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짜장스님’이 구치소엔 왜 가셨데?
수원구치소에 울려 퍼진 ‘사랑실은 스님 짜장’
전국을 다니면서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많은 보시를 하고 다니는 운천스님. 4년 동안 벌써 20만 그릇에 가까운 자장면과 자장밥을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눔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 운천스님이 이번에는 수원구치소를 가셨다고 한다. 남들이 들으면 ‘스님이 구치소엔 왜 가셨데?’하고 놀랄 수도 있다.
12일 수원구치소(소장 유승만)에서는 점심으로 전 수용자들에게 자장면을 급식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날 자장면 급식행사에는 남원시 소재 대한불교 조계종 선원사 운천 스님 등 3명이, 직접 자장면을 조리하고 급식하는 봉사를 통해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몸소 실천한 것. 스님은 이번 수원구치소를 비롯하여 우만동종합사회복지관(13일), 못골경로당(14일), 이목동 바다의 별(15일) 등 빡빡한 일정이 수원에 잡혀있다.
나눔의 미학은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일
“스님들은 평소에 신도들로부터 받기만 하는데, 이러한 봉사활동을 통해서 어려운 수용자들에게 보시를 실천하고자 마음이 간절하여 봉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말하는 운천스님은 지난번에는 대전교도소 수용자 3,000명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운천스님의 한 달은 바쁘다. 정해진 곳만 해도 부산 구서역 무료급식소 등 몇 곳이나 다녀야 한다.
그렇게 한 달에 10여 차례씩 전국을 돌면서 자장 봉사를 하고 있는 운천스님. 수원이 고향인 운천스님은 천년고찰 남원 선원사의 주지 소임을 맡아보고 있지만, 남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해 늘 봉사를 하러 다닌다. 그동안 수원에서 봉사를 한 것만 해도 30여 회에 이르고 있다.
“남들을 돕는다는 것이 스님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절에서 예불하고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다만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우리나라는 종교의 책임자라고 하는 분들이 너무 나눌 줄을 모르는 듯해요”
소중한 추억을 일깨워 준 스님께 감사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점심에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는 한 수용자는 “어릴 적 어머님하고 시장에서 자장면을 먹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수원구치소 유승만 소장은 “수용자들이 이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장면을 제공해주신 운천 스님과 자원 봉사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행사를 통해서 봉사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하여 직원들과 수용자 간에 같은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가운데 수용자들이 고마움을 체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교정교화를 달성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이 번 행사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벌써 두 번째 수용자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제공한 운천스님은
“사회에서는 자장면 한 그릇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은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어느 곳이나 제가 필요한 곳이 있다고 하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한다. 그것이 부처님의 자비를 몸소 실천하는 일이라면서.
‘짜장스님’ 봉사행보 멈출 길이 없네
전국을 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는 운천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천년고찰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은 수원출신이다. 운천스님은 법호인 운천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운천스님은 선원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로 벌써 13만 그릇에 가까운 짜장면을 만들어 봉사를 했다.
“스님이 할 일이 무엇이겠어요.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죠. 사찰에서 중생들을 상대로 포교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함께 그 아픔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천스님의 봉사행보는 끝이 없다. 벌써 4년 째 한 달에 10여 번을 차를 몰고 전국을 다닌다. 어려운 사람들, 아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님이 직접 몰고 다니는 차 안에는 밀가루며 반죽기, 면 뽑는 기계와 짜장면에 들어갈 각종 야채들로 가득하다.
수원구치소 3000명에게 짜장봉사
지난 해 7월 대전교도소 사회복귀과 정병희 계장과의 인연으로 수원에 거주하는 김성원 씨와 함께 대전 교도소를 찾아 냉짬뽕 봉사를 한 운천스님이, 이번에는 수원구치소 3000명에게 스님짜장을 들고 찾아간다고 한다. 올 1월부터 수원구치소 측과 연락을 가진 운천스님은, 12일 수원구치소를 방문하여 스님짜장 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지난 해 대전교도소 방문을 해보니 재소자들이 정말 좋아해요. 여름이라 짜장면보다는 냉짬뽕이 좋을 것 같아서 준비를 했는데 식욕들이 좋다고 해서 4500명분을 준비를 했어요. 워낙 많은 인원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했죠.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니 그리 힘든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도 그 정도는 준비를 해야겠다고 하는 운천스님. 12일 수원구치소 봉사에 이어 13일에는 우만종합사회복지관, 14일에 지동 못골 경로당, 15일에는 이목동 바다의 별에서 봉사를 한단다.
