태는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깊게 참여를 하는가 하는 것이 관점이 된다.

 

이런저런 모습을 따지고 볼 때, 가장 재래시장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못골시장이다. 그리고 그 옆에 미나리광시장과 지동 시장 역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는 물품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이디. 사람들은 이 곳 지동에 소재한 시장을 찾아, 살아갈 수 있는 물품들을 구하고는 한다.

 

아마도 수원에서 그래도 과거의 장시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못골시장과 연계된 시장들일 것이다. 그만큼 지동은 수원 상권의 중심지가 된다. 또한 이곳 사장의 상인들은 대물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곳 시장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키우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에 밀려 점점 쇠퇴해가는 재래시장들. 그러나 지동의 시장들은 날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동 시장들은 생명력의 근간

 

지동에 있는 시장을 가면, 우선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못골시장 안에는 유기농 식품들이 그득하다. 그것이 바로 수원사람들이 먹거리가 가장 좋은 곳을 따진다면 어느 곳보다 먼저 못골시장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먹거리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요즈음 들어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쪼잔하게 구멍가게 상품까지 팔아먹고 있어 다들 죽겠다고 하지만, 지동에 있는 시장들은 그런 것과 무관하게 사람들의 발길을 붙둘고 있다.

 

그렇게 수원사람들만이 아니라 외지인들, 심지어는 외국인들까지 지동의 시장들을 이용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은 지동에 있는 시장들 안에는 착한가게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지동시장의 순대타운이 아니라고 해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칼국수집, 만두집, 호떡집서부터 착한 가격의 이발소까지 있다.

 

사람들은 지동자랑을 좀 하라고 한다. 아마도 몇 년 전이라고 하면, 자랑을 할 만한 것이 별로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동은 다르다. 몇 날을 두고 자랑을 해도 자랑꺼리가 남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살만한 마을 못골(지동). 그래서 오늘 우리는 지동을 일러, 세상에서 가장 정이 많은 동네라고 자랑을 한다.

'마을만들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을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질을 높이고, 서로가 소통하는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데 있다. 수원은 이제 마을만들기를 시작한 지 1년 반 남짓 됐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 중에 괄목한 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마을만들기 추진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모든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 사고 때문이었다. 

 

그간 수원시 마을만들기 추진단에서 추진해왔던 수원시 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은, 2010년 하반기부터 준비되기 시작했다. 2011년 상반기 까지 조례 제정과 마을르네상스센터 개소, 마을만들기 지원을 위한 행정협의체 운영 등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서 마을만들기 활동가 지원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지난해 55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올해에는 공모지원 사업 80개를 비롯해 수시사업을 합해 모두 134개 사업이 수원시 곳곳에서 의욕적으로 펼쳐졌다

 

 

"소통으로 공동체 회복, 그게 목적"

 

12월 7일 오후, 수원시 청사 안에 있는 마을만들기추진단 사무실에서 민완식 추진단장을 만났다. 올 한 해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어떤지 궁금해서였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마을환경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데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들 간의 소통으로 인해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죠."

 

민완식 단장은 그동안 공직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을 통해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데 있다는 것이다. 흔히 마을만들기 사업을 벽화조성이나 텃밭조성으로 국한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

 

 

벽화조성·텃밭조성으로 시작하는 마을만들기의 내일

 

"벽화조성이나 텃밭조성은 마을만들기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마을의 분위기가 바뀌고, 나아가서 마을기업 등으로 연계돼 수입 창출까지 하자는 것이죠. 그렇게 수입원이 생기면 그것을 마을을 위해 사용하거나, 이웃과 함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민완식 단장의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마을만 잘살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마을 단위의 규모로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나아가 수원이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는 것.

 

"지난해부터 시작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어느 기간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말은 사용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성과는 만족할 만합니다."     

