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에 있는 월하성이라는 마을이 있다. 달이 떠오른다는 이곳은 서천 동백숲이 있는 곳과 가까운 곳이다. 이곳에 도자기 공방을 하는 아우가 산다. 아주 가까운 지인들과 일 년이면 두 세 차례 이곳에 모여 거나하게 달빛에 술이 취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 공방을 찾아가던 날 정말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보았다. 옆에는 불과 몇 개월 밖에 안된 강아지가 한 마리가 있는데, 그 녀석의 절반도 안되는 크기니 작기는 어지간히 작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길이가 한 15cm 정도나 됨직하다.


그런데 이 녀석 낯을 가리는지 여기저기 숨어다닌다. 나무 뒤에도 숨고, 독 뒤에는 숨는다. 그런 여석이 차 한 잔을 마시려고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따라 들어가 문 앞에 앉아있다. 사진을 찍고 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이 녀석 발을 두드려가며 박장대소를 하다니.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발을 구르는 폼이 장관이다.

옆에 있는 누렁이도 이제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녀석의 절반도 안되는 크기이다. 이렇게 작은 녀석이 눈치를 보며 주위를 겉돈다.

 

주위를 돌며 눈치를 보는 녀석. 아마도 낯을 가리는 듯하다




그러던 녀석이 작업실 안으로 따라 들어와 문 앞에 앉았다. 차를 마시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길래 쳐다 보았더니, 이런 세상에 이 포즈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말 그대로 박장대소를 하는 폼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남원 선원사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녀석이 새끼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은지가 꽤 시간이 지난 듯하다. 경남 함안 쪽의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랫만에 들린 선원사. 늘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하시는 주지 운천스님께 강아지를 좀 찍겠노라 말씀을 드리고,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모두 다섯마리를 낳았는데, 네 녀석은 이미 분양을 하고 한 녀석만 어미 곁을 지키고 있다. 절집에 사는 녀석들은 넓은 마당을 뛰어 놀수가 있으니, 참 행복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녀석들도 신바람이 나게 마당을 뛰어다닌다. 오랫만에 날씨도 따듯해져인가, 마당을 덮고 있는 마른 잔디에서 어미를 따라하는 작은 녀석의 행동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따라하기 정말 힘들어요

봄이 오는 2월 20일. 밖으로 어미를 따라나 온 어린 강아지가 어미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저 어미가 하는대로 쫒아다니면서 하는 짓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미 뒤를 따라다니는 녀석. 아직도 배 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보니, 젖 생각이 났는가보다. 그래도 어미는 여석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다. 혀를 내밀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가운데 사진) 한참이나 웃었다.






어미가 하던대로 따라하던 녀석이 실실 지겨웠나보다. 땅에 등을 대고 문대고 있는 어미를 졸라대는 듯. 날이 따듯해 모처럼 마당에서 뛰어노는 녀석들의 모습이 행복함을 가져다 준다.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많은 동물들을 만날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절에 가면 키우는 개 한 마리 정도는 다 있기 마련이다. 거기다가 아무래도 음식이 있고, 나누어주는 손길이 있어서인가 보다. 그렇다고 절에서 본래의 답사목적을 잃어버리고 동물을 촬영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늘 바라다만 보다가 뒤돌아서는 것이 아쉬웠는데, 황토 찜질방이라는 곳을 들리니 강아지들이 돌아다닌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한 곳에 모여서 놀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어미는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짖어대고 있다. 왜 그곳에 있는가하고 가보았더니, 아궁이에 불을 때서 그 옆 부뚜막이 따듯해서이다. 날이 찬에 이 녀석들 아마 이곳에서 찜질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닮은 꼴 세 녀석이 반기다. 

이 녀석들 아무래도 낯선 사람이 마음에 걸리는가보다. 세 녀석 모두 내려와 신발에 냄새라도 맡으려는지, 앞에 와서 킁킁거린다.



“아찌, 신발 좋네. 그거 발 안 시려?”
“니가 그런 건 알아서 무엇하려고?”
“그 신발 좀 벗어봐. 나도 한번 신어보게”
“그런 소리 말고 얼굴이나 들어봐. 사진 한 장 찍게”


“아찌, 초상권 있는 것은 알지?”
“얌마, 니가 무슨 초상권야. 어린 녀석이”
“그럼 난 견상권이란 소리여 이거”
“그럼 임마 그건 맞는 말이잖아”
“말끝마다 욕은 하지 말고. 듣는 강아지 기분 나쁘니까”




세 녀석이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하는가보다. 아무래도 기분 나쁜 인간이라는 생각에서 인지 그런데 그 중 한 녀석이 자신은 그런데 관심 없다며, 다시 찜질을 하러 올라간다.



“삼돌아! 저 인간 괜찮지 않을까?”
“요즈음은 겉으로는 알 수가 없어. 잘 지켜봐. 혹 우리 밥이라도 걷어가려고 온 것이 아닌지”

이번에는 다른 녀석이 얼굴을 올려다본다. 무엇인가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나도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두 녀석이 또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최후통첩을 한다. 그리고 한 녀석이 다가와 하는 말이 우습다.

