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렇게 다섯 쌍의 남녀가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분들이, 오늘 새로운 출발을 하는 자리입니다. 일가친척 여러분과 하객 여러분들이 오늘 이 다섯 쌍의 부부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1일 오전 11시부터 수원 월드컵 경기장 컨벤션 웨딩홀에서 열린 4회 수원시 장애인 합동결혼식의 개회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박동수 ()수원시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장의 인사말이다. 이날 합동결혼식에는 허영식, 양홍자 부부, 김순남, 박옥숙 부부, 이정우, 최옥자 부부, 이창선, 왕슈핑 부부, 최헌구, 이후숙 부부 등 다섯 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300여명의 하객들이 축하 해

 

이날 합동결혼식에는 정미경 국회의원, 수원시의회 이재선 의원, 수원시지체장애인협회 최종현 회장 등 각 장애인단체의 회장들이 함께 자리를 했다. 결혼식은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시지부의 촛불점화를 시작으로, 주례입장, 신랑신부 입장, 신랑신부 맞절과 혼인서약 및 성혼선언, 주례사 등으로 이어졌다.

 

정미경 의원은 축사를 통해

내가 결혼식을 올리는 것만큼 기쁘다. 아무리 바빠도 이 행사에는 매년 참석을 했다. 꼭 축하를 해 드리고 싶어서이다. 오늘 결혼을 하는 다섯 쌍의 부부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모든 사람들과 함께 축하를 드린다.”고 했다.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은 주례사를 통해

만추의 계절에 이렇게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된 다섯 쌍의 부부에게 진심으로 축하는 드린다. 갖가지 사연이 있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분들에게 이렇게 귀한 자리를 마련해 준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오늘 이 자리는 평생을 함께 살아가겠다는 반려자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자리이다. 각자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아가시기를 바란다.”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은 사랑이 먼저이다. 사랑이 없다면 절대로 행복할 수가 없다. 물이 깊으면 고기가 모이고, 숲이 우거지면 많은 새들이 모여들게 된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서로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곳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나보다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주기를 당부한다.”고 주례사를 했다.

 

 

TV 등 많은 선물도 답지해

 

주례사를 마친 다음에는 각 단체에서 기증한 선물을 증정하는 선물증정식도 가졌다. ()삼성전기에서는 삼성40인치 LEDTV 5대를 증정했고, 수원농협에서는 쌀 100kg을 선물했다. 이 외에도 ()대호관광에서는 식기세트 5세트를, 이태리양복점에서는 냄비세트 5개를 선물했다. 수원시 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에서는 제주도 23일 여행과 이불 5채를 선물했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날을 맞이한 다섯 쌍의 신랑신부에게 정말 축하를 드립니다. 이 분들의 결혼은 그 어느 결혼식보다도 많은 축하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결혼생활이 결코 수월치는 않겠지만, 그 어느 신혼부부들보다도 더 아름답게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하객으로 참가를 한 사람은 자신도 장애인이라고 밝히면서, 하기에 이 결혼식이 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결혼식을 마친 신랑신부 일행은 수원시청으로 이동하여 기념촬영을 마친 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수원시, 12김장’ 6,000포기 담아

 

수능을 앞두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길을 걸어도 찬바람 때문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이렇게 바람까지 부는 날 수원시에서는 사랑의 김장나눔행사를 가졌다.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에 소재하고 있는 수원시 공설운동장 한 옆에 자리를 마련하고 김장 나눔 행사를 가진 것.

 

이 행사는 수원시 새마을회가 주최를 하고 수원시 새마을부녀회가 주관을 했으며, 새마을협의회, 문고회, 교통봉사대 등이 동참을 했다. 전날 미리 절여 놓은 김장배추를 아침 일찍부터 물에 씻기 시작해, 10시 경부터 본격적인 김장을 시작했다. 수원시 각 주민센터에서 모인 500여 명의 새마을부녀회원등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닐 등으로 몸을 감싸 바람을 막으면서 김장을 했다.

 

 

이날 김장나눔에는 모두 6,000포기 정도의 배추를 준비했으며, 20kg들이 상자 1,500박스를 만든다는 것. 이 박스들은 각 주민센터 별로 분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고생해서 만든 김장김치는 각 주민센터 별로 골고루 배분해 드립니다. 지역의 인구수와 도움을 받을 분들을 감안해 나누어 드리는 것이죠.” 김장 나눔을 주관하고 있는 담당자의 말이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동참 해

 

이날 김장 나눔 행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해, 김진우 수원시의회 의장, 박순영 의원, 한규흠 의원 등도 함께 김장하기에 동참을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김장김치를 만들기에 앞서 오늘 이렇게 추운 날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을 해 주신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하기도.

