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답사를 한다고 수 없이 돌아다니는 나에게는 숙소에서 밥을 시켜 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딱히 이 집 음식이 정말 맛있다라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만 같다. 대개는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화학조미료로 인해, 몇 숟갈 뜨다가 말고는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은 대개가 뜨내기손님이라는 인식 때문인가는 모르겠지만, 참 성의 없는 찌개에 성의 없는 반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렇게 시켜먹는 밥반찬에 달걀 부침이라도 하나 얹혀 있으면 감지덕지하다. 그동안의 그런 불유쾌한 사연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만한 배달음식을 보았다.

 

 

배달통 안에 별별 것이 다 있네.

 

점심시간에 찾아간 아우녀석네 집에서 그냥 중국집에서 짬뽕이나 한 그릇 시켜 먹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음식을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한다. 찌개를 잘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동안 수없이 시켜먹었던 찌개전문점이라는 식당에서 갖다 준 음식들이 너무나 입에 맞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녀석이 잘하는 집이라고 하도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그냥 한 번 먹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가져 온 음식을 담은 배달통을 여니 김이 무럭무럭 난 찌개냄비 밑에 야외용 가스레인지까지 보인다. 그것만이 아니다 반찬통을 여는데 우선 반찬 종류도 여섯 가지나 된다.

 

 

사실 종류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달된 찌개에 반찬들을 보니, 왠지 이 집 음식 맛이 좋을 듯하다. 반찬 한 가지를 집이 한 입 넣어본다. 그런데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딴 것도 한 번 먹어본다. 마찬가지이다. 이 집은 전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팔팔 끓는 찌개를 덜어 먹어본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반찬을 만든다는 이집, 남는 게 있을까?

 

이집은 그날그날음식을 만들어요.”

바빠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이 집은 하루치 만든 양이 떨어지면 그냥 문을 닫아버려요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것이 있겠냐?”

모르죠. 그래도 전에는 6,000원 받았는데, 천원을 올렸네요.”

 

 

전날 장을 보아다가 새벽에 반찬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치로 준비한 것이 떨어지면, 초저녁에도 문을 닫는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배달을 하고도 남는 것이 있을까 모르겠다. 오늘 낮에 배달을 시켜 먹은 이 음식으로 인해, 그동안 배달 음식에 대해 좋지 않았던 인식이 뒤바뀌었다.

 

일부로 그 집을 알고 싶어 아우녀석에게 명함이라도 있는지 알아보니, 에어컨에 붙어있던 차림표를 떼 준다.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에 있는 동경식당(031-242-8207)이라는 것이다. 주변이 회사 사무실과 공구상가가 밀집되어 있어, 주로 배달을 많이 한다는 동경식당. 그래서인가 점심시간이 되면 인근 사무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어느 때는 오후 3시쯤에 늦은 점심을 먹으로 갔는데도 재료가 다 떨어져 장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날도 있어요.”

 

아우의 설명이 아니라도 능히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 밥 한 그릇에 기분이 좋아지는 오늘. 먹기 전에 사진 찍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난 블러거니까.

어제(6월 29일)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에 있는 한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물론 초대의 이유는 딴 데 있었지만, 일을 마치고 그 집에서 점심을 대접한다고 하는 겁니다. 밥을 한 그릇 먹는다는 것에 대해,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동행을 한 아우가 점심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육개장을 잘 끓이는 집이라고요.

 

그저 점심 한 그릇 대접받는데,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육개장이야 음식 맛깔스럽게 하는 집에서 먹어도, 얼마든지 맛있는 집이 있기 마련인데요. 사실 저는 육개장 같은 탕은 재래시장에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촌스런 사람입니다. 아마도 시골 장터로 돌아다니는 세월이 오래이다 보니, 그런 것에 더 정이 들었나 봅니다.

 

 

세상에 이런 점심상도 있습니다.

 

이건 육개장 한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는 것이죠. 상 위에는 점심 한 그릇이라고 하기에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이상한 음식들이 나열이 되어있었다는 것이죠. 세상에 이런 점심상도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그저 이런 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상 위에는 아름답게 포장을 한 떡과, 그 무엇입니까? 구절판이라나 머라나. 그것도 취향대로 먹으랍니다. 거기다가 오징어 볶음에 전, 각종 김치까지 한 상 떡 부러지게 차려내 왔습니다. 와인까지 한 잔 하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점심을 받았습니다. 참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는.

