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스님의 소신공양으로 4대강 개발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는 집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여주장날 만나뵌 어르신들은 예전에는 남한강 물을 식수로 사용했다고 하신다. 당시에는 물장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30년 전에도 저 강물을 마시고 살았어"

 

여주군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남한강. 여주 사람들에게 그 강은 그냥 흐르는 강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었고, 그곳을 통해 사람들은 삶을 영위해 왔다. 어려서부터 여주 사람들은 남한강 가에서 꿈을 키워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한강가의 은모래 금모래 백사장에는 여름철이 되면 많은 피서객들이 찾아오고는 했다. 지금이야 수영이 중지되어 있어 물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여름철이 되면 모래밭 가에 있는 숲에서 더위를 피하고는 했던 곳이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꿈이 영글어 있는 남한강이 송두리째 파헤쳐지고 있는데도, 거기에 대한 피눈물 나는 호소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여기저기 4대강 개발을 찬성한다는 현수막들이 군 전체 광고물 게시대에 자랑스럽게 붙어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떻게 자신들의 생명의 강을 이리 훼손이 되고 있는데도, 누구 한 사람 나서서 반대다운 반대를 하질 않고 있는 것인지.

 

장날이 되면 많은 어르신들이 장으로 모여든다. 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곳이다. 서로 정담을 나눌 수가 있고, 지난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여주장에 물장수들이 많았다는데요."

"그럼 많았지. 그 사람들 얼마를 받았는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저 국밥 한 그릇에도 물을 날라다 주었어."

"물은 어디서 구해오나요. 근처에 샘이라도 있었나요?"

"샘은 무슨 샘. 여주사람들은 30~40년 전만 해도 강물을 떠서 식수로 사용했을 정도야. 그 때는 참 물이 맑았거든. 지금도 아마 우리나라 강중에는 가장 깨끗할 거야."

장터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여주강이 이렇게 변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속 터져 죽을 것이라고 한다.

 

▲ 낚시 남한강에서 고기를 낚는 모습. 지난해만 해도 남한강에서는 이렇게 고기를 낚아 살아가는 분들이 있었다. 이제는 치어는 물론 알까지도 씨가 마르고 있다고.

 

"그 왜 이포인가 사는 김씨 어르신도 얼마 전까지도 이포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팔고는 했어. 지금은 속병이라도 나셨을 것이여. 고기들이 떼죽음을 했다고 하니"

 

누구나 다 그런 추억 하나쯤은 갖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남한강 가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송두리째 파헤쳐진 남한강의 모습을 보면서도 누구 하나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다만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몇몇이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다.

 

물 한 지게에 국밥 한 그릇

 

"당시 물장수하시든 분들은 어떤 분이셨나요?"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마땅히 할 일이 없으면 물장수를 하고는 했지. 꼭 그 사람들만 한 것은 아냐. 여기 사람들도 장사할 밑천도 없고, 생활이 어려우면 물장수를 했으니까."

"물장수로 밥을 먹을 수 있었나요?"

"그 당시는 인심이 후했으니까. 물 한 지게를 지고 오면 국밥 한 그릇을 가득 말아주었지. 인심이 지금과는 다르니까." 

"물장수는 언제 없어졌나요?"

"한 20년이나 되었을까? 읍내에 수도가 들어오고 나서 부터인가 그래."

 

그렇게 맑던 남한강물이다. 지금의 팔당댐이 막히기 전만해도 여주대교에서 신륵사로 들어가는 입구 식당에서는 장어구이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어라고는 찾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남한강에 장어들이 많았었잖아요?"

"많았지. 팔당댐을 막기 시작하면서 장어들이 점차 줄어들었어. 1973년도인가 팔당댐을 완성한 후로는 거의 장어를 볼 수 없었으니까."

"하긴 그래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한테 수돗물 공급한다며 만든 팔당댐인데, 이제는 오염이 심각하다는데. 듣기로는 취수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하네. 하기야 물을 가두어 놓았으니 당연히 안 좋아지지."   

