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맺힌 절규, 고은 시인의 '이름 짓지 못한 시'
(주) 시인 고은 선생님이 세얼호 참사로 안타깝게 어린 나이로 불귀의 객이 된 단원고 학생들을 슬퍼하며 지은 시입니다. 전문을 소개합니다.
이름 짓지 못한 시 / 고은
지금 나라초상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상감마마 승하가 아닙니다
두 눈에 넣어둔 ...
내 새끼들의 꽃 생명이 초록생명이
어이없이 몰살된 바다 밑창에
모두 머리 박고 있어야 할 국민상 중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 찬란한 아이들 생때같은 새끼들을
앞세우고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몹쓸 살판입니까
지난 열흘 내내
지난 열 며칠 내내
엄마는 넋 놓아 내 새끼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제발 살아있으라고
살아서
연꽃봉오리 심청으로 떠오르라고
아빠는 안절부절 섰다 앉았다 할 따름
저 맹골수도 밤바다에 외쳤습니다
나라의 방방곡곡 슬픔의 한사리로 차올랐습니다
너도나도 쌍주먹 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분노도 아닌
슬픔도 아닌 뒤범벅의 시꺼먼 핏덩어리가
이내 가슴속을 굴렀습니다
나라라니오
이런 나라에서
인간이라는 것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슨무슨 세계1위는
자살 1위의 겉이었습니다
무슨무슨 세계 10위는
절망 10위의 앞장이었습니다
사회라니오
그 어디에도 함께 사는 골목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신뢰라니오
그 어느 비탈에도
서로 믿어 마지않는 오랜 우애가 자취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흔히 공이 없고 사만 있다 합니다
아닙니다
사도 없습니다
제대로 선 사만이 공을 낳습니다
신성한 사들이 다 썩어문드러진 것입니다
이런 사로
권세를 틀어쥐고
부귀를 꽉 움켜잡고 있는 죽음의 세월입니다
오늘도 저 남녘 앞바다 화면 앞에 있습니다
아무리 땅을 친들
땅을 쳐
피멍들 손바닥뿐인들
내 새끼의 환한 얼굴이 달려올 리 없건만
밤 지새울
멍한 아침바다를 바라봅니다
어찌 엄마아빠뿐이겠습니까
이 나라 풀 같은 나무 같은 백성 남녀노소라면
저 과체중의 선체가 기울었을 때부터
하루 내내 실시간의 눈길이 꽂혀왔습니다
그 선체마저 잠겨
겨우 꼬리만 들린 채
나라와 세상살이 갖은 부실 갖은 비리
하나하나 드러내는 통탄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런 역적 같은
이런 강도 같은 참변 앞에서
과연 이 나라가 나라 꼬라지인가 물었습니다
이런 무자비한 야만이 저지른 희생 앞에서
이 사회가
언제나 청정한 하루하루일 것인가를 따졌습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하여
얼마나 인간이었던가를 뉘우쳤습니다
영혼이라는 말
양심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몰라야 했습니다 알아야 했습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야
꽃들아 초록들아
이토록 외치는 이 내 심신 차라리 풍덩 내던져
우리 모두 빵(영)으로 돌아가
다시 하나둘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나도 너도
나라도 무엇도 다시 첫걸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고도성장의 탐욕으로 마비된 것
이른바 무한경쟁으로 미쳐버린 것
이른바 역대권력에 취해버린 것
하나하나 각고로 육탈로 떨쳐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1인과 10인의 향연이 아닌
만인의 영광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못 박아야 하겠습니다
이 사태는
올가을이면
내년 봄이면 파묻어버릴 사태가 아닙니다
1백년 내내 애도해야 합니다
죽은 꽃들을 그 앳된 초록들을
이 내 피눈물의 새끼들을 망각을 물리치고 불러내야 하겠습니다
허나 지금
아 이 나라는 울음 복 울부짖음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분노의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들아
‘짜장스님’, 이번엔 성동구치소를 찾아가다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을 사람들은 ‘짜장스님’이라고 부른다. 운천스님이라는 명호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운천스님은 4년 째 전국을 돌면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짜장면을 만들어 공양을 한다. 군부대, 고아원, 장애인들이 있는 곳, 노인복지관 등 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운천스님이 이렇게 일 년이면 50여 회가 넘는 날들을 전국을 다니면서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 절에서 예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주변에 헐벗고 굶주린 채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년고찰 선원사는 짜장스님이 사는 곳
남원 도통동에 자리한 선원사는 천년고찰이다. 선원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의 철불이 모셔져 있으며, 그 외애도 대웅전, 약사전 등도 지방문화재이다. 선원사는 도선국사가 남원이 커다란 배와 같은 형국이라 선원사를 지어 남원을 더내려가지 않게 붙들어 매어 놓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선원사에는 배를 붙들어 매어놓는 석주가 대웅전 앞에 있다. 이 선원사는 고찰 선원사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이 주지의 소임을 맡아보고 있는 절로 유명하다. 운천스님은 지리산에서 야생으로 자란 돼지감자를 캐어 ‘국우차’라는 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차의 판매를 한 수익금으로 짜장 봉사를 한다.
