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을 보고 흔히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산이 불탄다' 라는 표현을 한다. 그렇게 불이 타는 듯한 아름다움을 보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 아름다움이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불이탄다는 표현을 하는 것일까? 그렇게 많이 설악산을 찾아가고 단풍이 절경이라는 곳을 다 찾아보았지만, 아직도 불이 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오늘 모악산 고찰에 오르면서 내가 만난 단풍은 바로 불이탄다는 그런 단풍이었다. 사람들은 그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없다. '불타는 단풍' 은 내일이 최 절정이라는 모악산 산사의 단풍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지난 주에 비해 훨씬 더 붉어진 단풍은 아름다움을 논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붉은 단풍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놀라을 정도로 붉은 단풍. 그리고 노랫소리. 박수를 치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 오늘 모악산의 고찰 대원사에는 불우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사단법인 굿월드 자선은행이 주관하는 '유성운 통기타 가을 콘서트'가 열렸다, 등반에 나선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 한 것도, 아마 붉게 타는 단풍이 곁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7일에도(일요일)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 두 차례 음악과 함께 시낭송을 산사에서 즐길 수가 있다. '붉은 단풍이 불타는 것을 보고 싶거든 모악산으로 가라' 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최절정인 모악산 단풍을 즐겨보기를 권유한다.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에 자리한 고찰 대원사. 신라시대의 고찰로 이 절에는 진묵스님의 일화가 전하는 곳이다. 술을 보고 '곡차'리고 한 진묵스님은 전라북도의 대다수의 절과 연관이 지어진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모악산 대원사에 가장 오랜 시간을 묵으시기도 했다. 

모악산 대원사가 요즈음에 들어 유명한 것은 바로 봄철에 열리는 '모악산진달래 화전축제' 때문이다. 하루동안 5만 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축제를 찾아와 즐긴다. 찻길도 없는 곳이라 걸어 30분 정도를 올라야 하는 곳인데도, 어린아이들 부터 어른들까지 이 절을 찾아와 즐기고는 한다. 고찰은 늘 그렇게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봄이면 절 주변에 피는 산벚꽃으로 인해 꽃비가 내리고, 가을이 되면 붉은 단풍으로 터널을 이루는 곳, 모악산의 고찰은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가을이 되면 단풍 터널이 아름다운 곳

모악산 대원사 입구는 가을이 되면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바로 입구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단풍터널 때문이다. 수령이 수백년은 되었다는 아기단풍 몇 그루가 입구에 늘어서, 아름다운 단풍터널을 만든다. 이런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탄성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제(11월 3일) 오후에 모악산 고찰에 올랐다. 아직은 위만 붉은 물이 든 단풍.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고 느낀다. 전체가 다 물이 든 것보다 더 짙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반홍반록(半紅半綠)의 아름다운 단풍. 조금은 무엇인가를 가릴 듯한 모습이다. 모두가 붉은 것보다 오히려 더욱 붉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밑부분이 아직도 초록빛을 띠고 있기 때문인지.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하루를 보내다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바로 신선이 되고, 내가 있는 곳이 선계라는 생각이다. 가을이 되면 늘 오르는 곳인데도, 볼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향하게 하는 것인지.
 



이 아름다운 곳에서 주말과 휴일(11월 6일, 7일) 자선모금을 위한 '유성운 통기타 가을 콘서트'가 열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에 취하고 어린이들도 도울 수 있는 이런 공연도, 모악산의 단풍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먼길을 가기보다 가까운 곳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 바로 모악산의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는 이번 주말이 가대되는 이유이다.

하늘이 이불이요 땅은 돗자리이며 산은 베개로다
달이 촛불이요 구름은 병풍인데 바다 물은 술통이로다
크게 취하여 벌떡 일어나 너울너울 춤을 추는데
문득 긴 소매 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염려스럽네.

진묵스님(1562~1633)의 글이다. 스님이 대둔산 자락 개태사에서 지으신 글이라고 한다. 술을 좋아해 ‘곡차’라고 이름을 붙여 술을 드셨다는 진묵스님은, 모악산 대원사와 봉서사에 가장 오래 묵으셨다고 한다. 일설에는 모악산 대원사에 계실 때 이 곡차라는 말을 사용하셨다고 한다. 한국불교사상 가장 큰 기인으로 일컬어지는 진묵스님은 초의선사의 『진묵조사유적고』에 기록된 내용으로만 추측을 할 수가 있다.



전주한옥마을 안에 자리한 ‘술 박물관’

전주 한옥마을에 가면 ‘전주전통술박물관’이 있다. 전주에 이렇게 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이곳이 진묵스님께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하신 지역이기 때문이다. 진묵스님은 전라북도 일대와 충청남도 일대에 그 행적이 보이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일화를 남기셨으며, 많은 절을 중창하기도 하셨다.

