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다음 뷰 관계자와 무슨 관계있어요?”


아침나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아우녀석의 전화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아니 그러기 전에야 어째 다음 뷰 베스트가 몽땅 형님 글이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모르겠거든 가서 봐요 문화베스트 23개 글 중에 형님 글이 21개나 되네요.”

“설마, 이 사람아”

“참 안 믿어주네. 가서 보라니까요”

 


다음 뷰로 가서 문화베스트 글을 보았더니, 정말 아우 녀석의 말대로다. 순간 생각을 해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그러고 나서 참으로 마음이 착잡해진다. 문화면에 이렇게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래도 나름대로 꽤 많은 블로거들이 문화에 글을 송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문화에 대한 글을 안 쓰는 이유는?


이런 현상은 내가 글을 잘 써서는 아니다. 예전에는 나 역시 베스트에 선정되는 경우가 일 주일에 한 두 번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 그래도 나이 먹은 사람이 열심히 답사를 다니는 것이 안되 보였는지, 꽤 많이 베스트로 선정이 된다. 아마 하루도 안 거르고 송고를 하고 있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착잡한 마음이 든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레도 많은 분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글을 썼는데, 언제부터인가 문화에 송고되는 글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문화쪽에서 그래도 상위에 있던 블로거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옮겨갔다. 어느 분은 여행으로, 어느 분은 드라마로, 또 어느 분은 요리로.

 

 

예전에는 그 많던 문화 블로거님들이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딴 것은 몰라도 나와 같이 문화재나 전통문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일이 발품을 팔아 글을 써야한다. 바로 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답사를 하기가 수울하지가 않다. 우선은 물질적으로 많은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묵묵히 걷는 걸음, 이젠 버겁다


요즈음은 하루 종일 뷰에 송고된 글을 보아도, 하루에 불과 10여 편 정도의 문화재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또한 카테고리가 세분화 되다보니, 딴 종목으로 나누어진 탓도 있다. 누구 말마따나 돈도 안되는 문화재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경비를 써가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솔직히 버겁기도 하다.

 


술자리에 가면 가끔은 친구들이나 아우 녀석들이 한 마디씩 한다. “돈 안되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 문화재에 대한 글 집어치우지 그러냐?”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들의 말이 백번 옳다. 아무리 줄기차게 써보지만 몇 사람 찾아오지도 않는다. 문화재가 메인에 뜨는 일은 전혀 없다. 그러다가 보면 열심히 쓴 노력에 비해서는, 대가가 아예 없다고 보아야만 한다.


그런들 어쩌랴. 나하고의 약속인 것을. 걸음을 땔 수 있을 때까지는 답사를 하겠다고 했다. 한 사람이 찾아와도 글을 쓰겠다고 했다. 돈이 안되도 그만이라고 했다. 그저 날이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약속을 저버릴 수가 없다. 아마 다음 뷰 관계자들도 그것 때문에 베스트로 선정을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 나에게 욕심이 있다면, 더 많은 블로거님들이 우리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슬슬 지쳐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을 한다. 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답사를 하고 글을 올린다면, 그저 슬며시 빠져나가 술 한 잔 마시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에어컨도 없는 의원실에서 만난 경기도의회 최재연 의원

 

경기도의회 3층. 비교섭단체 의원실은, 의회 3층 브리핑실 맞은편에 자리한다. 말이 좋아 브리핑실 맞은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3층의 맨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옆 계단통로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창가에 늘어놓은 종이컵 안에 꽁초가 그득해, 문만 열어도 담배냄새가 나는 곳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없다. 그래도 같은 도의원인데 이곳은 완전히 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딴 방에는 더운 날씨에 들어가도 찬 냉기가 싸늘한데, 이곳은 그 흔한 에어컨 한 대가 없다. 후텁지근한 실내, 그리고 안내를 하는 직원 한명도 없다. 딴 교섭단체 의원들이 있는 곳과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같은 도의원인데, 참 이러고도 동료라는 말을 할까? 말만 시작하면 ‘동료의원’을 찾는 분들의 속내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과연 동료의원으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이 비교섭단체 의원실(직원도 에어컨도 없이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 최재연(고양, 39세) 의원을 만났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위원들의 위원장 자리 배정을 놓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어서이다.