 

차가운 날 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있던 시민 한 사람은 우리가 이렇게 추운 날 고생을 하면서 만든 김장김치를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이 정도 추위야 봉사를 한다고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있다.”고 하기도.

 

 

결혼이민자 40여 명도 함께 김장을 해

 

이 날 모인 주부들 중에는 결혼이민자 40여 명도 함께 동참을 했다. 중국에서 12년 전에 결혼을 해서 한국으로 나왔다는 양봉씨는, 그동안 시집을 와서 집에서 김장을 담가 먹었다고 하면서 올해 두 번째로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를 했다고 한다.

 

중국 천진에서 왔다고 하는 결혼이민자인 성정씨도 저도 결혼을 해서 한국에 온지 12년이 되었어요, 한국에 와서 아직 집에서 김장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여기 행사에는 올해 세 번째 참여를 하고 있어요.”라면서 김치찌개를 잘 만들고 잘 먹는다고 대답을 한다. 잠시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김치까지 들어 보이면서 포즈를 취해준다.

 

 

몇 년째 이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를 했다고 하는 장안구 연무동에서 산다는 주부 정아무개는, 이런 행사를 시 전체가 하고나면 각 주민센터 별로 또 김장 나눔 행사를 한다고 하면서

휴먼시티 수원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매년 많은 김장을 담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사람이 행복한 곳입니다. 이제 시 전체가 이렇게 김장김치를 담아 배분을 하고나면, 각 주민센터마다 또 김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드리는 것이죠.”라고 한다.

 

날이 쌀쌀한 가운데서도 나눔이라는 즐거움이 있기에, 비닐로 온 몸을 감싸고 김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은 것은 바로 나눌 수 있다는 행복함을 알기 때문인 듯하다.

 

7일과 8, 인계동 청소년문화센터 광장에서 마을 꽃이 피다라는 주제로 열린 2014 수원 마을축제에는 마을만들기 추진단의 부스를 비롯하여, 대추동이 문화마을 추진단, 칠보산마을연구소, 매탄1동 르네상스협의회, 권선예절원, 청솔 한라비발디 마을가꾸기 등 각 마을에서 준비한 24개 부스가 설치되었다.

 

마을만들기 부스를 설치한 한편으로는 알뜰시장을 차려놓아 어린이들부터 청소년들이 자신이 들고 나온 물건들을 진열해 놓았다. 각 부스에서는 자신들의 마을이 자랑하는 각종 먹거리들과 차, 세류2동 치매미술치료협회, 금호동 칠보산 도토리교실, 화성1동의 굿 프랜드 동아리 등 각종 자랑거리를 들고 나왔다.

 

 

오늘 주말을 맞이하여 많은 분들이 아침부터 이곳을 찾아주셨는데, 날도 갑자기 쌀쌀해 진 듯하고 접근성이 행궁광장보다 떨어져서인가 관람객들이 예전보다 못한 것 같아요. 지난해는 생태교통 수원2013과 함께 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는데요. 그래도 오후가 되면 많은 분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어요.”

 

8일 오전 마을축제장에서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열심히 물건을 포장해주고 있던 한 마을 관계자의 말이다.

 

칠보산 마을연구소 무공해상품 들고 나와

 

칠보산 아래 마을인 금호동 칠보산마을연구소에서는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감국으로 만든 국화주와 감국차, 그리고 농산물과 무공해 쌀 등을 들고 나왔다. 칠보산 마을연구소는 마을만들기를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곳 중 한곳이다.

 

 

저희 칠보산 마을연구소에서는 저희들이 직접 키운 국화를 이용한 술을 갖고 나왔어요. 이 술은 자연적으로 키운 국화를 이용해 정종으로 담군 술입니다. 한 마디로 약술이죠. 그리고 저희가 400평의 논을 임대해 농사를 지어서 올해 백미와 현미 440kg을 생산했어요. 그것을 1kg씩 담아서 판매를 하고 있고요.”

