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명품’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것은 세상이 변하다가 보니 사람들이 내실보다는 허영에 물들어 있기 때문인가 보다. 명품이란 말을 붙여야 남들보다 나아보이는 것인지. 하지만 정말 명품이란 돈의 가치로 따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명품이란 내실이 있어야 한다. 명품이란 단어를 부쳤다고 해서, 그것이 명품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내실이 있는 곳이 있다. 일반적인 공사를 한 것이 아니다. 기본부터 탄탄히 조성을 하고, 그 위에 좋은 재료를 이용해 아름답게 꾸몄다. 주변도 아름답게 장식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명품마을의 주민들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바로 ‘생태교통 수원2013’이 열리는 시범지역인 행궁동이 ‘명품마을’이다.

 

 

명품마을에 조성한 ‘명품골목’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이 명품마을이 되기까지에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몇 개월 동안 날이 무덥고, 비로 인해 땅이 질퍽거리는 날이 많았음에도 묵묵히 명품마을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괜한 짓거리들을 한다고 불평도 했고, 반대도 많이 했다.

 

그러나 골목길이 깨끗하게 변해가고 점차 주변 정리가 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 스스로가 주민추진단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저도 많이 반대를 했죠. 우선 먼지가 나고 시끄러워서 불편하니까요. 거기다가 우리 집에 아이가 입시준비생이 있는데, 여간 짜증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서요. 이런 집은 대개 가족 모두가 입시생이 되잖아요?”

 

 

그렇지만 골목을 깊이 파 그 곳에 하수관거를 묻고, 그 위를 색이 있는 블록으로 깔아 잘 정비가 되어가는 골목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명품골목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도 반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다고 한다.

 

전국 최고의 명품골목 탄생

 

그동안 행궁동 생태교통 시범지역의 골목길을 몇 번이고 돌아다녔다. 달라져 가고 있는 골목을 돌아보면서, 과연 이 골목 길 조성공사가 다 끝나고 나면 얼마나 명품골목이 될까 하는 기대여서이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골목길 조성공사는 이제 공정 98%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명품 골목길이 생겨나면서 주민들의 변화도 함께 시작이 되었다. 높다랗게 쌓았던 담을 헐어내는 집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자신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칙칙한 시멘트 블록으로 쌓은 담장과 골목길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이제는 골목주민들 스스로가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이 깨끗해지니 가득 쌓여만 가던 쓰레기가 줄었고요. 거기다가 주민들이 벽을 허물고 주변 정리를 하는 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걸맞지 않는 담이라면서요.“

 

주민생태교통추진단에 있는 한 담당자의 말이다. 꼭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골목을 돌아보면 이 골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가 있다. 골목마다 작은 화단이 만들어지고, 그곳에 주민들 스스로가 꽃을 심고 물을 주기 시작했다. 주변에 잡다하게 너부러져 있던 보기 흉한 것들도 모두 정리가 되었다. 정말 전국 최고의 ‘명품골목’이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가 지켜가야 해

 

‘생태교통 수원2013’의 시범지역으로 선정이 된 행궁동 일원. 아름답게 변한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그 골목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곳곳에 마련한 쌈지공원 때문이다. 잘 정리가 된 골목길과 함께 작은 도심 속의 공원이라는 쌈지공원, 그리고 벽 밑에 다소곳 웅크리고 있는 작은 화단들.

 

비록 지금은 그 아름다움의 모든 것을 다 느낄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 하고 나면, 이 명품골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것인가? 그런 것만 생각해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생태교통으로 인해 전국 최고의 명품골목이 수원에 생겨난다는 것. 이것으로 만도 기쁘지 아니한가?

