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이란 국가가 징수한 곡물을 모아 보관하고, 이를 다시 개성에 있는 경창으로 운송하기 위해 해안이나 강변에 설치했던 창고를 말한다. 조창이 처음 설치된 것은 고려시대 부터였다. 고려시대인 10세기 말에 지방제도를 확립하면서, 이를 토대로 바닷가 또는 강변에 조창을 설치하고 세곡을 수납했다. 해안에 설치되어 해로를 이용해 세곡을 운송하던 조창은 해운창(海運倉)이라 했으며, 강변에 설치되어 수로를 이용하던 조창은 수운창(水運倉) 또는 강창(江倉)이라고 불렀다.

 

해운창은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 있었고, 수운창은 한강 유역에 설치되었다. 한강 유역의 수운창 중에는 원주 부근에 흥원창이, 충주 부근에 덕흥창이 있었다. 수운창에는 세곡 200석을 실을 수 있는 작은 선박을 두었으며, 이를 평저선이라고 했다. 한강 유역의 평저선은 흥원창에 20척, 덕흥창에 21척이 있었다.

 

  
▲ 남한강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흥운창이 있었다. 앞으로 보이는 물길이 여주로 흘러가는 남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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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 그림 1796년에 그려진 정수영의 『한·암강 명승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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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도감

 

흥원창을 돌아보다

 

이중 흥원창은 고려시대 13개 조창 중의 하나로 원주 은섬포에 있었다. 은섬포는 현 원주시 부론면 흥호 2리 창말지역으로 추정한다. 1796년에 그려진 정수영의 '한·암강 명승도감'에 보면 뒤로는 산이 솟아있고, 강가에 집들이 들어차 있는 그림이다. 우측에는 흥원창(興元倉)이라고 쓰여 있다. 그림 우측에 보이는 기와집이 창고였을 것이고, 남은 초가는 흥원창을 지키는 군사들이 머물던 군막 정도로 여겨진다.

 

흥원창은 원주를 비롯해 평창, 영월, 정선, 횡성, 강릉, 삼척, 울진, 평해 지역의 세곡을 보관하였으며, 한강의 수로를 이용하여 개경의 경창으로 세곡을 운송했다. 이 흥원창이 있던 흥호리는 바로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섬강은 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에서 발원한다. 이 물이 횡성읍으로 오면서 금계천과 합류하면서 섬강이 된다. 그리고 원주로 들어오면서 국민광광지가 있는 간현리를 지나 건동, 문막을 거쳐 흥호리에서 남한강과 합류를 한다. 이 합류지점에 흥원창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 흥원창의 돌비가 있는 곳 앞으로는 세 갈래로 갈라진 물줄기가 보인다. 석비 앞에 서서 강을 내려다보면 좌우로 물길이 있고, 그 물길이 합해져 맞은편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석비 맞은편에는 기암절벽이 서 있고, 여주를 향해 흐르는 물길이 잔잔하다. 이곳은 '남한강 따라가는 역사문화 체험길' 여강 길의 시작점과 끝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작한 강길 걷기는 제3코스로 '바위늪구비길'이라고 하여, 전체 여강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을 꼽는다.

 

  
▲ 갈길 표시 이곳에서 남한강의 강길 제2코스인 바위늪구비 길이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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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 공사현장 흥원창 일대에도 이미 중방비들이 들어와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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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원창

 

이곳도 어김없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남한강의 가장 아름답다는 바위늪구비 부터 시작해 흥원창까지 가는 길. 이미 바위늪구비는 파헤쳐지고 있는 지가 오래 되었다. 바위늪구비는 멸종 2종 보호식물인 '단양쑥부쟁이' 집단 군락지로 알려져 잡음이 일었던 곳이다. 그곳도 한창 중장비가 굉음을 내고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흥원창을 찾아드니, 이곳이라고 다름이 없다. 흥원창 돌비석 건너편 왼편 위쪽에 이미 중장비들이 들어 와 있다. 여주로 흐르는 남한강의 물길에는 오탁방지막이 쳐져 있다.

 

여기까지가 남한강의 정비지역일까? 아니면 이 위로 계속해서 올라 충주지역까지 닿으려는 것일까? 단순히 4대강 정비라는 이야기가 믿음이 가질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얼마 전인 3월 13일 여주'여강선원'의 개원식에 참석을 하고 난 후, 이부영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와 시인 신경림 선생 등이 바위늪구비가 건너다보이는, 여주군 점동면 도리 강가에서 강을 지키지 못한 죄스런 마음을 '고수레'를 하면서 달랬다.

 

  
▲ 고수레 지난 3월 13일 여강선원의 개원식을 마치고 도리를 찾은 신경림 시인을 비롯한 사람들이 강에 사죄를 하며 고수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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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레

  
▲ 중장비 바위늪구비 일대에 들어와 있는 중장비들. 맞은 편 도리에서 바라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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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늪구비

 

건너편에 바라다 보이는 바위늪구비 일대는 골재채취 차량들과 강바닥을 파대는 포클레인 등으로 법석을 피워대는데, 무심한 바람결에 마른갈대만 휘날리고. 이제 흥원창 앞에까지 들어온 중장비로 인해, 남한강 전체는 파헤쳐지고 부서지고 있다. 흥원창 앞 남한강에 그 많던 새들은 어디로 갔는지, 한 마리도 찾아 볼 수 없고 답답한 마음을 3월의 바람이 헤집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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