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많은 불교 석탑 중에서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탑은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 십층석탑과, 일제에 의해 수난을 당하다가 복원이 된 개성 인근의 경천사 십층석탑, 그리고 공주 마곡사의 오층석탑 등이다.

보물 제799호로 지정이 된 마곡사 오층석탑은 고려 말기의 세워진 석탑으로, 당시 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라마교는 티베트에서 발생하여 중국 원에서 크게 융성한 불교의 한 종파이다. 이 탑의 상륜부에는 라마탑에서 보이는 풍마동 장식을 두어 특이하다.


훼손이 심한 마곡사 오층석탑

마곡사 오층석탑은 대광보전 앞에 자리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이라 고찰을 찾은 사람들도 그늘을 찾아든다. 나뭇가지도 늘어져간다는 삼복더위에 찾아간 마곡사다. 그래도 마음을 먹고 찾아간 곳이니 뙤약볕이라도 찬찬히 훑어볼 수밖에. 첫눈에 보기에도 여기저기 많이 훼손이 되었다. 이 탑이 이렇게 훼손이 된 것은, 석탑 뒤편에 자리 잡은 보물인 대광보전이 불이 났을 때 많이 훼손이 되었다고 한다.



풍마동 높은 기단부와 탑머리에 장식한 풍마동은 라마교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층으로 된 기단부는 일반적으로 보이는 기단부보다 월등히 높다. 그리고 그 위로 오층의 탑신이 있는데, 지붕돌의 변화가 없어 불안정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많이 보이는 고려 석탑들보다 안정감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상륜부에 있는 풍마동의 무거움 때문은 아닌가 모르겠다.

몸돌에 새겨진 사방불은 백미

탑 주위를 돌아보니 기단석과 몸돌, 지붕돌 등이 많이 훼손이 되었다. 아무리 석탑이라고 해도 불에는 견디기가 어려웠나보다. 그래도 오랜 세월 이렇게 마곡사 경내에 자리잡고 있는 석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다. 1972년도에 해체 수리를 하였고, 1974년도에 이 자리로 옮겨왔다고 하는 것을 보니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보다.

마곡사는 처음에 세워진 년대가 정확하지는 않다. 신라 선덕여왕 9년인 640년에 자장율사가 창건을 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643년에 세웠다고도 한다. 또한 그보다 200년이나 뒤인 840년에 보조 체징스님이 창건하였다는 설도 있다.


사방불 이층 몸돌에 새겨진 사방불은 이 탑의 백미로 꼽힌다

천년고찰 마곡사 대웅보전 앞에 자리하고 있는 오층석탑. 그 이층 몸돌에 보면 사방에 좌불을 새겨 넣었다. 부처와 보살 등을 몸돌 사면을 파내면서 돋을새김으로 윤곽을 주었다. 두광과 신광을 표현하였으며, 연화대와 법의 등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천년 세월을 그 모습 그대로 좌정을 하고 있는 사방불. 그 아름다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탑이 훼손이 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가치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적인 풍화에 의해서 훼손되는 것만도 가슴이 아픈데, 인위적인 훼손까지 더해 망가져 가고 있는 수많은 문화재들. 오늘 우리가 반성해야할 일들이 아니던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죄스러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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