 

 

각종 콩을 넣은 밥과 육개장. 그런데 이 육개장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상위에 있는 음식들이 온통 ‘날 먼저 먹어 달라.’고 유혹을 하고 있는 판국인데. 그래도 어쩝니까? 우선 구절판이라고 하는 것을 얇은 무에 싸서 음미를 해봅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야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음식이 딱 좋다는.

 

갑자기 낯이 뜨겁네, 왜지?

 

사람이 산다는 것이 별게 아니라고 늘 이야기를 합니다. 밥을 먹는 것도 한 그릇 먹으면 그만이지, 무슨 진수성찬을 따지느냐고도 볼멘소리도 잘합니다. 그래서 요리블로거들이 음식을 맛있게 만든 포스팅이 올라오면, 솔직히 마음이 조금은 울칵도 합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려 당신들끼리 잘 먹고 잘 산다고 자랑하는 것이 맞제 시방”

 

머 대층 이런 소리입니다. 아, 물론 마음속으로만 그럽니다. 정말로 그런 심한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요리블로거님들 괜히 오해는 하시지 마시기를. 그래서 저도 가끔은 되먹지 않은 요리를 만들어 올리기도 합니다. 참 이런 생각을 하면 낯이 뜨거워지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이 점심상을 받고나니 낯이 뜨거워집니다. 한 마디로 그동안 낫살께나 먹었다는 사람이 괜한 객기를 부린 것이 창피해서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객기 안 부리기로 다짐을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 상차림을 돼야 요리했다고 올리지, 이건 머 남들이 속으로 ‘캑캑’거리고 웃을 것을 갖고 요리했다고 자랑 질을 했다니 원.

 

 

암튼 상다리 부러질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대단한 점심상을 받고나니 세상 참 부러운 것도 없더라는. 그러고 보면 참 제가 생각해도 그동안 허전하게 살았단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고급스럽게 살아보려고 생각중입니다. 물론 생각만으로 그칠 확률이 거의 100%겠지만. 대단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더니, 잠도 오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점심 먹기가 쉽지가 않다. 사무실이 있는 동네가 그리 번화한 곳이 아닌 외진 곳이라서 인가,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점심시간만 되면 무엇을 먹을까가 늘 고민이다. 가끔은 주변 지자체에서 브리핑이 끝나고 나면 출입기자들에게 점심대접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늘 점심 걱정이 큰 일.

 

그런데 엊그제 우연히 길을 가다가보니 사무실 근처에 식당이 하나 새로 생겼다. 언제 적에 생겼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안에 시설을 보니 말끔한 것이 우선 마음에 든다. 사무실에 총각 하나는 이 집 주인들이 모두 미모의 미혼이라는데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점주의 성함이 또 눈길을 끈다. <문미인>이란다. 정말 너무하다.

 

 

 

얼큰한 동태찌개, 낮술 생각이 간절해

 

손님이 오면 그때마다 요리준비를 하느라, 조금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그런 와중에 한편을 보니 작은 안내판이 하나 걸려있다. 「주위에 아이들이나 여성분들이 계실 경우 흡연과 심한 욕설을 자제해 주시면 서로 행복해 질 수 있겠죠?^^」물론이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야 각자의 기호인데, 그것을 갖고 무엇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은 이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밥을 먹는 식당에서의 흡연이란 좀 자제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소식을 들으니 모 시에서는 술집에서조차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금지를 시킨다는데. 담배 팔아 지방세 수입 짭짤하게 올리시는 분들이 술집조차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다는 것은, 좀 웃긴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지만, 아무튼 조금 기다리다 보니 1차로 끓여온 동태찌개의 양이 만만찮다. 거기다가 위에 뿌린 고춧가루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한 마디로 ‘얼큰이’라고 하더니 그런 듯하다. 이 지에서는 엄선된 태양초 고춧가루만 쓴다고 하니, 그도 꽤 작은 행복함이 밀려온다.

