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곳

화려한 색채 속에 감추어진 작가의 내면세계

가을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한다는 것이 왠지 조금은 불편할 듯도 하다. 그럴 때 찾아가는 곳은 역시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기분전환이 되는 전시회나 공연장 등이 제격이다. 27일 오후 비를 맞으며 찾아간 김은정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에는 사람의 인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빗속을 걸어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갤러리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북수동에 자리한 대안공간 눈의 1전시실과 2전시실을 돌아보아도 사람이라고는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사람이 없을 때는 그저 자세를 편하게 하고 모처럼 나만의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빗길에서 전시회를 찾아온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면서 도시를 동경했고, 도시에 살 때에는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 자연을 이상향으로 여겼다. 하지만 내가 여겼던 이상향은 이미 내가 살기도 했고, 또 꿈꾸는 대상이기도 했다. 이상적이면서 현실에 존재하기도, 동시에 그렇지 않기도 한 형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같은 곳이라도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 같은 사건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김은정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대체 작가가 생각하는 도시와 시골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작가는 그런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에 존재하기도 한 자신만의 이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그림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서울과 춘천 등에서 주로 활동한 작가

김은정 작가의 개인전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5년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Dream in Reality”전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인 셈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은정 작가는 그동안 주로 단체전 등에서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동안 14회 정도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은정 작가는 주로 활동무대가 서울과 춘천 등이었다.

“나는 실제 풍경과 내면의 풍경을 화면 위에서 조합하여 혼재된 가상의 풍경을 만든다. 하나의 공간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고, 경험에 따라 개개인에게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다. 그 곳에 공존하는 다수의 심리적인 공간에 관심이 갔고 그것을 평면의 회화 안에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 김은정의 그림은 혼돈이다. 그런가하면 그 안에서 질서를 만날 수도 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점점 그 안으로 빠져들게 되고 깊은 나락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도 든다. 도대체 작가의 ‘내면의 풍경’을 찾을 수 없겠다고 포기를 할 정도가 되었을 때 작가의 그림 속에서 무엇인가가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충돌과 중첩에서 작가의 내면을 찾을 수 있어

“실제의 풍경, 또는 사건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생기는 감정을 추상적인 표현으로 나타내고 그 안에서 레이어가 파생된다. 이미지와 공간, 표현 등이 충돌하고 중첩되면서 그 사이에 부유하는 새로운 감각과 이야기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주고자 한다”

작가 김은정이 그림 속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그림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내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을 관람하면서 자아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이 그림들이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가 보다. 그렇게 한참이나 그림을 꿰뚫어보다가 문득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그림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작품은 작가의 산물이다. 하지만 그 작품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온전히 관람자의 몫이다. 하기에 그 작품을 작가가 의도한 대로 느낄 수는 없을 듯하다. 김은정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외적인 것까지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것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제한된 시각이지만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혼자 조용히 감상하는 비 오는 날의 미술관 관람이야말로 최고의 힐링이 아닌가 생각한다.

29일과 30일 팔달구청 등 다양한 무대마련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수원시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매년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재는 올해 정조대왕의 화성 축성 220년을 기념하기 위해 옛 능행차를 재현하는 일로부터 능행차 중 정조대왕이 국권과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실시한 군사훈련인 야조 등이 재현된다. 이와는 별도로 9월 30일에 팔달구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30일 지동교에서는 수원문화재단이 마련하는 K-세일 페스티벌 개막식을 지동교에 마련한 특설무대에서 열 예정이다. 소식에 의하면 이날 출연진 중에는 K-Pop의 그룹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동교 특설무대와 남문시장 일원에서는 9월 29일부터 10월 9일까지 연이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팔달구청도 ‘2016 팔달어울림 한마당’ 열어

팔달구청도 9월 30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팔달구청 앞뜰인 수원화성박물관 야외공연장에서 ‘2016팔달어울림 한마당’을 연다. 이날은 가수 추가열과 한서경 등이 출연할 계획이다.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를 부른 추가열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가수이다. ‘내사랑’ ‘낭랑18세’ 등을 부른 가수 한서경 역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태익 밴드가 무대에 오르며 팔달여성합창단, 미스채플린, 수원시립합창단, B보이 그룹인 킹즈벨리, 청소년 댄스팀 X둥이 다양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이날은 가까운 지동교에서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K세일의 전야제가 마련되어 있어 관객들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저희들도 지동교 행사와 중복되는 것을 피하려고 일부러 시장거리축제가 시작되는 10월 1일 하루 전인 9월 30일로 날짜를 잡았는데 그날 개막제를 연다고 합니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지동교에 모이는 인파와 저희 팔달구청 앞에 모이는 인파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선호하는 가수가 다르기 때문이죠”