 

▲ 청정지역 물이 깨끗하고 생태계가 살아있는 남한강은 달리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헤칠 필요가 없는 강이다.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는 일이 없어야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가보니 예전 일이 생각이 난다. 여주에 와서 몇 달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마 한 20년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만해도 신륵사 앞 식당들은 장어를 요리하는 집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팔당댐을 막고 난 뒤에는 장어가 점차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번에 4대강 개발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자취를 감출 것인지. 지금부터 수도 없이 생명들이 죽어 가는데, 거기다가 하천 바닥에 있는 모래를 채취하느라 바닥을 긁어내, 치어는 물론 민물고기의 알까지 송두리 채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과 같이 자연을 함께 누리며 살아가야할 수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 은모래금모래 개발이라는 허울을 쓰고 파헤쳐지고 있는 남한강의 명소. 금모래은모래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바로 그러한 생명체에 대한 무분별한 살생을 중지하라는 메시지다. 식수원을 마련한다고 막은 콘크리트 잠언제인 팔당댐. 그도 이제는 심각한 오염이 되고 있지 않은가? 보를 막는다고 또다른 콘크리트 시설물을 여기저기 막아댄다면, 그 또한 맑은 물의 오염원일 수밖에 없다. 이제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그러한 일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일 테니까(출처 : 오마이뉴스 / 2010, 6, 7)


위봉산은 높이 524m 정도의 높지 않은 산이다. 위봉산은 전주시 동부 외곽을 감싸는 산으로 주위에는 해발 602m의 대부산과 713m의 원등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완주 소양에서 위봉산을 넘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송광사를 지나 사적인 위봉산성이 나온다. 그곳을 지나면 좌측으로 폭포가 한 줄기 장관을 이루고 떨어진다. 

 

예로부터 전주8경, 또는 완산8경이라 불릴 만큼 경치가 빼어나며, 옛 경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은 위봉폭포뿐이다. 위봉산 남쪽 사면에 있는 높이 60m의 위봉폭포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쏟아지는 2단 폭포로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 폭포정 위봉폭포를 관람하기 좋은 곳에 지어진 위봉폭포정. 시멘트로 지어져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 현판 이층 누각으로 지어진 정자에 걸린 현판. 위봉폭포정이란 이름이 재미있다.

 

비가 오는 날 찾으면 더욱 장관

 

위봉폭포는 날이 가물면 그 참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비가 뿌리는 25일 오후에 찾은 위봉폭포. 도로에서 보면 그 길이가 60m나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위봉폭포를 관람하기 위해 세워 놓은 폭포정에 오르면, 보이지 않던 폭포의 밑 부분까지 자세하게 볼 수가 있다. 

 

▲ 상단 위봉폭포의 상단. 물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숲이 우거져 더욱 아름답다

▲ 위봉폭포 암벽을 타고 흐르는 위봉폭포는 이단 60m 정도이다.

 

거리가 멀어 그 장관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도로를 따라 고개 위로 오르다가 가까운 곳으로 다가가면, 암벽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일품이다. 물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곳으로 다가가면, 속마음의 찌든 것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것만 같다. 장마가 지고나면 더욱 장관이라는데, 올 장마가 멈추고 나면 다신 한번 찾아보아야겠다. 모처럼 생활에 찌든 마음 속 찌꺼기가 한꺼번에 날아간 듯하다. 

 

▲ 위봉폭포 폭포정 위에 오르면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던 밑부분까지 보인다.

