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공경의 실천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수원방범기동순찰대 지동지대의 노인사랑
방범기동순찰대는 마을의 안녕과 청소년 선도 등을 위해 민간인들이 구성한 기동순찰대이다. 자원봉사자들인 이들은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관내의 시회질서 안녕과 민생치안 등을 주로 담당한다. 지역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봉사활동을 생활화하여 타의 귀감이 되며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방범기동순찰대 지동지대는 2005년 5월에 8명의 대원으로 시작을 했다. 현재는 박경숙 지대장을 비롯하여 27명의 순찰대원이 함께 한다. 이들은 매주 5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1 ~ 01시 사이에 지역 내에서 방범활동을 하고 있으며,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는 30여 명의 홀몸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 및 반찬 제공을 하고 있다.
또한 매월 정기적으로 홀몸어르신들께 이, 미용 봉사 및 현장봉사를 하고 있다. 지동 관내의 크고 작은 행사장에는 언제나 기동순찰대 제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대원들이 나와서, 장내정리 및 교통정리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수원시의 행사장에서도 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반찬과 털모자까지 준비해
9일 12시 경에 팔달구 세지로 306번 길 29-5(지동)에 소재하고 있는 지동지대를 찾아갔다. 마침 올 들어 첫 번째 금요일이라 대원 20여 명이 나와서 반찬 봉사를 하고 있었다. 날이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홀몸어르신들께 전해 줄 반찬을 조리하느라 한데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 반찬은 고등어구이와 고추튀김, 그리고 아구찜과 만두를 준비했어요. 1월이라 따듯하게 드시라고 만두를 빚었는데 어제 대원들이 모여서 700개 정도를 만들었어요. 오늘 이 음식을 용기에 담아 어르신들께 전해 드려야죠. 그리고 겨울이라 어르신들이 조금 따듯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우리 대원 한 사람이 직접 털실로 짠 목도리 30개를 가져왔어요. 그것도 반찬과 함께 전해드릴 겁니다.”
박경숙 지대장은 수원시 방범순찰대 중에 유일한 여성지대장이다. 하지만 대원들과의 사이는 물론 활동분야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지난해는 경기도내 571개소의 자율방범대 중 단 5곳이 받은 베스트 자율방범대로 경기경찰서장의 인증패를 받기도 했다.
순찰대 사무실에도 점심을 먹는 어르신들이 찾아와
12시가 되자 어르신들이 방범순찰대 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이렇게 반찬을 하는 날이면 음식을 조금 더 준비해 어르신들께 점심을 차려드린다는 것이다.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순찰대 사무실 안에 마련한 식탁에 앉자, 대원들이 곧바로 음식을 차려 내오기 시작한다.
“오늘은 삼계탕 드시라고 마련했어요. 날도 춥고 하니까 모두 이 삼계탕 드시고 기운들 내시라고요. 잔나비걸상 버섯 등 한약재 15가지를 함께 넣고 끓여낸 육수를 이용해 토종닭으로 조리한 삼계탕예요. 많이 드시고 힘들 내셔서 건강하게 오래사세요.”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서 하는 봉사는 다르다. 반찬을 조리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비용은 어디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모두 대원들이 회비를 내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상에는 한약재 삼계탕과 김치, 아구찜, 만두 등이 한 상 잘 차려졌다. 음식을 드시고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밖으로 나가자 또 다시 한 무리가 들어온다.
장소가 비좁아 한꺼번에 대접을 할 수가 없어 이렇게 몇 번에 나누어서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반찬 나눔과 음식대접이 다 끝나고 나면 오후 2시가 훌쩍 지난다고. 대원들이 그때야 비로소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신 음식은 나르고 있는 봉사자 중에 어린 여학생 둘이 보인다. 대원 한 사람의 딸들이라고 옆에서 귀띔을 한다. 부모님들이 봉사를 하는 것을 지켜 본 아이들이, 방학 중 스스로 봉사를 하기 위해 이렇게 동참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모의 봉사활동을 본 아이들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고 한다. 아이들의 귀감은 바로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위한 일이라면 더 많이 해야죠.”
2015년 을미년에는 노인노래자랑 열고 싶어
수원시 팔달구 경수대로 565번 길 51에 소재한 사단법인 청해의료재단 청하수원요양병원(원장 재활의학과 정인성). 지난해 8월 27일에 문을 연 이 병원은 문을 연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병원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청해의료재단은 현재 경북 경주시 노서동 등에 3곳, 경북 영주에 1곳, 그리고 수원 인계동에 1곳 등 모두 5개소에 있다.
