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를 담는 페트병. 그 페트병이 아름다운 벽걸이 화분으로 변신을 했다. 과연 그 변신은 무죄일까? 아니면 유죄일까? 가끔 길거리에서 바람에 따라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다니기도 하는 페트병. 그 페트병이 두 시간 여 만에 아름다운 벽걸이 화분으로 변신을 했다. 그것도 어린 꼬마의 손에서.

 

수원시 장안구 조원1. 조원시장 안에 자리한 대추동이 마을만들기에서 운영하고 있는 돈가스 집인 마돈나(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눔 터의 준말). 이 가게 안에 사람들이 모였다. 오후 3시까지는 돈가스를 팔고, 3시 이후에는 누구나 학습마을을 운영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누구나 배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학습마을

 

누구나 학습마을은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배움터이다. ‘마을에서 이웃들과 어울리며 누구나 배울 tn 있는 곳이다. ‘2013년도 Golden triangle 프로젝트인 누구나 학습마을은 경기도와 수원시의 재원으로 운영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이다. 마을 주민 누구나 강의를 열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누구나 학습마을’. 마을 주민 누구나 참여를 할 수 있고, 이웃들에게 필요한 모든 주제가 강의가 된다고 한다. 마을 어디서나 열릴 수 있으며, 이웃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주제가 강의가 될 수 있단다. 그런 누구나 학습마을이 돈가스 집 마돈나에서 준비한 것이 냅킨 아트라고 한다.

 

 

빈 페트병은 왜 들고 다녀?

 

조원종합시장 안에 소재함 마돈나에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빈 페트병을 하나씩 들고 있다. 저 병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빈 페트병이 2시간 만에 아름다운 벽걸이용 화분으로 변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사람들이 찾아와 돈가스를 맛있게 먹던 테이블이 학습용 테이블이 됐다. 그리고 그 위에는 매직펜과 카터, 드라이기와 본드 등이 준비되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 간단한 도구를 갖고 페트병으로 화분을 만든다는 것이다. 10여 명의 사람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오늘의 주제는 냅킨 아트라고 한다. ‘우리 집 인테리어 내손으로 꾸미기란다.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거야?

 

시간은 두 시간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 안에 오려내고 칠하고, 말리고 또 말리고. 그리고는 냅킨을 손으로 찢어 붙이고 다시 말린다.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참여를 한 사람 모두가, 자신만의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화분을 만든 것이다. 2시간 만에 변신을 한 냅킨 아트인 페트병이 무한 변신을 한 것이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해요. 저희 마돈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누구나 학습마을을 운영하고 있어요. 오늘은 냅킨 아트인데 빈 페트병에 냅킨을 오려 붙여 아름다운 벽걸이용 화분을 만드는 것이죠. 손쉽게 배울 수도 있지만, 만들어서 벽에 걸면 정말 아름답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벽걸이 화분을 만드는 것이죠.”

 

이날 강의를 맡은 정순옥 강사의 설명이다. 그만큼 손쉽게 배워 아름다운 벽걸이 화분을 가져간다. 중학생인 듯한 수강생은 정말 재미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벽걸이 화분을 제 손으로 만들었잖아요.’라면서 즐거워한다. 누구나 학습마을이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이라는 도시는 곳곳에 이런 재미가 있어 즐겁다.

 

나는 한국 거주 중국인이다.

나는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한다.

나는 담배꽁초, 휴지 등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나는 생활 쓰레기를 엄격히 분류해서 버리겠다.

나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버리겠다.

나는 지정된 시간과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겠다.

나는 대형 폐기물 및 재활용품 배출 안내를 따르겠다.

 

지난 16일 오후 2. 지동교에는 중국 이주노동자 400여명이 모여들었다. 재한 중국인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선포를 하기 위함이다. 이 행사는 지동 소재 수원제일교회(담임목사 이규왕)의 주관으로 마련된 것이다. 제일교회에는 매주 700명 정도의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중국 이주노동자를 위한 배려

 

현재 수원시에는 2만 명이 넘는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우리 지동에만 2천여 명이 생활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불평만 했지, 누구하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제일교회에 중국인 담당 목사님이 발 벗고 나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죠. 여기 출연하는 사람들도 모두 중국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자리를 함께 한 지동주민센터 박찬복 동장의 말이다.