 

“이 비교섭단체 의원실은 직원도 한 명 없네요?”

“처음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직원도 빠져버렸어요”

“에어컨도 하나 없네요?”

“비교섭단체는 힘이 없으니까요”

 

자리싸움이 아닌 당연한 요구인데

 

최재연 의원은 7명의 자치적인 교육위원들이 교육위원장 자리를 놓고, 단식농성을 하는 경기도의회 1층 라비에 있었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비교섭단체 의원실로 자리를 옮겨 응했다.

 

- 교육위원들의 농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칫 언론이나 밖에는 자리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의회기관이 통폐합되고 나서, 교육분야에 대한 자주성과 전문성이 무참하게 짓밟힌데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위원장은 당연히 교육전문가가 맡아야 된다는 것이고, 또한 교섭단체들과 함께 의논을 한 비교섭단체 10% 몫으로도 교육위원장 자리는 양보했어야만 했다.(경기도 의회에는 진보신당 5명, 무소속 1명, 교육위원 7명 등 13명으로 10%의 비교섭단체 의원이 있다) 그러한 것이 교섭단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의사표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칫 이 농성을 자리싸움으로 몰아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 비교섭단체 의원님으로서는 의정활동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임위에 들어가도 일을 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지난 전기 의정활동을 하면서 예결위에서 활동을 했지만, 전체 생각을 알 수 없으니 그저 정해진 것을 통보받는 것으로 마친 듯하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비주류의 생각은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그래도 열심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주류의 의사도 반영시킬 수가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 후반기 의정활동은 어느 상임위에서 활동을 하고 싶으신지?

나는 원래 건축이 전공이다. 하기에 도시환경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상임위를 신청할 때 1순위를 도시환경위에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교섭단체들이 자신들의 상임위 배정을 다 해놓고(교육위원 7명은 당연직 교육위원회), 남은 자리를 배정한다. 그저 의장이 어느 위원회로 배정을 하는가에 따라 상임위가 결정이 된다.

 

- 의정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아무래도 아이가 어리다가 보니 1박 2일로 현장을 나갈 때면 빠질 수밖에 없는데. 남자 분들은 그런 고충을 모르니까 그러려면 무엇 하러 의원을 하느냐고 핀잔을 줄 때가 가장 부담스럽다. 아마 아이에게도 그렇고 현재는 빵점짜리 주부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고충을 좀 이해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외에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에 전념을 하고 있다.

 

 

-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을만들기 사업과 작은도서관 지원조례 등은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발전시키고 싶다. 그리고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동성애자 인권조례와 대안학교 지원에 대한 정책 등은 더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특히 대안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중점적으로 개혁해 나갈 생각이다.

 

무슨 질문을 하든지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이야기를 하는 최재연의원.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5분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언제나 외지고 남들이 찾지 않은 곳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팔당유기농산지 역사성 살리는 대책 논의를’(2010, 10, 5), ‘팔당 유기농단지 관련 도 대책마련 촉구’(2010, 12, 21), ‘도내 뉴타운사업 근본적인 재검토 마련 촉구’(2011, 3, 18), ‘장애인 이동권 보장 관련’(2011, 9, 19), ‘마을만들기 사업 관련’(2012, 5, 15) 등이다.

 

 

최재연 의원의 앞으로의 의정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어려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경기도 의회 최재연 의원. 인사를 할 때 받은 명함을 본다. 그 명함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정든 은평구를 떠나다.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공과대학 건축학과에서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다.

MBC 느낌표 기적의 도서관 설계담당을 하며 문화를 만나다.

Paris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며 도시와 문화의 만남을 목격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며 진보정치운동에 빠지다.

8년 전 좋은 교육과 좋은 세상을 주고 싶은 아들을 만나다.

2011년 경기도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를 발의, 제정하다.

 

(주) 이 기사를 '정치'로 송고를 하지 않고 '문화'로 송고한 것은, 정치적인 면 보다는 도시문화나 생활문화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싶어서입니다. 