“저희 청해의료재단 정기하 회장님께서 어릴 때 부모님들을 여의셨다고 해요. 그래서 어르신들에 대한 마음이 남다른 듯합니다. 저희 요양병원은 모두 384병상이 있는데 현재 115명 정도가 입원해 계세요. 전체 입원을 한 분들의 40% 정도는 노인들이고, 나머지는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6일 오후 창하수원요양병원에서 만난 김영희 관리이사는 4개월 동안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일이란 찾아서 하려면 끝이 없는 것이지만, 병원이 할 일을 했는데 과분한 칭찬을 듣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경로잔치 등도 열어
“청하수원요양병원은 이제 문을 연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지동과 인계동 등의 경로잔치와 일일찻집을 찾아와 많은 도움도 주시고요. 저희들은 이렇게 선행을 베푸는 병원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늘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합니다.”
지동주민자치위원회 임원 한 사람은 이런 병원을 칭찬해야 한다면서 자랑을 한다. 창하수원요양병원은 수원에 자리를 잡은 지 몇 개월 만에 수원재가협회와 함께 병원 7층에서 재가협회 노인 140명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었다. 그리고 지동과 인계동 등 팔달구 관내 어르신들의 잔치를 찾아가 수건을 기념품으로 전하기도 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아 저희들이 무슨 일을 할까 찾아보다가 홀몸어르신 50분을 주민센터에서 연락을 받아 내복을 한 벌씩 선물을 했어요. 큰 선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이 올 겨울을 따듯하게 나실 것 같아서요.”
내년에는 노인 노래자랑도 해보고 싶어
지역에 무슨 알이 있을 때마다 찾아다니면서 선행을 베풀고 있는 청하수원요양병원의 김영희 관리이사. 노인들을 위한 일이라면 힘이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하면서 아직 말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내년에는 팔달구에 사시는 노인들을 위해 무엇인가 커다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연초라 말씀 드리기가 좀 그렇지만 2015년 가을 쯤에 팔달구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노래자랑을 병원에서 한 번 열어볼까하고 생각중입니다. 팔달구 조돈빈 노인회장님께서 저희들이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들도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홀몸어르신들을 돕는 일은 일 년의 사업으로 정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청하수원요양병원. 몸과 마음의 병은 이런 따듯한 나눔의 손길이 있기 때문에 완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연초에 기분 좋은 만난이 을미년 한 해를 더 행복한 해로 만들어 줄 것만 같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과의 만남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한다.
제주도에서 수원으로 벤치마킹 왔어요.
수원시는 ‘여성친화도시’이다. 동수원로 224번 길 10(권선동)에 자리한 여성문화공간인 ‘휴(休)’는 수원시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여성이 살기 좋은 곳 수원. 휴는 그런 여성들의 쉼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성들의 건강과 문화생활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있는 휴. 수원여성이라면 누구나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공간인 장난감 도서관, 아이맘 카페, 그리고 보육시설이 있다. 여성들의 공간에는 휴이야기방인 상담실, 예체능실인 휴마루, 강당 및 강의실인 한울마당, 안다미로도 있다. 또한 족욕실과 건강도서실도 마련되어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봄을 꿈꾸는 카페와, 발달장애인 직업재활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제주에서 온 여성들이 돌아 본 지동
여성들을 위한 공간인 ‘휴’에 11일 오후 18명의 여인들이 찾아왔다. 멀리 제주도에서 여성친화도시 수원으로 벤치마킹을 온 것이다. 제주도청과 서귀포시청, 그리고 제주도에서 여성친화도시 수원을 찾아왔다. 이들은 1시간 남짓 여성공간인 ‘휴’에서 수원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여성친화도시인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수원을 찾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벽화골목을 갖고 있는 지동을 찾았다. 현재 지동은 편도 2km, 왕복 4km의 벽화골목을 갖고 있다. 올해로 벽화골목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4년째이다. 앞으로 3년을 더 벽화를 그리면 편도 3.4km, 왕복 7km 가까운, 한국에서 가장 긴 벽화골목을 갖게 된다.
“지동은 딴 곳과는 다릅니다. 이 마을은 40~50년을 한 집에서 어른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딴 곳처럼 화려한 벽화가 아니라, 늘 그 자리에서 대문을 열면 만날 수 있는 그런 그림으로 벽을 장식했습니다. 처음에는 재개발을 해달라고 주문을 하던 골목의 주민들이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나와서 마음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지동 벽화골목 총괄작가인 유순혜 작가가 수원 제일교회를 찾아 온 사람들에게 지동 벽화를 설명하는 말이다. 날이 쌀쌀해 벽화 앞에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사전에 미리 지동 벽화골목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을 한 것이다.