▲ 위봉폭포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가까이 보면, 바위 암벽 사이로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장관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 2010, 5, 30)



황포돛배, 돛을 바람에 나부끼며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배를 보노라면, 왠지 까마득한 과거 속에 있는 나를 그려보고는 한다. 여주 남한강은 한강의 4대 나루인 마포나루, 광나루, 이포나루, 조포나루 중 두 곳의 나루가 있고, 여주지역에만 크고 작은 17개의 나루가 있었다. 그만큼 조운으로 인한 여주는 중요한 곳이었고, 남한강을 오르내리는 황포돛배들이 늘 강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옛 정취를 느껴보기 위해서 제작된 황포돛배. 여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남한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한 황포돛배는, 남한강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돛배 외에도 황포 2호 등의 유람선이 남한강 물길 위를 떠다니며, 관람객들의 흥을 돋아 주고는 했다. 그러나 이제 황포돛배는 남한강을 마음대로 다닐 수가 없다. 보 공사로 인해 무수히 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오탁방지막' 때문이다.  

 

  
▲ 황포2호 남한강을 쩌다니는 유람선인 황포2호가 선착장을 떠났다.
ⓒ 하주성
남한강

 

황포 2호는 유람선이다. 조포나루 인근에 마련된 선착장을 떠나 남한강을 한 퀴 돈다. 보를 먹기 전에는 그 활동 영역이 넓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착장 주변 밖에는 다닐 수가 없다. 무수히 강을 가로지르는 오탁방지막 때문이다.

 

  
▲ 유람선 유람선에 승선한 관광객들이 남한강의 장취를 즐기고 있다.
ⓒ 하주성
유람선

  
▲ 오탁방지막 한 옆에 트인 오탁방지막을 넘어 유람선이 지나고 있다.
ⓒ 하주성
오탁방지막

 

선착장 근처에는 오탁방지막의 한편을 트여놓았다. 아마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인지도 모른다. 저렇게 트여있으면, 오탁방지막의 구실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결국 그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발상일 뿐이다.

 

  
▲ 오탁방지막 오탁방지막을 넘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뒤로는 파헤쳐지고 있는 여주의 명소인 금모래은모래 밭이다.
ⓒ 하주성
오탁방지막

  
▲ 유람선 결국 선착장 근처에서 한 바퀴 돌 수 밖에 없는 유람선이다.
ⓒ 하주성
선착장

 

유람선이 조금 상류를 향해 가다가 뱃머리를 돌린다. 길게 늘어진 오탁방지막을 넘지 못해서다. 뒤로는 여주의 가장 아름답다는 금모래은모래 모래밭이 송두리채 파헤쳐지고 있다.

 

  
▲ 황포2호 황포2호는 슬프다.
ⓒ 하주성
황포2호

 

황포돛배도, 유람선인 황포 2호도 슬프다. 마음대로 강물 위를 돌아다녔는데. 그리고 그 밑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제 언제 다시 돌아다닌다고 해도, 그 밑에는 생명체들이 살 수 있으려나? 




한강(漢江)은 강원도 태백시의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황해로 흘러가는 강이다. 한반도 중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한강은 옛 말로는 아리물 또는 아리수, 아리가람이라고도 불렀다. 1300리 514km를 흘러 황해로 흘러드는 한강. 그 발원지 검룡소를 찾아본다.

 

눈이 쌓인 오름길을 걷다

 

  
▲ 선돌비석 검룡소 오름길 입구에 세워진 선돌비
ⓒ 하주성
검룡소
 
아침 일찍 8시에 여주 신륵사 입구 여강선원에서, 서종훈 민예총경기지회장과 김계용 여주민예충 사무국장과 동행하여 태백으로 길을 떠났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태백시에 있는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11시가 넘어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을 뿐, 3시간을 줄곧 달린 셈이다.

 

입구에 있는 안내소의 직원이 방명록을 펼쳐준다. '담배는 피울 수 없습니다. 지정된 오름 길 이외에는 생태보존을 위해서 딴 곳을 출입하시면 안됩니다. 쓰레기 등 오물을 남겨두시면 안됩니다' 등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안내소 밖까지 따라 나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검룡소 관리직원이 고맙기까지 하다.

 

안내소를 지나면 오름길 1.3km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좌측에는 커다란 선돌에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라고 쓰여 있다. 며칠 전 눈이 내려 아직 녹지가 않아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안내원의 말을 뒤로하며 천천히 오름길을 걷기 시작한다.

