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MBC - TV 프로그램 중에 ‘행복주식회사 10,000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만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특급 프로젝트로, 스타들이 출연을 해 만원으로 한 주간을 버티는 프로그램이었다. 사회에서 돈의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예인들이 출연을 해 재미를 더해 준 프로였다.

 

요즈음 장을 보러나가면,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만원을 들고 장을 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말았다. 하루에 만원을 갖고 살라고 해도 힘든 지경이다. 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이니, 만원의 행복이란 그저 꿈같은 이야기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를 살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루가 행복하려면 목욕을 해라,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한 달이 행복하려면 결혼을 해라,

일 년이 행복하려면 새집을 구하라,

일생이 행복하려면 정직하라’

 

라는 말을. 사람들은 적어도 이발을 하고나면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시골 장터에 가도 이발비가 최하 8,000원을 주어야 한다. 이발을 했다고 해서 일주일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만원을 들고 이발을 했다고 하면, 그 다음 배고픔은 어떻게 해결을 할까? 그리고 하루를 무엇으로 소일을 할 것인가?

  

사실 요즈음 단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하루 종일 소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이 있다면 휴일 날 집안에서 전전긍긍하는 남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단 돈 만원으로 과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가 있을까? 문제는 이발까지 하고 말이다.

 

 

단돈 만원으로 하루 종일 행복해 질 수 있는 곳

 

단 돈 만원을 들고 하루를 소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벽화 길로 유명해지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지동이다. 실제로 11월 25일(일), 단돈 만원을 들고 오전부터 지동을 걷기 시작했다. 지동시장 순대타운 곁에 자리한 주차장 건너편 팔달새마을금고 영천지점에서 미나리광시장으로 들어가다가 보면 수원식품(수원시 지동 400-8) 옆으로 작은 이발소 하나가 보인다.

 

‘즐거운 이발’이란 이 집이 바로 이발을 하는데 3,500원이다. 세상에 요즈음 이발료를 3,500원을 받는 곳이 어디 있을까? ‘즐거운 이발’의 주인은 이발경력이 45년이 지났다. 12살 어린나이에 이발소에 취직을 해, 사람들의 머리를 감기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요즈음처럼 사람들이 살기가 힘든데, 이렇게라도 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발료를 싸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즐거운 이발소에서는 면도를 해주거나 머리를 감겨주지 않는다. 머리는 본인이 직접 감아야하는데, 머리를 감을 경우 물 값과 수건사용료 500원을 더 내야한다. 그렇게 해도 이발료가 4,000원이다. 아침에 나가 이발을 하고 나니 시간이 점심때가 다 되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옆 못골 시장으로 들어갔다.

 

 

국수 한 그릇 먹고 즐기는 벽화길

 

못골시장 안에는 ‘통큰 칼국수’집이 있다. 이 집에서는 잔치국수는 2,000원, 칼국수는 3,000원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이발을 하고 점심을 해결하는데 들어간 돈이 7,000원이다. 그리고 칼국수집을 나와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발을 해서 기분이 좋은데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바쁠 일이 없다. 어차피 만원을 갖고 하루를 소일해 보려고 나선 길이다. 천천히 지동 벽화길을 살피면서 돌아보니, 날마다 달라지고 있는 벽화골목이 행복감을 더해준다. 가다가 다리를 쉴 수 있는 평상 등이 있어 더 좋은 벽화길이다. 벽화 골목길을 돌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벽화골목 구경을 하고 나오는 곳에 핑퐁음악다방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의 향에 취한다. 커피 값이 3,000원이다. 단돈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하루가 행복하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아본 ‘지동의 행복’은, 그렇게 만원으로 나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지동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행복. 만원으로 이발을 하고, 점심을 먹고, 벽화길 구경하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곳. 이곳이 진정한 만원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마을이다.