팔달구청 용한수 행정지원과장은 같은 날 행사를 갖게 되어 관객동원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추가열이나 한서경 등 가수들의 팬 층이 두터울 것이라고 하면서 아무래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한다.

29일 “행궁동 孝 한마당 잔치”도 열어

30일 오후 2시부터는 못골종합시장 입구에 마련한 무대에서 못골종합시장이 주관하는 무대개막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이날 공연에는 못골시장이 자랑하는 줌마불평합창단과 동아리 등도 출연한다. 지동교 일대가 들썩일 30일 하루 전인 29일에는 K세일파스타 인 수원의 전야제가 자동교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29일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대강당에서는 행궁동 주민자치회가 주관하고 행궁동 14개 단체가 후원하는 ‘2016 행궁동 孝 한마당 잔치’가 10시 30분부터 열릴 예정이다. ‘어르신 백세인생 즐겁다고 전해라’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행궁동 효 한마당 잔치 역시 다양한 즐길거리로 마련되었다고 한다.

9월 29일부터 팔달구 일원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지동교 일원에서 열리는 K세일 페스티벌부터 팔달구청이 마련한 팔달어울림 한마당, 팔달문 거리축제인 한복맵시선발대회, 시민가요제, 대학가요제와 수원화성문화재 등이 날마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지동교 일원의 행사는 날마다 경품 및 보물찾기 등을 마련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배가시키겠다고 한다.

9월 29일부터 무르익은 가을날씨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축제들. 가족들과 함께 참여해 즐겨도 좋고 이웃과 함께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도 있다. 수원인근에 사는 지인이나 친지들과도 함께 참여하면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가을의 풍성함만큼이나 다양한 팔달구 일원의 다양한 행사. 때를 맞춰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즐기기를 바란다.

제18회 운학 이동안 전통춤 ‘박경현의 舞“

재인청 춤. 수많은 재인들이 춤을 추어왔고 그 춤을 배우기 위한 습학으로 많은 어린 학동들이 땀을 흘렸을 것이다. 한 때 전국에 4만여명이나 되는 재인들을 관활하고 있던 경기재인청에는 많은 기에능인들이 모여 있었다. 어린 14세의 나이로 그런 재능에 빠져 가출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재능을 익힌 이가 바로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이다.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의 보유자였지만 그보다도 춤에 더 많은 업적을 쌓은 예인이다. 90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많은 춤 제자를 키워낸 선생의 노력으로 자칫 사라질 수도 있었던 경기재인청의 많은 춤들이 오롯이 보존될 수 있었고 지금도 각처에서 선생의 문하생들이 재인청 춤을 지켜가고 있다.

10일 오후 7시 수원시 제2야외음악당에서는 기념할만한 춤판이 벌어졌다. ‘제18회 故 운학 이동안 선생 전통춤'인 “박경현의 舞”가 열린 것이다. 스텝을 포함해 50여명의 출연진이 참여한 박경현의 춤 무대는 1시간 30분 동안 무대 앞에 모인 500여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인청 춤의 멋과 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인청 춤을 전승에 남다른 노력으로 일관

박경현 선생은 오직 스승인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의 재인청 춤을 보존하고 전승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전통예술인이다. 벌써 18년 째 운학 이동안 전통무용보존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매년 한 차례씩 잊지 않고 스승의 춤으로 판을 벌려 재인청 춤을 세간에 소개하고 전승, 보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젠 나이가 먹어 무대에서 뛴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나마 제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혼자 힘으로는 버겁기도 하고요”

벌서 춤을 추어온 세월이 까마득하다. 오직 재인청 춤을 지키고 보존하겠다는 박경현 회장의 마음을 무대에서 읽을 수 있다. 유치부 어린이부터 아이를 둔 주부들까지 함께 만들어 가는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쭙잖은 재인청 춤이라고 추어대는 무대와는 그 짜임새나 규모가 다르다. 하기에 춤을 추는 이도, 소리를 하는 이도, 그리고 반주를 하는 이들도 언제나 이 판을 좋아하고 즐기게 된다.