염태영 수원시장은 ‘생태교통 수원2013’이 우리 수원뿐만 아니라 전 지구상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수원이 생태교통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앞으로 우리 수원이 세계의 어느 도시보다도 경쟁력을 높이고 쾌적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임을 강조한다.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대담 중에서 생태교통 부분만을 정리하여 보았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9월이죠. ‘생태교통 수원2013’이 행궁동 일원에서 개최됩니다. 세계적인 행사인데요.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던 만큼 성공적인 행사가 돼야 할 텐데요. 어떤 의미를 가진 행사인지, 어떻게 준비가 되어 가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생태교통 수원 2013’ 사업은 올 9월 한 달 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원에서 수원시, 이클레이(ICLEI), 유엔해비타트(UN-HABITAT)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제사업으로 30년 뒤 화석연료가 고갈된 상황의 미래생태교통 도시를 재현하여 교통부분의 새로운 대안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시범지역 주민들이 한 달간 차 없이 친환경, 무동력 이동수단과 대중교통으로 생활을 해 보는 세계 최초의 미래 생태 교통도시 체험 프로젝트죠. 먼저 사업을 위하여 차량위주로 되어있던 도로를 사람중심의 보행하기 좋은 도로를 만들기 위하여 화서문로와 신풍로를 특화 거리로 조성하고, 골목길 및 옛길을 정비하였습니다. 또한,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쌈지 공원도 조성 중에 있는데 모든 공정은 3월에 착공을 하여 8월 중순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하여 정상 공정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전체 공정은 95% 정도가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사업 구역 인근인 영화지구에 600면, 연무지구에 350면의 임시 주차장도 정비가 완료 되어,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시범지역 내 자가용의 이동 주차를 이미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개막식 및 ICLEI 생태교통 세계총회 등 공식 행사 준비와 외국인 초청 등 본행사 준비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 환경을 소중히 여기시는 시장님께서 생태교통을 수원으로 유치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도시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쾌적성(amenity)을 어떻게 확보해나가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행궁동은 과거 수원의 얼굴이었고, 자존심이었던 곳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겪고 있어 상대적으로 발전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행궁동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중심으로, 보행권이 완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변신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행궁동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라는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수원천을 비롯한 환경적인 친수공간, 그리고 전통시장이 주변에 즐비해 문화와 환경, 골목경제가 어우러진 곳으로 쾌적성이 확보된다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기에 발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를 개최함으로서 수원시가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인지요?

 

첫째,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의 세계최초 사례를 구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 최초로 도시에서 생태교통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으로 생태교통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미래일상을 미리 예측하고, 비동력·무탄소 교통수단의 수송분담을 증대하여 자동차 등 동력을 이용한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절감형 교통물류체계로 전환함으로써, 기후변화 등에 적극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죠

 

둘째, 수원화성과 연계한 역사, 문화, 환경 도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대상지인 수원시 행궁동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위치한 곳으로 보행환경 개선과 생태교통 시범사업을 통하여, 역사, 문화, 환경이 한데 어우러진 상징적인 지역으로 자리 잡게 될 것 입니다. 행궁동 거리를 보행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디자인하여 수원화성과 연계한 걷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세계 명소로 발 돋음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수원을 방문하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로 인해 수원시민의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진다고 보시는지요?

 

예, 이번 생태교통 수원2013은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중심의 도심을 만들어간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삶의 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한 번도 시작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수원시민들은 세계 어느 도시들보다 환경적인 마인드가 높고 지역공동체 정신이 높은 곳입니다.

 

행궁동의 사례를 통해 우리시의 보행환경 개선에 따른 보행자 안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입니다. 또한, 가로환경 정비를 통해 쾌적하고 활력있는 매력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구도심권 내의 균형개발로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부각되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 평소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계시는 시장님께서 더 많은 일자리 창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 수원시는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무실만 분양해 주는 일반창업지원센터 기능과는 다르게, 입주한 기업에게 성공적인 창업이 되도록 조력자 역할은 물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의 인증을 받은 전국 최초의 특화형 창업지원센터 입니다.

 

현재 IT, 벤처, 지식서비스 기업 등 8개 직종 47개 기업이 입주하여 불과 14개월 만에 39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습니다. 수원시 관내 9개 창업지원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협력을 위한 수원시 창업센터 협의회를 구성 ․ 운영 중이기도 합니다. 또한 여성기업 CEO을 대상으로 경영, 기술 등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수원시 사통팔달 여성친화 창업자문단 등을 구성 ․ 운영하여 다양한 맞춤형 창업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 관광자원이 많은 수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를 말씀하시는지?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있다면, 우리 수원에는 팔색길이 있습니다. 팔색길은 수원의 대표명소인 ‘수원팔경’과 수원의 주산인 ‘팔달산,’ 교통중심지를 뜻하는 ‘사통팔달’의 ‘팔’의 긍정적 의미를 담아 수원의 역사, 문화, 자연을 체험 할 수 있도록 연결한 8개의 걷기 전용 도로입니다.