한 마디로 공무원이 왜 필요한 것일까? 공무원이란 공무를 보는 사람을 뜻한다. 그 ‘공무(公務)’란 뜻은 숨김없이 드러내 놓고 일을 보는 사람, 혹은 공적인 일을 보는 사람을 말한다. 그 공적인 일이라는 것은 지역을 위해, 혹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단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통칠 공무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공무원들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지역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공무원이 아닌 ‘공무원(空無員)’이란 이야기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리만 채우고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풀이하면 된다.

 

국가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한 호우 시 매뉴얼

 

집중호우로 피해당한 시민 발만 ‘동동’ 굴러

 

7월 6일 경기지역을 강타한 폭우는 30년 만에, 혹은 40년 만에 내린 호우였다고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몇 년 만에’라는 수식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 듯하다. ‘104년 만에 가뭄’ 혹은 ‘14년 만에 호우’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한다. 어찌 그리 몇 년 만에를 잘 알고 있는 것인지.

 

그는 그렇다고 치고 6일에 내린 경기지역의 집중호우는 안산, 광주, 시흥, 수원, 의왕 등에 300mm가 넘는 비를 퍼부었다. 이 비로 인해 경기도내에 729가구가 물에 잠기고 3천ha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잇따른 피해 신고로 법석을 떨기도 했다.

 

이 날 6시께 화성시 송산면 중송리에 사는 홍아무개씨(남, 50세)는 집 주변의 신축공사장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자신의 주택 담장과 포도밭 등을 덮치는 수해를 입었다. 홍씨는 바로 면과 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업무시간이 지났다. 담당자가 없어서 처리를 해 줄 수 없다’라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폭우로 인해 토사는 집안으로 밀려들었고, 하수구가 막혀 빗물이 집안으로 까지 흘러들었다는 것.

 

홍씨는 재차 급박한 상황임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똑 같았다는 것이다. 결국 사고가 발생한지 4시간이 지나서인 오전 10시 30분께야 시청 직원 한 명이 둘러보고 갔으며, 오후까지도 복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한 호우 시 매뉴얼

 

매뉴얼은 아예 모르쇠?

 

국가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한 호우 시 매뉴얼을 보면, 도시지역에서는 저지대·상습침수지역 등 재해위험지구 주민대피 준비, 노후가옥, 위험축대 등 시설물 점검 및 감시, 고압전선 접근금지, 옥 내외 전기수리 금지, 각종 행사장 안전조치, 고속도로 이용차량 감속 운행, 뇌우 시 저지대 또는 인근 가옥으로 대피, 배수문 및 양수기 점검 등에 유의할 것을 알리고 있다.

 

또한 농촌지역일 경우에는 안전대책 요령은 도시지역과 행동요령과 동일하지만, 그 외에도 농작물 보호와 용·배수로 정비, 소하천 및 봇물, 뚝 정비와 산간계곡의 야영객 대피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시의 경우에는 이런 안전수칙조차 모르쇠로 일관하고, ‘근무시간이 아니다’, ‘담당자가 없다’로 일관한 것이다.

 

주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아니었나?이번 비에 피해를 당한 홍씨는 “지난해 공사장을 짓는다며 공사장 아래에 사는 주민들과는 아무 상의 없이 뒷산에 있던 나무를 베어내고 토사를 옮겨 놓더니, 이번에 내린 집중호우로 토사들이 쓸려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통이 터지는 것은, 다급하게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한 마디로 묵살을 한 당직 공무원의 태도이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신고 방관 사례는 시와 소방서, 한전 등에서도 이루어졌다. 황계동에서도 주택 10여 채가 침수가 되면서 단전사태까지 벌어 졌지만, 시와 소방서, 한전 등에서 신고를 받고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9일 전화로 확인한 결과 아직도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람들 오늘도 두 명이 나와서 사진을 찍어갔어요. 매일 나와서 똑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갑니다. 그래서 이제는 신경도 쓰질 않아요. 믿음이 가질 않기 때문이죠.”

 

만일 이러한 산사태가 날 경유 자칫 주민들의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신고를 받고도 늑장 대처를 한 행정당국과 모르쇠로 일관한 공무원은 어떤 해명을 해도 핑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공무원(空無員)’이 아닌 제대로 주민들을 섬길 줄 아는 공직사회가 그래서 그립다는 것이다.

