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격대비 30% 정도 싸게 구입

 

210일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이다. 설날에는 조상님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용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날 정성을 다해 차릴 차례상 준비를 위해 장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5일장이나 인근에 있는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했다.

 

그렇게 정감이 가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골목상권까지 침입한 대형할인마트 등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전통시장들은 많은 애를 먹기도 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이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형마트 등을 이용해 제수용품을 마련하고는 한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30% 싼 가격에 구입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의 경우 205000~213000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발표했다. 같은 물건을 구입할 때 일반마트는 294000309000원으로 전통시장에 비해 약 30% 정도 비싸다는 것이다. 결국 전통시장을 찾아가 제수용품을 마련하면, 30% 정도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가 있다는 것.

 

거기다가 전통시장은 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민족은 물건을 흥정하면서 이 덤이라는 것을 으로 받아들인다. 그저 조금 더, 혹은 듬뿍 올려주는 이 덤으로 인해,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우리들의 근간이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 추운 날에도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원 전통시장을 찾아가다

 

오전에 수원지동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지동에는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 등 세 곳의 시장이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지동시장을 들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있는 한 분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영통에서 왔어요.”

멀리서 오셨네요. 왜 이곳까지 오셨나요?”

요즈음 먹거리들 갖고 장난들을 많이 친다고 하는데, 이 곳은 단골이라 믿을 수 있어요. 또 질 좋은 것을 팔기 때문에 저희는 명절만이 아니라 늘 이곳을 이용해요. 가끔은 덤으로 좋은 것도 주시고요

 

이곳에서도 역시 덤이 있단다. 정육점에서 주는 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필요한 육고기 외에 국거리 내장 등을 따로 주는 듯하다.

 

 

미나리광시장과 못골시장 앞으로는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물결로 온통 난리법석이다. 못골시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만큼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열심히 물건을 팔고 있는 분들에게 말을 붙일 수가 없다.

 

모레가 설인데 오늘 장에 나오신 이유라도 있나요?”일요일이 설인데 내일은 아무래도 장을 보아서 준비를 하기가 버겁거든요. 오늘 장을 보아야 조금 여유롭게 준비를 할 수 있어요.“

오늘 장을 다 보시는 건가요?”

저희는 가족들이 많아서 미리 준비할 것은 오늘 준비하고, 떡 같은 것은 내일 준비하려고요.”

 

정자동에서 왔다는 정아무개(, 49)는 얼굴이 상기된 채 열심히 흥정을 하고 있다. 갑자기 밀어닥친 한파지만, 명절잔치를 어쩔 수는 없는가 보다.

 

아무래도 전통시장이 제수용품을 마련하는 데는 제격인 듯해요. 이곳에는 모든 것이 다 있으니까요. 또 가족들끼리 이렇게 함께 장을 보러 나오면, 더 깊은 정도 느껴지기 때문이죠.”

 

덤이라는 정도 있고 30% 정도 싼 가격에 제수용품을 마련할 수 있는 전통시장. 우리 민족의 명절에는 그래도 전통시장을 찾아 흐드러진 인심을 한 번 맛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지동마을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 담아 내

 

책을 받아 들고 표지를 보는 순간 책 참 예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부터 남다르다. <지동마을 이야기>는 작은 제목으로 사람 향기 진한 화성 동쪽 마을 이야기라고 적고 있다. 지동 마을의 이모저모를 사람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우선 이 책은 일 년 동안 지동을 내 집처럼 드나 든 필진들이, 직접 골목과 시장을 누비며 글을 엮었다는 것에 묘미가 있다.

 

140쪽에 달하는 지동마을 이야기는 재질부터가 남다르다. 그리고 한 페이지마다 특색이 있게 꾸며졌다. 책을 디자인 한 유순혜 작가는 지동벽화골목 조성의 총괄책임자로, 전에 방송사 일러스트로 활약을 한 바 있다. 책은 모두 여섯 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동의 문화유산, 지동의 땅이름 이야기, 지동 시장이야기, 지동 사람들, 지동 시장사람들, 지동 마을만들기 이다.