 

팔색길은 물길을 따라 걷는 모수길, 신대저수지지에서 출발해 칠보산을 거쳐 신대지로 되돌아오는 수원둘레길, 그리고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부왕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현릉원을 참배할 때 왕래하던 효행길,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한 바퀴 도는 화성 성곽길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광교저수지의 수려한 자연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지게길, 자연하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매실길, 광교저수지와 원천호수공원 을 연결한 여우길, 영통신시가지 메타세쿼이아 길을 연결한 도란길을 말합니다. 팔색길은 수원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체험 할 수 있는 거리로 수원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명소라고 생각이듭니다. 수원의 팔색길은 제주 올레길처럼 지역의 대표적인 걷기도로로 조성 해 나갈 것 입니다.

 

- 앞으로 남은 1년 시장님께서 가장 이루고 싶은 수원사의 정책은 무엇입니까?

 

지난 3년은 수원의 미래준비와 거버넌스 행정의 이념을 실천한 시기였다고 봅니다. 남은 1년 임기동안은 광교컨벤션시티 사업 추진과 수원비행장 이전, 경기고등법원 유치, 100만이상 대도시(특례도시) 추진, 수인선 지하화,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수원역 환승센터 건립 등 수원의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전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 끝으로 120만 수원시민들께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전폭적인 협력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을 섬기고 시민과 함께 함으로서 언제나 시민과 소통하는 거버넌스 행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우리 수원시가 문화, 교통,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 당부 드립니다.

 

- 긴 시간 고맙습니다. 모쪼록 이번 생태교통 수원2013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어서, 120만 수원시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요즈음은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 일원을 돌아보는 것이 짜여 진 일과인 듯하다. 어쩌다가 2~3일 돌아보지 못하면 그 안에 무슨 일이 많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생태교통에 관한 e-서포터즈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무엇이라고 해요. 연세가 있으신데, 아이들 틈에서 그런 것을 어떻게 하세요. 그리고 선생님은 글 전문가인데 애들하고 함께 하면 안 되죠.”

 

발대식 날 만난 지역의 기자들이 하던 소리이다. 물론 서포터즈가 아닌 기자로서 행궁동을 돌아보고는 한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속내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이곳을 돌아보련다.

 

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도 많이 내리고, 비가 오지 않으면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로 인해 많은 애를 먹었다. 이렇게 한 달 이상이 계속되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생태교통 시범지역의 공사도 제 날짜에 공기를 마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이다. 공사가 제대로 실행이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날, 시범지역을 한 바퀴 돌아보자면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돌아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만만치 않은 무게의 카메라까지 메고 있으니, 도저히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렇게 7월 한 달을 이곳에서 살다시피 하고, 이제 8월이 되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추진단은 그만큼 속들이 탈 것만 같다.

 

 

“저희는 이미 속이 까맣게 타 버렸어요.”

 

8월 첫째 날. 행궁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덥다 못해 온 몸이 끈끈하다. 하루에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어야 하고, 목물을 두 번 씩 해야만 한다. 하지만 달라져가는 정조로와 화서로 일대를 돌아보면서, 생태교통 수원2013은 성공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로수는 모두 4각형으로 조형을 마쳤다. 간판도 가리지 않고, 건물보다 높이 올라가지도 않았다. 주변 건물 높이와 비슷하게 조형을 한 가로수들이 먼 이국땅에 온 듯한 느낌이다.

 

생태교통 추진단 사무실을 들렸다. 안이 시끄럽다. 아직도 반대를 하고 있는 일부 지역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더니 우르르 몰려나간다.

 

“저희는 이미 속이 다 까맣게 탔어요. 그동안 숱하게 이런 일을 당하면서 살았죠. 저희들도 이렇게 속이 탔는데, 단장님은 오죽하시겠어요.”

 

 

생태교통 추진단 이장영 시설팀장의 속이 탄 이유는?

 

민원인들과 대화를 하고 난 김병익 추진단장을 보며 하는 말이다. 이장영 시설팀장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물론 민원이죠. 민원이 발생하는 것이야 당연하죠. 오랜 기간 동안 공사를 계속하다가 보면, 주민들의 받는 피해가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저희들이 속을 끓는 이유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민원인들 때문이죠.”