전국을 돌며 짜장봉사
운천스님은 전국을 돌아다닌다.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고 하면 거리를 상관하지 않고 달려간다. 운천스님이 만드는 스님짜장은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그 대신 10여 가지의 야채로 육수를 끓이고 그 물로 짜장을 볶는다. 매달 정해놓고 봉사를 하는 곳중에는 부산 구서역 옆에 있는 무료급식소도 있다.
이 무료급식소에는 매일 8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점심에 찾아온다. 그들에게도 한 달에 두 번을 찾아간다. 엄청나게 들어가는 짜장의 재료인 야채를 감당하기 위해 여기저기 밭을 만들고, 그곳에 양파며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한다. 그런 재료를 이용해 스님짜장을 만들어 봉사를 하는 것이다.
“스님, 전국 구치소는 다 다니시려오?”
이런 운천스님이 올해부터 전국의 구치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주, 수원 등 몇 곳을 다니고 23일에는 서울 성동구치소를 찾았다.
“가장 짜장을 먹고 싶어 하는 곳이 구치소에 있는 수감자들인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짜장을 먹을 수가 없으니 정말 좋아들 하세요. 그래서 전국의 구치소를 다 다녀보려고요. 그리고 사람을 좀 구해 앞으로는 더 많은 곳을 찾아다녀 보려고 합니다.”
스님짜장을 먹어 본 사람들은 ‘어릴 적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어 고맙다’라는 말을 한다고. 앞으로도 외롭고 힘든 이웃들을 위해 짜장 봉사를 하겠다는 운천스님. 앞으로는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부르기보다는 ‘착한 스님짜장’으로 불러야겠다고 한다.
“제발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생떼 같은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벌써 4일 째 그 찬 바닷물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럽겠습니까? 제발 살아만 와준다면 좋겠습니다. 어째 이리도 그 아이들을 꺼내주지 못하는지 시간이 갈 때마다 마음만 더 탑니다.”
19일 오후 6시. 화성 행궁 광장에 모인 1500여 명의 무리들 중에서 열심히 합장을 하고 기원을 드리던 송아무개(여, 49세)의 말이다. 자신의 아이도 그 아이들 또래라고 하면서 제발 살아만 있기를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원래는 석가모니의 탠생을 축하하는 봉축대법회로 마련을 한 자리이다. 그리고 행궁을 떠니 장안문과 연무대를 돌라오는 장엄한 연등행렬로 이어져야만 했다. 그런 장엄의식을 모두 내려놓았다. 그리고 부처님께 모두가 하나가 되어 빌고 또 빌었다. 징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한 기원대법회로 마련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수원시불교연합회와 수원시 연등축제행사위원회가 마련한 ‘진도 여객선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생환 기원 대법회’는 19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가까이 수원 화성 행궁 앞 광장에서 열렸다. 지성스님의 법고로 시작을 한 기원법회는 추모 및 생환기원 묵념, 삼귀의, 찬불가,반야심경 등으로 이어졌다.
수원시불교연합회 회장인 성관스님(수원사 주지)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인사말에 이어 4개 종단 대표인 팔달사 주지 혜광스님(조계종), 무학사 주지 혜성스님(태고종), 용고아사 주지 천덕스님(천태종), 유가심인당 덕운정사님(진각종)과 신도대표의 기원사가 이어졌다. 참석한 인사들의 기원사에 이어 용주사, 수원사, 청련암, 봉녕사 등의 신도들로 이루어진 불교연합합창단의 음성공양이 있었다.
간절한 마음 담은 기원발원문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 주지 정호스님의 법문이 있은 후, 탑돌이에 이어 청련암 주지 도문스님의 추모 및 생환기원 발원문이 이어졌다.
「만 중생을 어여삐 여기사 지혜와 자비구족하신 부처님!
오늘 수원시 불자들과 시민들은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좌초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간절히 기원하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끝까지 배에 남아 아이들을 가족 품으로 인도하시고
천금같은 목숨을 내 놓으신 승무원들과 희생자 영가님들이여!
그대들이 진정한 지장보살님이요, 아미타부처님이십니다.
그대들의 거룩한 살신성인의 희생정신
부디 모두는 내내생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어둡고 차가운 바다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꽃같은 목숨들이시여!