스님의 고장답게 전주에서는 이번 10월 22일과 23일 한옥마을 술 박물관 일원에서 ‘만추만취’라는 부제로 <제2회 전주전통주대향연>이 펼쳐진다. 이 때 전주에서는 발효식품축제와 비빔밥 축제가 함께 베풀어져,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발효식품인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길을 나선다면, 아마 전주의 온 거리에 ‘만추만취’가 되지 않을까?





다양한 행사도 이루어져

21일부터 준비를 하는 전통주대형연은 술 박물관을 비롯하여, 주변의 승광재와 소리문화관 등에서 열린다. 또한 이때는 24일(일)까지 술 박물관을 가면 도자기로 만든 예쁜 술잔을 구입할 수도 있다. 술도 마시고 각종 공연에 잔까지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 뿐이 아니다. 국선생 선발대회도 마련되어 있다.

술은 마시고 취하라고 있다고 했던가? 그러나 막걸리 한 잔 죽 들이키고 절로 흥에 겨워 어깨춤이라도 덩실 춘다면, 그 또한 진묵스님의 마음을 따를 수 있지 않을까? 박물관 안에 적힌 글귀에서 또 한 차례 오감체험을 한다. 눈으로 먹고, 마음으로 느끼고, 입으로 그 맛을 논한다는 술의 축제가 아니던가?



스님의 행적을 따라 길을 가다

전통주향연에 오면 이런 길을 걸어보고 싶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막걸리 한 통과 술잔 두어 개를 산 뒤, 모악산을 오르고 싶다. 모악산 산사에 모셔진 진묵스님 영정에 술 한 잔 가득 부어 올리고, 심검당 마루에 앉아 수백 년 노송을 벗 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밝은 달이 얼굴을 보여주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은 없겠지만, 행여 가을 짙은 구름이라도 있다면 그 또한 반갑지 않을쏜가.

그저 한 잔 술에 취해 좋고,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은 날. 전주로 길을 떠나보자. 술이 있고, 친구가 있고, 바람과 달 또한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요즈음은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집 가까이 있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물병 하나를 들고 산책삼아 오르기도 하지만. 일부러 멀리서 까지 산을 오르기 위해 차로 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보니 꼭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지 않아도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북 전주시, 완주군, 김제시에 접해 있는 모악산은 ‘어머니의 산’이라고 한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생태계가 살아있는 청정지역이다. 아마 산을 오르는 차도가 없는, 산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모악산에는 평일이면 수천 명에서 주말과 휴일이 되면 만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산행을 한다고 한다.


모악산 입구에 서 있는 고은선생의 시비와 모악산 산길(아래)

벌써 10년 째 오른 산, 별 사람 다 있다

모악산을 올라다닌지가 벌써 10년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처음 모악산의 고찰에 일이 있어 찾아갔다가 인연이 되어,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그렇게 모악산을 오르내리면서도 늘 모악산은 좋았다. 굳이 어머니의 품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공해도 없는 그 산 자체가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산을 오랜 시간 오르내리다보니 이제는 제법 산길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생겼다. 물론 전문적으로 산행을 했다고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교분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르고 내려가는 길목에서나 만나는 정도이니, 이 정도라도 꽤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쉼터인 의자 곁에는 항상 쓰레기가  널려있다.

그런데 요즈음 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는 정말로 산으로 올라오지 않았으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제 발로 걸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분들은 조금 삼가를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솔직한 표현이다.

이런 사람 정말로 오지 않았으면

1. 쓰레기를 버리러 산에 오나?
사람들이 다녀간 후에 산을 올라보면 정말 가관이다. 중간에 쉬라고 의자를 놓았는데, 그 주변에 가면 꼭 쓰레기가 보인다. 빈 캔이며 물통, 팩 음료, 심지어는 커피를 사들고 와 마시고는 그냥 놓아두고 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사에 와서 전각의 마루에 앉아 먹을 것을 다 먹고는, 쓰레기를 돌담 틈이나 기둥 뒤에 숨겨놓고 가기도 한다. 쓰레기를 버릴 때가 없어 산을 오르는 것인지. 이런 사람들 제발 산에 올라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2.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데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도 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악산 등산로 입구에 보면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데리고 산에 오르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글을 못 읽는 것인지, 본체도 안하고 산으로 데리고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가끔 동물의 배설물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치우고나 갔으면 좋을 것을. 이런 사람들 동물을 키울 자격은 있는지 모르겠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산사는 온통 쓰레기가 널려있다

