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수원시 팔달구 지동 수원제일교회 앞 주차장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2013 경기 사랑 애() 집고치기 500호 달성의 기념식이 열린 것이다. ‘잠시만요, 저희가 고쳐 드릴게요. 느낌 아니까라는 슬로건을 달고 있는 집 고쳐주기는 2006년부터 경기도에서 추진을 해 온 도민 복지사업의 하나이다.

 

기념식장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경기자원봉사센터 허영호 이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2006년부터 시작한 사랑 애 집 고치기 사업은 그동안 56177만원을 들여 500채의 집을 수리했으며, 봉사인원도 7,497명이나 된다. 경기도에는 자원봉사자가 210만 명에 달한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를 태운 옛날

 

경기자원봉사센터 허영호 이사장의 약력소개에 이어 인사말에 나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민간인들의 모력 봉사에 감사한다. 예전에는 판자집이나 초가집이 많았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초가집에 웬 빈대가 그리 많았는지 모른다. 한 마디로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집을 태웠다는 말이 공감이 갈 정도였다.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인해 오늘 수원 지동에서 500호 집 고치기 행사를 갖게 되었다. 오늘 집수리를 하는 수원은 전국에서도 가장 집고치기를 잘하는 도시이다.”라고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동은 어려운 가정이 많은 마을이다. 하지만 지동은 그런 것을 수원시와 지동이 함께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벽화 길을 갖게 되었고, 제일교회 종탑에는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를 갖춘 마을이 되었다. 지동은 이제 힐링의 장소로도 유명세를 타는 마을이 되었다라면서 앞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0호 집 청소에 이어 벽화 골목에 글도 남겨

 

사랑애 집 고치기 500호는 지동 벽화길에 있는 허름한 이층집이다. 이 집은 할머니 한 분이 손녀들과 함께 생활을 하는 집으로, 할머니는 길에서 좌판을 벌여 근근히 생계를 이어간다. 마을 주민 한 사람은

할머니가 길거리에서 장사를 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데, 아침 일찍 나가시면 밤늦어야 들어오신다. 노구를 이끌고 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집안 정리조차 할 수 없어,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냄새도 심했다. 이렇게 경기도와 수원시에서 집수리를 말끔히 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한다.

 

500호 집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모두 내다 버린 김문수 경기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동 벽화골목에 글씨를 남겼다.

김문수 도지사는 쨍 해뜨는 날 2013, 10, 21 경기도지사 김문수, 이루어진다를 썼고, 염태영 수원시장은 혹여 그대가 가을편지 보내올까 마음은 문 밖을 서성이네 - 정진숙님의 가을편지 중, 2013, 10, 21 수원시장 염태영이라는 글과 그림 한 점을 남겼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이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지동 주민 한 사람은

이렇게 도지사님과 시장님이 직접 지동까지 찾아오셔서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요즈음은 지동 주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 지동은 수원에서도 가장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 곳이라, 제대로 집을 가꾸지를 못한다. 이런 집을 이렇게 고쳐서 새집을 만들어 준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도지사님과 시장님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냄새나는 쓰레기까지 손수 치우는 것을 보니, 정말로 고맙다고 한다.

 

남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봉사를 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즐거움을 느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일 년이면 50회 이상을 남을 위한 봉사와 공연으로 사는 사람들. 수원시 장안구 정자 3동 문화 공연팀인 앤젤 벨리댄스 팀이 바로 그런 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앤젤 벨리댄스 팀은 수원의 각종 공연장이나 봉사현장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공연 팀이다. 생태교통 주 무대인 파빌리온을 비롯해, 50회 수원화성문화제 시민거리축제, 성곽음악회와 거리로 나온 예술의 공연무대 등 그녀들이 빠지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난 12일은 지동교에서 멋진 벨리댄스를 선보여 많은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앤젤 벨리댄스 팀의 이혜련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봉사와 공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저희들은 일 년에 30회 이상의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각종 공연까지 합치면 50회 이상을 무대에 서게 되죠. 저희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봉사를 하기 위한 공연입니다. 수원성노인주간보호센터와 아네스의 집, 그리고 동서요양병원 등은 매달 한 번씩 찾아갑니다.”

 

이혜련 회장은 앤젤 벨리댄스 회장 말고도 치매미술치료사와 건강미술요법사 등의 자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불편한 노인들을 찾아가 춤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남을 위해서 봉사를 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서 즐거움을 느끼고 온다고 한다.