"아씨, 내가 이 팀 주장이거든. 좋게 말로 할 때 돌아가“
“아니 못가겠다. 사진이나 찍어야지”
“찍고 안 찢는 것은 마음대로지만, 나는 좀 잘 찍어 줘봐.”
“알았어.”


내가 눈웃음 한번 쳐줄게 돌아가”
“아니 싫어. 절대로 못가”
“이유가 무엇이야?”
"멀 그런것까지 알아야 해 너희들이. 왜 가라고 하는데?"

“그냥 돌아가 이유는 없어. 우리도 찜질해야 하니까. 얼른 돌아가”

그렇게 말을 마친 강아지들은 다시 부뚜막으로 올랐다. 아마 올 겨울 내 그곳에서 찜질이라도 하려는가 보다. 그저 녀석들이 잘 자라기만을 고대한다. 답사를 다니다가 만난 인연이니.


요즈음은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집 가까이 있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물병 하나를 들고 산책삼아 오르기도 하지만. 일부러 멀리서 까지 산을 오르기 위해 차로 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보니 꼭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지 않아도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북 전주시, 완주군, 김제시에 접해 있는 모악산은 ‘어머니의 산’이라고 한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생태계가 살아있는 청정지역이다. 아마 산을 오르는 차도가 없는, 산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모악산에는 평일이면 수천 명에서 주말과 휴일이 되면 만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산행을 한다고 한다.


모악산 입구에 서 있는 고은선생의 시비와 모악산 산길(아래)

벌써 10년 째 오른 산, 별 사람 다 있다

모악산을 올라다닌지가 벌써 10년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처음 모악산의 고찰에 일이 있어 찾아갔다가 인연이 되어,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그렇게 모악산을 오르내리면서도 늘 모악산은 좋았다. 굳이 어머니의 품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공해도 없는 그 산 자체가 좋았을 것이다.

이렇게 산을 오랜 시간 오르내리다보니 이제는 제법 산길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생겼다. 물론 전문적으로 산행을 했다고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교분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르고 내려가는 길목에서나 만나는 정도이니, 이 정도라도 꽤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쉼터인 의자 곁에는 항상 쓰레기가  널려있다.

그런데 요즈음 산을 오르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는 정말로 산으로 올라오지 않았으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제 발로 걸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분들은 조금 삼가를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솔직한 표현이다.

이런 사람 정말로 오지 않았으면

1. 쓰레기를 버리러 산에 오나?
사람들이 다녀간 후에 산을 올라보면 정말 가관이다. 중간에 쉬라고 의자를 놓았는데, 그 주변에 가면 꼭 쓰레기가 보인다. 빈 캔이며 물통, 팩 음료, 심지어는 커피를 사들고 와 마시고는 그냥 놓아두고 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산사에 와서 전각의 마루에 앉아 먹을 것을 다 먹고는, 쓰레기를 돌담 틈이나 기둥 뒤에 숨겨놓고 가기도 한다. 쓰레기를 버릴 때가 없어 산을 오르는 것인지. 이런 사람들 제발 산에 올라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2.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데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도 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악산 등산로 입구에 보면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데리고 산에 오르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글을 못 읽는 것인지, 본체도 안하고 산으로 데리고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가끔 동물의 배설물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치우고나 갔으면 좋을 것을. 이런 사람들 동물을 키울 자격은 있는지 모르겠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산사는 온통 쓰레기가 널려있다

3. 라디오 볼륨을 있는 대로 높이는 사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때로는 조용히 생각을 하고 싶어 오르기도 한다. 특히 모악산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산사까지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띤다. 뒷짐을 지고 걸어도 20분이면 산사까지 갈 수가 있어, 사색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보면 라디오를 있는 대로 볼륨을 높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 들으면 될 것을, 그렇게 크게 틀고 다니면서 남까지 불쾌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4. 화장품 홍보사원인지.
사람들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꼭 잘나서가 아니고 그 아름다움이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헌데 얼마나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일까? 곁으로 지나치면 화장품 냄새로 코를 들을 수가 없을 정도다. 역겹기까지 한 냄새가 아름답게 보이려는 것인지. 난 차라리 땀 냄새가 더 좋다.

학생들이 올라왔다가 그나마 일부 들고 내려간다. 아이들에게 정말 낯 부끄럽다.

5. 꼴불견도 가지가지
이것저것 쓰라고 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쓸 것만 같다. 하지만 다 제멋에 겨워 사는 세상인 것을. 하지만 가끔은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을. 흙과 돌로 된 산길을 굽 높은 하이힐에 짧은 치마를 입고 뒤뚱거리며 오르는 사람. 날이 좀 덥다고 남의 시선 생각도 안하고 가슴까지 다 풀어 헤치는 사람. 산사에 와서 있는 대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거나 말거나 제지를 하지 않는 부모들. 이런 분들은 제발 보고 싶지가 않다. 산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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