 

칠보산 마을연구소 이계순(, 41. 금호동 LG빌리지) 소장은 100% 무공해 농산물로 누구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고 자랑을 한다. 칠보산 마을연구소에서는 칠보산마을 옛이야기지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지도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구전으로 전해준 마을의 전설인 칠보산의 황금닭’, ‘자목마을 장사’, ‘장수발자국바위등 마을이 전설과 지명유래 등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칠보산마을 건강한 먹거리 공동체 칠보 꽃 밥상설립할 터

 

칠보산마을연구소에서는 칠보산마을 건강한 먹거리 공동체인 협동조합 칠보 꽃 밥상을 설립한다고 한다. 이는 건강한 농민과 건강한 흙, 건강한 아이들, 그리고 건강한 경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저희가 설립추진을 하고 있는 칠보 꽃 밥상은 마을의 논과 밭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으로 건강한 흙과 건강한 이웃을 만나고자 합니다. 저희들은 이 친환경밥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금호동에는 수원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정미소가 있는 마을입니다. 농사를 지어도 저희가 직접 도정을 해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누구나 믿고 저희 식자재를 이용하셔도 괜찮습니다. 한 마디로 얼굴이 있는 로컬푸드죠.”

 

이계순 소장은 앞으로 칠보 꽃 밥상에서 생산하는 모든 식자재는 바로 칠보마을을 대표하는 것이고, 건강한 농민이 건강한 밥상을 만든다고 한다. 수원 마을만들기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먹거리를 이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칠보산마을연구소에서 하는 꽃 밥상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당굿은 많은 예인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도당굿은 한수 이남지역인 수원을 비롯한 인천, 시흥, 용인, 화성 등지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농, 풍어을 목적으로 매년 또는 2년이나 그 이상의 해를 걸러 정월 초나 가을에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굿을 말한다.

 

현재 수원에서는 영동시장 거북산당과 고색동 도당굿, 평동 도당굿이 해마다 정해진 날에 굿판이 벌어진다. 경기도당굿은 집안에서 대를 이어 기, 예능을 연마하고, 음악과 무용에 뛰어난 세습무당인 화랭이들이 진행한다. 남자무당인 화랭이들은 줄을 타면서 재담을 하거나, 재주놀이를 하면서 굿을 축제분위기로 이끈다. 예전에는 기생들의 소리와 춤이 함께 곁들여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경기도당굿은 기, 예능보유자였던 고 오수복 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아직도 기능보유자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다니면서 열리는 도당굿판에서도 진쇠, 터벌림 등의 춤을 전문적인 춤꾼들이 판을 벌이기도 했던 경기도당굿은, 이제는 굿판에서 한 판 멋지게 춤판을 벌이는 모습조차 보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도당굿판에서 만난 춤꾼 김지혜

 

1년 동안 경기도당굿이 열리고 있는 굿판을 찾아가보았다. 그런데 도당굿의 전수생 중에 무녀나 화랭이, 혹은 악사 같지 않은 사람이 있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춤을 추는 사람이란다. 춤을 추는 사람이 왜 도당굿판에서 열심히 뒷배’(대개 기능을 익혀 굿판에 서기 전에는 잔심부름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를 보고 있는 것일까?

 

“2011년에 경기도당굿 전수생으로 등록을 했어요. 이애주(중요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 선생님의 승무전수관에 들어가 학습을 하게 되었는데,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도당굿을 만나게 되었죠. 경기도당굿에 들어와 목진호(경기도당굿 이수자) 선생님께 장단 등을 배우기도 했고요. 도당굿판에서 보이는 진쇠 춤이나 터벌림 춤으로 이수를 하고 싶어서요.”

 

그동안 무용을 하는 사람들이 도당굿판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도살풀이를 추는 사람들은 물론, 진쇠 춤이나 터벌림 춤을 추는 사람들도 흔히 도당굿판에 동참하여 춤을 추워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무용전공자가 이수자가 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김지혜(, 35. 경기도당굿 전수자)가 춤으로 이수를 받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경기도당굿이 워낙 춤과 소리 등에 뛰어난 굿꾼과 춤꾼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부터 배운 춤, 이제는 깊은 춤을 추고 싶어

 

군산 영광여자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무용부에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한국무용을 비롯해 발레와 현대무용 등의 기본을 혹독한 체련단련과 함께 익히기 시작했죠. 하지만 집안에서 반대가 심해 고3 때 인문계로 전향했고, 아주대 심리학과에 입학을 했죠. 2009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대학이라는 녹색대학이 출범했는데, 이때 1기생으로 입학을 했어요. 경남 함양에서 여러 명이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이때 풍류예술학을 전공하면서 이애주 선생님의 특강을 듣고, 과천의 승무전수관으로 들어간 것이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경기도당굿을 알게 되었고, 벌서 3년 째 경기도당굿이 열리는 곳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춤꾼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김지혜는, 계양문회회관에서 사람들에게 살풀이와 입춤 등을 가르쳤다. 그 외에도 서울대학교, 봉원사, 운현궁, 남아사 마당공연 등에서 춤을 추었으며,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살풀이춤을 추기도 했다.