 

 

무형의 자산 생겨나는 마을만들기 사업

 

올해 25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조성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어떻게 보면 그 몇 배의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만 갖고 사업 실적을 평가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마을만들기 사업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사업 외적인 요소들이 더 많습니다. 그것은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마을의 주민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벽화를 그리고 텃밭을 조성하면서 주민들의 사고가 바뀌고, 그분들이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됐다는 것이죠. 그것은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달라지고 있는 마을들을 볼 때마다, 더 많은 마을이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2013년에는 더 많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수원 39개 동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정밀 분석해 그 마을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올 12월에 공모지원 사업을 신청받아 내년 초에 선정해 3월부터는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한 공모지원 사업 외에도 매달 수시로 신청을 받아 추진하려 합니다. 저희는 모든 신청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것이 마을만들기 사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2012년에도 마을 자체에서 조금씩 수익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2013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마을에서 수익사업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마을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마을들이 적은 것이지만 수익 창출이 되면 그것을 다시 나누고는 합니다. 얻어진 수익으로 한 달에 한 번 반찬나눔을 갖기도 하고, 이웃들과 함께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는 것이죠. 그것이 곧 우리가 추구하는 소통과 공동체의 창출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민완식 단장은 2013년에는 SNS 등을 통해 더 많은 교류와 홍보로 모든 마을이 함께 잘 살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한다. 민완식 단장의 바람처럼 2013년에는 수원의 마을마다 주민들이 서로 소통이 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무슨 벽화그림이 사람들을 변화를 시켰다고 이야기를 할까? 벽화는 그저 좁은 골목 안쪽 벽에다가 그린 그림일 뿐인데, 그것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니.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는 요즈음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사람들이 벽화를 구경하러 심심찮게 찾아든다.

 

지동 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그 변화가 한꺼번에 들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죠. 그런 재미가 있어 벽화사업이 정말 마을만들기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라고 한다.

 

마을만들기 사업에 동참한 제일교회가 개방한 종탑에서 내려다본 화성과 벽화골목이 있는 지동

 

‘마을만들기’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

 

수원시 마을만들기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마을을, 주민 스스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이다. 마을만들기는 주민 스스로 마을을 살기좋게 가꾸고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국내·외 선진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수원시에 맞게 창의적으로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는 민, 관이 협력하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거버넌스의 핵심정책으로, 수원시의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협력하는 소통과 참여의 체계적인 운영이 정책의 최우선이라 할 수 있다.

 

벽화골목 조성 제2구간. 눈이 한편으로 치워져 있다.

 

수원시에서는 마을만들기 전담조직인 추진단이 조직된 지 2년이 채 안 되었으나, 그간 추진해왔던 수원시 좋은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 마을르네상스센터 개소, 마을만들기 지원을 위한 행정협의체 운영 등 마을만들기 활동가 지원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지난 해 55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금년도 80개 사업이 수원시 곳곳에서 의욕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현재 2012년 마을만들기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다.

 

마을만들기의 롤 모델이 된 지동벽화길

 

수원시에서는 마을만들기 추진단(단장 민완식)을 구성하여, 각 마을마다 주민들 스스로가 참여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곳의 마을들이 나름대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마을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팔달구 지동이다.

 

지동은 수원에서도 가장 낙후된 마을 중 한곳이었다. 지동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과 인접해 있는 마을로 재개발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사적이 가까이 있는 마을들은 문화재로부터 특별시 100m, 광역시 300m, 일반 시, 군은 500m 이내에서는 문화재 보호로 인해 재개발이 전면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조성한 제1 벽화골목의 그림들은 눈과 정말 잘 어우러졌다

 

사적 제3호인 수원 화성을 끼고 조성이 된 지동은 상대적으로 재개발을 할 수 없는 마을이다. 거기다가 골목길은 좁고 음습해, 지동 사람들은 늘 외부에 나가 지동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동이 지난 해 350m의 벽화길 조성에 이어, 2012년에는 680m의 벽화길을 조성하였다.

 

지동은 단순히 좁은 골목에 벽화만 그린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을빛 영화감상회, 노을빛 옥상음악회, 되살림 발전소, 황금마차, 핑퐁 음악다방 등 다양한 형태의 작은 축제로 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사업을 펼쳐나갔다. 지난 해 골목축제에 이은 이러한 축제는 지역의 종교는 물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했다.

 

변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12월 6일, 5일에 내린 폭설로 인해 수원은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좁은 지동골목에도 눈이 쌓였다. 그러나 지동 벽화골목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집 앞을 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을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땀을 흘리며 한 옆으로 눈을 치우고 있는 벽화골목 주민에게 물었다. 눈이라도 멎거든 치우지, 왜 그렇게 열심히 치우고 있느냐고.

 

“눈이 오면 화성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올 텐데, 그 사람들이 우리 지동을 잘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을 먼저 내 주어야죠.”