 

 

편집부터가 남다른 책

 

책의 판형도 남다르다. 이 책의 발간을 기획한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책의 판형을 색다르게 한 이유를, 서가에 꽂혀있을 때 딴 책과 구별이 되게 했다고 한다. 집필을 한 사람들도 각자 일 년 동안 끊임없이 지동을 누비며, 지동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지동의 문화유산을 쓴 염상균은 향토사학자로 경기문화연구원장이다. 아주 오래된 지동의 역사와 지동이 품은 화성에 대해서 글을 썼다. 지동 땅이름 이야기와 지동 시장을 쓴 김우영은 오랫동안 지역 일간지에서 활동을 했으며, 현재는 e수원뉴스의 편집주간이다. 지동사람들과 지동 마을만들기를 쓴 하주성은 민속학자로 지동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지동이야기를 적고 있다.

 

 

지동시장 사람들을 쓴 김해자는 주부이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지동이야기를 글로 쓴 e수원뉴스의 으뜸시민기자이다. 벌써 몇 년 째 지동을 드나들면서 지동 사람들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동 사람들 중 몇 편의 글을 쓴 정다겸은 웃음치료사이면서 e수원뉴스의 시민기자이다.

 

마을만들기 정책의 일면을 정리한 책

 

염태영 수원시장은 책머리의 인사말에서 지동은 참으로 매력이 넘치는 마을이라고 적고 있으면서, 이 작은 책자 한권이 수원시의 마을만들기 정책의 일면을 정리하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동은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아름다운 동쪽 성벽을 바라보고 형성된 마을입니다. 그래서인가 지동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강인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밖으로 표출을 하지 않고 묵묵히 속으로 되새김질 하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변화한 지동은 이제 마을만들기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염태영 수원시장의 발간사 중에서)

 

 

박찬복 지동장은 지동은 관광의 중요한 다섯 가지 요소를 갖고 있으며, 수원에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마을이라고 했다. 그 다섯 가지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창룡문에서 남수문까지의 동쪽 구간이라는 점과, 성곽과 연결된 다양한 벽화가 그려진 오밀조밀한 주택가 골목길, 이웃과 소통하여 훈훈한 정을 나누는 순박한 지동 사람들, 지역의 명소로 활용할 수 있는 수원제일교회의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그리고 지동, 미나리광, 못골시장 등 상인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세 곳의 전통시장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

 

책의 평가를 시민 몇 사람에게 부탁을 해보았다. 우선 처음 책을 접한 사람들은 이렇게 아름답게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시원하게 배치한 책은 처음이라는 답이다. 그리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더니, ‘사람들 이야기는 역시 재미있다라는 대답을 한다. 지동마을이야기는 지동에 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주민들과 사장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참 감칠 맛나게 표현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기획한 기노헌 팀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표현을 한다. 페이지마다 공백에 여러 가지 일러스트로 공백을 메우고, 글마다 독특한 편집을 했다. 오랫동안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을 한 유순혜 작가의 공이기도 하다.

 

 

나의 아내 김희경은 30살에 멈추어있지요. 우아한 외적 미모도 있지만, 젊어 보이는 남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이들(14)을 잘 키워주어서 예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 더욱 예쁩니다.” 면서 실제 나이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지동시장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쓴 김해자의 글 중에서 넓은 가슴으로 시장을 품은 사나이 표영섭 지동자치위원장에 대한 글이다. 이 책은 이렇게 훈훈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꾸며졌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가슴 안으로 파고든다고 한다. 벌써부터 다음 편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동마을이야기 전자책 보러가기 => http://ebook.suwon.go.kr/20130123_112843