“아무래도 남원에서 수원까지 올라온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수원에 올 때는 한 번에 며칠을 잡아서 준비를 하죠. 토요일 이목동 바다의 별 봉사 때는 국민은행에서 함께 해 주실 거예요. 짜장면 외에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여러 가지를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저 봉사를 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계신 운천스님. 4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봉사를 다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봉사의 행보는 그칠 줄을 모른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더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만 같다.
지난해는 네팔에 초등학교도 지어
운천스님은 해외봉사에도 남들보다 앞장을 선다. 어려운 동남아의 한 곳에 우물을 30곳을 파서 식수원이 모자라는 사람들을 도왔는가 하면, 변변한 교실 한 칸 없이 흙바닥에서 공부하던 네팔 룸비니 오지마을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지난 해 학교를 지어주기로 약속을 한 후 자신이 주지 소임을 맡아오면서 모아 놓은 보시와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학교를 지었다.
룸비니는 부처님이 탄생한 성스러운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지만, 그 명성과는 동떨어진 오지마을이다. 인프라는 물론 교육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한 시골마을로, 대부분 주민들은 하루 1끼만 먹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 초가로 만든 바람벽도 없는 학교가 있었지만 폭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
그 소식을 들은 운천스님은 한 달음에 달려가 협약식을 맺고 ‘선원사 초등학교’를 지어준 것이다. 이렇듯 국내외를 돌면서 봉사를 하고 있는 운천스님. 고향이 수원이고 어릴 적 생활을 한 곳이 수원이라 남다르다고 한다.
“이번 봉사는 급식자들이 많아 준비물도 많습니다.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죠. 수원의 봉사가 기다려지네요.”
‘좋은시장 열린대화’ 연무동을 찾아가다
25일 오후 3시 경,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주민센터를 찾은 수원시장이, 먼저 민원실에 들려 민원을 보고 있는 공무원들을 격려한 후 2층에 있는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에는 연무동의 노인회장 및 각 주민단체 위원장 등 80여 명의 연무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모여 수원 시장을 환영했다.
이날 연무동을 찾은 것은 ‘2014 좋은시장 열린대화’로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각 주민센터를 찾아 지역의 현안을 살펴보고, 주민들의 요구사항이나 개선할 점 등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수원 시장은 오후 2시부터 지역현장 방문으로 일정이 시작되었으며, 연무사회복지관과 동문 밖 경로당을 거쳐 주민센터로 이동을 했다.
낙후된 연무동, 앞으로 달라질 것
열린대화에 참석을 한 노인회장의 축배건의로 차를 한잔씩 마신 일행은, 수원 시장이 각 단체의 장들을 일일이 소개한 후 주민들에게 인사를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지역의 도의원과 시의원 등도 함께 배석을 했으며, 서경숙 창용중학교장은 ‘시정을 위해서 애쓰시는 시장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저희 창용중학교가 지역에 필요한 일꾼들을 길러내는 요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를 하기도.
수원 시장은 주민들의 요구조건을 들은 후, 동행한 홍성관 장안구청장과 민원 해당 과장들에게 일을 신속히 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수원시 주민센터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노후 된 시설인 연무동 주민센터를, 올 5월부터 다시 짓기 시작하여 아름다운 건물로 새로 지을 것임을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임시건물에서 민원을 보기가 불편하지만 참아내자고 당부를 했다.
이어서 미리 준비한 파워 포인트 자료를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일일이 주민들에게 그동안 수원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홍보하고, 앞으로 연무동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를 전해 주민들에게서 박수를 받기도.
달라질 연무동, 주민들 많은 기대를 해
“그동안 우리 수원은 2009년에 전국 75개 시 중 공직자 청렴도에서 꼴찌인 7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75개 시 중에서 6위를 기록했다. 이 6위는 청렴도가 1등급을 말한다. 2014년 말에 목표는 우리시가 공직자 청렴도에서 1위를 하는 것이다.”라며 이어서 시의 지방채무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도 이야기를 했다.
