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한 음식에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가끔 찾아가는 집이 있다. 수원의 ‘지동 순대타운’이야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그곳의 음식 맛도 괜찮지만 시끄러운 곳을 워낙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조금은 공간이 좁더라도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이 좋다.

 

순대타운 길 건너편에 보면 ‘매일 직접 순대를 만드는 집’이란 문구를 건 집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402-28에 소재한 <옛 장터 밀알 전복 순대국>의 지동 본점(사장 김봉석)이다. 이 집 역시 순대와 곱창으로만 메뉴가 짜여 있다. 그런데 이 집이 남다른 것은 매일 순대를 만든다는 것만이 아니다.

 

 

순대 한 줄에 전복 한 개가 들었다고?

 

2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이 집은 날마다 직접 순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를 이어 장사를 하기 때문에, 음식 하나 섣불리 할 수가 없다는 것. 막걸리 한 잔을 하자고 지인들과 마주 앉았다. 우선 이 집의 자랑인 토종순대 한 접시를 시켰다. 가격은 7,000원이다. 그런데 이 집의 순대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순대 안에 전복을 넣는 것이다.

 

순대 한 줄에 전복 한 개. 이 밀알순대만의 보양식이라는 순대입니다. 순대국을 시키면 가마솥에 내부압력을 이용하여 열이 골고루 퍼지게 하여, 콜라겐을 함유한 진국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것만도 충분한데 거기다가 전복까지. 전복이야 성인병인 당뇨를 예방하고 고혈압을 치료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전복내장은 정력제로도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뜨거운 음식인 전복과 찬 음식인 돼지가 만나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순대 맛을 보니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맛만으로도 좋기 때문이다.

 

묵은지와 어우러진 막창, 그런데 이 깻잎은 왜?

 

막창구이(1인분 9,000원)를 시켰다. 처음에 불판에 묵은지와 버섯, 양파를 올려준다. 조금 후에 익힌 곱창을 올리더니, 이내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놓는다. 그런데 이 집에는 밑반찬 중에 잘라놓은 깻잎이 있다. 손으로 잡았더니 식초 냄새가 난다.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법.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깻잎은 식초에 담가 놓은 것인데, 일반 식초가 아니라 저희 집에서 특별히 조제를 한 소스를 이용하는 겁니다. 순대와 곱창의 냄새를 없애는 것이죠. 한 번 싸서 드셔보세요”

 

잘 구워져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기는 곱창을 깻잎에 싸서 입안에 넣어본다. 조금은 쉰 듯한 맛이지만, 냄새가 나질 않는다. 입안으로 느껴지는 맛이 상쾌하다. 막걸리 한 잔이 기분 좋게 목을 넘어간다.

 

 

“사장님 불곱창 하나 추가요”

 

이왕 시작을 한 것이 아닌가. 몇 명이 먹기에는 이 안주만 갖고는 부족할 듯하다. 불곱창 하나를 추가시킨다(1인분 8,000원) 잠시 후에 내온 불곱창. 하나를 들어 먹어본다. 입안에 매운맛이 돈다. 그래서 술 한 잔에 더 들어가는 것인지. 그런데 이 불곱창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에서 당긴다.

 

서비스로 내주는 가마솥에서 울어낸 사골국물의 맛도 일품이지만, 그보다는 이 집 젊은 2대째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항상 웃는 낯으로 손님들을 대하면서, 늘 즐거운 표정으로 일을 한다. 이 집에서 느끼는 행복은 그것만이 아니다. 가끔은 손수 만든 맛있는 맛보기 순대 한 접시도 내어주는 풍성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 된 단골들이라야 하지만. 날이 쌀쌀해진 요즈음, 딱 찾아가기 좋은 집이다.

 

 

상호 / 옛장터 밀알전복순대국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지동 402-28

문의 / 031 242 0042

사장 / 김봉석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마을 만들기가 본격적인 명품마을로 태어나기 위해, 2013년도 계획예정 안을 세웠다. ‘지동마을만들기’는 타 지역과 다른, 지동만이 갖고 있는 제일교회 종각 13층에 있는 ‘노을빛 전망대’ 등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11월 2일 오후 5시, 지동제일교회에는 수원시 마을만달기 추진단의 민완식 단장을 비롯하여 경기문화연구회 염상균 회장, 김종합건축사무소 김상연 대표건축사, 지동주민자치센터 기노현 총괄팀장, 지동벽화를 총괄하는 유순혜 작가, 제일교회 담당자 등 10여명이 모여 한 시간 정도 토론을 가졌다.

