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8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도 하루 종일 계속된다. 며칠 전인가 강천보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강천보 현장을 돌아보았다. 주민의 이야기는 남한강의 암반층을 폭파하고 밤새도록 그곳을 긁어내는 소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한강은 4대강 중에서도 강 길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강천보 상류인 바위늪구비는, 보호종인 동식물이 서식을 하고 있는 생태보존 지역이기도 하다. 그동안 방송 등에서 여러 번 지적을 하여, 공사 중단이 된 곳이기도 하다.

 

강바닥 돌을 다 깨어내

 

  
▲ 산산조각 쪼개진 바위 강천보 바닥을 쪼아낸 돌이 쌓여있다. 밤새 불을 켜고 공사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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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보
  
▲ 간판 '생명이 깨어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한강'이란다. 과연 그럴까?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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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에 많은 생명이 사는 것은 적당한 늪지와 바위, 그리고 여울과 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울도 늪지도, 그리고 물길을 조절하는 바위도 다 사라지고 만다면, 과연 남한강은 제몫을 다할지 궁금하다. 한편에 커다랗게 눈에 띄는 글이,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든다. '생명이 깨어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한강'이라니. 이미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은, 다 헤집고 있는데 저런 문구를 써서 붙이다니.

 

여주는 남한강과 더불어 살아 온 고장이다. 이곳 물줄기를 따라 수많은 배들이 왕래를 하고, 수많은 생명들이 이 강에서 연명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많은 사람들도 이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삼고 살아왔다. 그 아름답던 남한강이 모두 뒤집히고 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흐르던 물길도, 군데군데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던 바위도 사라지고 있다. 자정 능력을 갖고 있던 자갈과 모래는 파서 산을 만들고 있다.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24시간 공사를 계속하고 있어 잠을 편안히 잘 수 없다는 인근 주민들의 말처럼, 공사는 그렇게 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저렇게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 강물을 맑게 하고 생명이 살게 만든다고 하면, 저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터인데 말이다.

 

마음이 갈라지는 지역주민들

 

  
▲ 현수막 지역민들의 단합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마음들이 갈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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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 바위늪구비 공사중단 명령이 내려진 강천리 일대의 바위늪구비. 저 안에 중장비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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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늪구비

 

이호대교를 건너면서보니, 다리 옆으로 쌓아놓은 흙더미가 만만치가 않다. 그 흙더미 앞으로 연신 덤프트럭들이 줄을 이어 달린다. 덤프트럭의 짐칸에는 강에서 쪼개 낸 돌들이 실려 있다. 남한강의 암벽이나 바닥의 돌들은 전국에서도 최고라고 한다. 그만큼 바위나 암벽이 아름답다. 그 뿐인가? 그 바위에는 많은 생물이 붙어 자라고, 그것을 먹기 위한 물고기들이 유영을 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철새들도 남한강을 찾아온다. 생명은 생명을 불러 오는 순환을 거듭하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 자연을 지켜왔다.

 

바위늪구비의 강 길 끄트머리인 강천리로 들어갔다. 강가에 붙어있는 현수막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단양 쑥부쟁이보다 지역 주민이 우선이다'

'남한강 살리기 방해하지 마라'

 

언제부터인가? 서로 단합하던 주민들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4대강 살리기는 서로의 사고를 달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패를 이루게 만들었다. 전국의 모든 국민을 하나로 뭉쳐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사람들이, 작은 지역 주민들조차 서로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 것이다.  

 

아름다운 남한강, 이제 어떻게 할래?

 

  
▲ 푯말 굴암리 강가에 세운 바위늪구비 푯말. 이곳도 다 파헤쳐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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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암리

  
▲ 아름다운 남한강 굴암리에서 강천리 쪽을 바라보다. 비안개가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남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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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씁쓸한 마음을 어쩔 수 없어 강천리를 떠나면서 보니, 저 안쪽에서는 아직도 중장비가 공사를 한다.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일까? 공사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관계가 없는 공사인가 보다. 강천리를 떠나 굴암리로 들어섰다. 이곳도 바위늪구비의 한 곳이다.   

   

'바위늪구비는 남한강의 물이 늘면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늪이다. 강물이 늘면 남한강이 되고, 강물이 줄어들면 늪이 된다.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는 척박한 땅에, 고라니와 꿩이 나오는 갈대숲이 이어져 있다.'

 

강가에 세운 푯말의 글이다. 강가로 들어가 강천리 쪽을 바라본다. 비가 내려 물안개가 자욱한데, 철새 한 마리가 소리를 내고 날아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남한강을 글로 표현했다. 굴암리 강 쪽에도 작은 중장비 한 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남한강의 모든 지역이 이렇게 중장비로 파헤쳐지고 있는 중이다.

 

  
▲ 깃발 굴암리 강가에서 벗어난 둑에 꽂힌 깃발. 저곳까지 공사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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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비가 계속 추적거리는데 마음이 아프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팔대장림, 은모래금모래, 마암, 그리고 그 많은 나루터, 이름 모를 암벽들. 그리고 물이 줄면 숱하게 얼굴을 드러내는 작은 바위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우리 눈앞에서 망가져 간다. 이 다음에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까? 대단한 조상들이라고 후손들이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후손들의 자연재산을 마음대로 훼손한 몹쓸 조상들이라고 할까? 역사가 두려워진다. 후대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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