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이란 국가가 징수한 곡물을 모아 보관하고, 이를 다시 개성에 있는 경창으로 운송하기 위해 해안이나 강변에 설치했던 창고를 말한다. 조창이 처음 설치된 것은 고려시대 부터였다. 고려시대인 10세기 말에 지방제도를 확립하면서, 이를 토대로 바닷가 또는 강변에 조창을 설치하고 세곡을 수납했다. 해안에 설치되어 해로를 이용해 세곡을 운송하던 조창은 해운창(海運倉)이라 했으며, 강변에 설치되어 수로를 이용하던 조창은 수운창(水運倉) 또는 강창(江倉)이라고 불렀다.

 

해운창은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 있었고, 수운창은 한강 유역에 설치되었다. 한강 유역의 수운창 중에는 원주 부근에 흥원창이, 충주 부근에 덕흥창이 있었다. 수운창에는 세곡 200석을 실을 수 있는 작은 선박을 두었으며, 이를 평저선이라고 했다. 한강 유역의 평저선은 흥원창에 20척, 덕흥창에 21척이 있었다.

 

  
▲ 남한강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흥운창이 있었다. 앞으로 보이는 물길이 여주로 흘러가는 남한강이다.
ⓒ 하주성
남한강

  
▲ 그림 1796년에 그려진 정수영의 『한·암강 명승도감』
ⓒ 하주성
명승도감

 

흥원창을 돌아보다

 

이중 흥원창은 고려시대 13개 조창 중의 하나로 원주 은섬포에 있었다. 은섬포는 현 원주시 부론면 흥호 2리 창말지역으로 추정한다. 1796년에 그려진 정수영의 '한·암강 명승도감'에 보면 뒤로는 산이 솟아있고, 강가에 집들이 들어차 있는 그림이다. 우측에는 흥원창(興元倉)이라고 쓰여 있다. 그림 우측에 보이는 기와집이 창고였을 것이고, 남은 초가는 흥원창을 지키는 군사들이 머물던 군막 정도로 여겨진다.

 

흥원창은 원주를 비롯해 평창, 영월, 정선, 횡성, 강릉, 삼척, 울진, 평해 지역의 세곡을 보관하였으며, 한강의 수로를 이용하여 개경의 경창으로 세곡을 운송했다. 이 흥원창이 있던 흥호리는 바로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섬강은 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에서 발원한다. 이 물이 횡성읍으로 오면서 금계천과 합류하면서 섬강이 된다. 그리고 원주로 들어오면서 국민광광지가 있는 간현리를 지나 건동, 문막을 거쳐 흥호리에서 남한강과 합류를 한다. 이 합류지점에 흥원창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 흥원창의 돌비가 있는 곳 앞으로는 세 갈래로 갈라진 물줄기가 보인다. 석비 앞에 서서 강을 내려다보면 좌우로 물길이 있고, 그 물길이 합해져 맞은편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석비 맞은편에는 기암절벽이 서 있고, 여주를 향해 흐르는 물길이 잔잔하다. 이곳은 '남한강 따라가는 역사문화 체험길' 여강 길의 시작점과 끝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작한 강길 걷기는 제3코스로 '바위늪구비길'이라고 하여, 전체 여강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을 꼽는다.

 

  
▲ 갈길 표시 이곳에서 남한강의 강길 제2코스인 바위늪구비 길이 시작이 된다.
ⓒ 하주성
남한강

  
▲ 공사현장 흥원창 일대에도 이미 중방비들이 들어와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 하주성
흥원창

 

이곳도 어김없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남한강의 가장 아름답다는 바위늪구비 부터 시작해 흥원창까지 가는 길. 이미 바위늪구비는 파헤쳐지고 있는 지가 오래 되었다. 바위늪구비는 멸종 2종 보호식물인 '단양쑥부쟁이' 집단 군락지로 알려져 잡음이 일었던 곳이다. 그곳도 한창 중장비가 굉음을 내고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흥원창을 찾아드니, 이곳이라고 다름이 없다. 흥원창 돌비석 건너편 왼편 위쪽에 이미 중장비들이 들어 와 있다. 여주로 흐르는 남한강의 물길에는 오탁방지막이 쳐져 있다.

