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밟으며,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 오르다
한강(漢江)은 강원도 태백시의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황해로 흘러가는 강이다. 한반도 중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한강은 옛 말로는 아리물 또는 아리수, 아리가람이라고도 불렀다. 1300리 514km를 흘러 황해로 흘러드는 한강. 그 발원지 검룡소를 찾아본다.
눈이 쌓인 오름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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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있는 안내소의 직원이 방명록을 펼쳐준다. '담배는 피울 수 없습니다. 지정된 오름 길 이외에는 생태보존을 위해서 딴 곳을 출입하시면 안됩니다. 쓰레기 등 오물을 남겨두시면 안됩니다' 등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안내소 밖까지 따라 나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검룡소 관리직원이 고맙기까지 하다.
안내소를 지나면 오름길 1.3km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좌측에는 커다란 선돌에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라고 쓰여 있다. 며칠 전 눈이 내려 아직 녹지가 않아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안내원의 말을 뒤로하며 천천히 오름길을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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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물. 그 맑음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오염되지 않은 곳을 흐르는 물길을 따라 검룡소 오름길을 따라 걷노라니, 마음속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잠시 물속을 들여다보니 개구리 알인 듯, 많은 알들이 물속에 보인다. 돌 틈을 흐르는 맑은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낸다. 세심교를 건너서니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나무들이 양옆으로 서 있다.
눈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발자국이 찍혀 있다. 저 멀리 검룡소로 오르는 나무다리가 보인다. 물이 흐르는 주변은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인해 하얗게 되었는데, 숲 속을 작은 짐승 하나가 소리를 내며 뛰어간다. 생태보존지역인 이곳은 이렇게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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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0톤의 물을 분출하는 검룡소
이곳은 한강 발원지로 1억 5천만 년전 백악기에 형성된 석회암동굴 소로써 하루 2000여 톤 가량의 지하수가 용출되고 수온은 사계절 9도C 정도이며, 암반주변 푸른물 이끼는 신비함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 금대봉을 시작으로 정선 영월 충주 양평 김포 등 평야와 산을 가로질러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를 지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를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514.4km의 장강이다. 천년 역사와 함께 흘러 온 한강은 지금도 민족의 산하와 대지를 적시며 5천만 국민의 생명수가 되는 겨레의 수맥이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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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교를 오르기 전 안내판에 적힌 글을 읽어본다. 맑은 물줄기가 바위틈을 흘러내린다. 얼마나 오랜 세월 그렇게 물을 맞으면서 이 돌들은 이곳에 있었을까? 크지 않은 물줄기가 흘러내리지만, 그 세월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돌들이 움푹 파여져 매끄럽게 변해 있기 때문이다. 소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주변 정리가 되어있다. 1986년 태백시와 태백문화원이 주변 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목조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검룡소. 그 물의 맑음이 세상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생명의 근원인 물, 그렇게 더럽혀야 할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하루 2천 톤이나 되는 물을 용출하는 검룡소의 물이 솟는 곳은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 마치 그저 고여 있어 평온한 듯한 느낌이다. 물 흐름이 시작되는 경사진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아니라면, 이곳에서 물이 용출되는 것조차 알 수 없는 정도이다. 이것이 우리 민족일까? 그렇게 나대지 않고 속으로 고요함을 간직한 것이. 이 검룡소의 솟아오르는 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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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우리에게 흔들림 없는 세상, 소리 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라고 일깨우는 것만 같다. 온 나라의 강들이 중장비의 소음으로 시끄러운데, 정작 이 발원지인 검룡소의 솟아나는 물은 소리조차 없다. 그렇게 물은 소리 없이 흐르며 생명의 근원이 되었던 것이다. 검룡소 주변 바위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그 위에 짐승들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물을 먹으러 들어간 발자국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이 땅의 생명들이 이 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검룡소 밑으로 흐르는 물을 손으로 떠서 한 모금 마셔본다. 목을 타고 흘러드는 물이 머리까지 상쾌하게 만든다. 이 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시며 살았을까? 오늘 이곳에 와서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저 아래 황해로 흘러들어갈 때까지, 이렇게 맑은 물을 먹었었다고 하는데, 이제 찢기고 파헤쳐진 물길로 인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이곳에 서있는 것조차 부끄럽다. 그 아래 물길을 지켜내지 못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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