가끔 한 번씩은 짜장스님으로 유명한 남원 선원사 주지스님인 운천스님과 함께 봉사를 하는 현장을 따라 다니기도 했다. 3년 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소외되고 불편한 이웃들을 위해 스님짜장을 만들어 봉사를 한 것이, 어느새 150여회에 7만 그릇을 넘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스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 막말로 스님이 절에서 중생들을 위해 열심히 정진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을 과감히 박차고 중생들 틈으로 파고든 것이다. 스님짜장을 들고. 흡사 운천스님이 스님짜장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전쟁에 나간 병사와 같다. 한 손에 커다란 주걱을 들고, 또 한 손에 국자를 들고 말이다.

 

  수원 이목동에 자리한 '바다의 별' 가족들이 스님짜장을 먹고 있다. 아래는 짜장을 볶는 운천스님

 

고향 수원을 위해 만든 스님짜장

 

짜장스님의 고향은 수원이다. 어려서부터 광교산과 팔달산을 헤집고, 수원천 물에 발을 담그고 살았다. 출가를 하고 난 뒤에는 고향이라는 것을 별로 깊게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스님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스님짜장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급식공양을 베풀다가 보니, 자꾸만 고향이 눈에 밟혔다는 것이다.

 

굳이 내 고향을 멀리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고향을 위해 베풀자는 생각으로, 3일 간을 수원에서 스님짜장을 만들었다. 19일 수요일은 이목동에 있는 바다의 별에서, 110일 목요일은 서호노인복지관에서, 그리고 111일 금요일은 지동에 있는 한 골목에서 스님짜장을 만들었다.

 

 둘째날인 10일 서호노인복지관

 

피곤하지 않아요. 피곤하면 이렇게 할 수가 없죠. 제 생각엔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늘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가르치라고요. 하기 싫은 것 아무리 강요해도 이룰 수가 없거든요

 

그저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흡사 우리가 불교관련 달력 등에서 보는 동자승을 연상케 한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한편에서 그것을 눌러 잘 반죽이 되게 하고, 그러다가 보면 어느새 커다란 솥에 짜장을 볶고 있다. 그것이 끝나면 면을 뽑아내고 뜨거운 물에 삶아내고, 그렇게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몸에 밴 듯하다. 혼자 그 많은 일을 해낸다.

 

  세째날인 11일 지동골목길이 때 아닌 조리실로 변했다. 아래는 짜장을 볶고 있는 신동호 MBC 아나운서

 

짜장스님, 방송 타셨네.”

 

111일 금요일 오전 9. 지동에 있는 동문경로당 앞 골목이 시끌벅적하다. 이날 지동 5개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해 짜장스님이 이곳을 찾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날이 쌀쌀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지동이라는 마을은 참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저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손을 걷고 나서기 때문이다.

 

이날 짜장스님을 돕기 위해 지동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합류를 했다. 추운 골목길이 금방 사람들도 만원이 되었다. 가스버너에 불을 붙이는 사람. 물을 길어다가 통에 붓는 사람. 골목길이 추울까봐 열풍기까지 동원하는 사람. 어르신들이 짜장을 드실 때 혹여 싱거울세라 김치와 단무지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사람. 모두가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움직인다.

 

짜장급식을 하고 있는 윤건모 팔달구청장(좌)와 박찬복 지동장(우)  

 

갑자기 방송 카메라 두 대가 골목에 나타났다. MBC 간판 아나운서인 신동호 아나운서국 부장이 이곳을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를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함께 스님짜장을 만들면서 밀가루 반죽도 하고, 짜장도 볶고 배식도 한다. 사람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거기다가 골목길 스님짜장 잔치가 벌어졌다고 하니, 염태영 수원시장, 윤건모 팔달구청장, 박찬복 지동장 등이 이곳에 합류했다.