 

여기까지가 남한강의 정비지역일까? 아니면 이 위로 계속해서 올라 충주지역까지 닿으려는 것일까? 단순히 4대강 정비라는 이야기가 믿음이 가질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얼마 전인 3월 13일 여주'여강선원'의 개원식에 참석을 하고 난 후, 이부영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와 시인 신경림 선생 등이 바위늪구비가 건너다보이는, 여주군 점동면 도리 강가에서 강을 지키지 못한 죄스런 마음을 '고수레'를 하면서 달랬다.

 

  
▲ 고수레 지난 3월 13일 여강선원의 개원식을 마치고 도리를 찾은 신경림 시인을 비롯한 사람들이 강에 사죄를 하며 고수레를 하고 있다.
ⓒ 하주성
고수레

  
▲ 중장비 바위늪구비 일대에 들어와 있는 중장비들. 맞은 편 도리에서 바라다보았다.
ⓒ 하주성
바위늪구비

 

건너편에 바라다 보이는 바위늪구비 일대는 골재채취 차량들과 강바닥을 파대는 포클레인 등으로 법석을 피워대는데, 무심한 바람결에 마른갈대만 휘날리고. 이제 흥원창 앞에까지 들어온 중장비로 인해, 남한강 전체는 파헤쳐지고 부서지고 있다. 흥원창 앞 남한강에 그 많던 새들은 어디로 갔는지, 한 마리도 찾아 볼 수 없고 답답한 마음을 3월의 바람이 헤집고 지나간다. 




2월 27일 오후 4시부터 남한강 둔치에서 열린, '2010 남한강 대보름 대동 한마당'에는 빗방울이 뿌리는 가운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보름 한마당을 즐겼다. 많은 행사가운데 남한강에 줄다리기를 한 줄을 띄워 보내는 '액송의식'이 진행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한다.

 

"이것이 대보름 행사입니까? 이것은 예술입니다"

"정말 이렇게 줄을 강에 띄워 보냈나요? 그런데 이런 줄다리기가 어째 문화재 지정이 아직 안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정말로 제가 본 대보름 행사 중에 최고입니다"

"오마이 뉴스에서 기사를 보고 설마하고 왔는데,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습니다."

 

전국에서 남한강 대보름 한마당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모여 좋은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물기가 있는 모래밭에 눕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 줄다리기 여주의 줄다리기는 많은 사람들이 적은 액송기를 꽂고 한다. 줄에 꽂힌 무수한 액송기들
ⓒ 하주성
액송기

  
▲ 남한강 줄다리기를 마치면 줄을 메고 남한강으로 나간다
ⓒ 하주성
줄다리기

 

액송기를 꽂고 하는 줄다리기

 

여주의 줄다리기는 작은 액송기에 자신의 소원을 적은 액송기를 꽂는다. 대보름 한마당에 참가를 한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한 가지 염원을 적어, 줄로 달려가 좋은 자리에 기를 꽂기 위해 아우성이다. 그렇게 수없이 기가 꽂힌 줄을 당기는 사람들도 신이난다. 온 힘을 다해 줄다리기를 하고나면, 그 액송기가 꽂힌 줄을 강으로 메고 나간다.

 

액송 줄과 기원을 적은 촛불 뗏목이 강에 도착하면, 한마당 살풀이가 펼쳐진다. 올 해 살풀이는 여주민예총 교육정책연구소장인 김원주(남, 49세. 화가)가 맡아서, 액을 소멸시키는 살풀이를 추었다. 들고 춤을 추던 흰 소창에 불이 붙자, 사람들은 저마다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지른다. 멀리 부산에서 남한강 대보름 한마당을 보기 위해 달려왔다는, 사진작가 한분은 '너무 대단해 눈물이 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살풀이를 추면서 남한강 찬물로 뛰어 들어간 김원주 소장은 기원을 담은 촛불 뗏목과 줄을 남한강으로 띄워 보내기 시작했다. 모든 액과 기원을 담은 액송 줄과 뗏목이,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천천히 떠내려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손을 모으고 기원을 한다.