 

말끔하게 눈을 치운 벽화골목. 눈도 하나의 작품이 된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벽화골목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벽화골목에 쓰레기가 사라진지는 오래 전일이다. 여기저기 널려있던 쓰레기가 요즈음은 벽화골목 안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끔 이곳을 들려 벽화길을 관람하는 외지인이 버리고 가는 컵이나 캔 등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도로변 쓰레기 적치장에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들이 보이면, 자신들이 규격봉투를 들고 나와 쓰레기를 담아 버린다.

 

벽화가 그려지고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손을 놓고 있던 집수리들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지붕을 개량하고 벽을 다시 쌓는가 하면, 더럽고 불결하던 곳을 스스로 밝게 고쳐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골목길 사람들의 그렇게 변화가 되는 그런 모습들이, 눈에 띤다는 것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성공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가 발 벗고 나서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실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행정에서는 그것을 뒷바리지를 하면 되고요. 어차피 지동은 이곳에 사시는 주민들이 주인이니까요. 이제 주민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벽화를 그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 스스로가 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죠.”

 

기노헌 팀장은 그런 지동 주민들과 함께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지동이 마을만들기 사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지역주민들의 ‘마음바꾸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MBC - TV 프로그램 중에 ‘행복주식회사 10,000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만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특급 프로젝트로, 스타들이 출연을 해 만원으로 한 주간을 버티는 프로그램이었다. 사회에서 돈의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예인들이 출연을 해 재미를 더해 준 프로였다.

 

요즈음 장을 보러나가면,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만원을 들고 장을 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말았다. 하루에 만원을 갖고 살라고 해도 힘든 지경이다. 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이니, 만원의 행복이란 그저 꿈같은 이야기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를 살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루가 행복하려면 목욕을 해라,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한 달이 행복하려면 결혼을 해라,

일 년이 행복하려면 새집을 구하라,

일생이 행복하려면 정직하라’

 

라는 말을. 사람들은 적어도 이발을 하고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시골 장터에 가도 이발비가 최하 8,000원을 주어야 한다. 이발을 했다고 해서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만원을 들고 이발을 했다고 하면, 그 다음 배고픔은 어떻게 해결을 할까? 그리고 하루를 무엇으로 소일을 할 것인가?

  

사실 요즈음 단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하루 종일 소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이 있다면 휴일 날 집안에서 전전긍긍하는 남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단 돈 만원으로 과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가 있을까? 문제는 이발까지 하고 말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 종일 행복해 질 수 있는 곳

 

단 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소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벽화 길로 유명해지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이다. 실제로 11월 25일(일), 단돈 만원을 들고 오전부터 지동을 걷기 시작했다. 지동시장 순대타운 곁에 자리한 주차장 건너편 팔달새마을금고 영천지점에서 미나리광시장으로 들어가다가 보면 수원식품(수원시 지동 400-8) 옆으로 작은 이발소 하나가 보인다.

 

‘즐거운 이발’이란 이 집이 바로 이발을 하는데 3,500원이다. 세상에 요즈음 이발료를 3,500원을 받는 곳이 어디 있을까? ‘즐거운 이발’의 주인은 이발경력이 45년이 지났다. 12살 어린나이에 이발소에 취직을 해, 사람들의 머리를 감기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요즈음처럼 사람들이 살기가 힘든데, 이렇게라도 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발료를 싸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즐거운 이발소에서는 면도를 해주거나 머리를 감겨주지 않는다. 머리는 본인이 직접 감아야하는데, 머리를 감을 경우 물 값과 수건사용료 500원을 더 내야한다. 그렇게 해도 이발료가 4,000원이다. 아침에 나가 이발을 하고 나니 시간이 점심때가 다 되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옆 못골 시장으로 들어갔다.

 

 

국수 한 그릇 먹고 즐기는 벽화길

 

못골시장 안에는 ‘통큰 칼국수’집이 있다. 이 집에서는 잔치국수는 2,000원, 칼국수는 3,000원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이발을 하고 점심을 해결하는데 들어간 돈이 7,000원이다. 그리고 칼국수집을 나와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발을 해서 기분이 좋은데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바쁠 일이 없다. 어차피 만원을 갖고 하루를 소일해 보려고 나선 길이다.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살피면서 돌아보니, 날마다 달라지고 있는 벽화골목이 행복감을 더해준다. 가다가 다리를 쉴 수 있는 평상 등이 있어 더 좋은 벽화길이다. 벽화 골목길을 돌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벽화골목 구경을 하고 나오는 곳에 핑퐁음악다방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의 향에 취한다. 커피 값이 3,000원이다. 단돈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하루가 행복하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아본 ‘지동의 행복’은, 그렇게 만원으로 나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지동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행복. 만원으로 이발을 하고, 점심을 먹고, 벽화길 구경하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 이곳이 진정한 만원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마을이다.