벽화골목이 정말 아름답네요.
제일교회에는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가 있다. 수원을 찾는 사람들이 수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수원을 찾은 제주 여성들은 제일교회 8층에 있는 갤러리에 들렸다. 마침 12일 오후 4시에 개막을 하는 작가 김남수의 2014 하반기 기획초대전의 작품들이 걸려있는 전시실이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그렸는데 표정이 다 달라요. 이 그림 하나만 해도 이미 작품인 것 같아요.”
8층 노을빛 전시실에서 9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둥근 벽에 그려진 유순혜 작가의 ‘화성축성도’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1,200명의 사람들이 화성을 쌓으면서 작업을 하는 모든 것을 그려 놓은 그림이다.
전시실을 둘러 본 일행은 ‘노을빛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를 돌아보고 난 뒤, 지동 벽화길 탐방으로 이어졌다. 사전에 미리 지동 벽화길이 딴 곳의 벽화와는 다르다는 설명을 들은 뒤라, 벽화를 지나면서 사진으로 담아놓는 사람들도 보인다. 지동 벽화골목은 꼼꼼히 살피려면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벽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본 뒤 수원에 왔으니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돌아보고 싶다고 한다. 전 구간은 이미 해가 떨어질 시간이라 돌아보지 못하고, 동포루부터 남수문까지의 구간을 돌아보았다. 제주서부터 여성친화도시 수원을 벤치마킹 온 18명의 사람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수원을 알고 갔을까? 멀리서 수원을 찾아온 만큼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동은 ‘일일찻집’을 열어도 너무 달라
‘2014 지동 화합의 밤’이 5일 오후 5시 30분부터 지동 수원제일교회(당임목사 이규왕) 지하에서 열렸다. 그동안 지동에서 일일 찻집을 할 때마다 사용하던 블랑드W 웨딩홀이 구조변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부터는 주민들의 식사 및 간단한 음료 등을 들 수 있는 일일찻집으로 운영을 했으며, 오후에는 본격적인 화합의 한 마당이 시작되었다.
낮에 운영한 일일찻집에는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날 판매를 한 음식들은 지동 통장협의회 통장들이 하루 전날부터 준비를 한 것이라고. 지동에는 모두 34개통이 있다. 전날 장을 보고 하루 종일 육수를 끓인다. 그리고 그 육수에 국수를 말아주는데 맛이 일품이라도 한다. 지동주민자치위원회 이미경 사무국장은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일찻집을 찾았다고 한다.
“오늘 낮에 정말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어요. 어림잡아 천 명 정도는 됐을 것 같아요. 지난해는 10000원짜리 티켓이 천장 정도 팔렸는데, 올해는 1500장을 넘게 판 것 같아요. 저희 김종희 동장님이 워낙 다양한 분들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만큼 더 판 것이죠.”
자동을 위해 다양하게 쓰이는 비용
“한 장에 1만원씩 판매를 한 티켓이 한 1500장정도 팔렸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들은 시장 상인들이 싸게 판매를 했기 때문에, 행사를 마치면 한 5~6백만 원 정도 남을 듯합니다. 이 이익금은 내년에 김장나누기를 할 때 재료를 구입하거나, 쌀 등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또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 반찬을 해 드리기도 하고,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누며 살면서 서로가 소통하는 것이 우리 지동의 자랑이죠.”
지동주민자치위원회 이용성 위원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500장 정도가 더 팔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화합의 한 마당 개회식 및 작품발표회로 이어졌다. 먼저 2014년을 회고하는 동영상 관람을 한 후, 이어서 수원시장 표탕 등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각 단체에서 모두 8명이 수상을 했다.
시장 표창은 주민자치위원회 이현상이 수상했으며, 수원시의회 의장상은 새마을협의회 최국진, 방범기동순찰대 맹건재, 새마을문고후원회 안철이 수상했다. 이 외에도 국회의원 김용남상은 오영주, 임점남, 베용자가 수상했으며, 팔달구청장 상은 유지현(통장협의회)와 최영진(방위협의회)이 수상했다.
프로그램 공연 및 단체별 장기자랑도 가져
수상식을 마친 후에는 지동주민센터 문화강좌 팀이 먼저 공연을 시작했다. 벨리댄스 팀이 드럼과 퀸에 맞추어 신바람 나는 춤을 추었으며, 노래교실 주부들은 금잔디의 오라버니 등을 불렀다. 댄스스포츠 팀의 공연에 이어, 우쿠렐레 팀의 여행을 떠나요 등의 연주와 노래를 했다. 끝으로 무대에 나온 라인댄스 팀은 남향열차 등에 맞추어 신바람 나는 율동을 보여 주었다.