 

  
▲ 눈이 쌓인 오름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은 검룡소 오름길
ⓒ 하주성

  
▲ 개구리 알 물 속에는 개구리 등의 알이 가득하다. 그만큼 생태계가 살아있다
ⓒ 하주성
개구리

  
▲ 맑은 물 맑은 물이 흐르는 오름길 옆
ⓒ 하주성
검룡소

자연의 물. 그 맑음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오염되지 않은 곳을 흐르는 물길을 따라 검룡소 오름길을 따라 걷노라니, 마음속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잠시 물속을 들여다보니 개구리 알인 듯, 많은 알들이 물속에 보인다. 돌 틈을 흐르는 맑은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낸다. 세심교를 건너서니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나무들이 양옆으로 서 있다.

 

눈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발자국이 찍혀 있다. 저 멀리 검룡소로 오르는 나무다리가 보인다. 물이 흐르는 주변은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인해 하얗게 되었는데, 숲 속을 작은 짐승 하나가 소리를 내며 뛰어간다. 생태보존지역인 이곳은 이렇게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는가 보다.    

 

  
▲ 눈길 세심교를 건너면 하늘을 찌를 듯 나무들이 솟아있다
ⓒ 하주성
세심교

 

하루 2000톤의 물을 분출하는 검룡소

 

이곳은 한강 발원지로 1억 5천만 년전 백악기에 형성된 석회암동굴 소로써 하루 2000여 톤 가량의 지하수가 용출되고 수온은 사계절 9도C 정도이며, 암반주변 푸른물 이끼는 신비함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 금대봉을 시작으로 정선 영월 충주 양평 김포 등 평야와 산을 가로질러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를 지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를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514.4km의 장강이다. 천년 역사와 함께 흘러 온 한강은 지금도 민족의 산하와 대지를 적시며 5천만 국민의 생명수가 되는 겨레의 수맥이다.(하략)

 

  
▲ 검룡소 검룡소 주변은 말끔히 정리가 되어있다.
ⓒ 하주성
검룡소

 

검룡교를 오르기 전 안내판에 적힌 글을 읽어본다. 맑은 물줄기가 바위틈을 흘러내린다. 얼마나 오랜 세월 그렇게 물을 맞으면서 이 돌들은 이곳에 있었을까? 크지 않은 물줄기가 흘러내리지만, 그 세월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돌들이 움푹 파여져 매끄럽게 변해 있기 때문이다. 소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주변 정리가 되어있다. 1986년 태백시와 태백문화원이 주변 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목조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검룡소. 그 물의 맑음이 세상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생명의 근원인 물, 그렇게 더럽혀야 할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하루 2천 톤이나 되는 물을 용출하는 검룡소의 물이 솟는 곳은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 마치 그저 고여 있어 평온한 듯한 느낌이다. 물 흐름이 시작되는 경사진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아니라면, 이곳에서 물이 용출되는 것조차 알 수 없는 정도이다. 이것이 우리 민족일까? 그렇게 나대지 않고 속으로 고요함을 간직한 것이. 이 검룡소의 솟아오르는 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 발원지 1,300리 한강이 시작되는 검룡소.
ⓒ 하주성
검룡소

  
▲ 발자국 눈 위에 찍힌 짐승들의 발자국. 물을 먹으로 왔다.
ⓒ 하주성
발자국

그것은 우리에게 흔들림 없는 세상, 소리 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라고 일깨우는 것만 같다. 온 나라의 강들이 중장비의 소음으로 시끄러운데, 정작 이 발원지인 검룡소의 솟아나는 물은 소리조차 없다. 그렇게 물은 소리 없이 흐르며 생명의 근원이 되었던 것이다. 검룡소 주변 바위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그 위에 짐승들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물을 먹으러 들어간 발자국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이 땅의 생명들이 이 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검룡소 밑으로 흐르는 물을 손으로 떠서 한 모금 마셔본다. 목을 타고 흘러드는 물이 머리까지 상쾌하게 만든다. 이 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시며 살았을까? 오늘 이곳에 와서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저 아래 황해로 흘러들어갈 때까지, 이렇게 맑은 물을 먹었었다고 하는데, 이제 찢기고 파헤쳐진 물길로 인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이곳에 서있는 것조차 부끄럽다. 그 아래 물길을 지켜내지 못했음이.



