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축제, 맞이굿 한마당 축제 열리다
굿은 종합예술이다. 춤과 소리, 각종 음악이 있다. 거기다 굿을 하면서 연극적인 요소까지 갖추고 있는 굿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흥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굿을 ‘열린 축제’라고 한다. 그런 축제 한마당이 11월 24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의 집에서 열렸다.
고성주 회장은 4대째 내려오는 무가(巫家)의 집안이다. 할머니로부터 고모, 신어머니 최영옥씨에게로 전해진 세습강신무의 내력이 고회장에게 전해져 4대 100년 이상을 무가로 전해진 집안이다. 현재의 거주지에서 내림을 받고 강신무의 세계로 접어 든 고회장은 이 자리에서 43년째 봄과 가을, 맞이굿을 열고 있다.
강신무들은 대개 2~3년에 한 번, 혹은 매년 날을 정해 맞이굿을 열고 있다. 맞이굿은 ‘진적굿’이라고도 하며 무속인에게는 가장 큰 규모의 굿이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을 위하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을 위하는 굿이기 때문에 가장 정성을 들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고성주 회장은 매년 봄맞이는 음력 3월 7일에, 가을맞이는 음력 10월 7일에 연다. 고성주 회장의 맞이굿은 그 어느 집에서도 보기 힘든 굿판이 열린다. 일주일 전부터 각종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가장 장엄한 굿판을 열기 때문이다. 굿상에 진설된 제물은 가급적 직접 만들어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루 종일 진행된 맞이굿은 장엄 그 자체였다. 이른 시간부터 굿판을 열어 의식이 진행되었는데 피리와 대금, 해금(아쟁), 장고, 징, 바라 등 각종 악기의 연주에 맞추어 부정굿부터 시작이 되었다. 굿판에서는 부정굿을 가장 먼저 한다. 이것은 굿판에 모인 많은 사람들과 굿이 열리는 제장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굿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천궁맞이’ 세 시간정도 진행
산바라기를 마친 후에는 맞이굿을 여는 무당이 가사장삼을 입고 고깔을 쓴 후 부채와 방울을 들고 ‘천궁맞이‘를 한다. 천궁맞이는 천신을 맞아들이는 의식으로 이 거리에서 무당은 12거리를 혼자 무복을 갈아입으며 진행한다. 천궁맞이를 할 때는 ’용사슬‘이라고 하여 물동이를 타는 의식이 있는데 이는 무당 스스로가 제물이 되어 신에게 자신을 받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고성주 회장의 맞이굿은 누구나 함께 동참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수양부리(신도)만이 아니라 그 어느 누가와도 반갑게 맞이해 한상 잘 차려 내놓는다. 3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고 회장의 집에는 맞이굿을 할 때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한편에서 굿이 진행되고 한편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야말로 열린축제라는 굿의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다.
“할머니 때부터 전해지는 음식조리법을 고모와 신어머니를 거치면서 그대로 배웠어요. 저희 집은 장부터 모든 것을 집에서 다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화학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저희 집 음식을 먹고 나면 딴 곳과는 다른 맛이 있다면서 조리법을 알려달라고도 해요”
‘경기안택굿’, 무형문화제로 지정해야
늘 남에게 베푸는 것을 즐겨하는 고성주 회장은 음식 하나를 조리해도 정성을 다해 조리한다. 하기에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는 맞이굿 판은 그야말로 ‘열린축제’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렇게 진행되는 굿판은 시간이 갈수록 흥이 절정에 올랐다. 그리고 마당에는 조명이 들어오고 재인청춤을 추는 무희들이 차례로 나와 고성주 회장에게 전수받은 춤판까지 벌어졌다.
“이런 굿판은 처음이다. 난 굿이라고 해서 단순히 기복적인 것을 염원하는 것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단한 것이 경기안택굿보존회애서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네요. 왜 이렇게 멋진 판을 열어주는 안택굿이 아직도 문화재로 지정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완벽한 종합예술인데 말이죠”
우리민속을 연구한다는 김아무개(여, 38세)씨는 이렇게 대단한 축제를 열 수 있는 경기안택굿보존회의 굿은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보전이 되어야 한다면서 아직 지정이 안 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밤 11시까지 질펀하게 열린 고성주 회장의 맞이굿 한마당.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은 굿상에 진설되어 있던 제물을 한 보따리씩 싸서 돌아갔다.
수원에서 ‘성곽의 나라 회원전’을 만나다
예술공간 봄에서 11월 23일까지 전시회 가져
“선생님, 행궁동에 있는 예술공간 봄에서 ‘한국의 성곽 전’을 열었다고 하는데 구경 가지 않으실래요?”