 

이장영 시설팀장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나라도 속이 탈 것만 같다. 공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들을 마치 공사로 인한 피해인 듯 부풀려 보상을 요구 한다거나, 멀쩡한 담을 다시 쌓아달라고 요구를 하기도 한단다. 어떤 사람들은 집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을, 생태교통 공사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면서 고쳐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 많이 오고 날은 더운데 공기는 맞춰야 하는 저희들의 속이 얼마나 타겠습니까? 거기다가 하루에 몇 사람들이 찾아드는지도 모르게 찾아오는 민원인들로 인해, 정말 이젠 다 지쳤습니다. 그래도 저희들이야 좀 나은 편이죠. 저희는 현장으로 나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단장님은 일일이 민원인들과 대화를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민원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민원 중에도 최상위 민원과 최하위 민원이 있다는 것.

 

“민원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골목으로 난 담장을 헐을 테니 녹지를 조성해 달라고 요구를 하시기도 하죠. 이런 분들이 바로 저희가 바라고 있는 최상의 민원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담장이 금이 갔으니 새로 쌓아 달라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다 파악을 해두었는데, 그때 이미 금이 가 있었던 집이죠. 이런 분들이 바로 최하위 민원입니다.”

 

듣고 보니 생태교통을 성공시키기 위해 추진단이나 주변 분들의 고충이 보이는 듯하다. 우리야 기껏 날이 덥다고 투덜대고, 비가 온다고 짜증을 부리지 않았던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죄스럽기도 하다. 이제 한 달이 남지 않은 ‘생태교통 수원2013’.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수원 시민 모두의 동참이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슈퍼 1호점’이 생겼단다. 그저 마을에 있는 새로 생긴 슈퍼 이름이 ‘문화슈퍼’이고, 아마 계속해서 체인점으로 슈퍼를 내려는가 보다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 슈퍼는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공유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모여서 차 마시고, 노래하고, 영화도 본단다.

 

7월 26일(금)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93-1에 소재한 조금은 낡은 듯한 가옥 한 채. 담벼락으로는 담장이가 운치 있게 기어오른다. 오후 6시부터 문화슈퍼가 개관을 한다고 해서, 궁금증이 일어 찾아가 보았다. 집 입구에서부터 시끌벅적하다. 문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오픈하우스로 마련한 마을문화공간

 

행궁동 문화슈퍼 1호점이 가진 첫 만남은 ‘동네슬리퍼파티’란다. 말 그대로 집안에 있다가 아주 편하게 슬리퍼를 끌고 참석하라는 것이다.

 

“아니 왜 신발을 바꿔 신었데요. 아까는 슬리퍼를 신었었는데.”

“운동하고 오느라고 바꿔 신었지”

 

마을 사람들의 대화이다. 하긴 사람들 중에는 슬리퍼를 끌고 온 사람들도 있다. 이 문화슈퍼는 ‘생태교통 수원2013’의 시범지역인 행궁동 주민센터 옆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나혜석 기념관을 짓기 위해 수원시에서 매입한 부지 위에 있는 건물을, 지역 주민들이 진행하고 있는 문화프로그램 작품 전시 및 마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신바람 나는 슬리퍼파티

 

안에서는 한창 연극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중에서 한 대목을 두 사람이 열심히 낭송을 하고 있다. 구경꾼들보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이클레이 관계자들도 나와서 구경꾼 틈에 끼었다. 마을 젊은이들인 듯한데, 제멋대로 음악회도 열렸다.

 

‘제멋대로 음악회’, 그저 아무 노래나 신바람나게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고, 모인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함께 소리치고. 그야말로 제멋대로이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즐거움이 배가된다. 마땅한 놀이 공간이 없는 도심 한 복판에 정말 좋은 곳 하나가 생긴 것이다. 이런 것 하나만 보아도 행궁동이 변해도 정말 너무 변했다.

 

이날 문화슈퍼 안에는 3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연극의 대목도 들려주고, 거기다가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나누면서 시간을 즐겼다. 그야말로 마을 문화공간이 하나 생겼음을 즐기는 그런 잔치였다.

 

 

“차린 것은 없지만 좀 드시고 가세요.”