 

  
▲ 살풀이 줄을 보내기 전에 모든 액을 풀기 위해 여주민예총 김원주 교육정책연구소장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 하주성
살풀이

  
▲ 남한강 살풀이는 수건에 불을 붙여 남한강 안으로 들어가자 최고조에 달한다
ⓒ 하주성
남한강

 

액송기를 띄워 보내는 마음들

 

기에는 삼재소멸, 건강발원, 사업번창 등의 글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 중에는 재미난 사연도 많다. '방보리 오빠, 현욱이 군 생활 건강히'라는 글과 그 옆에 나란히 '무사귀환 승희야 사랑해'라는 문구도 보인다. 아마 연인들이 적어 놓은 듯하다. 어느 누구는 '2010년 예능대학 합격'이라고도 적었고, '올 경인년에는 꼭 배지를 달게 해 주세요'라는 것으로 보아, 어디 출마라도 하려는가 보다.

 

이런 저런 사연이 많이 적힌 액송기들. 그 기를 꽂은 액송 줄이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두 손을 모으고, 마음속으로 기원을 한다. 그렇게 불이 붙은 촛불 뗏목과, 액송기를 가득 꽂은 두 개의 줄이 강물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말 이런 대보름 한마당은 처음입니다. 이건 대보름 한마당이 아니라, 진정한 종합 예술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 액송 줄 액송줄을 강에 띄워 보내는 의식을 하고 있다.
ⓒ 하주성
액송 줄

  
▲ 촛불과 줄 기원을 적은 촛불과 줄이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 하주성
남한강

 

천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참가했다는 김이완씨(남, 52세. 천안시 쌍룡동)는 이런 대보름 한마당을 볼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한다. 내년에도 꼭 다시 참석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고 가는 사람들. 그러나 내년에도 이 둔치에서 대보름을 맞이할 수 있으려는지. 이 액송 의식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액송 기에 이런 글을 적어 보냈다.

 

"천년만년 이곳에서 달맞이를 하고 싶다."


 

  
▲ 액송 줄 액송 기를 가득 꽂은 액송 줄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 하주성
액송 기



남한강 둔치에서 벌이는 2010년 정월 대보름 대동한마당. 어쩌면 이 아름다운 장소에서 펼쳐지는 대보름 한마당이 올해로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물론 딴 장소로 이동을 해 더 큰 행사를 벌일 수도 있지만, 억새가 우거진 남한강 둔치의 대보름 정경은 더 이상은 볼 수 없을 듯하다. 이번에 남한강 둔치에서 벌어지는 한마당 잔치는 전통 놀이를 총 망라한 대규모 대동 한마당이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전통놀이의 진수 액송 의식

 

이번 남한강 대보름 대동한마당에서 보이는 놀이 중에서 백미는, 줄다리기를 하고 난 후 이루어지는 액송 의식이다. 여주 흔암리의 줄다리기에서는 줄을 다리고 난 후, 각자 자신의 삼재소멸 등의 기원을 적은 수기를 줄에 꽂아 강에 떠내려 보낸다. 올해는 줄을 다리고 난 후에 이 액송 의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누구나 작은 수기에 자신의 서원을 적어 줄에 꽂을 수가 있다. 그리고 달집태우기와 섶다리 밟기 또한 장관일 것이다.

 

줄다리기는 가족 줄다리기와 단체 줄다리기에 이어, 황룡과 흑룡이 마주치는 큰 줄다리기로 이어진다. 가족 줄다리기는 가족들이 직접 술비통을 이용해 줄을 꼬아서 줄다리기를 한 후, 나중에 큰 줄에 묶어 함께 당길 수가 있다.