 

그동안 일본 동경 문화회관에서 황진이공연도 했고요. 영등포 아트홀 무대에 2013년과 올해 연속으로 올린 오다아 아리랑창극에 출연도 했어요. 10월에는 진주성 특설무대에서 열린 뮤지컬 촉성산성 아리아에 무대에도 올랐고요.”

 

경기도당굿의 독창적인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는 화랭이춤에 푹 빠져있다는 김지혜. 이제는 굿판에서 한 바탕 멋들어진 춤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보아야겠다. 요즈음은 도당굿판에서 멋진 화랭이춤을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웠는데,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세상을 산다는 김지혜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한때 그녀의 목소리가 길거리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길을 가던 사람들이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에 젖어들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면 마치 어느 시골의 밀밭에 부쩍 자란 밀들이 바람에 날리는 그런 목가적인 풍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당시 20세의 어린 소녀 허인순은 뭇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그런 노래를 하는 가수였다.

 

밀밭 길 울타리 사이로

조그만 오솔길 있네.

지금은 내 곁을 떠나간

너와의 사랑의 자리

 

그 길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알알이 새겨진 길

그 길은 너와 나의 추억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길

 

 

안언자 작사 김현우 작곡의 밀밭 길 추억1980MBC 라디오 드라마 <김자옥의 사랑의 계절> 주제가였다. 허인순은 이 노래로 당시 대한민국 1세대 포크 가수 은희와 최안순으로 시작된 한국 여성 포크 사의 새로운 장을 펼쳐나갈 가수로 평가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음반 15만 장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과 함께, 최다 방송 출연과 신인가수 후보에 오르는 등 당시 한국 가요계의 혜성 같은 존재였다.

 

돌연 은퇴를 한 가수 허인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런 차세대 가수로 각광을 받던 그녀가 돌연 은퇴를 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35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3일 오후 수원 팔달문 앞 영동시장 2층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허인순. 마침 화성 동남각루 아래 가을을 알리는 억새가 바람에 날리던 날 그녀를 만났다.

 

 

당시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결혼도 하고요. 하지만 노래를 그만 둔 것은 아니었어요. 광주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노래자랑 등에 심사를 하기도 했고요. 부산으로 가서 학원을 차리고 사람들에게 음치교정 등과 노래를 학습시키며 살았어요. 늘 가슴 한편에 열망하는 것이 있었지만, 무대에 선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았어요.”

 

광주와 부산 등 지방에서 생활을 하면서 주부 노래지도와 방송출연, 정신요양원 등 위문공연을 끊임없이 이어갔지만, 더는 음반 발표도 무대에 서지도 않았다고. 그녀는 무대에 서기보다는 불우한 이웃과 함께하는 봉사에서 노래하는 보람을 삼았다고 한다.

 

가수 허인순. 35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 온 그녀는 이미 55세의 중년이 되어있었다. 한 때 수원 지동에서 서울로 다니면서 노래공부를 했다고 하는 그녀는, 가을빛이 물든 화성의 성벽을 따라 걸으며 옛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노래교실의 시범 노래강사

 

3 때인 197610, 그녀는 YWCA와 지구 레코드 공사 공동주최 신인 가요제에서 잊으리를 불러 대상수상을 하고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1978년 지구레코드사에서 김수호 작사곡 1믿을래요를 출반하고, 연이어 1979 오아시스레코드사에 픽업 된 뒤 신대성 작사곡의 보고 싶을까2집을 발표했다. 비록 무대는 떠났지만 노래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지방에서 노래를 계속하던 그녀는 노래교실을 전국으로 확산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부산에 있을 때 주민센터 등에 노래교실을 운영한다면서 저에게 6개월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라고 했어요. 반응이 좋으면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요. 그런데 2개월 만에 많은 사람들이 노래교실로 모여들게 되었고, 그 다음에 각 지자체마다 노래교실을 운영하게 되었죠.”

 

 

차도녀로 돌아온 가수 허인순

 

4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라는 박철현 작사, 김현우 작곡의 노래로 우리 곁으로 35년 만에 돌아온 가수 허인순. 7080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은 만나고 싶어 하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들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진해군항제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몇 번을 청을 했지만 사양을 했는데, 너무 그러는 것도 예의라 아니란 생각이 들어 무대에 올랐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끼가 발동을 한 것이죠. 어차피 무대에 올랐으니 이젠 무대에서 다시 노래를 부르자고 작정을 했어요.”

 

35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가수 허인순. 대담을 끝내고 돌아서면서 그녀가 건네준 음반속의 목소리는 35년 전과 다름없는 맑은 목소리였다. 다만 숱한 세월을 지나면서 더 농익은 소리로 변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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