 

지동 골목은 언제나 봄날

 

동문경로당 아래 위층이 짜장을 드시러 오신 어르신들도 꽉 찼다. 윤건모 팔달구청장과 박찬복 지동장도 지동에서는 피해갈 수 없다. 쟁반에 짜장그릇을 담아 연신 어르신들께 날라다가 드린다. 찬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던 골목길이, 짜장스님으로 인해 봄날이 미리 온 듯한 모습이다.

 

스님짜장 정말로 맛있어요. 날마다 와서 해주면 정말 고맙겠구먼.”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곳을 찾아 마을 어르신들과 짜장 한 그릇을.... 

 

두 그릇이나 드셨다고 하는 어르신의 말씀이다. 짜장 한 그릇이 주는 행복. 지동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알기 때문인가? 준비한 음식이 조금 남았는데, 그 하나까지 모두 나누어 갖는다. 텅 빈 짜장 통을 차에 싣던 운천스님.

 

누가 이 마을을 낙후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나요. 마음이 부자인 이 분들이 정말 부자인 것이죠. 조금 비좁고, 조금 부족하고, 조금 남들보다 돈이 없다고 낙후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마을 분들을 보세요. 정말 마음이 부자입니다. 참 부자는 이런 분들이죠. 작은 것 하나를 나눌 줄 아는 이분들이야 말로, 제가 다닌 많은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부자들입니다

 

() 이날 녹화된 내용은 120() 오후 8시 뉴스편에 방송이 됩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인가, 홀 안에는 아직 사람들이 꽉 차있지는 않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녀 간 사람들이 약 300여명 정도라고 한다. 12월 21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자리한 블랑드W 웨딩홀 5층에는 연신 사람들이 드나든다. 넓은 홀에는 테이블에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즐기고 있다.

 

‘사랑과 온정이 있고 소통과 나눔이 있는, 2012 지동 일일찻집 및 작품발표회 화합의 밤’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행사는 지동주민자치위원회 및 유관단체에서 주관을 한 마을축제이다. 일 년간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마을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면서 소통을 하는 그런 자리로 마련이 되었다.

 

넓은 예식장 홀에 마련된 지동마을잔치와 차림표. 내년도 이웃돕기를 할 성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음식값이 다르다 

 

너도나도 마을자랑에 빠져

 

축제장이 웨딩홀이라니 그도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 넓은 곳을 빌리자면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하니, 자치센터에 근무하는 이성주주무관은

 

“이 웨딩홀 사장님이 우리 지동 자치위원회 회원이십니다. 그래서 정말 거의 실비로 빌려주시는 바람에 이 행사를 할 수가 있었죠.” 라면서 그동안 동 자지센터 3층에서 찻집 및 발표회 등을 했으나, 장소가 비좁아 많은 어려움을 당했다고 한다.

 

올 한 해 지동을 어지간히 돌아다녔더니, 제법 아는 얼굴들이 많아졌다. 인사를 하는 사람마다 무엇 좀 드시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맛있는 음식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점심을 좀 늦게 먹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홀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유관단체 회원들이 음식을 나르며 봉사를 하고 있다.

 

주방에서 음식준비를 하는 지동 통장협의회 통장들과, 이날 가장 인기를 끈 녹차국수

 

“오늘 이 음식은 모두 통장협의회에서 마련해 주었습니다. 어제부터 많이들 고생을 하셨죠. 밤새 국수의 육수를 만들고 음식 준비를 한다고요”

 

표영섭 지동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지동 자랑에 여념이 없다. 지동주민들은 누구나 만나면 마을자랑을 하는 데는 모두 고수가 되어있다. 전에 비해 변해도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 온 지동마을. 그래서 이곳은 늘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우리 지동만큼 정이 깊은 곳이 없을 듯합니다. 지동은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마을이기 때문에, 지동 안에 노인정이 5곳이나 되죠. 대를 물려 사시는 분들, 아니면 적어도 이곳으로 옮겨 오신지 30~40년 이상이 된 집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토박이 촌으로 되어버렸습니다. 막말로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정도를 훤히 알고 있죠. 그래서인가 모두가 가족들처럼 정이 넘치는 곳이죠.”

