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래도 맛집 블로거는 못할 듯싶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카메라부터 들이밀고, 다음에 먹으면서도 연신 찍어대야 하는데 우린 죽어도 그 짓은 못한다. 내가 일부러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타인들과 밥상머리에 앉아 카메라를 들이민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기 때문이다.

이번 출장길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그 중 한 분이 점심대접을 하겠다고 해서 찾아간 곳. 화성시 향남읍 하길리 569-5번지에 소재한 ‘뽕나무 골’이란 식당이다. 식당 주차장에는 이미 만차가 되어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좁지 않은 식당 안에 무슨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아마도 인근 뿐 아니라 먼 곳에서도 찾아온 듯하다.


아이폰에 역광까지. 사진은 엉망입니다.

누에
박물관이 있는 '뽕나무 골' 식당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곤충들이 가득하다. 옆으로 보니 이상한 것들이 즐비하게 전시가 되어있다. 자세히 보니 ‘누에박물관’이란다. 예전 베틀이며 여러 가지 누에를 치는 기구들이 전시가 되어있다. 이왕 왔으니 이런 것도 찍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카메라가 없다. 단 분 차를 이용했으니 당연히 카메라는 차에 두고 올 수 밖에.

이래서 난 파워블로거가 못 되는 것인가 보다. 블로그의 필수품이 카메라라고 하는데, 점심 한 그릇에 정신을 빼앗겨, 카메라를 두고 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이폰이 있으니 우선은 그것으로 대처를 하는 수밖에.




점심에 받은 뽕정식. 황제가 따로 없네.

뽕정식이라고 하는 상차림을 시켰다. 소갈비찜이 나오면 1인분에 2만 5천원이고, 돼지갈비찜이면 2만원이란다. 싼 가격은 아니다.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 반찬들을 보니 26가지나 된다.

이럴 때는 정말 나 스스로를 책한다. 바보처럼 카메라를 두고 오다니. 이것만 해도 글 두 개는 쓸수 있는데 말이다. 밥상과 박물관을 찍었으면, 하루 글 쓸 소재는 충분한데 말이다. 그래도 한 두 어장 찍으려는데, 식당 안에 밥을 먹으로 온 사람들이 연신 쳐다본다. 잠시 고민을 해댄다. 그래도 막 찍어버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배짱이 없다.





더구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시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나저나 이 먼 곳을 다시 오기도 그렇고, 참으로 난감하다. 할 수 없이 아이폰을 꺼내 몇 장만 찍는다. 찍으면서도 연신 부담스럽다. 거 참, 내가 맛집 블로거도 아닌데, 왜 꼭 이래야 하는 것이지.

어쨌든지 밥상을 받고 보니 황제도 부럽지 않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만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대접을 받는 자리이니 그 맛을 음미를 해가면서 천천히 먹을 수도 없는 일. 그저 앞에 놓인 반찬만 뒤척이고 있었다니.



먼저 자리를 일어나 박물관으로 가 일일이 찍어댄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이람. 아이폰에 밧데리가 10%가 남았다고 한다. 더 이상 찍었다가는 통화도 못할 지경이다. 이쯤해서 사진찍기를 그만해야 하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밥상도 그렇고 박물관도 그렇고. 다음에 이 방면으로 지나갈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들려보아야겠다. 황제 노릇 한번 하려고.

주소 : 화성시 향남읍 하길리 569-5
전화 : (031) 353-6220(예약) / 353-6223

여기저기 다니다가 보면 밥을 먹는 것이 큰 고민꺼리가 아닐 수 없다. 10월 10일 여수를 내려가서 먹은 점심은 음식 맛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의 정이 더 좋은 그런 음식이었다. 아침 일찍 여수로 향했다. 여수는 해산물을 살 일이 있어 내려갔는데, 지리도 잘 모르지만 싱싱한 생선을 사기 위해 여수에 사는 블로거인 임현철님께 부탁을 했다.

임현철님은 그 동안 몇 번 만나 술을 같이 한 적이 있어, 형님 아우 하는 사이이니 오랜만에 얼굴도 좀 볼 겸 부탁을 했다. 여수에서 만나 함께 수산시장을 들어가 수산물을 구입한 후 저밈을 먹자고 한다.

여수에 사는 블로거 임현철님이 안내해 준 식당의 상차림. 보기에도 깔끔한 것이 맛 또한 일품이다.


맛깔스런 음식, 그리고 좋은 사람.