 

  
▲ 달집태우기 대보름 한마당의 끝에 이루어지는 달집태우기. 달집태우기도 액송의식의 하나이다.
ⓒ 민예총 여주지부
달집태우기

 

장치기도 선보여

 

장치기는 사시사철 연희가 되던 민속놀이이다. 삼국시대부터 전해진 마상격구가 민속화하면서 생겨난 장치기는, 짚으로 만든 얼레공과 나무로 만든 장을 갖고 하는 놀이이다. 이 장치기는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면서 연희가 되었는데, 한때는 수원 황구지천에서 전국의 남녀 32단체가 모여 대대적인 시합을 할 정도로 성행하였던 놀이이다. 여주 중학교 학생들이 펼치는 장치기 시합은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장치기에 이어 벌어지는 지신밟기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40여명의 풍물패가 남한강 가에서 펼치는 강고사에 이어, 둔치에 세운 장승을 통과하는 문고사. 그리고 우물고사를 지낸다. 이어서 줄을 당기고 난 후 풍농과 모든 이의 가정에 평안을 비는 서원지 쓰기, 액송기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계획이다.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여주지부의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남한강 둔치의 대보름 대동한마당은,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보름 한마당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참여해 줄길 수 있는 대보름 한마당

 

  
▲ 줄다리기 올 해는 지난해보다 배나 되는 인원이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여, 일대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 민예총 여주지부
줄다리기

 

특히 이번 대보름 한마당은 누구나 둔치로 찾아오면 된다. 가족들과 함께 남한강을 찾아, 봄맞이 놀이 겸 대보름 한마당에 참여를 하면 부수적으로 여러 가지 놀이를 흠뻑 즐길 수가 있다. 가족들 간의 줄다리기는 인원의 제한이 없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이웃 가족과 함께 힘겨루기를 하면서 즐기면 된다.

 

대보름 한 마당은 겨우내 침체되어 있던 몸의 상태를 원활하게 하고, 일 년 간의 모든 액을 막아내고자 하는 의식이다. 2월 27일 여주 남한강 둔치는 모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날 남한강의 떠들썩하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일 년의 모든 액은 그저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어제(2월 8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도 하루 종일 계속된다. 며칠 전인가 강천보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강천보 현장을 돌아보았다. 주민의 이야기는 남한강의 암반층을 폭파하고 밤새도록 그곳을 긁어내는 소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한강은 4대강 중에서도 강 길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강천보 상류인 바위늪구비는, 보호종인 동식물이 서식을 하고 있는 생태보존 지역이기도 하다. 그동안 방송 등에서 여러 번 지적을 하여, 공사 중단이 된 곳이기도 하다.

 

강바닥 돌을 다 깨어내

 

  
▲ 산산조각 쪼개진 바위 강천보 바닥을 쪼아낸 돌이 쌓여있다. 밤새 불을 켜고 공사를 한다고.
ⓒ 하주성
강천보
  
▲ 간판 '생명이 깨어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한강'이란다. 과연 그럴까?
ⓒ 하주성
광고

남한강에 많은 생명이 사는 것은 적당한 늪지와 바위, 그리고 여울과 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울도 늪지도, 그리고 물길을 조절하는 바위도 다 사라지고 만다면, 과연 남한강은 제몫을 다할지 궁금하다. 한편에 커다랗게 눈에 띄는 글이,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든다. '생명이 깨어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한강'이라니. 이미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은, 다 헤집고 있는데 저런 문구를 써서 붙이다니.

 

여주는 남한강과 더불어 살아 온 고장이다. 이곳 물줄기를 따라 수많은 배들이 왕래를 하고, 수많은 생명들이 이 강에서 연명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많은 사람들도 이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삼고 살아왔다. 그 아름답던 남한강이 모두 뒤집히고 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흐르던 물길도, 군데군데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던 바위도 사라지고 있다. 자정 능력을 갖고 있던 자갈과 모래는 파서 산을 만들고 있다.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24시간 공사를 계속하고 있어 잠을 편안히 잘 수 없다는 인근 주민들의 말처럼, 공사는 그렇게 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저렇게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 강물을 맑게 하고 생명이 살게 만든다고 하면, 저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터인데 말이다.

 

마음이 갈라지는 지역주민들

 

  
▲ 현수막 지역민들의 단합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마음들이 갈라지고 있다.
ⓒ 하주성
현수막

  
▲ 바위늪구비 공사중단 명령이 내려진 강천리 일대의 바위늪구비. 저 안에 중장비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 하주성
바위늪구비

 

이호대교를 건너면서보니, 다리 옆으로 쌓아놓은 흙더미가 만만치가 않다. 그 흙더미 앞으로 연신 덤프트럭들이 줄을 이어 달린다. 덤프트럭의 짐칸에는 강에서 쪼개 낸 돌들이 실려 있다. 남한강의 암벽이나 바닥의 돌들은 전국에서도 최고라고 한다. 그만큼 바위나 암벽이 아름답다. 그 뿐인가? 그 바위에는 많은 생물이 붙어 자라고, 그것을 먹기 위한 물고기들이 유영을 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철새들도 남한강을 찾아온다. 생명은 생명을 불러 오는 순환을 거듭하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 자연을 지켜왔다.