 

 

저희들이 즐거움을 주기 위해 찾아가지만, 오히려 저희들이 그 분들에게서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갖고 돌아오고는 하죠. 아마도 그런 행복이 있어서 언제나 마다않고 달려갈 수 있는 것이겠죠.”

 

봉사와 함께 공연까지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앤젤 벨리댄스 팀은 정자 3동 문화강좌에 중급반이 있어 월, 수요일에 연습을 하지만, 공연을 하는 회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

 

30대에서 60대까지의 회원들

 

앤젤 벨리댄스 팀의 회원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인원은 17명에서 20명사이라는 것. 공연을 주로 맡아하는 30~40대의 회원들은 7~8명이지만, 봉사를 위주로 하는 50~60대의 회원들도 있다는 것이다.

 

 

저희 벨리댄스 회원들은 다양한 연령층으로 되어 있어요. 공연이야 30~40대가 주축이 되어서 하지만, 봉사를 나갈 때는 전체가 다 나가기도 하고 50~60대가 주축이 되어 나갈 때도 있죠. 저희들은 연령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연세가 60세인 언니들도 봉사를 하시는 것을 즐겨 하시니까요.”

 

모두가 다 주부인 앤젤 벨리댄스 회원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달려가겠다고 한다. 준비는 항상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창단 된지 4년이 지났다는 앤젤 벨리댄스 팀은 처음부터 이혜련 회장이 맡고 있단다.

 

앤젤 예술단도 조직해

 

정자 3동의 문화강좌를 하는 많은 팀들을 모아 앤젤 예술단을 창단 한 것도, 더 많은 봉사를 하기 위함이라고 하는 이혜련 회장.

 

처음에는 저희들만 다녔는데, 정자 3동에 많은 강좌 팀들이 있어서 함께 다니고 싶어 예술단을 만들었어요. 한국무용과 색소폰 연주 동아리, 방송 댄스 등을 모아 예술단을 구성했죠. 어차피 봉사를 다니는 것인데,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체 예술단의 인원은 100여 명 정도가 되죠.”

 

 

봉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리고 그 봉사가 즐겁다고 하는 사람들. 요즈음 같이 척박한 세상에서 한 가닥 빛을 주는 사람들이 아닐까? 10월에는 하루에 두 번씩 공연을 하기도 한다는 앤젤 벨리댄스 회원들.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모든 예술단이 힘을 합해 자신들만의 무대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봉사를 하고 다니다가 보니, 주변에서도 도움을 주겠다고 해 더 큰 힘을 얻었다고 하는 이혜련 회장. 그녀에게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행복은 결코 물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태교통 종료가 아쉽다. 참으로 아쉽다

차 없는 거리도 좋지만 골목이 깨끗해져 좋다

행궁동이여! 길이 생태로 교통하라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생태교통 신선했습니다. 아쉽기도 했습니다

자동차의 귀중함과 달라진 우리 동네가 자랑스럽습니다

생태교통 좋아요. 여러분들과 만나지 못해 아쉽다.

지동차가 마구 달려서 무서워요. 옛 친구들이 그리워 질거예요

 

 

11일 오후 3. 행궁동에 소재한 선경도서관 1층 강당에 행궁동 주민들이 모였다. 그리고 벽면에는 이런 생태교통에 대한 글귀들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다. ‘생태교통 수원2013 - 생태교통마을 토닥토닥 워크숍이 열리고 있는 현장이다.

 

이 행사는 생태교통을 성공리에 끝낸 행궁동 주민들 중, 생태교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주민들이 모인 자축연 자리이다. 조경아 주민추진단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의 워크숍은, 각 주민추진단의 팀별로 그동안의 활동을 영상으로 소개를 하고난 뒤 그들을 위한 격려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이 되었다.

 

 

길거리를 걷는 버릇이 생겼어요.

 

사람들은 토닥토닥 워크숍을 하면서 서로가 생태교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각 팀에게 격려의 글을 남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격려를 한 글을 적은 종이들은 금방 강당 벽에 다닥다닥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생태교퉁 주민추진단에는 각 분과별로 많은 활동을 한 팀들이 있다.

 

운영위원들 말고도 제일교회 주차장에서 먹거리 촌 운영을 한 먹거리부스팀. 30회 이상 길거리 이벤트에서 춤을 추던 닐리리팀. 자전거 페달을 밟아 솜사탕 등을 만드는 발전기체험팀, 신풍동과 행궁동의 주민들이 전시한 옛 사진의 추억을 불러 온 추억의 사진전팀, 새끼꼬기, 제기차기 등은 운영한 추억의 전래놀이팀, 생태교통 기간 중 총 8,444명에게 행궁동을 안내해준 마을해설사팀 등 다양한 분과들이 활동을 했다.

