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팔달산을 멀리서 바라다보아도 꽃이 피어 산이 아름답게 보인다. 빗방울이 떨어지긴 하지만 팔달산 벚꽃을 즐기기 위해 산으로 올랐다. 경기도청 뒤편으로부터 걷기 시작해 팔달산 중턱에 있는 시민회관을 지나간다. 사람들이 꽃구경을 하면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10일부터 경기도청 벚꽃놀이를 한다는데 벌써 꽃이 다 피었다.

 

팔달산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축대에는 노란 개나리가 늘어져 그야말로 꽃 천지다. 팔달산이 온통 꽃으로 화려하게 채색을 한 듯하다. 천천히 걸어 회주도로로 접어든다. 길가에 주차해 놓은 차들이 평상시보다 두 배는 많은 듯하다. 이곳은 주차금지 구역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차들을 주차해 놓은 것이 보기에 썩 아름답지는 않다.

 

이 차들을 세워놓은 사람들은 아마도 양심에 털 난 사람들일 거예요. 도대체 이 꽃길에 왜 차들을 세워놓아 꽃구경을 막는지 알 수가 없네요. 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면서 즐기고 있는데 이 차들로 인해 여간 불편하지가 않아요.”

 

 

불법주차는 근절되어야 해

 

아이들을 데리고 꽃구경을 나왔다고 하는 한 어머니는 불법주차는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자칫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차에라도 부딪치면 서로가 시비가 붙을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차 없는 거리로 들어서니 봄꽃이 아름다운 거리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수원에는 열 곳이 넘는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길이 있다.

 

광교저수지 목책길과 황구지천 차 없는 거리는 11일에 벚꽃놀이를 개막한다. 하지만 그곳 못지않게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길이 바로 팔달산 회주도로이다. 특히 이곳은 산자락을 끼고 노란 개나리가 함께 피어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길이기도 하다.

 

정말 아름답네요. 수원에 사는 친구가 수원 팔달산 벚꽃이 아름답다고 전화가 와서 찾아왔어요. 도청서부터 구경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은 벚꽃과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까지 한데 어우러져 정말 꽃 천지인 것 같아요,”

 

안성에서 친구들과 함께 올라왔다고 하는 이아무개(, 44)씨는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함께 수원의 유명한 순대타운에 가서 함께 즐기기로 했다고 자랑도 한다.

 

 

 

이번 주말이면 아름다운 낙화를 볼 수 있어

 

걷다보니 능소벚꽃의 가지가 늘어졌는데 그 아래 성신사와 어울려 한 장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젊은 연인들은 차가 없는 거리를 마음껏 걸어가면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느라 정신이 없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꽃구경을 하러 나온 사람들도 회주도로가 북적인다.

 

우리 수원은 정말 사람살기 좋은 곳이죠. 5일에 서호 벚꽃축제를 구경하고 왔는데, 회주도로가 다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이곳은 벚꽃과 개나리가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이네요. 수원에 살아도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올해는 수원 꽃길을 제대로 한 번 즐겨봐야 할 것 같아요.”

 

영통에서 왔다는 신아무개(, 27)는 여지친구와 둘이 왔다고 하면서 좋은 추억거리 하나를 만들어 간다고 즐거워한다. 평일 오후에 돌아본 팔달산 회주도로. 봄꽃이 아름다운 길을 많은 사람들이 차 걱정 없이 길을 걸으면서 마음껏 봄을 즐기고 있다.

 

 

 

이번 주말쯤 되면 벚꽃이 바람에 날려 장관일 듯합니다. 일찍 꽃을 피운 나무들은 벌써 꽃잎이 지고 있어요. 팔달산 구경을 하고 싶은 분들은 주중에 한 번 올라와 벚꽃과 개나리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신사 앞에서 만난 한 분은 팔달산을 늘 올라 다니면서 운동을 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꽃이 일찍 핀 것 같다고 하면서 서둘러 꽃구경을 하라고 재촉을 한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회주도로에 걷는 많은 사람들.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은 것은 아마도 봄꽃 때문이 아닐까?

 

 

수원은 공원의 도시이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인 수원은 어디를 가도 쉴만한 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마을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녹지공간인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광교산을 주산으로 하여 팔달산과 칠보산, 여기산, 숙지산 등, 산이 둘러쌓고 있는 수원은 곳곳에 공원이 있다.