12일 오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한국의 성곽 전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다. 도대체 성곽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있다는 소리에 휴일 오후 나른해지던 몸이 갑자기 힘이 돋는다, 마치 가뭄에 물 만난 무엇처럼 뛰쳐나갔다.
조선시대 경륜가인 양성지는 “조선은 가히 성곽의나라“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국에는 약 1,800개의 성이 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일설에는 삼국시대 토성까지 합치면 3,000개가 넘는 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축성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표적인 성이 바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수원화성이다. 수원화성은 단순히 적을 방어하기 위한 곳만이 아니다. 화성은 왕권의 강화와 더불어 후에 이곳을 경제의 수도로 만들고자 하는 정조대왕의 깊은 뜻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화성 북문을 ‘장안문’이라 명칭을 붙인 것도 알고 보면 이곳을 도읍으로 삼고자 한 뜻이 있었다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하기도 한다.
그동안 50여 곳의 성을 돌아봐
나 역시 성(城)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언젠가 나이가 들면 답사를 멈추고 30년 가까운 세월을 전국을 돌면서 수집한 자료를 이용해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성(城)’이다. 하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성을 답사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성은 예술이란 생각이다. 모든 성곽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축성을 하였다. 산성이 되었거나, 읍성이 되었거나, 혹은 평산성이 되었거나 그 나름대로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성을 쌓았다. 방어를 목적으로 쌓은 성이지만 단순한 성이 아닌. 주변의 경관을 고려했다는 점이 놀랍다.
‘남북한을 합하면 성곽의 수효만으로도 대한민국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곽 보유국이다. 또한 한국의 성곽은 축조기술이나 전술적 기능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우월성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성곽촬영회 ’성곽의 나라‘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었던 대한민국 성곽을 이 시대에 맞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재조명하여 세계 속에 또 하나의 한국적 문화자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사명으로 시작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곽을 미학적 대상으로 접근하여 창조적 표현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표현 방식으로 설정하여 촬영하고 있다’
한국의 성만 아니라 해외의 성도 만날 수 있어
성곽전을 갖는 작가들은 취재노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고염옥, 김지식, 김학현, 박병대, 오석길, 오상철, 임재근, 천낙훈, 천명철 등 9명의 사진작가가 각각 한 곳씩의 성을 담아냈다. 김지식 작가의 수원화성, 김학현 작가의 강화 광성보, 박병대 작가의 용인 처인성, 천낙훈 작가의 안성 죽주산성, 천명철 작가의 서산 해미읍성, 임제근 작가의 여주 파사성 등 전국의 다양한 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수많은 성을 만났다. 이들 작가들의 사진은 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진작가들의 작품이기 때문에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멋들어지게 표현하였다. 하지만 내가 촬영한 사진은 문화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이들 작가들과의 사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작가들의 성곽전을 보면서 반성을 한다. 이왕이면 이들처럼 저렇게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사진을 함께 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기 때문이다. 휴일 집에서 쉬고 있던 나로서는 정말 좋은 전시를 만났다는 생각이다. 23일까지 예술공간 봄의 1, 2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성곽의 나라 회원전’을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제4회 수원화성 국제사진축제 열려
3일 오후 팔달사 회관법당서 개막식
실내로 들어가면 한편 벽면에 삼존불이 좌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 좌복이 깔렸다.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와 차례대로 자리에 앉는다. 법당 내에 사람들이 들이찼다. 그 중에는 팔달사 주지스님을 비롯하여 김창범 팔달구청장, 김영진 팔달구 국회의원, 한원찬 수원시의회 운영위원장, 손화종 행궁동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 외에도 수원시 도시디자인과 최호운 과장, 행궁동 주민자취위원회 한창석 위원장, 남문로데오상인회 강희수 수석부회장과 김한중 전 회장, 수원화성 국제사진축제 운영위원회 강제욱 위원장 등도 함께 했다. 법당 밖에도 카메라를 손에 든 작가들을 비롯해 국제사진축제를 찾아 온 많은 사람들이 팔달사 경내를 돌면서 작품감상을 하고 있다,
3일 오후 5시. 사람들이 팔달사 경내로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팔달구청과 팔달사를 비롯해 수원제일교회, 굿모닝 하우스, 창룡마을 창작센터, 해움미술관, 더 페이퍼, 뽈리화랑, 신풍초등하교 담벼락 갤러리, 로데오거리 특별전시관,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크로키 등 수원시내 20여 곳에 사진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전의 개막식이 팔달사 경내 법당에서 열렸다는 것이 색다르다. 국제사진축제는 그동안 팔달사를 비롯해 인근 전시관 등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 째 맞는 국제사진축제는 ‘문명 - 위대한 여정’이라는 타이틀로 마련하였다. 참여작가만 해도 중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의 10여명의 국제전에 참여하는 외국 작가들도 작품을 걸었다.