둘도 없는 가족과 사랑하는 친구들이 함께 있음을 잊지 말고
절대로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말고 살아만 있으시라
이제 곧 그대들의 손을 잡아 주리니 꼭 살아만 있으시라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무량가피가 함께 할지니
꼭 꼭 살아만 있으시라
꽁꽁 얼은 땅 녹여내고 봄바람 오듯
그대들 우리 곁으로 그렇게 살아오리니(이하 하략)
두 시간 가까이 기원대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원시불교연합회의 불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두 손을 모아 간구를 했다. 기념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들도 보였다. 열심히 두 손을 모으고 간구를 하던 정아무개(남, 55세)씨는
“꼭 살아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세월호에 아이들과 함께 승선해 실종자 명단에 낀 선생님들 중에는 수원시민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제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하시고 그 마무리를 아름답게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신 분들이라 더 마음이 아프네요.”라고 한다.
수원 화성행궁 앞에 모인 많은 불자들이 두 손 모아 간구한 ‘진도여객선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생환 기념대법회. 그 많은 사람들의 간구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여~ 슬프다. 서낭할머니 세상 떠나신다.”
속이 비어버린 서낭나무 아래 부부가 나란히 섰다. 합장을 하고 난 뒤 남편은 무릎을 꿇고 부인은 잔에 술을 따른다. 그리고 맨 땅에서 삼배를 한다. 서낭할머니에게 드리는 마지막 예를 올리는 것이다.
여주시 북내면 상교리 335번지에는 화가 부부가 산다. 남편도 부인도 모두 화가이다. 하지만 생활을 하기 위해 남편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장작가마에 구워내는 도자기의 색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위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자기를 구워 팔아도 생활이 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생활자기를 만들라고 조언을 해보지만, 굳건히 자신의 길을 지켜간다.
단종이 울며 지나던 길 가에 선 서낭나무
이 부부가 사는 집은 상교리 중에서는 맨 끝 집이다. 이 집을 해우재라고 부른다. 해우재는 남편인 김원주(54세)의 호이다. 아래채는 도자기 전시관과 손님맞이 방으로 사용을 한다. 20여 년 전 부부는 어린아이 하나를 데리고 이곳에 정착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 터전을 내리면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삶이 이 부부가 우리 것들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집에서 흙길을 따라 뒤편으로 돌아가면 여주 고달사지로 나가는 길이다.
그 길가 구부러진 곳에 6.25 한국동란 때 폭탄이 떨어져 한 편이 잘려나간 고목이 한 그루 서 있다. 속은 텅 비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늘 잎을 달고 있다. 이 나무가 바로 ‘서낭할머니’로 불리는 나무이다. 나무의 밑동으로 보아 수령이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다. 이 나무가 서 있는 길은, 예전 단종임금이 노산군으로 강등이 되어 울면서 영월로 향하던 소로 길이라고 한다.
이포에서 배를 내린 단종임금은 지금 여주시 대신면 상구리에 소재한 블로헤런 CC 안에 자리한 어수정에서 목을 축인 후, 북내면 소재 고달사지 곁을 지나 이 좁고 낮은 고개를 넘어 서원리로 행했다는 것이다. 그 때도 이 서낭나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고속도로 공사로 나무를 자른다고
이곳이 제2영동고속도로 부지로 들어갔단다. 13일 이른 시간부터 굉음을 내는 중장비들이 일대를 시끄럽게 만든다. 전날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들을 하느라 늦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른 시간부터 중장비 소음이 잠을 깨운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집이 울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밖으로 나가보니 7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주변에 중장비들이 여기저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서낭할머니 나무는 상교리 주민들이 위하는 나무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김원주 부부가 사는 집에 사시던 할머니 한 분이 이 서낭나무를 지극히 위했다고. 하지만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반이 잘려나간 후 마을의 섬김이 끊어진 듯하다. 서낭나무 뒤편에는 옛날 제를 올리던 제단 터의 흔적이 보인다.
우여~ 서낭할머니 이제 떠나신다.
이제 고속도로 공사로 인해 이 서낭할머니 나무가 잘려나간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제를 올렸다고 하지만, 이 부부의 마음은 아직도 편치 않은 듯하다. 그 서낭할머니 나무에 대해 늘 마음속으로 정성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은 후 빗방울이 떨어진다. 막걸리 한 통과 북어 한 마리를 들고 서낭나무를 찾아갔다.
마침 이 집에 모임 때문에 들린 스님 한 분이, 서낭할머니께 마지막 축원을 해준다고 자청을 한다. 막걸리를 따르고 삼배를 한 후, 스님의 독경이 시작되었다. 서낭할머니를 마음속으로 떠나보내는 절차이다. 폭탄을 맞고도 살아남은 서낭할머니는 고속도로로 인해 댕강 잘리게 되었다.