남한강,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산 1-1 금대봉 왼쪽 산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은, 영월읍의 동강과 서강이 합수되는 곳서부터 '남한강'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다.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수되기까지, 216.7km를 흐르는 남한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길을 갖고 있는 강이다.

 

'4대강 정비'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파헤치고 깨치고, 온통 속살을 드러내면서 흙탕물이 군데군데 모여 맑디맑던 남한강을 버려놓고 있다. 아름답던 강 길 곁에 억새와 갈대는 모두 흙더미와 함께 한 곳에 쌓여있고, 강 주변에서 하늘거리던 나무들은 뿌리째 뽑혀 나갔다. 여강선원에서는 이렇게 강을 버려놓고 있으면서 4대강 정비라고 위장을 한 엄청난 환경파괴를, '위장 대운하 공사'라 칭한다.         

 

흥원창서 바위늪구비까지 돌아보다

 

  
▲ 오탁방지막 오탁방지막이 쳐진 그 밑으로는 흙탕물인 듯한 물빛이 보인다.
ⓒ 하주성
흥원창

강원도 부론면 흥원창. 4대강의 절경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역으로는 충청북도와 강원도, 경기도가 만나는 곳이며, 섬강과 청미천이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곳이다. 세 가닥으로 갈라진 물줄기는 거대한 암벽 밑을 감돈다. 판소리 적벽가라도 한 대목 나올 만한 그러한 절경이다. 이곳 흥원창 일대도 이미 강바닥을 파내는 공사가 시작이 되었다.

 

강을 반으로 가르는 작업을 하는지, 한편은 흙탕물로 벌겋게 변했다. 오탁방지막도 거리를 두어 친 것도 아니고 두 줄을 한꺼번에 붙여놓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저 밑에 또 이중으로 친 오탁방지막이 있는 곳의 물도 붉은 색을 띠고 있다.

 

  
▲ 해돋이 산길 건너편 이 곳 역시 중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다
ⓒ 하주성
해돋이 산길

 

닷둔리에서 해돋이 산길을 걷는 길. 그 중간에 수천마리의 철새들이 물을 박차고 날아간다. 그 강 건너편 속에도 중장비가 분주히 돌아다닌다. 어디 한 곳 놓아두는 곳이 없다. 온통 갈가리 찢고 있는 중이다.

 

바위늪구비 일대, 이곳은 물을 가로질러 길을 내놓았다. 강천리에서 도리까지를 물을 막아 길을 내고, 양편으로 덤프트럭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곳은 멸종위기 2종 보호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집단서식지이다.

 

바위늪구비 습지는 하도내습지, 범람형배후습지, 하중도습지, 합류형습지, 사력퇴초본형습지, 사락퇴차단형습지 등 여러 형태의 습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생태적으로 안정된 곳이기 때문에 수많은 조류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주환경연합에서 몇 번의 싸움 끝에 지켜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미 모든 지역에 중장비가 들어차 있다.

 

강천보 현장주변

 

  
▲ 이호대교 부근 강천보 건설현장인 이호대교 부근. 중장비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 하주성
이호대교

 

깅천보가 건설 중인 이호대교 인근은 이미 모래와 자갈의 퇴적이, 이호대교 높이만큼 높이 올라 차 있다. 이호대교 위서부터 여주의 가장 아름답다는 금모래은모래까지 바닥이 송두리째 파헤쳐지고 있다. 여기저기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고, 강바닥의 암반 발파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이호대교에서 신륵사 방향으로 가다가보니 강을 건넌 덤프트럭들이 날라다가 쌓은 모래와 자갈더미에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다. 수석채취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아픔의 산물, 통한의 산물인 저 모래와 자갈의 퇴적더미에서 돈을 벌겠다고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 과연 강의 소중함이나 알고 있는 것일까?