“우리 지동은 정말 좋은 마을입니다. 이렇게 오늘 일일찻집과 주민 화합의 밤에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동은 정이 많고 서로가 잘 알고 있는 뿌리 깊은 마을입니다. 올해 다 이루지 못한 것들은 내년 을미년에는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모든 주민들이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희 지동장의 인사에 이어 주민센터 각 단체별로 장기자랑 대회가 열렸다. 지동의 장기자랑은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갖은 모양으로 분장을 한 단체회원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성이 가득한 음식과 모두가 하나가 되는 정이 넘치는 지동의 일일찻집 및 주민 화합의 밤. 지동이 하면 무엇인가가 다르다고들 한다. 그 말이 실감이 나는 날이다.
전통 약과와 다식을 직접 만들어 올리죠
수원시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56번길. 집 대문 앞에는 ‘경기안택굿보존회’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안택굿은 집안의 안녕을 위해서 하는 축원굿으로, 이 집에는 4대째 대물림을 하면서 경기지역의 안택굿을 보존, 전승시키고 있는 고성주(남, 60세) 회장의 집이다. 23일 오후 집안에 북적인다.
한편에서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튀기고 있고, 집 안에서는 연신 덩이진 밀가루를 손으로 곱게 부수고 있다. 28일은 고성주 회장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과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를 일컫는다)들을 위해 맞이굿을 하는 날이다. ‘진적굿’이라고도 하는 맞이굿은 신령을 섬기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굿이기도 하다.
자신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람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약과와 다식은 바로 맞이굿을 할 때 상에 진설할 음식 중 하나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편하게 모두 사다가 사용을 하지만, 이 집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한 번도 사다가 진설한 적이 없다. 직접 모든 음식을 조리를 하기 때문에 짧게는 5일, 길게는 1주일 전부터 준비를 한다.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음식 올릴 필요 없어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신령님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적어도 나를 주관하고 내 수양부리들을 잘 살게 만들어주는 신게 제물을 드린다고 하면서 약과나 다식도 다 사다가 쓴다면 무슨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 되겠어요. 저희는 40년 동안 한 번도 사다가 올린 적이 없습니다.”
23일 오후 내내 정성을 들인 약과와 다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힘이 들겠지만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과와 다식 등은 맞이굿을 마치고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싸들고 간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더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만드는 약과와 다식
약과는 조청, 계란노른자, 생강가루, 찹쌀, 들기름 등을 잘 반죽해 둥그렇게 누른 다음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운데 칼집을 내고 그 안으로 양편을 집어넣어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기름에 튀겨내면 다시 조청에 담가 잘 젖게 만든다. 채로 걸러내면 달라붙지 않게 고물을 뿌려서 말린다.
다식은 콩가루와 쌀가루, 조청 등을 혼합해 가루를 잘게 부순다. 가루가 곱게 부수어질수록 다신이 깨끗하게 만들어진다는 것. 거기다가 식용색소를 포함하여 색을 낸 다음에 다식판에 반죽을 둥글게 만들어 놓은 다음 손으로 힘을 다해 누른다. 다식판에 참기름 칠을 한 다음에 찍어내면 아름다운 문양이 있는 다식이 된다.
“저희는 다식을 다섯가지 색으로 만들어요.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을 뜻하는 것이죠. 많은 재료를 이용하지만 그 중 어느 것 하나 재료를 싼 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야 나중에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약과와 디식은 사람들도 좋아하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요즈음은 기계로 쉽게 만들 수가 있지만, 음식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봄, 가을로 올리는 맞이굿에 진설하는 음식은 모두가 직접 만든다고 한다.
“저희 고성주회장님은 아직 한 번도 음식을 사서 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아무리 힘이 들아도 정성을 올리는 음식을 사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맞이를 올릴 때는 보통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죠. 맞이굿을 하는 날은 300명 정도의 음식 장만을 직접 하세요. 김치 담그고 나물 무치고, 전도 이틀 전부터 부치고요. 모든 음식은 집에서 직접 장만을 합니다. 그것이 손님을 맞이하는 예의라는 것이죠.”
아직 한 번도 사서 쓰는 음식을 신을 모시는 전안에 진설하거나 손님들의 상에 올려보지 않았다고 하는 고성주 회장. 전통방밥으로 만든 약과와 다식을 만들면서도 연신 잘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를 한다. 정성을 들인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집의 축제준비는 늘 웃음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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