참 바쁘게도 사는 분이다. 언제나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골목을 조성 중인 길에 들어서면, 그림을 그리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커피를 내오는 분이 있다. 이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많게는 세 번씩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든다. 그럴 때마다 물을 끓여 따듯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돈으로 따진다면야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성이 부족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늘 그렇게 말없이 준비를 해놓고, 또 벽에 달라붙어 열심히 칠을 해댄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10통장을 맡아보는 남궁미선(여, 45세) 통장이다. 그런데 이 통장님 이렇게 혹사를 하다가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동 벽화길에 서 있는 남궁미선 10통장


 

봉사를 천직으로 알고 사는 분인가?

 

11월 9일, 오전 10시 30분에 화성 동장대(연무대) 앞에는, 수원중부 어머니폴리스 단원 50여명이 모였다. 기념촬영을 간단히 한 후 주의사항을 듣고, 화성 안길을 따라 길을 걷기 시작한다. 손에는 비닐봉투와 집게를 들었다. 길을 가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이렇게 환경봉사를 한다고.

 

‘어머니폴리스단’은 수원 중부경찰서 관내 각 학교마다 폴리스단이 있고, 그 폴리스단이 연합해 ‘어머니폴리스연합단’이 되었다. 그 인원이 자그마치 1,200명이나 된다. 어머니폴리스단원이 하는 일은 많다. 학교 순찰에, 등, 하교 길 교통안내, 청소년 상담, 관내 순시, 그리고 일일찻집 운영과 거리 캠페인 등 몸을 둘로 쪼개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한다.

 

 

수원 중부어머니폴리스 연합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남궁미선 통장이 봉사를 하고 있다(위 좌측) 단원들이 들고가는 비닐봉투에 무게감이 느껴진다(아래)


 

한 달이면 거의 보름 정도를 봉사를 한다고 하는 어머니폴리스연합단의 환경봉사를 하는 현장을 취재하는데, 낯이 익은 분이 보인다. ‘어! 10통 통장님이시네’. 인사를 하고 알아보니, 지동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이가 있단다. 남궁미선 통장은 지동초등학교 어머니폴리스단의 단장이면서, 연합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다는 것.

 

그래도 봉사는 즐거운 마음으로

 

“아니 통장님 그렇게 여기저기 봉사를 하시다가 보면 힘들지 않아요?”

“힘들죠. 아이가 셋에다가 가정 일 해야죠. 거기다가 통장을 맡았으니 그 일도 게을리 할 수 없죠. 지동 관내 통장들 모임에 나가 봉사 해야죠. 그리고 아이가 다니는 지동초등학교에 가서 순찰 돌아야죠. 연합단 일도 일주일에 몇 번씩 나가 보아야죠”

“그렇게 하시다가 큰일 납니다.”

“아직은 버틸 만 해요. 그래도 요즈음은 우리 지동의 침침하던 골목이 깨끗해져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이제는 골목 안 어르신들도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 주시고요. 벽화를 그리는 자원봉사자들도 날마다 늘어가고 있고요”

 

 

 

참 못 말리는 통장님이시다. 하기야 봉사를 한다는데 막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골목길 어르신들도 걱정을 하신다. ‘우리 통장님 저러다가 병나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원’이라고 혀를 차신다. 말려서 될 일은 아니다. 마을 일을 보는 사람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누가 따르겠느냐며 더 열심을 내야 한단다.

 

“그래도요 요즈음은 힘이 넘쳐요. 우리 10통 골목 보세요. 얼마나 환해졌어요. 어르신들도 저렇게 나와서 칠을 하시고 함께 걱정들을 해주시는데, 젊은 제가 조금 더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죠. 그리고 저희 10통은 정이 넘치는 곳이잖아요. 어르신들이 모두 오래도록 이곳에서 사신 분들이라 표정만 보아도 그 속을 알 수 있어요”

 

오늘도 환경봉사를 마치고나면, 지동으로 돌아가 다시 벽에 칠을 해야 한단다. 그렇게 봉사를 하는 것이 즐거워 오히려 건강에도 좋다고. 아마도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은 지동 10통 남궁미선 통장. 지동 벽화가 인터넷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면 카메라를 둘러멘 관광객들이 지동으로 찾아든다.