전체 15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사진전
올해 국제사진축제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150여명이다. 국제전 10명, 국내전 약 120명에 작품 1천여점, 그리고 시민, 관객 등 아마추어 작가 20여명도 참가했다. 아시아 각국의 세계문화유산 사진전으로 대규모 국제교류전이 마련되었다. 이들은 전시 기간 중 작가와 수원화성 걷기 등의 행사도 마련했다고 한다.
‘수원화성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2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올해 국제사진축제는 지난해에 비해 규모가 더 늘어난 듯하다. 지난 3회 때는 ‘이주 끝없는 여정’전으로 마련했다. 팔달사에 전시된 사진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사진들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낮 시간에 팔달구청에 전시된 국내 작가들의 전시작품을 보면서 20여 곳에 전시된 작품을 찬찬히 돌아보려면 10월 한 달이 다 지날 듯하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틈틈이 찾아보리라 마음먹는다.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수작들이 걸려있고, 우리가 만나기 힘든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있기 때문이다.
수원을 국제화시키는 사진축제
개막식에서 김창범 팔달구청장은 “많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팔달사를 비롯한 팔달구에 전시한 것에 감사드린다”며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작품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영진 국회의원도 “팔달사에서 이렇게 대규모 국제사진축제가 열리게 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5회 째가 되는 내년에는 더 규모가 큰 국제사진축제를 열 수 있도록 힘쓰기 바란다”고 했다. 김영진 국회의원은 “많은 시민들이 전시장소를 찾아와 국제적인 사진전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며 “참여한 작가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수원시의회 한원찬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국제적인 사진축제를 여는데 도움을 주지 못해 죄스럽다”면서 “수원에서 열리는 대규모의 국제사진축제니만큼 많은 분들이 찾아와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막식을 마친 후에는 다과회를 팔달사 경내 종무소 앞에서 열고 전시작을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11월 30일까지 수원 곳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1천여 점이나 되는 국제사진전을 관람할 시민들은 팔달사 종무소를 찾아가 안내지도를 받아 전시공간을 돌아보면 된다. 이 가을 국제사진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하기 바란다.
가을 단풍과 전시, 함께 즐거운 곳
가을, 만석공원은 가을이 깊게 내리앉기 시작했다. 붉은 단풍이 여기저기 아름답게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을이 좋은 것은 바로 이런 아름다운 단품 때문이다. 꼭 붉어야 단풍일까? 가을의 색은 붉은색만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도로변 인도에 떨어진 갈색의 낙엽조차도 가을작품이란 생각이다.
만석거를 한 바퀴 돌아 수원시미술전시관을 찾았다. 1층 전관에는 제28회 경기미술작가전이, 2층 2관에는 석사학위 청구 작가전인 이명숙 전이 열리고 있다. 1층 경기미술작가회전은 벌써 28회 째라고 한다. 29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들이 1층 넓은 전시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천천히 돌아보면서 가을을 만끽한다. 저마다 개성있는 작품들이 크고 작은 틀 안에서 관객의 눈길을 끈다. 그런 작품을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몰래 어느새 내가 작품속의 인물이 된다. 아마 가을이기 때문인가 보다. 그 작품 속으로 들어가 한참을 이리저리 걷다보면 이 가을에 미술전시관 한번 찾아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온 산천이 붉게 물든 이 시기야 말로 여행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멀리 단풍구경을 갈 수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 가을을 맞이하는 의식을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과 미술전시관을 찾아 이 가을에 만나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대신한다. 그만해도 호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달을 주제로 한 예술적 미의 고찰
경기미술작가회전을 돌아본 후 2층으로 올라갔다. 제2 전시실에서는 이달 30일까지 이명숙의 석사학위 청구 작품전이 열린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을 한 이명숙의 ‘달을 주제로 한 예술적 미의 고찰’이라는 작품전에 전시된 작품들. 이곳 수원시미술전시관을 찾아오는 것은 졸업작품전에 출품되는 생각 밖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숙은 작가노트에서 ‘달의 이미지가 인간에게 끼치는 다양한 감성적인 부분과 일상적이며 전통적인 예술적 미를 여러 시점에서 접근하였다’면서 ‘자연을 개념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단순한 대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을 자연의 미적 감상을 위한 모델로 격상시켜 인간의 감정이입을 통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면 단순히 진부하게 달에 대한 막연한 인식과 낭만적인 사유를 넘어서 달의 형상과 그 주변의 풍경을 새로운 시각과 의미로 그려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명숙의 작품은 회화를 기본으로 하여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입체전환기법을 활용해 표현을 극대화 시켜 달의 새로운 모습과 회화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연구 작품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 또 다른 방법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많은 나날들의 기억을 붙잡는 만남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가을 전시관을 찾아 길을 나서자
이명숙의 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달들은 그림속의 달이 아니다. 입체적으로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 작품답게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준다. 작품을 돌아보면서 작가의 고뇌가 느껴지는 것은 대학원이라는 과정에서 만난 작품들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에 작가의 작품 속에 달은 또 다른 공부를 하게 만든다.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단풍을 찾아 길을 나선다. 하지만 굳이 먼 길을 가지 않아도 수원 곳곳에 아름다운 단풍이 있다. 이 가을 먼 길을 나서 고생을 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곳을 먼저 찾아보자. 그리고 수원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을 돌아보자.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가 들려본 수원시미술전시관. 25일 오후 찾아간 그곳에서 뜻밖에 좋은 전시를 만났다. 30일까지 이어지는 수원시미술전시관의 이명숙 졸업 작품전을 바람 따라, 단풍 따라 찾아가보기를 권한다.