임현철님이 안내를 해준 곳은 작은 식당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 몇 조가 있을 뿐이다. 미리 예약을 해 놓은 터라 상위에는 음식이 차려져 있는데, 보기만 해도 깔끔하단 생각이 든다. 우리가 시킨 음식은 갈치조림이었는데, 준비가 다 된 듯 바로 음식을 내어준다.

“형님 막걸리 한잔은 하셔야죠”
“당연하지”

정갈하니 차려진 밑반찬. 남도답게 음식 맛은 더 이상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늘 만나면 그렇게 술로 회포를 푼다. 참 이 술은 어찌 그리 시도 때도 없이 술술 들어가는 것인지. 막걸리 한 주전자를 나누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맛있는 음식보다 그 정이 더 즐거운 것이 아닐까?

마침 시간이 지나 속이 출출한 탓도 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먹는 음식 맛은 더할 나위가 없다. 음식은 간결하니 깔끔하다. 그 중에서도 오래 묵은 갓김치와 갈치내장젓갈이라고 하는 것은, 음식 까다롭기로 소문 난 내 입에 감길 정도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좋은 사람과 좋은 음식,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듯하다

갈치조림. 이런 것 하나만 갖고도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남도였다.

원래 낮술을 않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어찌 그냥 헤어지랴. 남도의 맛있는 막걸리와 좋은 사람.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음식 맛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다가 보니 사진을 찍는 것을 잊었다. 밥을 먹다말고 생각이 나 잠시 한 장 찍고. 옆에 있는 것김치는 해묵은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글 한자 남기지 않는다면 그도 블로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준 여수 해오름식당. 전문적인 음식 소개 블로거가 아닌 나로서는 주소며 연락처 등은 항상 묻지를 않는다. 간판에 전화번호가 나와 그도 다행이라는 생각. 임현철님이 선물로 준 해묵은 갓김치와 꼬들빼기 김치. 그것을 갖고 와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는. "아우님 고마우이~"

음식을 먹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식성이 다르다가 보니, 내 입에는 맞아도 남의 입에는 별로일 때가 있다. 그럴 땐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한 마이도 ‘맛이 없는 음식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음식을 잘하는 집을 가도 가급적이면 소개를 하지 않는다.

‘맛집’을 소개한다는 것은 ‘맛집블로거’들의 소관이다. 물론 가끔 정말 좋은 음식을 만나면 슬그머니 한 꼭지쯤 나도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을 워낙 돌아다니는 인사이다 보니, 찬찬히 앉아 음식을 음미해가면서 사진을 찍을 틈조차 없다. 그 시간에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짝으로~’ 란 정겨운 말에 낚였다

어제(8월 1일) 아침 일찍 답사를 떠났다. 전남지역을 몇 곳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이른 시간부터 강행군을 한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나간 답사길인데, 곡성과 화순을 거쳐 보성으로 들어갔다. 보상 대원사를 돌고 나니, 벌써 시간이 을 12시가 넘었다. 허기가 지는 김에 근처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현수막의 한 문구. ‘이짝으로 ~“으로라는 정겨운 말이 쓰여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흰 고무신 두 켤레가 입구에 놓인 것이 보인다. 그것 하나만 갖고도 분위기 운운하면서 꽤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시골백반 7000원’이라고 써붙였다. 7,000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란 생각이다.



솔직히 처음에 이 가격을 보았을 때는 전주백반 생각을 했다. 6,000원을 받던 것을, 요즈음 들어 7,000원을 받는 곳도 있다. 우선 전주백반은 찌개가 세 그릇(된장, 계란찜, 그리고 김치)에 생선, 김, 각종 반찬 15가지 정도가 나온다. 밥도 좋지만, 국 또한 시원한 것이 나온다. 그 생각을 떠 올린 것이다.

맛없는 집도 소개를 해줘야 한다.

야외 평상에 앉았다. 옆으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꽤 그럴 듯한 분위기인 셈이다. 얼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찬을 놓은 쟁반을 들고 온다. 그런데 반찬을 보니 이상하다. 밑반찬 몇 가지가 달랑 있을 뿐이다. 순간적으로 오이를 썰어 내온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생오이를 식당에서 내주는 경우는, 반찬이 부실할 때 한 가지라도 더 놓으려는 생각에서 많이 주기 때문이다.

"이게 반찬 다야?"
"그렇데요"
"국도 없이?"
"예"



밥을 주고 찌개가 나왔다. 이게 다라는 것이다. 국도 없다. 명색이 7,000원이나 되는 시골백반이라는 것이 국도 없고, 무엇하나 구미를 당길만한 것들이 없다. 고등어찌개를 떠서 고등어를 먹어본다. 냉동고등어인 듯하다. 정말 심하다. 어찌 이것을 아무리 뜨내기손님들이 들려간다고 해도 그렇지, 7,000원짜리라고 내놓을 수가 있을까?