“우리시는 2009년에 지방채무가 3,175억이었다. 이렇게 많은 채무를 그동안 우리 120만 시민들과 공직자들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2013년에는 424억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 424억은 우리 시의 재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올 해는 채무를 좀 더 높이려고 생각을 한다. 지방 채무가 적다보니 도에서 지원예산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주민들은 연무동이 경수산업도로에 물려있지만 하광교 상광교동 등 광교산을 끼고 있어 상대적으로 발전이 늦다고 하자
“2012년 12월에 수원분당선이 왕십리와 수원을 연결했고, 지난해는 수원역까지 개통을 했다. 2016년에는 수인선이 완전 개통을 할 것이며, 신분당선도 2016년 2월에 개통할 예정이다. 거기다가 2017년 1월에는 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을 한다. 이 도시철도는 노면전차가 다니는 것으로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신분당선 2단계와 신수인선이 인덕원에서 수원까지 연결이 되면 수원은 동서남북 격자의 교통망을 갖게 된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환승역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수원을 이용할 것이다. 그때는 연무동도 그 교통망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기에, 많은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1시간 반 정도의 주민들과의 대화가 끝나자, 수원 시장은 대화에 참석한 주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새마을문고 및 동대본부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열린대화에 참석을 한 주민 한 사람은
“우리 수원이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온 듯하다. 앞으로도 우리 시와 연무동이 동반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이렇게 좋은시장 열린대화에 참석을 해보니, 그동안 공직자들의 노력을 알 것 같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반딧불이 실버빨래방’, 무슨 빨래를 하지?
수원의 주민자치 센터의 자치기구 중에는 ‘통친회’라는 모임이 있다. 제대로 발음을 하자면 “통장친목연합회‘라고 보아야 한다. 각 주민센터의 통장들이 모인 모임이다. 주민센터의 각 통의 통장님들이 모인 이 통진회는, 지역의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주민들과 상담을 하고, 주민들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장안구 경수로 757에 자리하고 있는 연무동주민센터. 그 뒤편으로 돌아가면 컨테이너 건물이 한 채가 있다. 문 옆에는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이라는 작은 간판을 달고 있다. 회원 45명의 통친회가 모여 봉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말 그대로 통장님들이 모여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그 빨래방 이름이 바로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이다.
2012년 9월 24일 개소를 한 빨래방
이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은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홀몸어르신들에게 희망과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컨테이너 안에는 17kg 형 드럼세탁기 4대와 건조기 2대가 자리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통장님들 6~7분이 나오셔서 오전 9시 정도에 홀몸어르신들의 빨래를 모아가지고 나오십니다. 그러면 빨래를 하고 건조를 해서 오후 3시쯤에는 세탁된 빨래를 다시 갖다 드리고는 하죠. 빨래 배달까지 마치시면 하루해가 다 가는 것이지만, 45명이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한 달반 만에 한 번씩 봉사를 하시는 꼴이죠.”
안내를 맡은 연무동 총무담당 조남진 주무관의 설명이다. 세탁실인 컨테이너 안은 봄맞이 정리를 하느라 부산하다. 몇 분의 통장들이 겨울 동안 사용을 하지 않던 장비며 세정제 등을 여기저기 정리를 하고 있다. 세탁기 4조는 연신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고.
홀몸어르신 등 124세대 사용
2012년에 처음으로 시작을 한 반딧불이 실버빨래방은 처음에 세탁기와 컨테이너 등을 마련하기 위해 11000천원을 조성한 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2013년에는 4200천원을 사용했다. 2013년 한 해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20회가 운영이 되었으며, 봉사자 211명에 이용자가 155명이었다.
세탁물은 주로 홀몸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이불빨래 등이 가장 많았으며, 총 514개의 세탁물에 총 세탁량은 2,485kg 이었다. 이 사업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와 홀몸어르신 등 124세대가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빨래감을 걷으러 가기 전에 미리 알아서 세탁물을 쌓아놓는다고 한다.
통친회 변명숙(연무동 11통장) 간사는 지금은 어르신들이 빨래를 해다 드리면 너무 좋아한다고 하면서
“통장님들이 목요일마다 아침에 어르신들을 찾아가 빨랫감을 수거해 오세요. 그러면 빨래하고 건조해서 갖다드리고는 하죠. 너무들 좋아하세요. 이제는 기다리시는 분들도 생겼고요. 한 겨울에는 세탁기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못하지만, 어르신들이 무거워 하는 세탁물들만 아니고, 더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양말이며 속옷까지 다 빨아다가 드리죠.”라고 한다.
주민위한 봉사 당연하다는 통친회 회원들
통장님들이라 조금은 생각이 다르다. 주민들을 위한 일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매달 통친회 기금에서 10만원씩을 빨래방 운영기금으로 사용을 한다고.
“빨래방 운영을 하다가보니 그 외에 경비도 만만찮아요. 처음에는 세탁기만 있었는데 시장님 순시 때 말씀을 드려서 건조기가 두 대 들어왔어요. 그런데 전기가 약해서 건조기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변압기를 한 대 더 다는데, 통친회 기금이 40만 원 정도 더 들어갔어요.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운영비는 통친회 기금으로 이용을 하고 있어요.”