백은하의 ‘기억의 활용 - 상상과 실재’ 전을 보다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공존
행궁동 소재 갤러리인 대안공간 눈의 제2전시실에서 전시중인 백은하의 ‘기억의 활용 - 상상과 실재’ 전은 실재하고 있는 것과 무의식의 기록에 떠오르는 환상이 공존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작품전시이다. 이달 26일까지 전시될 백은하 작가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17일 오후 대안공간 눈을 찾아갔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백은하 작가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다수의 그림동화책, 사보, 시화집 등 작업을 했으며 2012년 시화집「숲에서 쓰는 편지」를 도서출판쏘야에서 발간하기도 했다. 그동안 5회의 개인전을 가진 백은하 작가는 2005년 Today&Tomorrow (세종문화회관 미술관본관, 서울)과 2011년 몽환(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서울), 2015년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COEX , 서울), 2017년 Use of Memory(행궁길갤러리 , 수원)에 이어 이번에 다섯 번 째 개인전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표현된 동물과 여인의 이미지가 ‘꿈과 환상’의 공간으로 표현된다. 이성의 억압을 자제하고 무의식을 떠올리는 여러 방법 중 ‘꿈과 환상’을 자연과 인간, 동물을 소재로 몽환적 이미지들로 나타내며 이는 현실에서의 갈망을 표현하여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내었다」고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그리는 ‘꿈 그림’은?
백은하 작가는 ‘꿈과 환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것이며 순간순간의 꿈과 이상, 길게는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꿈을 갖는다고 한다. 즉 마음속에 욕망을 가지고 숨기거나 때로는 드러나게 살고 있으며, 예술은 그 내용을 반영하고 이상을 갈망한다는 것이다. 작가를 비롯한 현대인들이 현실세계에서 받은 상처와 좌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로 실현 불가능한 일과 가능 할 수 있는 일로 채워진 “꿈 그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전시실 벽면에 커다란 작품들이 걸려있다. 몽화, 골목, 통영, 기억의 풍경 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그림들은 시야를 편안하게 만든다. 커다란 잎 속에 자리를 틀고 앉은 반나의 여인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를 주시한다. 그 안에 작가의 꿈이 있고, 관람자를 꿈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느낌을 갖는다.
백은하 작가는 도대체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몽환(夢幻)’이라는 제목을 유난히 많이 시용하고 있는 작가의 꿈을 그려본다. 작가는 실재하고 있는 것과 무의식의 기록에 떠오르는 환상과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공존, 과거의 어느 곳에 존재했던 공간들의 이미지와 느낌을 한 순간에 포착하여 작품 속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시킨다고 했다.
몽환으로 이끌어가는 작가의 작품. 꿈속일까?
전시공간에서 만나는 작가의 작품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작품속에는 꿈을 꾸고 있는 여인도 보이고 개구리도 보인다. 커다란 작품 속에 작은 인물과 동물들이 바로 나일 것이란 생각을 한다. 작가는 그런 꿈과 현실을 통해 작품의 소재를 얻는 듯하다. 그런 작품속이 바로 몽환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꿈은 상상하게 만들고 인간의 감정과 정신 등 내적작용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힘이 된다.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는 이상도 꿈을 꾸면서 실현되며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바로 그런 작품 속 여인과 동물들이 스스로 관전자가 되길 바란 것일까? 그림 앞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작가 백은하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보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대안공간 눈. 주말을 이용해 찾아가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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