이제는 춤을 추기가 버겁다는 박경현 회장의 말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동안 숱한 세월 많은 난관을 거치면서도 스승의 춤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일부나마 알기 때문이다. 그런 재인의 마음은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해지는 것일까? 한 시간 30분 동안 객석을 떠나는 이들이 없이 초가을 밤의 무대는 점점 추임새가 높아져만 갔다.

한 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신명의 무대

오직 스승의 춤을 지켜내겠다는 일념으로 살아 온 박경현 회장의 노력 때문인지 무대는 늘 다양한 연령층의 제자들이 함께 꾸며간다. 그 중에는 대를 이어 이동안 전통춤을 이어가도 있는 딸 신나리가 있다. 어머니의 춤 세계를 이어받고 있는 신나리는 무대가 꾸며질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어머니를 돕고 있기도 하다.

승전무, 진쇠춤, 승무, 부채산조,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검무, 부채춤, 팔박수건춤, 진도북춤, 가야금병창 및 경기민요, 아리랑 등 11개 종목을 무대에 올린 이번 “박경현의 舞”는 초가을 밤을 흥으로 넘치게 하는 신명의 무대였다. 직접 무대에 올라 스승의 춤을 추는 박경현 선생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이 춤을 지켜 온 박경현 회장에게 감사를 넘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족하지만 여러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꾸준히 연습하며 준비한 <운학 이동안 전통춤 보존회> 2016년 춤판은 우리 전통춤 사위에서 배어나오는 멋과 깊이를 겉모습뿐이 아닌 춤꾼의 삶 자체를 진솔하게 표현하여 한다”는 말대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매해 춤판을 이어가고 있는 박경현 회장과 보존회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팔달구청 2, 3층 복도에서 10월 31일까지 전시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팔달구청이 열고 있는 문화갤러리가 8일부터 청사 2층과 3층 복도 양측에 전시를 마련했다. 10월 31일까지 2개월간 열리는 문화갤러리는 이부강 작가의 ‘Trace Layers'전으로 회화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팔달구청을 찾아오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작가 이부강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전공을 했으며 2015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개관초대전과 홍익아트꼬뮨 정기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등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부강 작가는 그동안 2014년 수원 행궁동 대안공간 눈에서 개인전과 1989년부터 수차례의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작품들을 전시하지만 저희들은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라 말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구청에 볼일을 보러 오셨다가 그림을 구경하시는 분들은 좋다고 칭찬을 하십니다. 구청에 와서 좋은 그림을 관람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요”

팔달구청 관계자는 구청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면서 “구청을 개관하고 난 후 수차례 전시를 열기도 했지만 구민들이 찾아와 수준 높은 전시회를 열어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할 때마다 뿌듯하다고 한다.

평론가의 평론에서 보이는 작가 이부강 세계

평론가 김성호는 이부강의 작품에 대해서 “이부강의 작품은 흔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작가와 내밀한 개인 소사이기도 하거니와 동질의 의식을 함유하는 공동체의 서사이기도 하다. 이부강은 확인할 수 없는 시공간의 흔적을 찾아 그것을 회화로 재구성한다.”라고 하면서

“그것은 파편적인 개인사인 동시에 보편적인 한 집단의 총체적 역사가 되기도 한다. 그는 누군가가 남긴 시간의 지층이나 흔적에 대한 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이러한 흔적들을 찾아 나선다”고 했다.

또한 평론에서 “작가 이부강에게 있어 퇴락한 시간의 지층이 드러난 회화적 표면은 작가 자신의 내적 감정을 드러내는 기제이다”라면서 “그에게는 조형적 구성의 문제보다는 조형적 표현의 미학이 더욱 중요하게 간주된다”고 했다.

시간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이부강의 작품세계

이부강의 작품들을 돌아보면서 놀라운 것은 어릴 적 흔히 보아오던 풍경들이 그림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허름한 판잣집의 지붕들을 날마다 보면서 보냈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퇴색한 빛 같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내면서 이부강이라는 작가의 면면이 궁금해진다.