 

“이곳 골목에서 커피장사를 하면 잘 팔릴까요? 커피 팔아서 번 돈으로 마을을 위해 사용 하려고요. 아직도 우리 마을엔 할 일이 많거든요”

 

 

말을 들어보니 아직은 견딜 만한 듯하다. 이 골목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신다. 그분들을 늘 걱정을 하고 산다는 남궁미선 통장.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골목 어귀에서 누군가 고함을 친다.

 

“기자양반, 우리 통장님 기사 좀 잘 써주세요. 정말이지 우리 통장님 같으신 분 없어요.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마을 만들기가 본격적인 명품마을로 태어나기 위해, 2013년도 계획예정 안을 세웠다. ‘지동마을만들기’는 타 지역과 다른, 지동만이 갖고 있는 제일교회 종각 13층에 있는 ‘노을빛 전망대’ 등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11월 2일 오후 5시, 지동제일교회에는 수원시 마을만달기 추진단의 민완식 단장을 비롯하여 경기문화연구회 염상균 회장, 김종합건축사무소 김상연 대표건축사, 지동주민자치센터 기노현 총괄팀장, 지동벽화를 총괄하는 유순혜 작가, 제일교회 담당자 등 10여명이 모여 한 시간 정도 토론을 가졌다.

 

 

주민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 조성 계획

 

내년도에 가장 특별한 변화는 <지동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내에 장기간 방치되어 있는 건물을 구입하여, 주민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간으로 조성하여, 창작 작가와 지역 주민들이 결합된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

 

또한 2013년 2월부터 11월까지 3년차 벽화작업을 지동 307, 309번지 선 약 300m에, ‘동심(童心), 골목에 펼치다!’라는 주제로 마련한다는 것, 이 벽화작업은 지역주민과 창작 작가, 외부 자원봉사자 등에 참여를 유도하여 다양한 벽화로 새롭게 조명할 계획이다.

 

지동의 정체성이 담긴 축제 개최

 

2012년의 지동은 영화제 및 옥상음악회 등을 열어, 주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2차 벽화를 올해 마무리하면, 2013년에는 지동의 정체성이 담긴 축제를 마련한다는 것. 올해 한 차례 열었던 ‘옥상음악회’를 내년에는 5월과 9월 두 차례 열게 되며, ‘한여름 밤의 클래식콘서트’를 지동 제일교회에서 열 계획이다.

 

‘추억의 골목길 축제’는 11월에 열 예정이며, 이 축제에는 사방치기 등 골목놀이 체험과 연 만들기 및 날리기, 재능기부자의 문화공연 등을 준비한다. 지동은 2013년의 축제 등은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여, 지역주민은 물론 외지의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주민참여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기노현 지동자치센터 총괄팀장은 2013년에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동에 거주하는 어린이, 학생, 주민들을 상대로 되살림 발전소,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 이웃공방 등을 이용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서

“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어린이 대상 창작프로그램 운영과, 중, 고생 대상 마을 작가 양성과정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취약가정의 청소년을 미래의 창작작가로 양성하여 사교육비를 줄인 생각입니다. 또한 어르신들의 치매예방을 위한 미슬창작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라고 밝혔다.

 

스토리텔링 형 관광 상품도 출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4월부터 12월까지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벽화골목 3개소, 전통시장 3곳을 연결하는 마을명소와 전통시장을 연결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탐방코스별 티켓을 세분화하여 유료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이러한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마을 해설사 양성, 노을빛 전망대에 망원경 설치 등 많은 준비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완식 마을만들기 추진단장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비용과 관련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그 자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며 1회로 계획을 세웠던 옥상음악회를 봄, 가을 2회로 늘리자고 제안을 해 즉석에서 계획을 수정하기도.