 

 

주민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 조성 계획

 

내년도에 가장 특별한 변화는 <지동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내에 장기간 방치되어 있는 건물을 구입하여, 주민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간으로 조성하여, 창작 작가와 지역 주민들이 결합된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

 

또한 2013년 2월부터 11월까지 3년차 벽화작업을 지동 307, 309번지 선 약 300m에, ‘동심(童心), 골목에 펼치다!’라는 주제로 마련한다는 것, 이 벽화작업은 지역주민과 창작 작가, 외부 자원봉사자 등에 참여를 유도하여 다양한 벽화로 새롭게 조명할 계획이다.

 

지동의 정체성이 담긴 축제 개최

 

2012년의 지동은 영화제 및 옥상음악회 등을 열어, 주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2차 벽화를 올해 마무리하면, 2013년에는 지동의 정체성이 담긴 축제를 마련한다는 것. 올해 한 차례 열었던 ‘옥상음악회’를 내년에는 5월과 9월 두 차례 열게 되며, ‘한여름 밤의 클래식콘서트’를 지동 제일교회에서 열 계획이다.

 

‘추억의 골목길 축제’는 11월에 열 예정이며, 이 축제에는 사방치기 등 골목놀이 체험과 연 만들기 및 날리기, 재능기부자의 문화공연 등을 준비한다. 지동은 2013년의 축제 등은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여, 지역주민은 물론 외지의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주민참여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기노현 지동자치센터 총괄팀장은 2013년에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동에 거주하는 어린이, 학생, 주민들을 상대로 되살림 발전소,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 이웃공방 등을 이용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서

“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어린이 대상 창작프로그램 운영과, 중, 고생 대상 마을 작가 양성과정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취약가정의 청소년을 미래의 창작작가로 양성하여 사교육비를 줄인 생각입니다. 또한 어르신들의 치매예방을 위한 미슬창작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라고 밝혔다.

 

스토리텔링 형 관광 상품도 출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4월부터 12월까지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벽화골목 3개소, 전통시장 3곳을 연결하는 마을명소와 전통시장을 연결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탐방코스별 티켓을 세분화하여 유료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이러한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마을 해설사 양성, 노을빛 전망대에 망원경 설치 등 많은 준비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완식 마을만들기 추진단장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비용과 관련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그 자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며 1회로 계획을 세웠던 옥상음악회를 봄, 가을 2회로 늘리자고 제안을 해 즉석에서 계획을 수정하기도.

 

내년 3년차 마을만들기 사업이 마무리가 되면, 지동은 명품마을로 탈바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는 단지 전망대의 기능만을 갖는 것이 라니라, 총체적인 작은 화성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총체적 미술작품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을 수반하기 때문에,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명품마을로 재조명될 시기가 정해질 듯하다.

한 때는 참 지겹도록 안 좋은 소문이 나돈 지동이다. 그것도 지동에 터를 삶아 사는 주민들과는 전혀 무관한. 이제 그 지동이 마을 만들기와 벽화길 조성 등으로 인해 유명한 동네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점점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있는 지동과 지동사람들. 과연 그들의 삶은 어떠한지 돌아본다.

 

나눌 줄 아는 지동사람들

 

지동은 수원에서도 낙후된 마을이다. 하지만 이곳에 50년 이상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착하다. 서로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살기 때문인가? 지동 사람들은 나누는 것을 즐겨한다. 지동사람들은 이웃과 마음의 담을 쌓지 않는다. 그만큼 지동 사람들은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그냥 넘기지를 못한다. 무엇이라도 하나 나누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옥상음악회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이 윤건모 팔달구청장. 박찬복 지동장, 김상욱 수원시의원 등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위) 지동영화제를 시작하기 전 공연(아래)


 

마을에 자원봉사를 하는데 직접 물을 끓여 차를 내오는 10통 통장님. 정성들여 모은 쌀을 불우한 이웃에게 전하는 40년 지동사람인 고성주씨. 불편을 감수하고도 자신의 옥상을 공연장으로 내놓는 13통 통장님. 그런가하면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는 자치위원장님. 낮이나 밤이나 골목길을 돌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유병남 할머니. 이런 분들이 지동을, 사람의 정이 가득한 마을로 만들고 있다.