 

바위늪구비의 강 길 끄트머리인 강천리로 들어갔다. 강가에 붙어있는 현수막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단양 쑥부쟁이보다 지역 주민이 우선이다'

'남한강 살리기 방해하지 마라'

 

언제부터인가? 서로 단합하던 주민들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4대강 살리기는 서로의 사고를 달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패를 이루게 만들었다. 전국의 모든 국민을 하나로 뭉쳐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사람들이, 작은 지역 주민들조차 서로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 것이다.  

 

아름다운 남한강, 이제 어떻게 할래?

 

  
▲ 푯말 굴암리 강가에 세운 바위늪구비 푯말. 이곳도 다 파헤쳐질 것인가?
ⓒ 하주성
굴암리

  
▲ 아름다운 남한강 굴암리에서 강천리 쪽을 바라보다. 비안개가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남한강이다.
ⓒ 하주성
남한강

 

씁쓸한 마음을 어쩔 수 없어 강천리를 떠나면서 보니, 저 안쪽에서는 아직도 중장비가 공사를 한다.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일까? 공사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관계가 없는 공사인가 보다. 강천리를 떠나 굴암리로 들어섰다. 이곳도 바위늪구비의 한 곳이다.   

   

'바위늪구비는 남한강의 물이 늘면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늪이다. 강물이 늘면 남한강이 되고, 강물이 줄어들면 늪이 된다.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는 척박한 땅에, 고라니와 꿩이 나오는 갈대숲이 이어져 있다.'

 

강가에 세운 푯말의 글이다. 강가로 들어가 강천리 쪽을 바라본다. 비가 내려 물안개가 자욱한데, 철새 한 마리가 소리를 내고 날아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남한강을 글로 표현했다. 굴암리 강 쪽에도 작은 중장비 한 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남한강의 모든 지역이 이렇게 중장비로 파헤쳐지고 있는 중이다.

 

  
▲ 깃발 굴암리 강가에서 벗어난 둑에 꽂힌 깃발. 저곳까지 공사를 하려나?
ⓒ 하주성
깃발

 

비가 계속 추적거리는데 마음이 아프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팔대장림, 은모래금모래, 마암, 그리고 그 많은 나루터, 이름 모를 암벽들. 그리고 물이 줄면 숱하게 얼굴을 드러내는 작은 바위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우리 눈앞에서 망가져 간다. 이 다음에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까? 대단한 조상들이라고 후손들이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후손들의 자연재산을 마음대로 훼손한 몹쓸 조상들이라고 할까? 역사가 두려워진다. 후대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


남한강 유역은 많은 문화재와 유적지들이 자리한 곳이다. 흔암리 선사유적지를 비롯하여, 신륵사, 영릉은 물론 남한강을 중심으로 해로를 이용한 상업이 활발할 때, 17개의 나루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남한강 유역에 대한 정확한 생태조사 등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공사를 강행한 당국은 어떤 이유로도 비난을 면키가 어렵게 되었다.

 

  
▲ 부라우나루터 이 부라우나루터 밑이 강천보 건설현장이다.
ⓒ 하주성
부라우나루터

  
▲ 암벽 강천보 건설로 인해 훼손이 될 위기에 있는 암벽, 남한강의 절경 중 한 곳이다.
ⓒ 하주성
암벽

 

아름다운 여강 길 모두 사라져


환경을 살리고 수질을 높인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시작을 한 4대강 정비사업. 그러나 정작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인한 환경피해는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방송 등에서 계속 문제를 삼은 여주의 4대강사업은, 심각한 자연환경위협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여주의 많은 사람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희귀보호 식물이나, 자연생태 습지 등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걱정이다.

