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1박 2일'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담당PD가 바뀌고 출연자들이 바뀌면, 처음에는 모두가 낯설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즈음 1박 2일을 보면, 나름대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참에 KBS 1박 2일 제작진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 먼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바로 코앞에 아름다운 화성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복불복게임’을 할 수 있는 수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재미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고 안 오고는 전적으로 방송제작 담당자들의 몫이지만.

 

화성 연무대 앞에 마련된 활쏘기 체험장에서는 저녁 잠자리 복불복을 할 수가 있다. 무예24기 단원 7명과 1박 2일 출연진 7명이


 

왜 수원이 1박 2일에 좋을까?

 

우선은 수원은 거리상으로는 가깝다고 하지만, 정말 좋은 1박 2일의 코스가 있다. 아름다운 수원 화성과(낮과 밤이 전혀 다른) 행궁, 그리고 벽화골목과 수원갈비, 순대타운 등 복불복에 필요한 조건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1박 2일의 진행에 적합하다는 것일까?

 

1박 2일의 멤버로는 김승우, 엄태웅, 이수근, 차태현, 성시경, 김종민, 주원 등 7명이다. 수원에는 무예24기 단원들이 있다.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무예 24기를 연마한, 과거 장용영의 병사들이 하던 무술이다. 이들 중 7명과 함께 1박 2일 동안 시합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한 수는 접고 시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성열차를 타고 30분 정도 화성구경을 할 수가 있다. 여기서도 문제를 제출해 14명의 사람들 중 절반은 화성열차를 타고, 남은 사람들은 화성을 걸어서 성신사까지 이동을 하면 된다. 


서장대에 어르면 수원이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서는 화성에 대한 문제를 제출해 저녁 복불복을 할 수가 있다. 이긴 사람은 수원갈비로 진 사람은 알아서....  


 

제일먼저의 복불복은 연무대 앞에 마련된 활쏘기 체험장에서 시작을 할 수 있다. 각자에게 화살을 쏘게 해 복불복을 하는 것이다. 이긴 편은 행궁의 방에서 취침을 하고, 진편은 당연히 마루에서 한데 잠을 자는 것이다. 1박 2일이 즐겨하는 ‘잠자리 복불복’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화성열차를 타고 성신사로 이동을 하면 된다. 여기서도 문제를 맞춘 사람은 열차를 타고. 못맞춘 절반은 화성을 걸어가면 된다.

 

성신사에서 서장대로 걸어 올라가면 수원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여기서 또 한 번 시합을 할 수가 있다. 바로 화성에 대한 상식을 묻는 게임이다. 이긴 편은 당연히 수원의 자랑인 ‘수원갈비’를 먹을 수가 있고, 진편은 제작진이 알아서 준비를 해주면 된다. 그리고 화성을 걸어본다.

 

 지동 벽화골목은 한창 조성중이다. 이곳에 1박 2일팀의 벽화를 남겨놓으면 보는 사람들에게 홍보만점이다.


 지동교회 종탑인 노을빛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원 화성이다. 행궁과 화성박물관 등이 보인다.


 

지동 벽화골목으로 오면 요즈음 자원봉사자들의 그림봉사가 한창이다. 이곳에 1박 2일팀의 벽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두고두고 기억이 될 만하다. 그리고 나서 지동교회 노을빛 전망대에 올라 수원과 화성의 야경을 관람한 후, 화성의 야경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가 있다.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24기 무예를 배울 수 있는 시간도

 

첫날 일정을 마치고나면 화성 행궁에서 낮에 활쏘기에서 이긴 사람은 방에서, 진 사람은 야외취침을 하게 된다. 또한 행궁의 이모저모를 돌아볼 수가 있어, 다양한 우리 고건축과 정조대왕의 효심 등을 알릴수가 있다. 요즈음 말초신경만 자극하고 있다는 방송사가 제대로 된 효(孝)와 충(忠)이 무엇인가를 시청자들에게 일깨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군가 이런 표현을 했다. '화성의 야경은 처절하리만큼 아름답다고..' 야경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그 아름다움은 충분한 영상을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이튿날 아침에는 무예24기 단원들에게 장용영의 무사들이 익혔다는 무예도 배워볼 수가 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무예24기 단원들을 따라 24기 무예를 배우는 시간도 가질 수가 있다. 그 또한 아직껏 접해보지 못한 1박 2일의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부분이다. 11시부터는 행궁의 신풍루 앞에서 시연하는 24기 무예를 관람한 후, 수원천을 따라 지동 순대타운에 가서 전골 등을 먹을 수가 있다.