이부강 작가는 해체된 것들을 모아 기억의 흔적을 복원하고 이내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해체하는 일련의 구축과 해체를 반복적으로 통해서 시간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 속에서 그것을 보는 이들의 기억도 함께 해체되고 다시 모으는 작업이 머릿속에서 이루어 질 것만 같다.

“오늘 구청에 와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팔달구청이 구민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저 구청 복도벽면만 본다면 의미가 없을 텐데 이렇게 갤러리화 시켜 전시도 하고 쉴 공간도 아름답게 꾸며 놓아 가끔 지인들이 수원에 찾아오면 구청으로 와서 관람을 함께 하고는 합니다. 다들 좋아라 하더라구요”

3층 복도에서 만난 시민 조아무개(여)씨는 인계동에서 일을 보러 왔다고 하면서 일을 보는 도중 잠시 틈을 내어 미술전을 관람하고 있다면서 팔달구청 관계자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수원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팔달구는 수원화성과 행궁, 수원화성박물관과 미술관, 전통시장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이런 많은 볼거리가 있는 팔달구가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알 수 있는 정보 안내지를 발행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다. 모처럼 좋은 미술전과 주변의 많은 볼거리. 수원을 찾는 이들이 즐거움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궁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한성휘 전’

“저희동네는 주민센터가 갤러리예요. 주민센터에 일을 보러 오면 저절로 힐링이 되죠. 시간이 날 때나 전시작품이 바뀌면 주민센터에 와서 관람을 하곤 해요. 아마 이런 동네는 저희 행궁동 밖에 없을 것 같아요”

팔달구 행궁동(동장 이장호)에서 만난 주민 한 사람이 하는 말이다. 행궁동 주민센터에는 갤러리가 있다. ‘정월 행궁나라’라고 이름을 붙인 갤러리는 행궁동 주민센터 1층 민원실 벽면이다. 주민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좌측 벽면과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양편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7일 찾아간 행궁동 주민센터에는 한성휘 전(展)인 ‘행복한 웃음꽃’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벽면에는 작가 한성휘의 작품들이 나란히 걸려있다. 화려한 채색을 입힌 객종 꽃들이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바라다만 보아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는 주민들의 말처럼 기분이 상쾌해진다. 세상에 꽃을 보면서 화를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궁나라 초대전으로 열리는 한성휘 작가의 화려한 작품들을 찬찬히 둘러본다.

화려한 채색이 눈길을 끄는 ‘행복한 웃음꽃’

한성휘 작가의 ‘행복한 웃음꽃’은 바라만 보아도 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림을 보고 행복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세상살이에 감정에 메말라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저 보고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적은 없었던 것만 같다,

그런데 행궁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한성휘 작가의 그림들은 지금까지 보아오던 그림들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한 마디로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조금 가신 이 가을 초입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즐거움이다. 그림 하나가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전시된 작품들이 화려한 채색을 했기 때문은 아니다. 딱히 무엇인가 꼬집어 표현할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흐른다. 한성휘 작가는 경원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면서 수원미술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또한 나혜석미술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화려한 오방색(五方色)으로 표현한 행복

한성휘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 것은 채색이 화려한 오방색을 이용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민속을 연구하는 나로서는 그 오방색이 눈에 띠였을 테고 그 색감에서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양한 채색을 입힌 꽃그림들이 더 마음을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흰 화선지를 떠나 낙서하고픈 하얀벽으로, 붓을 떠나 조각필로, 묵(墨)을 떠나 모노톤보다 화려한 오방색을 생감있고 해학적인 우리의 옛그림 민화를 접하면서 민화를 모티브로 현대적 감각에 맞게 붓 대신 조각필로 선을 파고 다시 그 선을 황토로 메우는 상감기법으로 외곽선을 두르고 입체감과 민화느낌의 마티에르기법을 표현하였다”

한성휘 작가는 화려한 마티에르기법을 인용하였다고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또한 상감기법과 오방색의 활용이 옛 민화에서 만난 느낌으로 재구성하였다는 것이다. 내가 한성휘 작가의 그림을 보고 그저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 것은 바로 민화와 상감기법의 화려함을 그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9월 30일까지 행궁동 주민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한성휘 작가의 ‘행복한 웃음꽃’ 전. 그저 찾아가만 보아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개인전에서 작고 순박한 우리의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