 

내년 3년차 마을만들기 사업이 마무리가 되면, 지동은 명품마을로 탈바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는 단지 전망대의 기능만을 갖는 것이 라니라, 총체적인 작은 화성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총체적 미술작품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을 수반하기 때문에,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명품마을로 재조명될 시기가 정해질 듯하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번지에는 ‘대안공간 눈’이라는 곳이 있다. 눈을 들어가기 전에는 ‘골목집’이라는 간판을 붙인 밥집이 자리한다. 이 밥집은 막걸리 등 술을 팔기도 하는데, 우리가 이 집을 이용할 때는 주로 늦은 시간이다. 모임을 이 집에서 자주 갖기 때문이다.

 

여름 낮 더위를 피해 저녁 무렵 찾아간 이 골목길은, 밖에서 보기와는 전혀 다르다. 좁은 골목과 골목이 연결이 되는 이 길은 지난해부터 벽화를 그리고 있다. 그저 무료하고 답답한 벽에 여기저기 그려진 벽화들은, 좁은 골목길의 답답함을 가시게 해준다. 그래서 이 골목을 다니는 것이 때로는 큰 재미를 준다.

 

 

 

“이놈들 위험하다, 얼른 내려와”

 

골목길을 들어서면 굳이 골목집을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벽에 골목집의 분위기가 그대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안공간 눈을 지나 골목이 좌우로 갈라진다, 일부러 좁은 골목을 잠시 들려본다. 담장이와 벽화가 마주하는 좁은 골목길로 행인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어디 옛날 문화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모습이다.

 

우측의 큰길가로 나가본다. 전깃줄 위에 참새와 같이 아이들이 앉아있다. ‘이 녀석들 위험하다. 얼른 내려와라’ 하고 소리를 쳤더니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보니 이 녀석들 등 뒤에 날개를 달았다. 백주 대낮에 어린 천사가 내려와 지나는 행인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아마도 이 벽화를 그린 화가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서 나오다가 보니, 길바닥에 ‘로맨스 길’이라고 자갈을 이용해 글을 써 놓았다. 이곳이 왜 로맨스길이 되었을까? 하긴 옛날 같으면 이 길을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남몰래 수상한 짓을 했을 것도 같다. 더구나 해질녘 땅거미가 내리 앉을 때면, 슬그머니 입맞춤이라도 해보고 싶었을 그런 골목길이다.

 

 

 

1950년대로 돌아가는 골목길

 

이 길은 아직도 1950년대를 연상케 하는 골목길이 남아있다. 아마 언젠가는 이곳도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지겠지만, 아직은 이 길을 걸으면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낡고 습한 이런 골목이 무엇이 좋으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길이라는 것에는 생명이 있어야 한다. 좁디좁은 이 길에는 사람들의 땀 냄새가 폴폴 풍겨난다.

 

거대한 공룡과 같은 시멘트 건물에서 쏟아내는 후텁지근하고 퀴퀴한 냄새가 아니다. 골목 저편 어귀에서 꺾인 담벼락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그리도 고마운 길이다. 큰길가로 잠시 돌아 나온다. 그 곳에 엊그제 내린 비로 인해 수원천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그 물소리에 잠시 마음을 흔들어 씻은 후, 다시 골목길을 향한다.

 

 

 

조금은 주변이 달라진 듯한 길을 지나서, 옛날 장거리였을 법한 곳에 닿는다. 낡은 간판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좋아라한다. 보물이라도 찾은 듯한 마음이다. ‘부여집 5-3164’라는 전화번호가 보인다. 그 옆에 또 하나 ‘허가번호 제2-20○○’라고 쓰여 있다. 이곳은 아직도 1950년대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거리 향토유적이라도 지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이니 좀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 골목길을 벗어나면 찻길을 건너 통닭거리로 들어간다. 요즈음은 이 골목 끝에도 통닭집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사는 뒷골목이 재미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또 다른 볼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붉은 선 안이 골목길을 돌아본 곳이다

 

사람들은 무조건 좋은 것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그래도 끈끈한 정을 이어가면서 살아가는 곳. 뒷골목을 걷는 것은, 그 곳에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 오원춘이 살인을 하고, 사람을 점점이 도려낸 살인사건이 난지도 벌써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오원춘은 검찰조사와 법정에서도 계속 거짓된 주장을 하다가 결국은 사형을 언도받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살인사건이 난 곳은 지금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외형적으로도 그 동안 뒤숭숭하던 분위기는 많아 가라앉았다. 거리는 새롭게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있고, 마을 안길도 말끔히 포장이 되었다. 뙤약볕 아래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한 낮의 더위에 지친 듯 그늘을 찾아들고 있는 시각, 지동을 찾아 골목골목을 돌아보았다.