 

수원에 있는 공원은 근린공원과 수변공원, 체육공원, 역사공원, 문화공원 등으로 구분을 한다. 수원시의 공원현황을 보면 240개소에 이른다. 이 중 기존의 도시공원이 218개소이며, 광교 신도시에 22개소가 있다. 기존의 도시공원 중에는 근린공원이 45개소에 어린이 공원이 173개소이다.

 

 

 

광교신도시에는 광교호수공원과 근린공원 11개소, 역사공원 1개소, 어린이공원 9개소가 있다. 어린이공원은 장안구가 44개소로 완료 38개소, 조성 중 4개소, 미조성 2개소 등이다. 권선구는 81개소로 조성 완료 58개소, 조성 중 11개소, 미조성 12개소가 있다. 팔달구는 38개소의 어린이 공원이 있으며 조성 완료 31개소, 조성 중 1개소, 미조성 6개소이다. 영통구는 55개소가 있으며 조성완료 42개소, 조성 중 9개소, 미조성 4개소 등이다.

 

마을마다 쉼터인 쌈지공원 조성

 

수원은 이러한 공원 이외에도 마을마다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쌈지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쌈지공원이란 마을 안에 있는 작은 공간에 녹지를 조성한 곳으로, 주민들이 쉼터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해 생태교통 수원2013 당시 행궁동에는 네 곳 정도의 쌈지공원이 조성되었다.

 

 

 

작지만 쉼터로써 충분한 휴식공간이 되는 쌈지공원은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소공원이다. 이런 공원들은 대개 마을 주민들에 의해서 관리가 되고 있기도 한다. 그 중 행궁동 신풍로45에 소재한 땅콩공방 건너편에 있는 쌈지공원은 주변 상인들이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하고 있다.

 

건너편 땅콩공방은 도자공방과 카페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며, 땅콩공방 차민희 대표는 이곳 쌈지공원을 이용해 한 달에 두 번씩 작가들을 초청해 작품전시를 하기도 한다. 27일 오후에 찾아간 이 쌈지공원은 그동안 보지 못하던 조형물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원시에서 조성을 한 조형물이라고 한다.

 

 

 

조성한 우체통에 분기별로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것

 

이곳 공원 안에 마련한 목책 조형물 위에는 우체통 하나가 자리를 하고 있다. 우체통에는 각종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주변에 살고 있는 작가들이 리폼을 한 것이라고 한다. 아름답게 그림을 그리고 칠을 한 우체통은 행궁동 주변에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뒤편에 있는 조형물은 생태교통 지역을 작품으로 조성을 한 것입니다. 앞에 있는 우체통은 우체국에 근무하는 분이 갖다 준 것으로, 작가들이 다시 리폼을 하여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저 우체통은 분기별로 한 번씩 이곳을 찾아온 분들이 엽서에 글을 써 넣으면 주소지로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생태교통 지역에서 직접 편지가 가는 것이죠.”

 

 

 

차민희 대표는 이야기를 하면서 엽서를 꺼내 보여준다. 행궁동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엽서에 글을 적고 주소를 써놓으면, 그것을 우체통에 넣어 분기별로 한 번씩 배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날마다 주민들에 의해 새롭게 변화를 하고 있는 수원시의 쌈지공원들. 시가 조성을 하면 그것을 지키는 것은 주민들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아름답게 꾸며야 공원이 오래도록 주민들을 위해 아름다운 쉼터로 자리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쌈지공원이 조성되어 전국 최고의 녹지공간을 갖는 수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살고 있는 곳 가까이 산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산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래도 매주 한 번씩은 산을 오르고는 한다. 그렇다고 등산을 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산이 좋아 산을 가고, 산에서 얻는 것들이 있어 즐겁다. 늘 그렇게 산을 다니다가 일이 있어 산을 갈 수 없으면 참 답답한 것이 몸이 다 찌뿌듯해진다.

 

가을이 이미 지나가고 있는데 뒤 늦은 산행을 하기에도 바쁜 시간 때문에 어렵다. 이럴 때는 그저 팔달산이나 광교산만 올라도 제 철을 만날 수가 있다. 수원항교 앞에서 차를 내려 천천히 걸어 경기도청 뒤편에서 화성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본다. 떨어진 낙엽들이 길가에 수북하다.

 

 

색색으로 도로를 물들여 놓은 낙엽이 아름답다.