 

‘이 찌개에 낮술 한잔하면 딱 일 텐데’ 속으로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 할 일이 많으니 거 참 그럴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 굳이 딴 반찬이 필요 없다. 이 얼큰이 동태찌개 하나만 갖고도 기분 좋은 밥상을 마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국물 맛이 아니다

 

‘얼큰이 동태찌개’의 맛은 선별된 맛이라고 한다. 10년 경력의 요리사가 개발한 다데기 제조기법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일반 동태찌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얼큰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 얼큰이 동태찌개의 자랑은 무엇보다 180일간이나 숙성시킨 특별한 다데기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집의 주방을 보아도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있듯, 항상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음식물을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긴 주는 반찬을 보니 먹고 나면 남을 것이 먹을 만큼만 준다. 먹고 더 달라고 하라는 것.

 

 

 

체인점으로 운영이 되긴 하지만,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이 집은 또 색다를 것만 같다. 우선 미모의 자매가 운영을 한다는 것에, 나이 먹은 총각들이 많이 드나들 듯하다. 거기다가 점심시간에는 직접 주인이 떼어 찌개에 넣어주는 수제비 맛이 또 일품이다. 이래저래 소문이 날 것만 같은 얼큰이 동태찌개집. 아마도 밤 10시까지만 장사를 한다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유야 직접 찾아가보면 알 수 있을 것을.

“장사 안해요”

“두 사람인데 칼국수 안돼요?”

“예, 예약을 받아놓아서 자리가 없어요.”

“멀리서 딸이 일부러 온다는데 두 그릇만 주세요.”

“그럼 한 옆에서 얼른 드시고 가세요.”

 

세상에 이런 장사꾼도 있다. 식당에 손님이 와서 음식을 달라는데 안 판다니. 몇 사람인가가 발을 돌린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집도 허름하다. 그런데 이 집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칼국수 한 그릇만 달라고 통사정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금요일 오후 수원 광교산 소류지를 한 바퀴 돌았다. 수원천서부터 시작을 해 그 물줄기를 따라 서해안까지 따라 내려가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들린 광교저수지 밑에 자리한 아람회관. 이 집은 원래 김치두루치기가 전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제 마신 술기운도 남은 듯하고, 점심시간이라 그저 칼국수 시원하게 먹고 싶어 들렸다.

 

손님이 오면 직접 밀어서 해주는 칼국수

 

다행히 우리 일행까지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가 있었다. 조금이 조금 걸린다 싶었는데, 그 이유가 직접 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삶아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후덕한 주인아주머니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여기저기서 많이 찍어 갔다”고 하신다.

 

 

 

연신 반죽을 밀대로 밀고 ‘탁탁탁’ 경쾌한 소리를 내며 칼로 얇게 밀어낸 밀가루를 썰어낸다. 그리고 잠시 후 김이 모락거리는 칼국수 한 그릇이 상 위에 올라왔다.

 

그런데 내온 칼국수를 보니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다시국물을 내는 왕 멸치가 칼국수 안에 보인다. 그리고 반찬이라고는 오이무침과 파김치, 그리고 김치 한 가지가 다이다. 금액은 5,000원이니 ‘그저 먹을 만한가 보다.’ 라고 생각을 한다. 산행을 하고나서 땀도 나고 갈증도 나는데, 더운 칼국수라니.

 

 

 

 

담백한 맛에 문전성시를 이뤄

 

“나 이 자리에서 벌써 14년 째 장사를 하고 있어”

 

아마도 그 자리에서 14년 동안 이렇게 손님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장사를 했다면, 이제는 제법 큰 집으로 옮겨가실 수도 있었을 텐데. 주말이 되면 광교산 산행을 마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시도 발라내지 않은 왕 멸치와 잘게 썰어 넣은 파가 전부이다. 그런데 면발이 쫄깃한 것이 담백한 맛을 낸다.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밀어서 만들어주는 칼국수가 별미이다. 누구 말마따나 ‘음식은 손맛’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바로 아람회관의 칼국수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후덕한 생김새에 그저 편안한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주인. 이집 칼국수의 맛을 잊지 못해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한 그릇만 달라고 사정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듯하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선생님 덕분에 파출소 신세까지 졌다니. 아마도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도 있습니다. 하기에 끝까지 정독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4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보니 참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습니다. 세월이 언제 이리 되었는지....