 

사실 지동은 수원에서 가장 집세가 싼 곳 중 한 곳이다. 오래 묵은 집들이 많은 지동은 지동시장에서 창룡문을 잇는 용마루길 아래쪽으로는 개발이 불가능 한 곳이다.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집들이 낡고 퇴락해 상대적으로 딴 곳에 비해 월세 등이 싸기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여살고 있다.

 

그런 지동의 특성 때문에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보니,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 불만을 해소하고 그들 스스로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선포를 한다는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기념품을 받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

 

사실 저희 재래시장의 매출 가운데 30%는 이주 노동자들이 올려주고 있습니다. 그들을 무조건 배타시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되죠. 저희 지동만 해도 그 많은 인원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는 그들에게 우리가 좀 더 따듯하게 대해주어야 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성원이기 때문입니다.”

지동 주민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의 이야기이다. 현재 지동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재래시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동교 위에 설치된 간이무대에는 중국어와 한국어로 두 사람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400여 명의 중국 이주노동자들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선포식에 참가를 하고 뜻 깊은 하루를 보낸 셈이다.

 

 

오늘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 제일교회와 지동주민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주민들이 저희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참으로 곤혹스러웠습니다. 이제 이렇게 선포식에 나와 서명을 하고나니, 조금은 저희들도 정신을 차리고 쓰레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동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뜻 깊은 자리 정말 고맙습니다.”

 

서명을 마치고 난 한 중국 이주노동자의 말이다.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그들을 배타하고 멀리하기 보다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의 한 성원으로 보듬고 살아가야 한다. 중국 이주노동자들의 선포식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남과 나눌 수 있다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고 한다. 꼭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야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나눌 수는 없다. 일 년에 몇 차례 자신의 이웃들을 위해 마음으로 나누며 사는 사람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씨(, 60)가 바로 그이다.

 

올 해만 해도 벌써 몇 차례 인근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였다. 한 여름 더위가 시작되던 초복에는 삼계탕 200그릇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대접을 했다. 전날부터 그 더위를 이겨가면서 불을 떼고, 200마리의 삼계 닭을 사다가 끓였다. 지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청해 삼계탕 대접을 한 것이다.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 복중에 200명 분의 삼계탕을 끓여 사람들에게 대접을 할 수 있겠는가? 심성이 착하다고 해도 그렇게 가정에서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는 것이 결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어르신들을 모셔 대접을 하고는 한다.

 

16일에 고성주씨의 마당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마당 가득 쌓인 절인 배추들. 그 전날인 15일에 모두 절여놓았다가 김장을 하는 것이다. 고성주씨는 무속인이다. 스스로 만신이라고 자청을 한다. 경기안택굿 보존회의 회장인 그는, 자비를 들여 매년 안택굿을 이어가기 위해 무대에 올린다. 그렇게 바삐 살아가면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 이 집은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지동 벽화골목에 조성 된 시인의 벽에 글을 쓰기위해 지동을 찾아 온, 수원시인협회 회원 25명에게 삼겹살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누기를 좋아하는 고성주씨가 김장을 하는데 자그마치 배추 700포기를 한다는 것이다.

 

독거노인들께 나누어 줄 김치

 

배추 700포기는 배추 값만 해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김장을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희 동네에는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매년 30분 정도에게 김장을 해서 나누어 드리고 있어요. 그분들에게 10포기씩만 갖다드린다고 해도 300포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주어야 하고요.”

 

 

그래서 700포기나 되는 김장을 한다는 것이다. 고성주씨가 이렇게 해마다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만신이기 때문에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의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고성주씨는 아범, 어멈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아도 수양부리들은 고성주씨에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다. 이것은 과거 단골네들의 습속으로 고성주씨는 이 시대에 남아있는 유일한 단골이다)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매년 이렇게 많은 김장을 하시고 나면 몸살을 앓아요. 그래서 말리고는 하지만 한 해도 가르지 않아요. 혼자 사시는 분들이 김장을 하지 못하면 한 겨울 동안 무엇으로 사시느냐고 걱정을 하죠.“

 

 

김장을 통에 담던 한 수양부리의 말이다. 그렇게 매년 나눔에 익숙해져 있는 고성주씨. 커다란 통에 김치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그것이 모두 독거노인들께 나갈 통이라고 한다. 이틀 동안 배추를 절이고 속을 버물리고, 김장을 마친 시간은 해질녘이 다 되어간다. 700포기 김장을 하기 위해 사용한 용기들만 해도 엄청나다.