 

자전거택시 화성에서 영원하라. 화성이 명물이 되길..(자전거 택시)

닐리리팀 10년은 젊어지셨네요. 쭈욱 세월을 거꾸로(닐리리)

솜사탕 이후로 집안에 설탕없음(발전기 체험)

해설사를 하기 위해 공부하듯 하면 서울대 가겠더라(마을해설사)

저녁마다 다리 맛사지 많이 하셨어요? 열심히 굴리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자전거 택시)

인생! 머 별거 있나요? 닐리리팀이 살맛 내주었습니다(닐리리)

생태교통의 꽃 마을해설사. 새로운 도전과 열심히 공부한 지식 나누어주어 고맙습니다(마을해설사)

 

 

벽에 붙인 각 팀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이다. 이들 1,300명의 주민추진단들은 생태교통을 직접적으로 이끌어가고 운영을 한 주민들이다. 이들은 아직도 도로로 걷는 버릇이 생겼는가 하면, 생태교통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 때문에 생명에 위협까지 느꼈을 정도라고 하기도 한다.

 

많이 서운하고 많이 아쉽다

 

각 팀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가 끝나고 닐리리팀을 주축으로 생태교통에서 추어졌던 핼로춤을 추고 있을 때, 예고도 없이 염태영 수원시장이 이 자리를 방문했다. 외국 출장길에 잠시 시간을 내어 들렸다고 하면서 주민들을 격려차 들렸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오지 않으면 많이 서운할 것 같아서 바쁜 시간이지만 잠시 들렸습니다. 한 달간 고생하신 여러분들이 있어 생태교통이 성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끝나고 나니 많이 허탈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세계가 하지 못했던 일을 행궁동 주민들이 해냈습니다. 이런 여러분들의 노력이 있어 10일 순천에서 열린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도시의 날 위원회 주관하는, 7회 도시의 날 행사에서 우리 수원시가 살고 싶은 도시의 질을 평가하는 ‘2013 도시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강당에 모여있던 행궁동 주민들은 박수로 환호를 했다. 주민들은 장기자랑 등 나름대로의 자축연을 즐기면서, 생태교통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들답게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마치고 벽에 붙은 글귀들을 읽어보다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연애편지 닭살 돋았어요.”

 

행궁동 일원에서 한 달간 열린 생태교통 수원2013’. 100만 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간 뒤, 10일이 지났다. 오후에 행궁동을 찾아갔지만, 거리는 한산하고 사람들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난 뒤, 행궁동에는 예전과 같은 한적함이 감돌고 있다.

 

마을추진단에서 만난 고경아 국장은 행궁동 주민들이 예전보다 차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전한다. 행궁동 주민들은 10일이 지나는 동안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난 후, 한적해진 행궁동을 보면서 9월 한 달 동안 북적이던 생태교통 기간을 그리워하고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허전해요

 

행궁동에서 장사를 하는 한 주민은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매일 들리다시피 하던 기자들도 나타나지 않아서 허전했어요. 저희들은 그런 이야기를 했죠. 이제는 기자님들도 우리 행궁동을 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요.”

물론 농담으로 하는 소리겠지만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버린 사람들로 인해, 주민들이 무엇인가 허전하다고 한다는 것이다.

 

생태교통 시범지역이던 행궁동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골목마다 가득한 차량들이 보인다. 이곳에 언제 이렇게 많은 차량들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화서문로 대로에는 차들만 돌아다닐 뿐, 주차를 해 놓은 차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화서문로에서 장사를 하시는 주민들이 집 앞에 차를 세우지 못하게 막고 있어요. 한 달간이나 차 없이 생활을 하다가 보니, 이제는 차가 갑자기 몰려온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합니다. 주민들 중에는 주말이라도 차 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고요. 그런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이 좋은 거리를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요.”

 

주민들의 발 노릇을 하던 자전거택시도 나란히

 

문화슈퍼 앞 공터에는 자전거 택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화서문로 자전거학교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탔던 운송수단인 자전거버스가 자리를 하고 있다. 행궁 광장 한편 탈것을 보관하던 장소에는, 그동안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었던 자전거들이 진열되어 있다. 비록 생태교통은 끝났지만 그 흔적은 아직도 행궁동 주민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인듯하다.

 

 

이제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앞으로 행궁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무궁화를 심었던 화분들은 무궁화를 뽑고 그 자리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심어, 생태교통이 끝났음에도 예전 축제기간과 같은 거리를 조성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보존이 되고 있는 거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죠.”