반찬도 영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대체로 짠편이다. 장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반찬들이다. 부침은 한번 떼먹어보더니, 아무도 막지 않는다. 참 괜히 짜증이 난다. 어떻게 이렇게 성의없이 음식을 해 줄수 있는 것인지. 계산을 하려는데 '맛있게 드셨어요? '라고 묻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 같으면 맛있게 먹겠소'하고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거기다가 음악은 왜 그리도 정신없이 틀어대는 것인지. 정신이 빠질 지경이다. 맛은 둘째치고라도, 그 가격이라면 좀 더 신경을 써서 반찬을 준비해 밥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만 한 가지라도 맛깔스런 특별한 것을 해주어야 하거늘. 국도 없는 맨밥. 물을 말아먹었지만, 기분은 많이 언짢아졌다. 함께 밥을 먹은 사람들도 다들 한 마디한다. 내가 우겨 데리고 들어갔으니, 정말로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다.  

완전히 ‘이짝으로 ~ ’에 낚여버린 것이다. ‘이짝으로~’ 좋아하지 마라. 자칫 ‘내 짝’ 날 테니.
(주) 그래도 이 집의 밥은 맛있었다는.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 늘 그저 그렇다. 절집이라는 곳이 언제나 다른 음식을 만들고 있지 않으니, 한 달 내내 특별한 반찬이라고는 없다. 그저 몇 가지 반찬이 다이지만, 모두 채소뿐이다. 그렇게 날마다 먹다가 보면 가끔은 이런저런 것들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그런 것마져 허용이 안되는 곳이다. 

절에서는 '오신채'라는 것을 금기시한다. 오신채는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채소를 일컫는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홍거의 다섯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남새가 많은 채소들이다. '율장(律藏)'에 따르면 이러한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에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하여 금기시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그 속사정은 다르다. 이 음식들은 식욕을 돋우고 정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강장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재료가 있으니 수제비나 뜰까?

마침 내일 자장면 봉사가 있어, 이것저것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감자도 까서 깨끗히 손질해 놓아야 한다. 그런 것들이 있으니 간만 맞추면 수제비 만드는 것이야 금방 될 것만 같다. 우선은 기선을 잘 제압해야 한다. 내가 수제비를 잘하니 점심에는 수제비를 해 먹겠다고 미리 발표를 해버렸다.

자장면에 들어가는 표고도 준비하고, 간장과 소금, 그리고 주변 식당에서 미안하게도 파 한 뿌리를 얻어왔다. 마늘 몇 조각하고. 이놈들이 수제비 국물을 내는데 들어간 것은 아무도 모른다. 

먼저 감자를 넣고 물을 끓이다가 간을 맞추었다. 다시마를 통채로 넣었다가 건져낸 후, 표고와 마늘, 파를 숭숭 썰어 넣고나서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흠.... 냄새가 그럴 듯하다.


자장면에 들어갈 감자와 표고를 조금 실례했다.

그리고 끓는 물에 밀가루 반죽을 엷게 때내어 집어 넣는다. 국물 맛이 그럴 듯하다. 내가 있는 전라북도에서는 수제비를 아주 엷게 땐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먹던 서울지방에서는, 밀가루를 조금 두텁게 때어 넣는다. 그래야 수제비 먹는 맛이 난다.

팔팔 끓는 물에 집어넣은 수제비들이 아우성이다. 이런 조금만 참으면 먹어 줄 수 있는데, 얼른 먹어달라니. 대개는 수제비를 땔 때 손에 참기름을 바르고 한다. 달라붙지도 않고, 수제비가 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에 이런 과정을 수제비를 만들고 있으니, 일일이 찍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아이폰으로 대층 흔들면서 찍었다.



 

사진이 너무 엉망이다. 맛이 기가막힌 얼렁뚱땅 수제비가 참 맛 없게 보인다. 그렇게 끓인 것을 한 대접씩 맛을 보았다. 정말로 수제비 다운 수제비를 먹는다고들 이야기를 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앞으로 자주 해 달라시면 골치 아프다.

그나저나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조금 아쉬운 듯 한데, 커다란 냄비에 끓인 수제비가 남지를 않았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정작 떠 놓은 수제비를 찍어야 하는데, 먹기가 바빠 다 먹어버렸다. 급히 공양간으로 달려갔더니, 누군가 먹으려고 조금 떠 놓은 것이 보인다. "잠깐"을 외치고 얼른 달려가 찍었다.