 

나무들은 잎을 다 떨어트리고 가지만 앙상하다. 색색의 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나무 밑에 모여 있는 것들이 흡사 물감을 칠한 듯하다. 이 또한 이 계절만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아직도 선명하게 붉은 색을 자랑하고 있는 단풍잎과 화성 서삼치의 200년 지난 성벽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자연과 자연의 만남이란 이런 아름다움일까?

 

발밑에 가득한 낙엽들이 밟히면서 푹신한 느낌까지 준다. 힐링을 한다며 좋은 곳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런 낙엽이 쌓인 길을 걸으면, 늦가을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또 있을까? 잠시 휴게소 의자에 앉아 음료수 한 잔을 시켜 마신 후에 화성의 안으로 들어선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간다. 요즈음 화성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늦가을이 많은 젊은이들이 화성을 찾은 것을 보니, 아마 어느 대학에서 이곳으로 모임이라도 온 것이나 아닌지.

 

 

수원을 한 눈에 조망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라니

 

세계문화유산 화성이라는 돌 표지를 지나 종각 앞으로 다가가니 노란 나뭇잎과 붉은 단풍이 한데 어우러져 종각과 함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어떻게 같은 종류의 단풍나무에서 이렇게 빨갛고 노란색의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붉은 단풍잎을 하늘에 걸고 그 밑에 자리한 서장대 또한 이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조화로움이다.

 

누군가 가을이 되면 모두가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 팔달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이 모든 자연의 조화로움에 젖어, 절로 발길을 옮기다가 보면 이것보다 좋은 힐링이 어디 있을 것인가? 사람들은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즐기고 느낄 수가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날이 참 좋습니다.”

, 날씨가 쌀쌀하지도 않아 걷기에 참 좋네요.”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수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이곳이 팔달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상에 서장대가 있기 때문이다. 서장대 앞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바로 아래 보이는 행궁을 비롯하여 저 아래 팔달문, 그리고 장안문, 동장대와 공심돈. 그 모든 것이 한 눈에 조망이 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집을 나와 조금만 걸어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가을의 즐거움. 팔달산이 그곳이 있어 고맙다. 늦가을을 가득 안은 체.

 

수원시 공보관실(공보관 이경우) SNS(팀장 이엽희)이 주관하는 팔도 파워소셜러 수원 펨투어가 올 해 네 번째로 진행이 되었다. 첫날(14)에는 팔달산 회주도로에 이어 광교 마루길, 수원박물관과 광교박물관을 돌아 화성 야경을 관람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인 15일에는 서호와 화장실 공원 해우재, 그리고 조원시장을 돌아보았다.

 

둘째 날 찾아간 세계유일의 화장실 공원 해우재. 마당 가득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보았더니 등과 배, 혹은 배낭과 다리 등에 번호표를 한 장씩 붙였다. 바로 삼남길을 걸어 온 사람들이다.

 

아침에 서호에서 출발을 해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일부는 이곳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해우재에서 잠시 쉬고 난 뒤 다시 의왕시청까지 걷기를 계속할 겁니다.”

 

 

서호에서 출발한 도민걷기대회

 

해우재 앞마당에서 잠시 유식을 취하고 있던 삼남길 걷기 참가자의 말이다. 배낭에 묶어놓은 풍선에도 경기도 600년 기념 경기 옛길 걷기대회란 글이 적혀있다. 해우재 앞마당에서는 걷기대회에 참가한 도민들이 쉬는 틈을 이용해 김영국과 지나가던 조씨의 노래공연도 이어졌다.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 중 상급코스를 신청한 사람들은 다시 의왕시청을 향해 해우재를 떠났다.

 

20135월 개통한 경기 삼남길은 서울에서 충청, 전라, 경상지역으로 향했던 삼남대로를 원형으로 하여 총10개 코스 90로 과천-평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해 10월에 개통한 의주길은 중국으로 가는 길이었던 의주대로를 기반으로 총 5개 코스 50인 고양-파주 구간으로 조성되었다.