 

이렇게 좋은 1박 2일 코스가 있는 수원. 왜 이곳을 선택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좋은 곳이 많은 우리나라라고 하지만, 역사와 아름다움, 효와 먹거리, 그릴 것과 즐길거리, 이런 것들이 완벽하게 준비기 되어있는 수원이다.

 

1박 2일 팀, 수원으로 오라!, 와서 7명의 멤버들과 장용영의 후예들이 한 판 붙어보자. 물론 ‘복불복’으로.

사람들은 흔히 수원을 들려가는 곳쯤으로 알고 있다. 서울에서 기차로 30분, 전철이나 승용차, 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에는 년 중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그들이 수원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 그리고는 에버랜드나 한국민속촌을 들려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그것은 서울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수원에 오면 그저 아침 일찍 왔다가 저녁이 되면 돌아간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수원을 온전하게 돌아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몇 번에 나누어서 수원을 돌아본다면 못 볼 것도 없다. 하지만 요즈음은 1박 2일이 대세 아닌가? 수원에는 1박 2일 코스가 없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전국 어디보다 좋은 아름다운 코스가 있다.

 

 

수원의 1박 2일 코스, 1박 2일 팀 한번 와보라

 

요즈음 사람들은 금요일과 토요일을 묶어 나들이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묶어서 가족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있다. 당연히 수원의 가장 아름답고 좋은 곳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이다. 이 코스를 보지 않고는 수원을 보았다고 논하지 말라.

 

토요일과 일요일을 잡아보자. 토요일 오전에 길을 나서 수원 화성의 연무대 앞에 주차를 시킨다. 굳이 연무대를 시작점으로 잡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연무대에는 활을 쏠 수가 있다. 그곳에서 활을 쏘고 난 뒤 화성열차를 이용해 화성을 구경한다. 열차요금은 대인 1,500원, 중고생 및 군인 1,100원, 어린이는 700원이다. 이 열차요금과 화성관람을 할 수 있는 관람료는 함께 묶여있다.

 

 

 

화성열차는 화성을 돌아 팔달산 성신사 앞까지 간다. 그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 성신사 옆 약수터에서 서장대로 오르는 길이 있다. 서장대까지는 200m 정도.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도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 서장대를 돌아보고 나면 화서문 방향으로 내리막길이다. 그곳을 걸어 화서문까지 도착을 하면, 화서문서부터 동문인 창룡문까지는 성 밖으로 돌아보기를 권한다.

 

성안에 있는 시설물도 중요하지만, 역시 성은 밖에서 보아야 제 멋을 느낄 수가 있다. 그렇게 동문까지 왔으면, 그곳에서 지동 벽화길로 들어서면 된다. 지동 벽화길은 1차 350m, 2차 680m의 골목으로 연장 1km 가 넘는다. 2차 골목길은 아직 조성 중에 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올 11월 말이면 2차 벽화길도 마무리가 된다.

 

 

노을빛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화성 야경은 압권

 

지동 벽화길을 둘러보고 나면, 해가 설핏 하는 시간이다. 이때쯤 지동제일교회 종루에 마련된 해발 97m의(지동교회 13층) 노을빛 전망대에 오르면, 서쪽으로 넘어가는 노을이 환상적이다. 그리고 일몰 후 17분이 지나면 화성에 조명이 들어온다. 이곳에서 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오면 지동시장 순대타운이 기다리고 있다. 곱창볶음 1인분에 8,000원인데 야채와 합해 철판에 가득 내어준다. 그 또한 별미 중 별미. 저녁을 먹은 후 소화를 시키려면 조금 걸어 올라가 화홍문 옆 방화수류정의 야경을 볼 수가 있다. 화성의 시설물 중 가장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이 아니던가?

 

 

그리고 잠은 행궁 앞 수원문화재단 뒤편의 사랑채를 예약하면 된다. 사랑채는 31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다. 만일 시간이 조금 일러 잠이 오지 않는다면 수원천 옆 통닭거리로 나가면 된다. 사랑채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2일차 오전 관람 또 다른 재미

 

둘째 날의 수원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사랑채에서 묵은 후, 아침은 사랑채에서 해결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화성 행궁을 돌아보고 난 뒤, 11시에 행궁 신풍루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를 관람 후 공방거리를 돌아볼 수가 있다. 공방거리 끝에서 팔달문을 거쳐 남수문과 봉돈을 돌아 본 후, 다시 내려와 수원천을 걷는다.