 

마을 만들기도 박차를

 

좁고 또 좁은 골목, 그리고 어둡고 침침한 골목의 집안. 거기다가 낡아서 비가 새는 천정. 이런 집들이 지동에는 상당히 많다. 화성 창룡문 부터 복원된 남수문까지를 연결하는 화성을 바라보고 있는 지동마을. 이 지동이 마을만들기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노인들을 위한 프로젝트인 황금마차(위) 아름답게 조성한 벽화길(아래)


 

하지만 지동은 수많은 변화를 했다. 도로를 말끔히 정비하는가 하면, 지동영화제, 옥상음악회 등을 열기도 했다. 또한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여 ‘황금마차’라는 노인들을 위하는 프로젝트를 꾸미기도 했다. 이러한 것이 날마다 달라지고 있는 지동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지동 사람들은 요즈음 많은 기대를 하고 산다. ‘내일은 또 어떤 재미있는 벌어질까?’에 대한 기대를 갖고.

 

아름다운 골목벽화길 조성

 

지난 해 350m, 올 해는 680m의 골목벽화가 생겨났다. 올 6월부터 현재까지 자원봉사자 1,200명이 참여를 하여, 지동 10통과 13통 일대의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지동 벽화길은 사전에 전문 작가들의 치밀한 구성과 밑그림 작업을, 자원봉사자들이 그려내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부자, 혹은 부녀, 모녀, 조손 등이 참여를 했다.

 

 

 

서울여자대학 미술학과 학생들의 벽화그리기 자원봉사(위) 지동부녀회에서 마련한 비빔밥을 지동 벽화길 유순혜 작가와 박찬복 지동장, 서울여대 학생들이 조리를 하고 있다.(아래)


 

골목길 입구를 들어서면 봄이 시작이 된다. 골목을 돌 때쯤이면 여름이, 그리고 좁은 골목을 통해 길을 들어서면 가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을의 끝에는 겨울과 편지, 동화 벽 등이 선을 보인다고 한다. 지동의 벽화길의 정점은 노을빛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과 눈앞에 펼쳐지는 수원과 화성의 야경이다.

 

지동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전망대는 내년 봄 정식 개관을 앞두고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낡고 퇴락한 건물을 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다. 5개년 계획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모든 과정이 다 끝나면, 지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를 한다.

 

노을빛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성


 

한 때는 사람들조차 회피하던 마을 지동. 이제는 그 지동이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음 착한 지동사람들과 마을만들기 사업,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에 의한 벽화길 조성이 지동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멀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마을 지동. 우리가 지동을 자랑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엔 요즘 사람들이 골목마다 북적인다. 바로 벽화를 그리기 때문이다. 지동의 골목 벽은 6세 어린아이부터 80세 노인들까지, 모두 화가로 만드는 마력을 지닌 벽들이다. 마을주민은 물론, 수원의 많은 시민들과 단체에서 참가를 한다. 지동의 벽은 날마다 그림들이 늘어만 간다.

 

9월 26일 오전 7시가 조금 넘었는데 문자가 하나 들어온다. ‘지동 어린이집 원생 15명이 10시부터 지동 벽화를 그리러 갑니다.’ 라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가봐야지. 딴 행보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일정을 바꾸어버렸다.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더욱 이 날은 삼성전자 봉사단 70명이 벽화를 그리러 온다고 했다니.

 

 

 

어린 꼬마들의 마음속에 날리고 싶은 것은?