 

 

차려 낸 음식들 정갈하니 담백해

 

한창 여기저기 홀 안을 다니면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굳이 음식 맛이라도 보라고 끌어 앉힌다. 상에는 생굴, 김밥, 골뱅이무침, 귤과 떡, 고기 등이 차려져 있다. 굴을 한 점 먹어보니 싱싱하다. 음식들이 정갈한 것이 보기에도 맛이 있어 보인다.

 

“우리 지동은 재래시장이 세 곳이나 됩니다. 물론 큰 규모의 장시로 친다면 하나 정도이겠지만,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이 다 먹거리 중심의 시장입니다. 그리고 이 세 곳의 시장을 돌아보면 짧은 동선 안에서 모든 찬거리를 다 마련할 수가 있죠.”

 

지동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

 

자치위원장답게 마을 자랑을 하는 것도 남다르다.

 

“이 굴도 오늘 아침에 생산지에서 바로 구입해 온 것입니다. 우리 지동에 있는 시장들은 모두 유기농과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서 판매를 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생산지역을 표시를 하고 있죠. 그래서 누구나 안심하고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차례대로 먹을 때마다 끝없이 자랑이 이어진다. 음식 맛이 별로라면 화라도 내보겠지만, 할 말이 없다. 먹는 음식마다 담백한 것이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통장협의회 통장님들 음식솜씨도 수준급입니다.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일일찻집이나 마을예능발표회 등을 하지만, 우리 지동만큼 음식 맛이 좋은 곳이 없습니다.”

 

맛을 보라고 차려 낸 음식들. 잔치상 같다

 

딴 곳에 취재할 일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밤새 표영섭 자치위원장의 자랑을 들어야 할 것만 같다.

 

“한 장에 1만원씩 판매를 한 티켓이 한 천장 정도 팔렸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들은 시장 상인들이 싸게 판매를 했기 때문에, 행사를 마치면 한 3~4백 만원 정도 남을 듯합니다. 이 이익금은 내년에 김장나누기를 할 때 재료를 구입하거나, 쌀 등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 반찬을 해 드리기도 하고,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누며 살면서 서로가 소통하는 것이 우리 지동의 자랑이죠.”

 

달라져도 한참 달라진 지동마을. 순박하고 정이 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동마을이 내년에는 또 어떻게 변화된 모습으로 사람을 맞이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지동이라는 마을이름보다는, 오히려 ‘못골’이라는 명칭이 더 정겹게 다가오는 곳이다. 마을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못골은, 그 이름만큼이나 정겨운 곳이다. 지동은 1912년 행정구역 통폐합 이전에는 수원군 남부면 지동이었다. 그 후 1914년 전국의 행정구역을 통폐합 하면서 태장면 ‘지리’라고 하였다가, 1949년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이 되면서 수원시 지동으로 되었다.

 

1972년 동을 통폐합하면서 지동과 우만동의 행정동명을 ‘지만동(池滿洞)’이라 하였으며, 1988년 수원시의 구제 실시로 장안구에 편성되었다. 1990년 1월 1일자 시 조례 제1607호로 지만동을 지동과 우만동으로 분동하였다. 1993년 팔달구의 설치로 수원시 팔달구 지동으로 편동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사는 마을 지동

 

지동에 보금자리를 틀고 사는 사람들은 참 정이 깊다. 그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이웃과 울이 없이 지낸다. 아마 지동이라는 곳이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단위 아파트촌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특별한 빈부의 차이가 없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은, 길에서 만나게 되는 친근한 이웃일 뿐이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정한 사람들도 흔치가 않다.