 

수원천에는 자연 그대로 풀이 우거지고 물고기들이 유영을 한다. 그리고 다리 밑에는 새로 마련된 벽화가 있고, 화성박물관이 있어 수원 화성의 축성과 장용영 군사들의 면모를 살펴볼 수가 있다.

 

 

그리고 화홍문으로 올라가 인근에 있는 갈비집에서 점심을 먹을 수가 있다. 여유가 있으면 수원갈비를 먹으면 되고, 주머니 사정이 만만치 않으면 갈비탕으로 해결을 하면 된다. 이렇게 돌아보는 1박 2일 코스. 수원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이러한 1박 2일의 역사코스를 가족들과 함께 즐긴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수원의 자랑거리인 이러한 1박 2일 코스를 돌아보지 않고 수원을 논하지 말라. 이참에 한마디 하고 가자.

 

“1박 2일 팀, 어여 오시오. 이렇게 좋은 1박 2일 장소를 놓아두고 어딜 돌아다니는 게요.”

제49회 수원 화성문화제가 10월 4일 오후 8시부터 방화수류정 성 밖 용연에서 전야제인 ‘용연지몽1’을 시작으로, 5일부터 7일까지 화성행궁과 화성 화홍문, 방화수류정, 수원천 일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번 화성문화제에서는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과 개혁에 대한 꿈으로 축성된 화성에서, 정조대왕의 품었던 그 꿈을 아로새기고자 마련했다.

 

‘화성, 꿈을 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제49회 수원 화성문화제는, 10월 5일에는 화령전에서 열리는 ‘작헌의‘와 ’정조대왕 능행차‘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10월 6일에는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의 모습을 봉수당에서 볼 수가 있다. 셋째 날인 10월 7일에는 봉수당에서 열리는 ’혜경궁홍씨 진찬연‘의 모습이 재현 될 예정이다.

 

 

 

축제에 모인 분들에게 수원천을 권하고 싶다

 

3일 동안 열리는 화성문화제에는 외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온다. 수원을 찾은 그 분들께 꼭 한 곳을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주변에는 이런 저런 것들을 볼 것들이 많지만, 이왕 이곳에 왔으면 이것만은 꼭 한 번 해보라는 것이다.

 

나는 문화재를 찾아가는 길에 꼭 하나 고집하는 것이 있다. 가급적이면 문화재 앞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지 말고, 조금쯤은 걸어서 가라고 권유한다. 조금 땀을 흘리고 난 뒤 만나게 되는 문화재, 그래야 조금 더 문화재에 대한 깊은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수문에서부터 수원천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갖가지 생태 체험을 할 수가 있다. 우선은 천변 양편으로 난 길이 풀로 뒤덮여 있다. 천천히 물소리를 따라 걷다가 보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고개를 내밀고 인사를 한다. 그 뒤로는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을 하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새로 조성중인 다리 밑 벽화

 

조금 올라가다보면 매향교 밑을 지나게 된다. 아직은 완성되지가 않았지만, 이 다리 밑에는 벽화작업이 한창이다. 수원청개구리의 일화도 만날 수가 있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손짓을 한다. 매향교 옆에는 수원화성박물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가 있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옛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줄 수도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건너보는 징검다리. 아마도 50여 년 전쯤으로 돌아가는 기분은 아닐까? 북수문인 화홍문에 도착하기 전에 물오리 등도 만나게 되는데, 운이 좋으면 재두루미 부부와 만날 수도 있다.

 

‘방화수류정’,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수원 화성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들라고 하면 당연히 방화수류정이다. 방화수류정은 화성의 네 곳에 있는 각루(角樓) 중 하나로 동북각루이다. 방화수류정은 1794년 9월 4일 터 닦기를 시작으로 그 해 10월 19일에 완성을 하였으니, 200년이 지난 역사를 갖고 있다.

 

 

 

화성은 자연을 최대한으로 이용한 가장 큰 조형물이라고 한다. 화성의 아름다움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어느 곳 하나 자연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방화수류정은 꽃을 쫒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아름다운 정자이다. 성벽 밑으로는 용연을 파서 나무를 심어 운치를 더하고, 옆으로는 흐르는 버드내 위에 화홍문을 세워 그 주변 경관과 함께 아름다움을 더했다. 누마루로 깐 정자에 올라서면 사방의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방화수류정의 또 다른 멋이다.

 

방화수류정의 동편 바로 옆으로는 북암문이 있어, 쉽게 용연을 다닐 수 있도록 하였다. 화성의 암문은 깊고 후미진 곳에 설치한 비밀 문으로, 적이 모르게 가축이나 사람들을 통용할 수 있도록 낸 문이다. 그러나 이 북암문을 이용하면 방화수류정에서 용연까지 가장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가 있다.