남들은 산에 산삼을 캐러 간다고 하면, 은근히 기대를 겁니다. 물론 운이 좋은 날은 조복삼일 망정 많게는 5구짜리를 합해 10뿌리 정도는 캐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날나다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은 며칠을 산을 뒤져보아도, 가방에 아무 것도 없이 빈 가방일 때도 상당히 많습니다.

 

어제(토)와 오늘(일), 이틀 동안 산행을 한 시간이 다 합해서 12시간 정도는 될 듯합니다. 날도 덮고 그동안의 산행과는 다르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집중 호우로 계곡의 돌들이 구르고 산이 무너져 내려 조금만 잘 못 딛어도 그냥 흙과 함께 미끄러지기 일쑤이고, 무릎이고 이마고 팔이고 성한 곳이 한 곳도 없을 정도입니다.

 

이틀 간의 산행에서 만난 산삼

 

그래도 빈손은 아니잖아

 

정말 엄청 힘든 산생이었습니다. 제가 산삼을 캐러 다니는 것은, 꼭 산삼을 캐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산에 가서 힘든 비탈과 계곡, 깔딱 고개 같은 비탈을 다니다가 보면, 일반 등산로를 따라 걷는 것의 몇 배 더 체력적으로 소모가 된다고 합니다. 날인 덮고 수풀 속으로 돌아다니니 긴팔을 입고, 목까지 완전히 방비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산모기와 날파리 등살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비가 온 후라 산 속에 풀은 왜 그리 많이 우거졌는지, 조금만 길을 잘못 들어도 가시덤불 숲에서 헤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오늘 산생은 몇 시간을 헤맨 끝에 겨우 2구짜리 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캐고 보니 이 삼이 적은 것은 압니다. 굵기도 칫솔 정도인 것이 나름 꽤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오후 산행에서 캔 더덕 한 뿌리. 뇌두 부분에 있는 작은 더덕과 비교하면 굵기를 알만하다

 

오후 산행에서 초주검이 되다

 

점심을 먹고 다시 시작한 산행. 돌이 제 자리를 잃은 계곡을 따라 오른다는 것은 정말 죽을 맛입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헤맨 끝에 발견한 더덕 한 뿌리. 조심스럽게 흙을 걷어내고 캐어보니, 대박입니다. 아마 20년은 족히 넘은 듯합니다. 길이도 20cm 정도입니다. 그렇게 12시간의 산행에서 얻은 것이 더덕 한 뿌리와, 2구짜리 산삼 한 뿌리입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개고생을 하고 얻은 것이 없다’라고 할만 하죠. 하지만 나는 전문 심마니도 아니고, 그저 캐면 좋고 못 캐도 무관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30도가 넘는 더위에 왜 산을 가느냐고요. 산에 가서 땀을 흘린 후 계곡 물을 마시고, 세족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왜 개고생을 하는 것인지.

 

산 삼의 굵기는 칫솔의 손잡이와 비슷하다

 

내 몸 안에 세속의 찌꺼기를 걷어내는 산행

 

일주일 동안 술 마시고 사람들과 아웅다웅하고, 살다보니 남에게 못된 말도 해야 하고, 이렇게 산다는 것은 참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산에 가서 마음껏 땀을 흘려, 몸 안에 있는 세속의 찌꺼기를 내버리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 산삼이라도 몇 뿌리 캐면,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기분 좋은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난 뒤 보는 사람이 없는 계곡에서, 암반 위를 흐르는 깨끗한 물에 발이라도 담구고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기분을 말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더욱 산에 가면 먹을 것이 참 많습니다. 100% 자연산이죠. 더구나 그 위에는 집도 축사도 없는 곳이라, 오렴이라고는 될 수 없는 곳이죠.

 

더덕의 길이는 밥 주걱의 길이와 흡사하다

 

그런 곳에서 산딸기라도 만나면 정말 신선한 것들을 마음껏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는 것이죠. 자연인 인간이 되고 싶어,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캐면 좋고, 못 캐도 서운하지 않은 산행이죠. 말로는 산삼을 캔다고 하지만, 산삼이 어디 동네마다 널린 인삼과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이틀 동안 12시간의 산행 후리 많이 지쳐있습니다. 땀에 젖은 빨래 세탁하고, 시원하게 찬물에 샤워라고 한 후 잠을 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는 것에 감사를 하면서.