 

10시 지동 벽화골목으로 행했다. 큰길에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이 녀석들 죽 벽에 붙어 무엇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그런데 손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도 같이 그린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크레파스가 없다고 하는 녀석에, 안 주겠다고 도망을 가는 녀석. 시립지동 어린이집(원장 석숙현) 꼬마들 15명이, 이유리 교사의 인솔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 편 벽은 나비만 그리고, 반대편 벽에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게 한다. 그런데 한 녀석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검은 크레파스로 ×자를 그려 놓았다. 아마 피카소가 벽화를 그려도, 이렇게 당당하게 잘 못 되었다는 것을 표시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람나비, 조개나비...들어는 보았소?

 

아이들이 벽에 그린 나비들이 온통 날갯짓을 한다. 수백 마리의 나비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를 듯한 기세이다. 그런데 그 나비들을 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대형 나비부터 시작해, 달팽이나비, 사람나비, 굼벵이나비, 조개나비 등등. 세상에 어린이들은 무엇이나 다 날려 보내고 싶은 것일까?

 

한 녀석이 커다랗게 나비를 그린다. 그 나비를 보다가 물어보았다. 그렇게 큰 나비가 날아갈 수 있는가를. 이 녀석 당당하게 대답을 한다. 자기가 날려 보낼 수 있다고.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일까? 아이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은 없다. 하기에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라’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벽화를 그리는 아이들에게서 선지식 하나를 얻어간다.

 

 

‘네 나비는 아까 날아갔다’

 

오후에는 삼성전자의 경영혁신팀과 센서개발팀 70여명이 골목을 찾았다. 인원이 많고 어른들이다 보니, 벽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그림으로 채워져 나간다. 달라지고 있는 벽들을 보면서, 참 사람이 노력을 하면 이렇게 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골목벽화를 담당하는 사람도 삼성전자 벽화봉사팀이 들어오면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틈에는 색다른 인물들이 있다. 바로 벽화를 지우고 다니는 팀이다. 벽화를 그렸는데 잘 못 되었다고 생각이 들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지우고 다닌다. 그래서인가 여기저기 덧칠을 하고 새로 그린 부분이 있다. 그렇게 골목 벽화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골목 안으로 꼬마가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선다.

 

 

 

아침에 나비를 그리던 어린이집 꼬마가 제 그림 자랑을 하려고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한다. 이 꼬마 자신의 나비를 찾는데, 그 나비가 사라져 버렸다. 그림을 지우는 분들이 나비를 몇 마리 지운 중에, 꼬마가 그린 나비도 있었는가 보다. 여기저기 찾더니, 그래도 엄마에게 딴 아이와 함께 그린 반대편 그림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면서 꼬마가 대견하기도 하고, 갑자기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것이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할 말이라고는 고작 이말 밖에 없다.

 

“꼬마야 아까 나비가 몇 마리 날아갔는데, 네 나비도 날아갔나 보다.”

 

 

이 꼬마,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괜히 이야기를 해놓고도 멋쩍다. 속으로 저 어린이가 그랬을 것이다. ‘저 아저씨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고. 그렇게 지동의 벽화는 날마다 풍성해지고 있다. 내가 지동 뒷골목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아직도 성벽 밖으로 난 아랫동네는 답답하다. 이곳은 골목이 워낙 좁아 장비조차 투입할 수가 없어, 개선사업조차도 못하고 있다. 지동 9통 민원실이 있는 이 골목은 벽이 무너지고, 지붕은 모두 샌다. 천으로 대충 막아놓았지만, 비가 많이 오면 불가항력이라는 것이다. 이 골목 사람들은 오늘도 깊은 한숨으로 날을 보낸다.

 

이렇게 좁은 골목길은 으슥해, 밤이 되면 사람들이 다니기가 두렵다고 한다. 이 골목에서 사는 주민들은 이래저래 화가 난다는 것이다. 이 골목 주민들의 불만은 그치지를 않고 이어진다. 골목을 돌아보니 지동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올해 연세가 80이신 유병남 할머니께서는 벌써 몇 년째 마을의 환경개선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쓰레기 적치장에 쌓아놓은 것을 분리수거를 하신다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골목 주민들의 불만

 

“벌써 언제 적부터 이곳이 모두 헐리고 개발이 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딴 곳은 다 개발을 했으면서도 이 골목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지난 번 시장 때 도시가스를 놓아준다고 하더니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없는 서민들이 비싼 기름을 때야 하는데, 좁은 골목이라 기름차가 못 들어온다. 큰 길에서 기름차가 집을 통해 호스를 넘겨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길가 앞집에서 싫어한다. 비싼 기름 값이 아까워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도 못 때고 산다.”