 

 

 

용연은 방화수류정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용연의 가운데는 인공 섬을 만들어 놓았으며, 전체적인 조화를 보이는 이 용연과 방화수류정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화성중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10월 5일부터 3일간 막을 올리는 제49회 수원화성문화제. 구경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수원천 길을 걸어 방화수류정에 올라보자. 또 다른 즐거움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수원 행궁 - 화서문 뒷골목에서 만난 이야기들

 

뒷골목을 걷다가 보면, 의외로 재미가 있다. 우중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뒷골목에는 의외로 이야기꺼리들이 숨어 있다. 요즈음 수원의 뒷골목을 ‘기웃거리는 재미’에 푹 빠진 것도, 그런 재미를 붙여서이다. 그리고 그 뒷골목에서 만나는 음식 한 가지 정도나, 살아가는 이야기가 하나 덤으로 붙어 온다면 그야말로 재수있는 날이란 생각이다.

 

어제 줄기차게 퍼붓던 비가 밤늦은 시간에 그쳤다. 오늘은 모처럼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 들어온다. 이런 날이면 좀이 쑤셔 붙어있을 수가 없다. 수첩과 카메라 한 대 달랑 들고 뒷골목을 찾아 나섰다. 화성 행궁 앞에서부터 화서문까지 가는 골목길은 고작 700m 정도이다. 그 안에는 어떤 모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시장님 하늘에서 우리학교를 지켜주세요‘

 

행궁 앞을 벗어나 화서문 쪽으로 길을 시작하면 신풍초등학교 정문이 나온다. 그 앞으로는 요즈음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진 찍기에 바쁘다. 해바라기와 수세미, 호박 등이 달려있는 커다란 화단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잘 가꾼 텃밭이 있다. 신풍초등학교는 수원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이다. 그런데 그 담장에 현수막 하나가 눈길을 끈다.

 

‘우리 신풍초교 동문이신 고 심재덕 시장님, 116년 역사 이 학교 하늘에서 꼭 지켜주세요’

 

이런 문구가 조금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116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신풍초등학교가 2013년까지 광교신도시로 옮겨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신풍초등학교는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오래된 학교다. 1896년 수원군 공림소학교로 개교하여, 일제 수난기와 6·25사변을 거치면서 도내에서는 최초로 초등교육의 뿌리를 내린 터다.

 

 

 

수원교육청 앞에는 심심찮게 신풍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 학교자리는 원래 화성행궁이 서 있던 곳이다. 행궁 복원을 시작할 때부터 이전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학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동문들까지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화성 행궁의 복원도 생각해보아야 할 국책사업이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할 때인 듯하다.

 

이야기꺼리는 찾아보면 되는 것이지

 

짠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몇 발자국만 걸으면, 외형상으로는 지저분한 건물 하나를 만나게 된다. 수원시에서 매입을 하여 부수려던 건물 하나를 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준 곳이다. 레시던시 입주작가들은 나름 활발한 활동을 한다. 이 건물 벽에는 작은 그림 도판들이 빼꼭 들어차 있다. 그것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좌측으로 난 차도를 따라 걸으면 화령전 솟을 문이 나온다. 화령전은 사적 제115호이다. 화령전은 조선 제22대 임금이었던 정조의 초상화를 모셔놓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던 건물이다. 23대 임금인 순조는 아버지 정조의 지극한 효성을 본받기 위하여, 순조 1년인 1801년에 수원부의 행궁 옆에 건물을 짓고 화령전이라 하였다.

 

화령전 앞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다. 아마도 신풍초등학교 아이들인 듯하다. 크고 작은 아이들이 모여서 번호를 따라 외발로 뛰는 놀이가 재미있다. 그런 놀이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걷다가 보니 전봇대를 타고 오르는 넝쿨이며, 대문 앞 화분에 심어놓은 고추들이 보인다. 그 또한 길을 걷는데 감초역할을 한다.

 

고추 화분이 놓인 집 대문간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있다. ‘주의 소독함‘, 얼마나 지나가면서 고추들을 따가기에 이런 푯말가지 붙여 놓았을까? 남의 고추를 말도 않고 따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겠다.

 

 

 

길 끝에서 만난 초가집, 선술집이 따로 없네.

 

길 끝에 화성이 보인다. 꺾인 길을 돌아서니 그 끝에 초가집 한 채가 보인다. 주인장의 말로는 한 30여년 정도 된 집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음식과 술을 판다. 그야말로 화서문과 어우러진 선술집처럼 느껴진다. 낮 시간이라 술을 한 잔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붙어있는 가격표가 재미있다.