 

멸종위기 식물 2급 단양쑥부쟁이 집단 서식지

 

국화과 식물인 단양쑥부쟁이는 1937년 충주 수안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우리의 토종식물이다. 쑥부쟁이는 하천변 모래밭이나 자갈밭 등에서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멸종위기 2급에 속하는 소중한 식물자원이다. 이 쑥부쟁이는 강천보 공사 현장인 부라우나루터 위로부터 강천면의 바위늪구비 자연생태 보존지역까지 남한강 유역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식물이다. 그러나 이 단양쑥부쟁이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강천보 인근의 마구잡이식 공사로 인해, 그나마 개체수가 많지 않은 단양쑥부쟁이가 심각한 위협에 빠져 있다.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다. 바위늪구비 일대에 남한강 물이 여울지는 늪지 일대는 자연생태 보전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수많은 동식물들이 자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이곳 바위늪구비 일대는 단양쑥부쟁이 뿐만이 아니라, 멸종위기 2급 파충류인 표범장지뱀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태자연 동식물이 살아가는 남한강 주변이, 정확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인해 환경보전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는 것이다.

 

  
▲ 쑥부쟁이 강천보 공사현장 인근에 핀 단양쑥부쟁이
ⓒ 하주성
단양쑥부쟁이

  
▲ 습지안내 바위늪구비가 소중한 생태자원 보전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판
ⓒ 하주성
바위늪구비

아름다운 자연 경관도, 역사의 흔적도 위험하다

 

강천보 현장을 비롯하여 남한강 일대에는, 아름다운 암벽지대가 산재해 있다. 이러한 암벽이나 강물 위로 솟아난 아름다운 암반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강천보 현장의 부라우나루터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자연 암벽이 자리하고 있어, 남한가의 절경 중, 한 곳으로 뽑는 곳이다. 이러한 암벽이 훼손될까 걱정을 한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한다.

 

남한강 유역은 많은 문화재와 유적지들이 자리한 곳이다. 흔암리 선사유적지를 비롯하여, 신륵사, 영릉은 물론 남한강을 중심으로 해로를 이용한 상업이 활발할 때, 17개의 나루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남한강 유역에 대한 정확한 생태조사 등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공사를 강행한 당국은 어떤 이유로도 비난을 면키가 어렵게 되었다.

 

  
▲ 부라우나루터 이 부라우나루터 밑이 강천보 건설현장이다.
ⓒ 하주성
부라우나루터

  
▲ 암벽 강천보 건설로 인해 훼손이 될 위기에 있는 암벽, 남한강의 절경 중 한 곳이다.
ⓒ 하주성
암벽

 

아름다운 여강 길 모두 사라져

 

남한강의 강 길은 전국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아홉사리 과거 길은 지난 날 충주 이남의 충청도와 경상도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다니는 길목이었다. 아홉사리란 길이 구불구불한 것을 말하는데, 마치 국수의 사리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아홉 번을 감돈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강 길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모두 망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보호와 수질개선이란 말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앞과 뒤가 맞지 않는 이러한 논리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해 남한강의 강 길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7곳 중 한 곳으로 지정되었다. 이 여강 길이라고 부르는 남한강의 강 길은 옛 나루터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역사문화체험이다. 이 강 길에는 은모래금모래, 부라우나루터, 바위늪구비, 아홉사리 과거길 등, 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강 길이다. 이러한 여주의 여강 길이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 습지 바위늪구비 습지. 이곳은 사람들의 출입이 없어, 멸종위기 보호 2급 파충류인 표범장지뱀 등이 서식하고 있다.
ⓒ 하주성
표범장지뱀

  
▲ 강길 안내 강길 탐방로로 지정된 여강 길. 그러나 이 아름다운 길이 4대강 정비로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 하주성
여강 길

 

결국 환경보호와 수질개선을 위해 실행을 한다는 4대강 정비가, 은모래금모래의 골재채취로 인한 훼손,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의 표본조사도 없는 마구잡이 뒤집기,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심각한 훼손, 거기에 자연생태습지까지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4대강 개발이 과연 정부가 밝히는 수질개선과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것인지.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른 공사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환경청에서는 원상복구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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