 

산행으로 부은 발을 찬 계곡 물에 세족을 하면서 세상의 찌든 때를 씻어낸다

참 사람들은 이상하다. 아침 일찍 나가서 하루 종일 취재를 하고 돌아다니다가 보면, 매일 밤이 늦어서야 집엘 들어온다. 하기에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또 바로 이웃에 여자보다 살림을 더 잘하는 아우가 살고 있어, 아침과 저녁은 아우네 집에서 해결하는 일이 잦다. 잦다고 하기보다는 거의 매일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다가 보니 이것저것 집에 사다놓을 수가 없다. 물이야 정수기가 있으니 별 걱정은 하지 않는다. 또한 집에 들어와도 혼자서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으니, 딱히 술안주 등을 해 먹을 준비를 할 필요도 없다. 예전부터 술은 밖에서만 먹는 것으로 생활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한 두 달이 지나도 아예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냉장고가 있는 주방 모습이다. 집이 사각형이 아니라 주방이 조금 이상하게 생겼다.  

 

왜 냉장고에 관심들이 많을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가급적이면 밖에 나가 돌아다니지를 않는 성격이다. 거의 일 년의 거의 다를 답사와 취재로 돌아다니다가 보면, 쉬는 날은 집에서 이런저런 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에는 일 년이 가야 몇 사람 오지를 않는다. 더구나 여자가 집안에 들어오는 일이 없다. 다만 신문사 기자들이 가끔 볼일을 보기위해 들리고는 한다. 그렇다고 집에서 술이라도 한 잔 하는 일은 없다. 그저 차 한 잔 마시면 그만이다.

 

그런데 꼭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누구나 집에 오면 냉장고 문을 한 번씩 열어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가 냉장고 속에 여자라도 감추어 두고 사는 줄 아는지. 혼자 생활을 하다가 보니 냉장고가 클 필요가 없다. 하기에 그 안에 절대 사람은 집어 넣을 수가 없다는 것.

 

 맨 위 냉동고 칸에는 더위를 많이 타기에 빙과류 등이 있고, 냉장칸 위에는 반찬이 있다.  

 

“왜들 오기만 하면 냉장고를 열어보는 것이여?”

“아뇨 댁에서는 술 안 드신다고 하는데, 냉장고에 술이 있네요.”

“그거 몇 달째 저러고 있는 것이여”

“그런데 집에서 누가 살림해 주시는 분 있는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여?”

“아니 냉장고 속이 어째 이렇게 깨끗해요?”

“밥을 안 해 먹으니까 그런가보지”

 

 

참치와 소시지 등은 가끔 반찬을 할 때나 찌개를 끓일 때 사용한다. 하지만 일주일을 지나지 않는다. 아래 보이는 맥주는 벌써 넣어둔지 5개월을 됨직하다. 이것이 냉장고 안에 든 전체이다.

 

늘 그대로인 냉장고 속. 보니까 속 시원해

 

별 질문을 다한다. 아니 냉장고 속이 깨끗하면 그만큼 살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집안에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사람들은 참 생각하는 것들이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다 자신의 주관대로 생각을 하는가 보다.

 

전에도 한 번 어느 분이 ‘자료 정리 잘하는 온누리님 냉장고 속은 어떨까?’라고 한 적이 있다. 거 참 이상하다. 자료야 내가 날마다 사용하고 필요한 것이니까, 당연히 정리가 잘 되어있다. 그런데 그것하고 냉장고 속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냉장고야 사람이 먹고사는 음식을 저장하는 곳이니, 당연히 자료가 있는 곳 하고는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개한 김에 아주 다해버리자. 나머지 방 하나는 옷을 정리한 방이다. 그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다. 정면에는 여름 옷, 좌축 일부가 보이는 곳은 겨울 옷, 우측 보이지 않는 곳에는 양복만 걸어둔다.

 

그래서 내 냉장고 속은 이렇습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의 냉장고 속은 이렇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것이 궁금했을 테니까? 이제 속을 다 까보였으니 시원하신지. 세상 참 궁금할 것이 그리 없는지. 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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