스님의 독경이 끝 난 후 막걸리 잔을 손에 든 김원주의 피 토하는 소리가 즘골을 울린다. 통곡의 소리이다. 일제 때는 문화말살 정책으로, 그리고 그 뒤에는 우상이라고 떠들어 대는 광신도들에 의해, 그리고 새마을운동 때 무수히 잘려나간 서낭나무들이다. 이제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잘려나갈 상교리 즘골 서낭할머니. 마지막으로 막걸리를 늙은 나뭇가지 위로 냅다 쏟아낸다.
“서낭 할머니 편히 가시오. 아무쪼록 무지한 것들이 할머니의 몸을 잘라도, 사고나 없게 해주시오.”
자연인들이 자연에서 자연을 만나다.
매년 정기적으로 모여 밤을 새우며 즐기던 이들은 자칭 '달빛파'이다. 달이 뜨면 웃고 떠들면 마시기 시작해 달이 질 때까지 마시는 사람들이다. 5명 중 막내인 진주 동생이 사정이 생겨 해를 건너 산수유나무 아래서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화두는 단연 ‘힐링’이다. 할링이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힐(Heal)은 고치다, 낫다를 말하는데, 이를 동명사화하여 힐링(Healing)으로 사용한다. 즉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뜻이다. 힐링 뮤직이나 힐링 댄스 등도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거나 춤을 추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가장 효과가 빠른 힐링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힐링 뮤직이나 힐링 댄스를 추고, 자연 속에서 좋은 길을 걷는다고 해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상통하지 못하고, 그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지 못한다고 하면 힐링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해 스스로 자연인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자연의 상을 마련했다. 상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땅두릅, 머우 등 각종 나물들이 푸짐하다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이 바로 힐링
세상에 사람들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의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보면 알 수가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주변에 정말 신의가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의리가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하면, 그 사람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사람들의 관계가 정말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이고, 서로가 이해하는 그런 사이인가는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주변에 단 2명만 있어도,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서로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돈 생고기가 숯불 위에 놓여졌다. 오랜만에 만난 막내에게 먹이기 위해 낮에 잡은 생고기를 공수한 것이다
산수유가 노랗게 피는 날 만나기로 한 다섯 사람. 하지만 살다가 보면 각자가 하는 일이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날짜를 잡아 만나기가 수월치가 않다. 하지만 지난 12일 경남 진주와 강원도 고성, 그리고 수원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로 모였다. 산수유가 이미 퍼져버렸지만, 그래도 산수유 꽃이 지기 전에 약속대로 만난 것이다.
그저 세상이 즐거운 사람들.
이 다섯 사람은 여주에 사는 부부를 빼놓고는 모두 남남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호칭이 형, 동생, 혹은 오라버니, 누님이다. 그렇게 한 가족처럼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느 누가 아파하면 다 같이 그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쁜 일도 있어도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를 해 줄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일 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각자가 모이기 전에 장을 보아온다는 것이다. 그 장보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을 준비한다. 그러다가 보니 이들 모임은 항상 푸짐한 먹거리가 준비가 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비싼 음식도 아니다. 서로가 정성을 다해 준비를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누구는 마트 등을 이용하지만, 집에 있는 것들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보니 만날 때마다 많은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 대식가들도 아니지만 그저 만나면 즐거움이 넘친다. 별 이야기가 아닌 것을 갖고도 웃고 떠들면서 난리들을 친다. 남들은 이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힌다. 그만큼 이들을 독특한 개성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서로간의 믿음이 있다.
술잔에 조팝나무 꽃을 따다가 넣어준다. 그리고 동동 띄운 얼음속에도 꽃이 숨어있다. 이들이 지연을 즐기는 방법이다.
자연인들이 자연에서 자연을 만나다.
여주에 모일 때는 음식이 모두 자연이다.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각종 나물들을 한 상 차려낸다. 시간이 되면 직접 산행을 해서 얻어 낸 음식도 준비한다. 그리고 각자가 갖고 온 맛있는 음식도 곁들인다. 상은 늘 푸짐하다.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바로 힐링이 아닐까? 더구나 조금 쌀쌀하긴 해도 모닥불을 피워놓고 공기 좋은 야외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던가?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조팝나무 꽃 잎을 술잔에 넣어준다. 그리고 내온 얼음에도 꽃이 있다. 그 역시 자연이다. 좋은 자연의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좋은 음식. 최고의 힐링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만나기만 해도 즐거운 사람들. 헤어질 때는 늘 서운함이 앞서지만, 또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즐겁다고들 한다. 진주에서 올라 온 막내가 오랜만에 자리를 함꼐 해 더 즐거운 만남의 자리. 자연에서 자연을 만난 자리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