3. 라디오 볼륨을 있는 대로 높이는 사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때로는 조용히 생각을 하고 싶어 오르기도 한다. 특히 모악산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산사까지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띤다. 뒷짐을 지고 걸어도 20분이면 산사까지 갈 수가 있어, 사색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보면 라디오를 있는 대로 볼륨을 높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 들으면 될 것을, 그렇게 크게 틀고 다니면서 남까지 불쾌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4. 화장품 홍보사원인지.
사람들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꼭 잘나서가 아니고 그 아름다움이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헌데 얼마나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일까? 곁으로 지나치면 화장품 냄새로 코를 들을 수가 없을 정도다. 역겹기까지 한 냄새가 아름답게 보이려는 것인지. 난 차라리 땀 냄새가 더 좋다.

학생들이 올라왔다가 그나마 일부 들고 내려간다. 아이들에게 정말 낯 부끄럽다.

5. 꼴불견도 가지가지
이것저것 쓰라고 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쓸 것만 같다. 하지만 다 제멋에 겨워 사는 세상인 것을. 하지만 가끔은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을. 흙과 돌로 된 산길을 굽 높은 하이힐에 짧은 치마를 입고 뒤뚱거리며 오르는 사람. 날이 좀 덥다고 남의 시선 생각도 안하고 가슴까지 다 풀어 헤치는 사람. 산사에 와서 있는 대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거나 말거나 제지를 하지 않는 부모들. 이런 분들은 제발 보고 싶지가 않다. 산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부터 몸이 으슬거리는 것이 영 좋지가 않더니, 아침에는 기침이 나고 목도 아프다. 마침 오늘은 쉬는 날이라 하루 종일 방콕이나 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있는데, 산사에서 전화가 온다. 오늘은 사찰에서는 지장재일이라 제가 있는 날이다. 몸은 안 좋지만 오히려 산사에 오르느라 땀을 흘리면 나을 것도 같아 집을 나섰다. 추석연휴가 징검다리 연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모악산은 그리 높지가 않다. 주차장에 차를 놓고 천천히 걸어가도 30분이면 중턱에 있는 산사에 도착할 수가 있다. 산길로 들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앞으로 꼬마 한 녀석이 앞장 서 걷고 있다. 그리 가파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길이다. 열심히 걷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모악산을 혼자 오르고 있는 6살짜리 선우. 뒤를 따라가다가 하도 기가 차 휴대폰으로 촬영을 해서 화질이 좋지가 않다. 아이폰이라도 구해야지.

아버지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나?

엄마, 아빠와 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꼬마.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열심히 산길을 오른다.

"잘 올라가네. 우리 선우(아버지가 부르는 이름인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대단하네 정말"

그 말 때문인지 꼬마는 더 빨리 올라간다. 한 10여분 그렇게 오르면 수박재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런데 이곳서 부터는 갑자기 길이 가파라진다. 아무래도 꼬마가 오르기에는 무리일 듯하다. 그런데도 손을 짚어가면서 혼자 오른다. 엄마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려고 한니, 손을 뿌리치고 혼자 올라간다. 아버지는 연신 용기를 불어넣는다.   

혼자 그렇게 산을 오르는 꼬마 이마에 땀이 맺혔다. 엄마가 땀을 닦아 준다고 해도 싫단다. 그리고는 계속 혼자 올라간다. 가파른 경사가 있는 곳은 어른들도 한 숨 돌리는 곳이다. 그런데도 열심히 오르기를 멈추지 않는 꼬마.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마다 한번 씩 쳐다보고 웃는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는 6살짜리 꼬마 선우. 산을 어른들보다 더 잘 오른다. 기가 차다.

6살짜리 꼬마아이 혼자 정상에 올랐을까?

저렇게 부모님의 도움도 마다하고 혼자 산을 오른 꼬마. 물론 아버지의 말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산에는 가족들과 함께 많은 아이들이 올라온다. 그런데 저렇게 어른들을 따돌리며 시종일관 혼자 올라오는 아이들은 보기가 힘들다. 저 꼬마가 저렇게 혼자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은 역시 어머니의 따듯한 손길보다는, 아버지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몇살인가요?"
"이제 여섯살입니다"
"그런데 정말 산을 잘 타네요"

아버지의 뿌듯한 마음이 이해가 간다. 어느새 산사까지 도달한 꼬마는 , 부모님들과 정상을 향하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보다 더 힘들고 험난한 산행이다. 하지만 6살짜리 선우는 오늘 틀림없이 정상을 올랐을 것이다. 산행에서 만난 기가 찬 꼬마녀석 때문에 으슬거리던 몸도 나아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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