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무슨 벽화그림이 사람들을 변화를 시켰다고 이야기를 할까? 벽화는 그저 좁은 골목 안쪽 벽에다가 그린 그림일 뿐인데, 그것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니.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는 요즈음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사람들이 벽화를 구경하러 심심찮게 찾아든다.

 

지동 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그 변화가 한꺼번에 들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죠. 그런 재미가 있어 벽화사업이 정말 마을만들기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라고 한다.

 

마을만들기 사업에 동참한 제일교회가 개방한 종탑에서 내려다본 화성과 벽화골목이 있는 지동

 

‘마을만들기’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

 

수원시 마을만들기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마을을, 주민 스스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이다. 마을만들기는 주민 스스로 마을을 살기좋게 가꾸고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국내·외 선진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수원시에 맞게 창의적으로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는 민, 관이 협력하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거버넌스의 핵심정책으로, 수원시의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협력하는 소통과 참여의 체계적인 운영이 정책의 최우선이라 할 수 있다.

 

벽화골목 조성 제2구간. 눈이 한편으로 치워져 있다.

 

수원시에서는 마을만들기 전담조직인 추진단이 조직된 지 2년이 채 안 되었으나, 그간 추진해왔던 수원시 좋은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 마을르네상스센터 개소, 마을만들기 지원을 위한 행정협의체 운영 등 마을만들기 활동가 지원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지난 해 55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금년도 80개 사업이 수원시 곳곳에서 의욕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현재 2012년 마을만들기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다.

 

마을만들기의 롤 모델이 된 지동벽화길

 

수원시에서는 마을만들기 추진단(단장 민완식)을 구성하여, 각 마을마다 주민들 스스로가 참여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곳의 마을들이 나름대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마을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팔달구 지동이다.

 

지동은 수원에서도 가장 낙후된 마을 중 한곳이었다. 지동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과 인접해 있는 마을로 재개발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사적이 가까이 있는 마을들은 문화재로부터 특별시 100m, 광역시 300m, 일반 시, 군은 500m 이내에서는 문화재 보호로 인해 재개발이 전면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조성한 제1 벽화골목의 그림들은 눈과 정말 잘 어우러졌다

 

사적 제3호인 수원 화성을 끼고 조성이 된 지동은 상대적으로 재개발을 할 수 없는 마을이다. 거기다가 골목길은 좁고 음습해, 지동 사람들은 늘 외부에 나가 지동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동이 지난 해 350m의 벽화길 조성에 이어, 2012년에는 680m의 벽화길을 조성하였다.

 

지동은 단순히 좁은 골목에 벽화만 그린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을빛 영화감상회, 노을빛 옥상음악회, 되살림 발전소, 황금마차, 핑퐁 음악다방 등 다양한 형태의 작은 축제로 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사업을 펼쳐나갔다. 지난 해 골목축제에 이은 이러한 축제는 지역의 종교는 물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했다.

 

변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12월 6일, 5일에 내린 폭설로 인해 수원은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좁은 지동골목에도 눈이 쌓였다. 그러나 지동 벽화골목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집 앞을 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을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땀을 흘리며 한 옆으로 눈을 치우고 있는 벽화골목 주민에게 물었다. 눈이라도 멎거든 치우지, 왜 그렇게 열심히 치우고 있느냐고.

 

“눈이 오면 화성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올 텐데, 그 사람들이 우리 지동을 잘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을 먼저 내 주어야죠.”

 

말끔하게 눈을 치운 벽화골목. 눈도 하나의 작품이 된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벽화골목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벽화골목에 쓰레기가 사라진지는 오래 전일이다. 여기저기 널려있던 쓰레기가 요즈음은 벽화골목 안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끔 이곳을 들려 벽화길을 관람하는 외지인이 버리고 가는 컵이나 캔 등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도로변 쓰레기 적치장에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들이 보이면, 자신들이 규격봉투를 들고 나와 쓰레기를 담아 버린다.

 

벽화가 그려지고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손을 놓고 있던 집수리들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지붕을 개량하고 벽을 다시 쌓는가 하면, 더럽고 불결하던 곳을 스스로 밝게 고쳐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골목길 사람들의 그렇게 변화가 되는 그런 모습들이, 눈에 띤다는 것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성공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가 발 벗고 나서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실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행정에서는 그것을 뒷바리지를 하면 되고요. 어차피 지동은 이곳에 사시는 주민들이 주인이니까요. 이제 주민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벽화를 그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 스스로가 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죠.”

 

기노헌 팀장은 그런 지동 주민들과 함께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지동이 마을만들기 사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지역주민들의 ‘마음바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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