 

행궁동 주민이라는 한 분은 이렇게 한 달간의 노력이 허사가 돼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다. 아직도 어르신들은 화서문로의 차도를 마음대로 걷고 계시다. 한 달간이나 버릇처럼 차 없는 거리를 걸었기 때문인 듯하다.

 

생태교통 시범기간이 지난 지 10일이 되었지만, 주민들은 차 없는 거리가 좋았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골목마다 가득한 차들이 오히려 이상하다고도 한다. 그만큼 생태교통 기간 중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했다는 행복을 잊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생태교통 축제는 끝났지만 우리 행궁동의 생태교통은 끝나서는 안됩니다. 이대로 이 거리를 살려내야죠. 저 플래카드에 적힌 글씨가 아마 저희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행궁동 일대에 걸린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아름다운 행궁동이 주민 여러분의 손으로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벌써 3년 째 벽화 길을 조성 중이다. 현재 조선된 벽화 길의 길이는 1km가 훌쩍 넘는다. 5년 계획으로 세운 지동 벽화 길은 딴 곳의 벽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딴 곳의 벽화가 화려하고, 그림들이 큼지막한데 비해, 지동 벽화 길의 벽화들은 모두가 색다른 그림이다.

 

2011년 처음으로 동문 앞 게이트볼 장에서 내려오는 벽화는 화성 밑에 오밀조밀하니 자리를 잡은 집들의 골목에 그려졌다. 여기에 그려진 그림들은 그림을 전공 한 사람들이 다수가 참여하여 그림을 그렸다. 어디는 시원하고, 어느 곳은 학생들이 그린 탓에 조금 부족한 듯도 하다. 그래도 이 벽화 길은 나름 재미를 준다.

 

 

2012년도에 조성한 테마 길

 

지난해부터 지동 벽화 길 조성사업은 달라졌다. 한 마디로 테마가 있는 벽화 길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동 제일교회 밑 마을 골목에 조성한 벽화 길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을 하였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모두 연계가 되어 사계절을 볼 수가 있다. 그동안 그려오던 방식을 벗어나, 한 번 조성을 하면 5년 동안이나 보존이 되도록 처리를 하였다.

 

지난해는 골목길에 조성한 벽화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과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에 의해서 그려졌다. 이들은 일요일이면 쉬지 않고 가족들이 함께 나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마을에서도 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온갖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바로 사계절이 있는 벽화 길이다.

 

 

올해의 테마가 있는 벽화 길

 

2013년 들어서 지동의 벽화는 또 다른 전기를 맞이했다. 바로 봄부터 찾아들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연구원들 때문이다. 이들은 오후에 지동에 찾아와 벽에 붙어 그림을 그린다. 한 낮의 기온이 30도를 넘어서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이른바 ‘IT벽화 길이 새로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이 그린 IT벽화 길은 원시인들의 길이다. 지동 271 번지 일대 내리막 길 벽에 그려진 많은 원시인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컴퓨터를 하고, 누구는 전자오르간을 연주한다. 그런가하면 사냥을 하면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원시인도 있다. 삼성전자 연구원다운 발상이다.

 

 

동화골목과 시인의 벽화 길

 

그리고 10월에 다시 명품 골목 하나가 생겨난다. 바로 동화 길이다. 내용이 있는 동화를 벽에 그린다. 좁은 골목길에는 잔디와 벽돌을 놓았다. 그리고 벽에는 칠을 하고 원 안에 작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 뒤를 이어 동화골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동다운 발상이다. 이 길을 지나면 시인의 길과 만나게 된다.

 

시인의 길은 수원시인협회(회장 감우영) 회원들과 최근 보금자리를 수원으로 옮긴 고은 시인들의 시가 적히게 된다. 그리고 그림은 화가들이 밑그림을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시인과 화가들이 만나는 벽화이다.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는 지동 벽화골목. 올해 마무리가 되면 1.4km 정도의 벽화 길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 생태교통이 끝나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편에서 공사를 한다고 북적인다. 나가서 보니 잔디를 깔고 그 위에 색이 있는 블록을 깔고 있다. 잔디가 살아나면 꽤 아름다운 골목이 될 것만 같다. 담벼락 평상과 벽에 붙은 간이의자, 그리고 잔디와 블록, 꽃이 아우러지는 벽화 골목. 거기에 동화와 시까지 곁들여지는 명품 골목 하나가 다시 생겨나는 것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