11월 24일 토요일 오후, 지동 벽화골목에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지동벽화길 제2구간인 지동 10통과 13통 일대의 골목길엔 왁자하다. 여기저기 자원봉사자들이 벽에 달라붙어 나뭇잎을 그리고, 열심히 칠을 하고는 한다. 이들 자원봉사자 중에는 ‘도란도란 수원e야기’ 블로거 10여명도 함께 참여하였다.

 

이날 3개 미술학원에서 참여를 한 봉사자들은 1구간에서 하루 종일 작업을 했으며, 오후에는 경기수원르네상스 포럼에서 20명, 일반인 자원봉사자 25명 정도가 참여하였다. 도란도란 수원e야기 블로거 중에는 어린 딸들과 함께 참여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4살과 6살짜리 두 딸과 함께 참여한 닉네임 러브연희맘님도 있었으며. 4살짜리 딸을 데리고 참여를 한 양영주 블로거도 있었다.

 

 

지동 벽화골목의 한 벽에 설치된 나비 조형물과 하트모양의 탁자(위) 11월 24일(토) 오후 자원봉사자들이 그림을 그리기전 설명을 듣고 있다(아래)


 

벤치마킹을 하러 오기도

 

요즈음 지동골목에는 인근은 물론, 타 도시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오고는 한다. 24일에도 수원시 조원동의 그린나래 봉사단 25명 정도가 골목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지동 벽화골목은 이제 봄, 여름, 가을을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겨울풍경으로 들어가는 골목에는 눈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골목마다 특이한 것들도 있다. 벽에 붙어있는 평상과 조형물로 꾸며 놓은 나비, 그런가하면 곳곳에 놓인 나무화단이 아름답게 자리를 잡고 있다. 시간이 가면서 점차 날이 쌀쌀해졌지만, 벽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리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가끔은 허리를 펴느라 일어서다가, ‘끙’ 소리를 내기도 한다.

 

 

'도란도란 수원e야기'의 블러거들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위) 딴 벽에는 어린 딸들과 함께 참여를 한 블로거들이 딸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아래)  


 

마을주민들이 좋아하는 그림들

 

지동 제2 벽화길은 테마골목이다. 계절별로 그림이 이어지는가 하면, 집집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했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달라붙어 그린 것이 아니다. 순수한 그림을 못 그려도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이루어 낸 작품이다. 이들은 4세 꼬마부터 70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참여를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골목에 특별한 구조물이 있다면, 그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골목길 안에 우물이 있는 곳에는, 벽 여기저기서 물이 쏟아지는 그림들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양이들이 물을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그만큼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오후 내내 쭈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위)과 벤치마킹을 하는 사람들(아래)


 

골목 외곽 길가의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한 자원봉사자는 요즈음 지동이 날마다 변해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저는 오늘이 세 번째인데 정말 아름다워졌어요. 처음에는 그림들이 좀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완성 단계에 들어가면서 무엇인가 이야기가 있는 듯도 하고요. 요즈음은 그림을 그리다가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위해 노력들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제 지동의 벽화골목을 보면서 ‘마을만들기 사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 것인지를 알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방관을 하고 있던 주민들도 이제는 스스로 동참을 하고 있다. 이 벽화 골목 조성사업이 공동체를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낡고 읍습하던 골목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벽마다 나열이 되어있다.

 

 

우물이 있는 집의 벽에는 물이 콸콸 흐르는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물로 인해 놀라는 고양이가 모습이 재미있다(위) 아래는 겨울테마로 들어가는 벽화 


 

철조망 때문에 벽에 녹물이 흐르던 담 등, 벽이 더러우면 나무판자로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계획된 밑그림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다. 이 제2 골목벽화가 끝나면, 내년에는 또 한 곳의 골목에 제3 벽화길이 조성된다. 아마도 마을만들기 5년 사업이 다 끝나는 2015년이 되면, 지동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변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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