 

지동 사람들은 많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화성의 성곽을 끼고 마을이 조성된 지동은, 자기 집조차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가 없다. 그러다가 보니 자연 수원에서도 못 사는 마을이란 딱지를 붙이고 산다. 조금 사는 것이 남에게 미치지 못할 뿐인데도, 사람들은 지동이 무슨 어디 촌애 붙어있는 동네정도로 생각을 하는가 보다.

 

그런 지동이 요즈음 들어 달라지고 있다. 골목길은 말끔히 청소가 되고, 벽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깃든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골목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집 잎을 말끔히 치우기 시작했고, 더러운 곳은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지동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들의 눈에는 크게 띠질 않겠지만, 그 작은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시작, 골목사람들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깟 벽화그림 하나가 무슨 사람들을 변화를 시켰겠느냐’고 한 마디로 벽화는 그저 좁은 골목 안쪽 벽에다가 그린 그림일 뿐인데, 그것이 사람들을 변화시켰다니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동의 벽화 골목에는 요즈음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사람들이 벽화를 구경하러 심심찮게 찾아든다.

 

그런 외지인들을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 마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사적 제3호인 수원 화성을 끼고 조성이 된 지동은 상대적으로 재개발을 할 수 없는 마을이다. 거기다가 골목길은 좁고 음습해, 지동 사람들은 늘 외부에 나가 지동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동이 지난 해 350m의 벽화길 조성에 이어, 2012년에는 680m의 벽화길을 조성하였다.

 

지동은 단순히 좁은 골목에 벽화만 그린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직접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을빛 영화감상회, 노을빛 옥상음악회, 되살림 발전소, 황금마차, 핑퐁 음악다방, 거기다가 수원이 한 눈에 조망되는 노을빛 전망대 등 다양한 형태의 작은 축제로 주민들과 하나가 되는 사업을 펼쳐나갔다. 지난 해 골목축제에 이은 이러한 축제는 지역의 종교는 물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했다.

 

 

수원재래시장의 중심에는 지동이 있었다.

 

수원 팔달문 앞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것은 200여 년 전 정조임금이 시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의 근간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런 형태는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깊게 참여를 하는가 하는 것이 관점이 된다.

 

이런저런 모습을 따지고 볼 때, 가장 재래시장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못골시장이다. 그리고 그 옆에 미나리광시장과 지동 시장 역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는 물품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이디. 사람들은 이 곳 지동에 소재한 시장을 찾아, 살아갈 수 있는 물품들을 구하고는 한다.

 

아마도 수원에서 그래도 과거의 장시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못골시장과 연계된 시장들일 것이다. 그만큼 지동은 수원 상권의 중심지가 된다. 또한 이곳 사장의 상인들은 대물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곳 시장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키우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에 밀려 점점 쇠퇴해가는 재래시장들. 그러나 지동의 시장들은 날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동 시장들은 생명력의 근간

 

지동에 있는 시장을 가면, 우선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못골시장 안에는 유기농 식품들이 그득하다. 그것이 바로 수원사람들이 먹거리가 가장 좋은 곳을 따진다면 어느 곳보다 먼저 못골시장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먹거리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요즈음 들어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쪼잔하게 구멍가게 상품까지 팔아먹고 있어 다들 죽겠다고 하지만, 지동에 있는 시장들은 그런 것과 무관하게 사람들의 발길을 붙둘고 있다.

 

그렇게 수원사람들만이 아니라 외지인들, 심지어는 외국인들까지 지동의 시장들을 이용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은 지동에 있는 시장들 안에는 착한가게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지동시장의 순대타운이 아니라고 해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칼국수집, 만두집, 호떡집서부터 착한 가격의 이발소까지 있다.

 

사람들은 지동자랑을 좀 하라고 한다. 아마도 몇 년 전이라고 하면, 자랑을 할 만한 것이 별로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동은 다르다. 몇 날을 두고 자랑을 해도 자랑꺼리가 남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살만한 마을 못골(지동). 그래서 오늘 우리는 지동을 일러, 세상에서 가장 정이 많은 동네라고 자랑을 한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