 

  
▲ 금모래은모래 여강선원 뒤에서 바라다 본 금모래은모래. 남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밭을 갖고 있었다. 모두 다 파헤쳐지고 있다.
ⓒ 하주성
금모래은모래

 

여강선원에서 은모래금모래 쪽을 바라다본다. 중장비들이 흡사 공룡처럼 짐칸부분을 들고 서 있다. 그것이 무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득 발아래 모래톱을 들여다보니, 누군가 두꺼비집을 만들다 가버렸다. 채 완성이 안 된 두꺼비집. 모래밭에서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했는데, 이제 그 아이들은 다 가고 없다.

 

여강선원 뒤편 강물에 쳐진 오탁방지막. 그 밑으로 오리들이 유영을 한다. 오리 한 마리가 오탁방지막에 걸려 허우적거린다. 또 한 마리가 위로 오른다. 과연 저 부유물들이 생명을 지키는 오탁방지막일까?

 

  
▲ 두꺼비집 누군가 여강선원 뒤 모래에다 두꺼비집을 만들다가 갔다. 이런 놀이를 하던 모래밭이 다 사라지고 있다.
ⓒ 하주성
여강선원

  
▲ 오탁방지막 오리들이 오탁방지막에 걸려 허우적거린다.
ⓒ 하주성
오탁방지막

 

여주보와 이포보 현장주변

 

여주보 현장을 찾았다. 강바닥에 무수히 박힌 철제빔들. 그리고 산처럼 쌓인 모래와 자갈, 저 멀리까지 온통 장비들이 강을 헤집고 있다. 대신면 보통리쪽으로 향하다가 강둑길로 접어들었다. 바로 밑으로는 이미 강바닥을 다 파내고 평탄작업을 하고 있다. 

 

  
▲ 여주보 철제빔이 무수히 강바닥에 박히고, 저 멀리까지 온통 중장비로 강바닥을 도배를 한 듯하다
ⓒ 하주성
철제빔

 

양편을 평평하게 만들고 중앙은 깊이 파 요철을 낼 것이다. 저렇게 평평하게 만들면 물이 과연 깨끗해질까? 헛웃음만 터져나온다. 강바닥은 자연적으로 구비가 있고, 요철이 있어야 수생생물이 살 수가 있다. 그래야 생명 또한 이곳에서 살 수가 있다. 그리고 바닥에 모래와 자갈 등이 있어야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자정기능을 할 수 있다. 저렇게 다 퍼내고 평평하게 만든 바닥이 물을 깨끗이 한다니, 요즈음은 이런 개발을 찬성하는 학자들의 되지도 않는 학설도 씨가 먹히나 보다.

 

이포보 옆 높은 곳으로 올랐다. 이포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편 산 위에는 파사산성이 구불거리고 산을 누비고 있다. 아래서는 연신 굉음을 내며 중장비가 바닥의 돌을 깨어내고 있다. 떨어져 나간 커다란 돌덩어리들이 마치 내 살이 뭉텅 잘려나간 느낌이다. 아프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너무 많이 아프다.

 

  
▲ 이포보 이포대교 인근에 세워지는 이포보. 멀리 파사산성이 보인다.
ⓒ 하주성
이포보

  
▲ 채석 중장비가 하루 종일 돌을 깨고 있는 굉음이 시끄럽다. 아름다운 강바닥이 송두리채 찢겨 나가고 있다.
ⓒ 하주성
이포보

 

이렇게 갈가리 찢긴 남한강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 2010년 3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돌아본 남한강. 흥원창부터 이포교까지 그 아름답던 남한강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통한의 강이 되었다. 하연 속살을 다 내놓고 있는 남한강은, 그렇게 아픔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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