연무동은 광교산에서 흐르는 수원천을 끼고 있다. 연무시장 등 구도심에 접한 구역이라 홀몸어르신들과 기초수급자들이 타 동에 비해서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 빨랫감도 많아질 수밖에. 통장님들은 이용을 하시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빨래를 걷어오기도 하지만, 급한 빨래가 있으면 자신이 속한 조가 아니라고 해도 갖고 온다고 한다.
“어르신들을 잘 모셔야죠. 그 분들이 정말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는데요. 지금 연세가 드셔 빨래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남들에게 추하게 보인다면 저희들이 더 죄스럽죠. 그래서 딴 일은 젖혀두더라도 빨래방 운영하는 날은 빠질 수가 없어요.”
가득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서 한 통장이 하는 말이다. 날은 비록 쌀쌀하고 시간이 허기질 때이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봉사를 하는 통친회 회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죽을 생명을 살리는 방생(放生)
세상에서 가장 큰 적극적인 선행
‘방생(放生)’이란 살생에 대비되는 말로 잡은 물고기나 새, 짐승 등의 생물을 놓아 주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불전의 〈범망경 梵網經〉이나 〈금광명경 金光明經〉에 보면 살생이나 육식을 금하여 자비를 실천하도록 하는 뜻에서 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부터 불교에서는 방생계를 조직하여 방생회를 베풀고 있다.
방생은 살생과 반대적인 개념의 용어이다. 살생을 금하는 것이 소극적인 선이라면, 방생은 적극적인 선을 행하는 것이다. 죽음에 이른 생명을 구해주는 방생은 생명체를 자연으로 환원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불자들이 하는 방생은 ‘금광명경 권4 유수장자품’에서 기인하고 있다.
물고기를 살린 유수장자에서 비롯
유수장자는 물이 말라붙어 물고기가 생명을 잃게 되자 두 아들과 함께 물이 말라붙은 늪에 물을 가득채우고 먹을 것을 주어 물고기를 살려냈다. 방생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전하지만 중국 북송 때 연수선사의 이야기에서 방생의 참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연수선사는 출가를 하기 전 창고지기였다고 한다.
연수선사는 창고지기를 하면서 창고에 있는 공금으로 사람들에 의해 죽음에 처해 질 물고기 등을 사서 방생을 했다는 것. 그러다가 공금을 사용한 것이 들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풀려난 연수선사는 출가를 했고, 출가 후에도 낮에는 방생을 하고 밤이면 귀신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연수선사가 정진을 하면 새가 품에 들어와 둥지를 틀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사람은 반드시 방생을 해야
방생은 누구나 다 선을 베풀기 위해 해야만 하는 선행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방생을 해야 한다고 적석도인은 ‘칠종방생’에서 이르고 있다.
1. 무자식은 반드시 방생을 해야 자녀를 얻는다.
2. 자식을 잉태하면 반드시 방생을 해서 산모를 보호하야 한다.
3. 방생을 하여 많은 복을 지어야 한다.
4. 뜻을 이루고자 하면 미리 방생을 하여 자선을 행하라
5. 계를 받기 전에는 반드시 먼저 방생을 행하라
6. 복록을 받고자 하면 먼저 방생으로 선을 베풀어 복을 쌓아라
7. 염불을 하기 전 미리 방생을 하여 자비심을 일으켜라
등을 말하고 있다. 방생은 죽을 목숨을 살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인간이 반드시 행할 선이라는 것이다.
방생회를 위해 주천강을 가다
방생은 일 년 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 대개 정월 보름을 맞이해 방생을 행하는 것은 일 년 동안의 무해무탈을 기원하고, 평안을 위해서이다. 12일 오후 방생을 하기 위해 20여명이 주천강을 찾았다. 날이 따듯하다고는 하지만 강바람과 일찍 해가 떨어지는 산 속을 흐르는 물가라 바람도 차고 거세다.
미리 준비한 미꾸라지를 물에 놓아주고, 먹을 것을 위에 뿌려준다. 유수장자의 행함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찬 물에 들어간 미꾸라지들이 움직이지 않더니 이내 바위틈 사이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촛불과 향을 켜고 열심히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서원을 비는 사람들. 한편에서는 일일이 호명을 하면서 축원을 해준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정초의 방생으로 인해 사람들마다 한 가지 서원을 이룰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두 시간여 만에 끝난 방생회지만 죽을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과, 한 가지 서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으로 회장을 정리하고 돌아섰다. 오늘 자연으로 환원한 생명들이 오래도록 그 자연에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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