 

제가 다니던 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만 있는 특수음악 학교였습니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늘이 바로 ‘스승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참 잊지 못할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3년 동안 담임을 맡으셨던 이 선생님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시기도 합니다.

 

 

검소가 몸에 배신 선생님

 

어릴 적 가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속으로 꽤나 웃고는 했습니다. 선생님이 속옷을 기워 입는다는 말씀에. 하기야 1960년대 중반 누구나 속옷을 기워 입었을 때입니다. 당시야 모두 뻣뻣한 광목으로 된 속옷을 입었을 때니까요. 지금 사람들이 들으면 ‘설마’라고 하겠지만, 당시는 너나없이 광목으로 된 속옷을 입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입다보면 앞쪽보다 먼저 뒤쪽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많은 접촉을 하게 되는 뒤쪽이 닿아 구멍이 나는 것이죠. 그러면 뒤쪽을 갈아 반대로 입으신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설마’라며 배를 잡고 웃었지만, 능히 그럴 만도 하단 생각을 합니다. 워낙 검소함이 몸에 배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3년을 두고 보아도 양복 한 벌로 3년을 보내신 분입니다.

 

그렇다고 생활에 쪼들리지는 않으셨던 듯합니다. 성북동에 꽤 넓은 땅을 갖고 계시면서, 직접 농사를 짓기도 하셨으니까요. 그런 선생님 때문에 파출소 신세까지 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음만 나옵니다.

 

 

선생님 댁에서 생긴 일

 

당시 선생님 댁은 성북동이고 제가 사는 곳은 돈암동입니다. 멀지 않은 곳이죠. 한 마디로 동과 동이 그리 멀지 않게 접해있는 곳입니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러 댁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왜 그랬는지. 선생님 댁을 찾아가면서 제가 사들고 간 것이 식빵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리 배부른 시절이 아니었으니, 식빵을 사들고 가 그것으로 점심을 대신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댁에서 빵을 찍어 먹으라고 내 놓으신 것은 꿀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당시 벌을 상당히 많이 치셨습니다. 집 뒤편이 산이기 때문에 그곳에 양봉의 벌통이 즐비하게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꿀에 찍어먹는 식빵. 아마 그 당시는 그 무엇보다도 맛이 있는 잠심이었을 것입니다. 함께 동행을 한 친구녀석과 둘이 꿀 한통을 다 비웠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외출에서 돌아오신 사모님께서 울안에 가득 달린 포도송이를 몇 개 따시더니, 집에서 키운 것이니 맛이라도 보라는 것입니다. 그 맛 또한 일품이었죠.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해

 

문제는 그때부터입니다. 속이 이상하게 부글거리더니 열이 실실 나기 시작합니다. 오래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게 먼 일입니까? 꿀과 포도가 뱃속에서 사단이 된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영 죽을 맛입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어이, 거기 학생들 이리와 봐”

“저요?”

“그래 너희들”

 

바로 선생님 댁을 내려오면 길가에 서 있는 파출소 앞에서 한 분이 불러대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해서 갔더니, 다짜고짜 파출소 안으로 밀어 넣는 겁니다. 당시는 학생이 대낮에 얼굴이 벌겋게 되었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 이러세요?”

“대낮에 학생녀석들이 술을 먹고 다녀”

“저희 슬 안 먹었는데요”

“그런 하~ 해봐”

 

이런 세상에 점심 때 먹은 포도와 꿀이 뱃속에서 발효가 되었는지. 술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다. 포도주 냄새가요. 일단 엎드리라고 해서 엎드려 있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일어났습니다. 다시 엎드리라면서 머리통을 쥐어박기에, 이야기나 들어보라고 하면서 사실대로 말을 했죠. 결국은 선생님 댁에 전화를 하고 풀려났지만. 참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옵니다.

 

벌써 45년이나 된 기억입니다. 포도하고 꿀을 함께 먹으면 그것이 발효가 되긴 하나요? 지금까지도 이해가 가질 않는 것 중 하나입니다. 날이 덥다고 하지만, 그렇게 발효가 몸 속에서 빨리 되는 것인지. 아무튼 스승의 날만 되면, 그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립기도 하고요. 우리들에게는 선생님이기 이전에 아버님 같은 분이셨기도 합니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잊히지 않는 선생님에 대한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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