 

뒷골목, 난 왜 침침한 뒷골목이 좋은지 모르겠다. 혼날 말이지만 뒷골목은 낙후된 곳일수록 정겹다. 그런 곳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보다. 그 뒷골목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 역시 난 뿌리부터가 서민인 듯하다. 하기야 좋은 집에 좋은 차타고 거들먹거려보았자. 땅 속에 들어가면 한 줌 흙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건물 안에는 많은 악기들이 진열이 되어있다. 편종과 특종, 편경과 특경, 운라, 공후 등. 화성 행궁에서 비장청을 지나면, ‘외정리아문’이란 현판을 달아놓은 문이 보인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한편은 담장인 ㄷ 자로 막힌 건물의 마당으로 들어가게 된다. 문의 좌우에는 ㄱ 자 건물을 반으로 나누어, 아래는 빈 공간이고 위는 다락과 같이 꾸몄다.

그 건물 끝에는 방을 하나 드렸는데, 방 안에는 한 사람이 앉아(인형) 무엇인가 서류 같은 것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앞으로는 유기그릇들이 나열이 되어있다. 이곳을 처음에는 정리소라고 하였으며, 정리소는 1795년 을묘원행에서 펼쳐질 각종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1794년 12월에 설치한 임시 기관이었다.



역대 임금이 행차 시 행사를 준비하던 곳

이 정리소는 화성 성역이 끝난 후 ‘외정리소’라 하여, 정조를 비롯한 역대 임금이 행차할 때 화성 행궁에서의 행사 준비를 담당하는 관청이 되었다. 처음에 정리소는 장용내영에 설치하였는데, 정조 20년인 1796년에 화성 행궁이 완성되면서 유여택 앞에 외정리소를 세우고 '외정리아문(外整理衙門)'이란 편액을 달았다. 아마도 ‘아문’이란 현판을 달아 놓은 것도, 유수가 이 정리소를 관장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정리사는 호조판서가 겸임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화성의 경우는 화성 유수가 겸직 하였다. 그만큼 이 행궁에 대한 정조의 관심이 깊었다는 것을 뜻한다. 마당을 지나 외정리소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마루를 놓은 전각이 보이고, 그 안에는 ㄱ 자로 지은 광채와 같은 곳이 있다. 이 건물 안에 편경 등 제례나 연례에 사용하는 악기들을 진열하였다.




12차례에 걸친 정조의 능행

화성행궁은 평상시에는 화성부의 유수가 집무하는 내아로도 활용하였다. 이산 정조는 1789년 10월에 이루어진 현륭원 천봉 이후, 이듬해 2월부터 정조 24년인 1800년 1월까지 11년간 12차에 걸친 능행을 거행하였다. 이때마다 정조는 화성행궁에 머물면서 여러 가지 행사를 거행하였다.

바로 이러한 여러 가지 행사 때, 이 외정리소에서 행사를 맡아하던 곳이다. 이곳에 많은 악기와 유기그릇 등이 보이는 것은, 행사 때 사용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연희를 베풀면 상당한 인원과 많은 준비를 하여야 한다. 그렇게 준비를 해서 연희를 베풀 때는 아마도 외정리소에 사람들이 분주하게 왕래를 했을 것만 같다.


외정리소에 진열되어 있는 악기들. 시계방향으로 편종, 편경, 아래는 우측부터 특종, 특경, 운라


행궁 안 한편에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도에 보면 수 많은 무희들과 악사들, 그리고 조정대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행사 역시 외정리소에서 담당을 하였다는 것이다.

왕의 모든 행사를 담당한 외정리소

외정리소의 행사 담당은 정조가 승하한 뒤에도 계속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순조 1년인 1801년에는 행궁 옆에 ‘화령전’을 건립하여, 정조의 진영을 봉안 하였다. 아마도 이런 제의례를 할 때도 외정리소에서 맡아했을 것이다. 또한 그 뒤로도 순조, 헌종, 고종 등 역대 왕들이 행궁에 머물렀다는 기록으로 보아, 외정리소는 많은 왕의 행사를 맡아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 모형. 외정리소는 이런 행사를 맡아하던 곳이다.


1998년 12월에 옛 모습대로 복원이 된 외정리소. 행궁을 돌아보면서 만난 외정리소에 진열되어 있는 편경 등 많은 악기가 낯설지 않음에서인가(사실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에 국악을 전공했고, 고등학교 졸업을 한 후에는 국립국악원에 재직을 한 적이 있기에 늘 이런 악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외정리소라는 곳이 정감이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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