우리서방도 혼자 살게 할까?

 

 

이상하게 수제비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가끔 혼자 수제비를 해놓고, 몇 그릇씩 먹은 적도 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수제비 잘 끓이는 남자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수제비를 하는 날이면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 그릇씩 먹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남자분이 이렇게 요리를 할 줄 아세요?"
"혼자 살아보세요. 절로 느는 것이 요리밖에는 없으니"
"그럼 우리서방도 쫒아내서 혼자 살게 할까보네. 그럼 요리 잘 할 수 있을까?"


그 말에 죽는 줄 알았다. 요리좀 잘하게 한다고 서방을 내 쫓다니. 물론 웃자고 한 이야기이다. 오늘 낮에 땀을 흘리며 수제비를 끓이다가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얼렁뚱땅 수제비 한 그릇이 주는 옛 추억이다.

어딜 가나 집을 나서면 가장 걱정거리가 바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점이다. 전국 어디나 음식을 파는 식당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많은 집들 중에서 어느 집이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운에 맡기자’라는 생각을 하고 식당을 찾아들어간다. 식당을 찾아들어갈 때는 이런 것을 먼저 본다.

가급적이면 사람이 많은 곳을 택한다. 이런 집은 거의가 음식이 먹을 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앞에 ‘○○방송 출연’, ‘△△방송 출연’ 등 장황하게 써 붙은 곳은 가급적이면 피해서 들어간다, 그렇게 장황하게 써 붙인 집들은 음식 맛이 소문처럼 대단하지 않은 집들도 있기 때문이다.


음식 맛은 입소문으로 돌아야 제 맛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집들은 대개 방송 등에 출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나가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찾아들고, 항상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번잡한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에 출연한 집중에서도 음식 맛이 좋은 집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일 년이면 거의 100일 가까이 밖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자연 음식에 신경을 쓰일 수밖에 없다. ‘먹는 데는 누구도 치사했다’라고 했다는데, 늘 밖에서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나로서는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하는 집을 만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몇 번 찾아갔던 지역이야 당연히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 집을 대충은 꾀고 있지만, 낯선 곳에서는 가끔 곤욕을 치루기도 한다.



비빔회국수 깔끔한 맛에 반해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속초에 행사가 있어 그곳에 머물렀다. 딴 때 같았으면 콧바람을 쏘이며 돌아다녔겠지만, 행사 때문에 바쁘게 돌아치다가 보니 그럴 경황이 없다. 먹는 것 역시 신경을 쓰지 못하고 그저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속초에 사시는 분이 국수를 맛있게 하는 집이 있으니, 한 번 가보자는 것이다.

마침 행사장이 갯배를 타는 인근이고, 국수집 또한 갯배를 타는 속초로얄관광호텔 근처인지라 점심을 먹을 겸 찾아갔다. 그런데 식당이라는 곳이 테이블 서너 개에 불과한 비좁은 집이다. 이미 사람들이 차 있어 잠시 기다리다가 자리를 차지했다. 비좁은 식당 안, 벽면 한 곳에는 명함이 꽂혀있다. 비빔회국수를 시켜놓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먼저 육수를 갖다 준다.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낸 육수의 맛이 일품이다.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맛을 낸 육수가 일품이다.

국수와 함께 갖다 준 야채와 오징어 등으로 만든 양념을 넣고 비벼서 한 입 먹어본다. 식당의 겉보기와는 다르게 감칠맛이 입안에 감돈다. “맛이 괜찮죠?” 함께 간 분이 묻는다. 괜찮을 뿐인가 이것이. “육수와 같이 먹으면 더 맛이 나요”. 정말이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녹는 듯하다.

몇 년이나 이곳에서 장사를 했느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원래 장사를 하던 집인데 먼저 주인은 큰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자신들은 3년 정도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니 자기들은 방송 같은데 나가고 싶지가 않단다. 식당 안에 테이블이 5개뿐이니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고작 20명뿐이다.


속초 갯배 도선장 인근에 자리한 옛날 그집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오히려 배달이 더 많다는 국수집.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음식을 시키는 분들 대부분이 회국수를 시킨다. 아마 이 집의 별미라는 것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가 보다. 입안에 도는 맛이 색다른 회국수 한 그릇. 오랜만에 만나는 맛있는 음식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역시 소문난 음식점은 입소문이 가장 믿을만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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