 

해마다 이렇게 나눔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는 고성주씨. 김치를 담은 통을 들고 이집 저집 찾아다닌다. 독거노인 분들이 사시는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올 한해 나눔의 마무리인 김장. 700포기 김장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13일 오후 7. 수원 라마다 호텔에는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라마다 플라자 수원호텔 3층에는 30개의 원탁이 마련되고, 그곳에는 수원시민들이 10명씩 300명이 둘러앉았다. ‘생태교통 300인 원탁토론회를 위함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교통을 말하다라는 주제를 놓고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수원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원탁토론의 효시이다. 수원시의 현안을 행정에서만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500인 원탁토론 등을 거쳐 그곳에서 시민들의 집약된 사고를 도출해 내기 위한 방법이다. 이날 300여 명의 시민들 중에서는 생태교통 시범지역이었던 행궁동 주민 240명을 포함해, 사회단체와 수원시민들이 참석을 했다.

 

 

생태교통 한 달, 꿈과 같았다

 

7시부터 시작한 원탁토론은 염태영 수원시장과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의 인사말로 시작이 되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생태교통은 화석연료가 고갈이 된 후 어떻게 교통수단을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우리 수원 행궁동 일원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감소하고 한 달간 계속된 세계적인 프로젝트였다. 9월 한 달 동안 불안과 걱정이 앞선 가운데, 희망과 기대가 함께했다.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행궁동을 주시하고, 생태교통 수원2013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제 오늘 300명의 시민들이 모여 토론을 벌임으로써, 앞으로 생태교통의 나아갈 지표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여기서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을 행정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사안은 시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의사를 존중할 것이고, 가급적이면 시민들이 앞장서 추진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 해

 

10명이 둘러앉은 원탁에는 컴퓨터로 주민들의 의사를 조합할 테이블 퍼실리데이터 한 사람이 앉고, 시민 9명이 함께 자리를 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여성이 138명에 남성이 135명으로 273명의 시민들이 참석을 했다. 연령대로는 40대가 52, 50대가 65명으로 가장 많았고, 1024, 70대 이상도 20명이나 되었다.

 

토론에 참가한 사람들의 직업으로는 자영업이 45, 주부 40, 시민 50, 학생 34, 시민단체에서 30, 전문가 32명 등이다. 이들이 행궁동에 거주한 햇수는 30년 이상이 33명이나 돼, 행궁동이 구 도심권으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5년 미만 거주자도 25명이며, 생태교통이 끝나고 이곳으로 이주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주민들 목소리 높여 주장을 말하다

 

300인 원탁토론장에 모인 시민들은 제1토론 생태교통마을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인가를 자유토론으로 진행을 했다. 각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시간대별로 스크린에 자막으로 보여 사람들이 토론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자유토론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면 주민 간 토론, 화합이 23%를 차지했으며, 차 없는 거리 확대가 19%로 뒤를 이었고, 특색 있는 테마로 상권 재구성이 16%를 차지했다.

 

주민교통 불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사람들도 30명이나 되었으며, 생태교통 마을을 취소해 달라는 의견도 9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화서문로는 점집이 많은 곳이다. 이 점집에 대한 엇갈린 표현들도 나왔다. 주민 한 사람은 그들도 잘 이용하면 특색 있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나름대로의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통장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무당집이 많아서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무당집이 많은 동네에 살아 창피하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의사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행궁동에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서 대개는 집세를 내는 등 행궁동의 재정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태교통이 끝났다고 그들을 토사구팽을 시키려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2주제 화서문로, 신풍로 특화거리 운영방식, 3주제 생태교통 차 없는 거리 운영에 대한 표결토론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벌인 생태교통 300인 원탁토론에서 나온 다수의 의사는, 행정과 주민들의 조율을 거쳐 시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터주란 집터를 관장하는 신이다. 터주는 터줏대감’, ‘텃대감’, ‘토주(土主)’, ‘지신(地神)’, ‘후토주임(後土主任)’ 또는 대주(垈主)’라고도 부른다. 후토주임이란 터주신을 모시는 곳이 대개 집의 뒤편에 자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토주는 말 그대로 토지의 주인, 즉 터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터주신이 좌정하는 곳은 짚으로 엮어 만든 터주가리인데, 터주는 대개 집의 뒤뜰이나 장독대 옆에 세운 터줏자리에 모셔진다. 터주가리란 작은 단지나 항아리에 햅쌀이나 볍씨를 담아서,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고깔모양의 주저리를 덮은 것이다. 그리고 주저리가 날아가지 않도록 왼새끼를 꼬아 터주 허리에 두른다.