 

경기도는 한강유역을 비롯한 한반도의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곳이다. 경기도를 차지하면 역사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기 때문에 경기도는 항상 전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또한 경기도는 역로와 조운이 모여드는 물자 유통의 거점으로,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과 남한산성 역시 경기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경기도가 문화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우재 문화센터 2015114일 개관식 가질 것

 

삼남길 걷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해우재를 떠난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우재를 둘러보고 있다. 서호부터 해우재까지 중급자코스를 걸어 온 사람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걷기를 마쳤다는 이아무개(, 38)는 아이들이 해우재가 좋다면서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희 가족은 아이들이 있어서 여기까지만 걷기를 신청했어요. 오늘 해우재를 처음 와 보았는데,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갈 생각을 하지 않네요. 특히 제주도 변소에 있는 새끼돼지들을 보고 재미있어 해요. 어른인 저도 재미있는데 아이들이 오죽하겠어요.”

 

해우재 도로 건너편에 신축중인 해우재 문화센터는 올해 안에 공사를 마친다고 한다. 하지만 개관식은 2015114일 미스터 토일렛 전 심재덕 수원시장의 6주기에 맞추어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우재 이원영관장의 안내로 공사 중인 해우재 문화센터 옥상 전망대로 올라간 파워소셜러들은 한 눈에 조망이 되는 해우재를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아직은 정리가 되지 않아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된다. 이 문화센터가 개관을 하면 세계화장실협회도 이곳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또한 해우재 공원 뒤편에 있는 집들도 모두 매입을 해서 해우재의 주변 환경을 더 깨끗하게 만든다고.

 

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해우재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세계에 단 하나뿐인 화장실테마공원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많이 홍보를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해우재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해우재를 답사한 한 블로거의 말이다.

 

가을이 되면 수원 여기저기 참 아름다운 길이 많이 생겨난다. 어디는 억새와 화성의 성벽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하는 곳도 있고, 어느 곳은 단풍이 물든 것이 손이라도 뻗치면 손에 붉은 물이 들것만 같은 길도 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던 길이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면서, 참 무심하게 세상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볼 일이 있어 찾아갔던 곳에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깊은 가을을 느꼈다면,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5일 오전 찾아갔던 수원월드컵 경기장. 그냥 경기장 주변에 있는 조각이나 다시 한 번 돌아볼까 해서 찾아갔던 곳에서, 아름다운 가을을 만났다. 눈이 휘둥그레질 밖에.

 

 

가을이 내려앉은 길목

 

무엇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이럴 때는 그저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음을 한탄하는 수밖에.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길에서 사람들이 연신 포즈를 취한다. 그 모습조차 가을을 훼방하는 것만 같아 조금은 언짢기도 하다. 떨어진 낙엽을 연신 바람을 내어 한 곳으로 모으고 있는 모습에서도 아쉽다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조금 더 놓아두었더라면 그 낙엽을 밟으면서 더 깊은 가을의 소리에 젖어들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이 맡은 일을 다 하는 사람들을 보고 무엇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 그저 낙엽을 아직 치우지 않은 곳으로 찾아가 가득 쌓인 낙엽을 밟아 본다. ‘바삭하고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가을이 발밑에 있다.

 

언젠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낙엽이 쌓인 고즈넉한 절간 마당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치우지 않는 것을 보았다. ‘왜 낙엽을 쓸어내지 않는가?’ 라고 물었더니, ‘그것이 가을인데 사람들이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쓸어버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대답이다. 작은 절간에 스님이 참 마음 한 번 푸짐하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단풍이 다 진다는데

 

수원월드컵경기장 조각이 즐비하게 있는 곳에서, 천천히 북쪽 출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단풍들이 눈을 부시게 만든다. 땅에 떨어진 많은 낙엽들이 가을이 깊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단풍이 다 질 것 같아요. 그래도 주말까지는 단풍이 남아있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가을은 역시 단풍철이죠. 바빠서 멀리가지 못하시는 분들은 월드컵경기장으로 오시면 아름다운 단풍 길을 걸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풍을 쓸어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으면서 하는 말이다. 꾹꾹 눌러 담아내는 낙엽들이 가득하다. 예전 같으면 다 추위를 녹이는데 사용했겠지만, 요즈음은 그렇게 담아간 것을 퇴비를 만드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봄이면 아름답게 꽃을 피워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눈을 즐겁게 한 나무들. 이제 그 명을 다했음에 또 다시 퇴비로 거듭난다는 말에 가슴 한 편이 뭉클해진다.

 

단풍 길이 시작되는 곳에 옆으로 누워있는 안면상이 단풍구경을 하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붉은 단풍이 눈이 부셔서 그런 것인지 눈조차 크게 뜨지 못하고 있다. 그 뒤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에는 까치 한 마리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 양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비킬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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