 

어디를 가나 우리들에게는 귀에 잘 들리던 말이다. 차린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차린 것이 없단다. 그야말로 우리들만이 갖고 있는 말 속에 겸손이란 생각이다. 슈퍼 안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즐기고 싶은 데로 즐기면서, 또 하나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층으로 올라가보니 이클레이 관계자들과 김병익 생태교통 추진단장 등이 열심히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 나무 판에다가 자신의 명패를 만드는 것이란다. 작은 한 쪽 방에서는 영화도 상영한다. 행궁동 문화공간인 문화슈퍼 1호점은 그렇게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려는데, “차린 것은 없지만 좀 드시고 가세요.”라고 한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졌는데, 어째 차린 것이 없다고 할까? 이래저래 이 동네 변해도 정말 너무 변해간다. 다음엔 또 무엇이 사람을 놀라게 하려는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작은 녹색혁명’이라고 물리는 도심 속에 작은 공원. 우리가 흔히 공원이리고 이름을 붙이는 그러한 대단위 규모의 공원이 아니다. 작지만 주변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나와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소규모의 공원을 말한다. 각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조성하고 있는 ‘쌈지공원’은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쌈지란 우리말로 ‘담배나 부시 등을 담기 위하여 종이나 헝겊, 가죽 따위로 만든 주머니’를 말한다. 그것도 큰 주머니가 아니라, 허리춤에 달고 다닐만한 작은 것을 말한다. 흔히 ‘담배쌈지’라고도 한다. ‘찰쌈지’는 허리에 차게 된 주머니 모양의 담배쌈지를 말한다. 쌈지에 들어있는 작은 돈을 ‘쌈짓돈’이라고 한다. 많지 않은 푼돈이라는 뜻이다. 이런 뜻으로 볼 때 ‘쌈지’란 작은 것을 말한다.

 

 

행궁동 생태교통 시범지역에 선보인 쌈지공원

 

생태교통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생태교통이 열리는 행궁동 일원에는 여러 곳에 쌈지공원이 있다고 알려준다. 행궁동 생태교통 수원2013 시범지역 안에 조성되는 쌈지공원은 화성옥 건너편과 장안경로당, 또한 신안경로당과 행궁동사무소 앞, 신풍초등학교 후문 등에도 조성이 되었다.

 

7월 25일 오후, 그동안 줄기차게 내리던 장맛비가 멎고, 이재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잠시 생태교통 시범지역을 돌았을 뿐인데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린다. 이런 날 취재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한 두 시간만 돌아다녀도 땀으로 흥건히 젖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을 하지 않고, 얼마나 아름답게 조성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우리 집 곁에도 저런 정원 하나 있었으면”

 

먼저 신풍초등학교 후문 쪽에 쌈지공원 하나가 자리를 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곁을 지나던 사람이 “우리 집 곁에도 저런 정원 하나 있으면 좋겠네.”라고 한다. 아마 그 사람은 이것이 쌈지공원이 아닌 정원쯤으로 보였나 보다. 그만큼 쌈지 공원이 사람들에게는 좋게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궁동 주민 센터 앞에도 쌈지공원이 있다. 행궁동 주민 센터 맞은편에는 조금 색다르게 조성을 하였다. 쌈지공원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게 조성이 되어있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장안경로당 앞에 있는 쌈지공원을 가니, 지난번에는 볼 수 없었던 구조물이 하나 들어서 있다. 날마다 변화를 하고 있는 쌈지공원이다.

 

 

도심 속에 녹지공원이라는 쌈지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휴식공간과, 친환경 자연을 맛볼 수 있는 쌈지공원을 돌아보다가 보면 누구라도 부러울 수밖에 없다. 바로 우리 집 곁에도 저런 쌈지공원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만큼 쌈지공원은 도심 속에 아름다운 작은 휴식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주변도 말끔하게 정리하고

 

신안경로당 앞에 조성된 쌈지공원을 돌아본 후 화성옥 건너편에 있는 쌈지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조성한 식물들이 햇볕에 마를까봐 차광막으로 덮어 놓은 쌈지공원이, 작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의자와 함께 조성이 되었다. 그 한편에서 조적공(벽돌을 쌓는 기능을 가진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다.

 

“먼저 돌아보니 공원 옆에 지저분하다가 느꼈는데, 대문으로 막나보죠?”

“예. 이렇게 지줏대를 만들어 대문을 달아놓으면 한결 깨끗해 질 테니까요”

 

 

쌈지공원 주변까지도 말끔히 정리가 되는 생태교통 수원2013의 시범지역. 현재 전체공정 95%를 넘어서면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행궁동 일원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안 있어 제 모습을 드러낼 쌈지공원을 배경삼아, 아이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이래저래 살맛나는 마을로 변화고 있는 행궁도. 땀을 흘리며 돌아 볼 시범지역을 떠나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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