 

화성 성곽을 길게 따라 조성이 된 마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생각하기도 싫어요.

 

살인사건이 난 곳인 지동초등학교 후문 건너편의 사람들은 아직도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들을 한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남, 53세)는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지금도 외국인들을 보면 섬뜩할 때가 있어요. 동네에 인식이 안 좋아져서 큰일입니다. 요즈음은 방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도 뜸해졌어요. 외국인들도 주변의 눈초리가 불안하다고, 방을 내놓고 떠나기도 하고요”

 

 

 하수관거와 보도블록 등을 교체하고 있다. 마을 호나경개선 작업이다


한 마디로 아직도 분위기는 그리 좋지가 않다는 것이다. 지동은 수원시 중에서도 낙후된 마을 중 한 곳이다. 화성을 끼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개발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변의 주거환경이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변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동에서는 그동안 도로의 포장과 마을 안길 포장, 큰길가 보도블록 교체 등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요즈음 지동은 눈에 띠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정이 깊은 마을이었는데

 

지동은 노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대개는 이곳 토착민들인 노인들은, 방을 세를 놓고 집세를 받아 생활에 도움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엽기 살인사건 이후, 방을 내어 놓아도 예전처럼 사람들이 빨리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예전과 같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를 않아요. 이곳은 집세가 수원에서도 가격이 낮은 편이라, 방을 내놓기가 무섭게 나가고는 했는데”

 

부동산 소개업을 한다는 신아무개(남, 49세)는 한 낮의 더위를 잊으려는 듯, 문 밖 평상에 앉아 부채질을 해댄다. 손님들이 찾아오지를 않다보니 에어컨을 틀기도 겁난다는 것이다.

 

 감시 카메라도 늘었다. 그나마 지금은 불안감이 많이 가셨다고


“요즈음 인심이 예전같지가 않아요. 우리 지동은 정말 인심하나는 좋았던 곳인데, 그 사건 이후 사람들이 낯 선 사람들을 보면 시선부터 피하곤 해요. 아마 이런 상태가 꽤 오래갈 것 같아요. 그래도 염태영수원시장님이나 윤건모팔달구청장님이 저희 지동에 남다른 신경을 써주시는 바람에 주변 환경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고 살아야죠.”

 

지동 271번지에 거주한다는 이아무개(여, 46세)는 그래도 자신들은 조금 떨어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사건이 난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보도가 나가고 난 뒤, 며칠씩 음식을 먹지 못했다는 것.

 

 

 도로와 마을 안길도 말끔하게 포장을 하였다


환경 개선사업은 계속될 것

 

낙후된 마을인 지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삶의 주거환경들이 변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자비로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집들이 많지가 않다, 도로포장이나 보도블록 교체, 하수관거 교체 등 그래도 많은 변화가 보이고 있다. 팔달구청 건설과 담당인 진상훈은

 

“이 보도블록 교체가 끝나면 지동초등학교서부터 못골 사거리까지 도장포장을 할 겁니다. 이미 주민센터(동사무소)까지는 포장공사를 마쳤고요. 지동은 환경개선에 더 많이 신경을 써서,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한다.

 

 

 아름다운 벽화가 있는 골목길에는 작은 쉼터도 있다


골목길마다 그려진 벽화. 일부러 그것을 보러오는 사람도 생겨났다고 한다. 올해도 골목길 벽화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런 주변의 노력이, 지동이 예전처럼 정겨운 마을로 되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 악몽 같은 일이 쉽게 잊혀 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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