 

“비가 오면 물이 넘쳐 전신주 밑으로 물이 빨려 들어간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지붕에는 여기저기 비가 새지 않도록 임시로 방편을 해놓았다. 길이 워낙 좁다보니 차가 들어올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곳이 이렇게 골목길은 좁은 이유는 지금 집을 짓고 사는 곳이 개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개울 위를 막아 집을 지었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밑에서 올라오는 한기로 몇 배나 더 춥다는 것.

 

 

지동 뒷골목 중에는 비좁아 장비조차 들어갈 수가 없다. 이곳은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주민들이 많은 고초를 겪고 있다 


 

골목길에서 만난 유병남 할머니

 

한참 뒷골목을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할머니 한 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신문사에서 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

 

“나 이 동네 들어온 지 50년이나 되었어. 처음에 이곳에 들어올 때 19,000원 주고 이집을 샀지”

“그 때도 이렇게 골목이 좁았나요?”

“아냐. 이 집들이 앉은 곳이 넓은 개울이었어. 물이 많이 흐르는 곳이었지. 그 옆에 밭도 매고 그랬는데. 그런데 그 개울을 덮고 그 위에 집을 지으면서 이렇게 골목이 좁아졌지. 이나저나 여긴 언제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바꿔준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봐”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셨는데요?”

“나 이제 80여”

“아이고, 아직도 청춘이시네요”

 

그 말씀에 기분이 조금 좋아지셨나 보다. 이런 저런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예전에 개울물이 흐르던 위에 집을 짓는 바람에 겨울이면 한기가 더 심하다고 하는 뒷골목 


 

알고 보니 이 할머니 시민봉사상 드려야겠네.

 

“내가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데, 제발 음식물 쓰레기하고 병이나 캔하고 같이 버리지 말라고 그래”

“할머니 재활용품 주우러 다니세요?”

“그게 아니고 분리수거를 안 하면 가져가지를 않잖아. 그래서 하루에 몇 번씩 나가서 분리수거를 해 놓는 거지. 그럼 다 가져가잖아. 그러면 깨끗한 것이 냄새도 나지 않고 얼마나 보기 좋아.”

 

사실 유병남 할머니 댁은 쓰레기를 모아두는 큰 길에서 안쪽 골목길이라, 냄새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밤이고 낮이고 하루에 몇 번씩 쓰레기를 뒤져 분리수거를 해 놓으신단다.

 

“할머니께서 워낙 부지런하세요.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져 분리를 하신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일인데, 날마다 하루도 안 거르세요.”

 

주민들의 말이다. 한 때는 몇 곳을 하셨는데, 이제는 지동 목욕탕 앞에 모인 것만 하신다고. 사실은 딴 곳에서 쓰레기를 분리하시는데, 누군가 끈끈이에 붙은 살아있는 쥐를 그냥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렸다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손을 넣었다가 살아있는 쥐에게 물려 피를 많이 흘리기도 하셨단다.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은 하늘도 돕는 법

 

할머니는 현재 지동 294-25번지에 혼자 살고 계신다. 자녀들은 다 딴 곳에서 생활을 한다고, 얼마 전에 딴 곳에 사는 아들네 집에 가서 한 달 생활비 20만원을 받아갖고 오시다가, 그만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리셨다고 한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지갑을 두고 내린 거야 앞이 캄캄하데”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긴 택시는 이미 가버렸는데.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돈지갑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택시기사분이 경찰에게 이야기를 해서 집으로 가져 왔데. 참 사람이 좋게 세상을 살면 하늘도 다 돕는가봐. 그 택시기사 참 착한 분이라 그 사람도 복 받을 거야”

 

지동 골목길에 봉사왕 유병남 할머니. 아무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바란다. 이런 분이 지동에 계셔, 지동은 그래도 점점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보다. 나도 이참에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시장님, 이 유병남 할머님 꼭 상 하나주세요.”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