 

10월 상달에 드리는 터주고사

 

예전에는 농사를 지으면 햇곡식을 먼저 터주에 바쳤다. 볍씨를 새로 넣을 때는 제일 먼저 턴 벼를 주부가 키에 까불러서 터주에 넣는데, 묵은 쌀은 밥이나 떡을 해먹으며 복을 빈다. 이때는 터주가리 안에 있는 단지에서 꺼낸 쌀로 떡을 해서 이웃집에도 나누어주는데, 이를 가을떡이라고 했다.

 

터주가리의 곡식을 교체할 때는 주저리도 새 짚으로 틀어서 바꾸어 두르는데, 묵은 주저리는 산에 버리거나 마을 성황당에 걸쳐놓아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한다. 때로는 불에 태우거나 논의 거름으로 쓰기도 한다. 터주단지에는 벼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근래에는 벼 대신 동전을 넣기도 하고 벼와 동전을 같이 넣기도 한다.

 

터주에 대한 고사는 음력 10월 상달에 좋은 날을 잡아서 지낸다. 가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상달고사 때는 대개 콩을 넣은 콩시루 떡과 팥을 넣은 팥시루 떡을 쪄서 터주와 성주에 올린다. 수원의 각 가정에서도 10월 상달고사를 지낼 때는 지난해에 넣어두었던 곡식을 꺼내어 시루떡을 만들어, 정화수를 그 앞에 떠놓고 촛불을 밝히고 절을 하고 축원을 한다.

 

 

동티를 막아주는 터주신

 

터주신은 주부들의 신이다. 대개 터주가리가 좌정을 하는 곳이 장독대나 집의 뒤편이기 때문에, 터주고사를 드릴 때는 주부들이 주체가 된다. 터주축원을 할 때는 짚을 십자(十字)로 놓고 그 위에 떡시루와 정화수를 놓는다. 이날은 대문 밖에 금줄을 쳐서 잡인의 출입을 막고 문 앞이나 터주단지 앞에도 황토를 깔아서 잡귀를 쫓는다.

 

터주신을 모시는 날이 되면 제주(祭主)인 부녀자는 목욕을 하고 근신한다. 터주신은 집안의 동티를 막아주는 신이다. 터란 집안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 공간이다. 하기에 터주신은 집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존재하는 신이다. 집에서 흙을 다루거나 돌을 다룰 일이 있으면, 사전에 터주신을 모신 터주가리 앞에서 간단한 비손을 한다.

 

이는 집터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터주신께 고해 노여움을 사지 않게 하는 것이다. 터주신이 노하면 동티가 난다고 한다. 터주신은 땅 속에서 올라오는 사악은 기운을 막아내는 신이기 때문에, 가솔들의 안녕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가신 중의 으뜸은 가옥에 좌정하는 성주신이라고 하지만, 집안 전체를 지켜내는 것은 터주신이다.

 

옛 드라마 등을 보면 집안에 주부가 장독대에 촛불을 켜고, 정화수를 떠 놓고 열심히 비손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는 모두 터주신께 집안의 안녕을 위해서 기원을 하는 것이다. 이 가신의 주체가 바로 터주신을 모신 터주가리이다.

 

음력 10월 상달이 되면 집집마다 새로 주저리를 틀어 모시는 터주가리. 집집마다 행하던 풍습이 사라진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나마 수원에 이 터주가리가 남아있는 곳은, 신을 모시고 있는 무속인들이다. 그들이라도 이렇게 옛 풍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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