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에는 노인노래자랑 열고 싶어

 

 

 

수원시 팔달구 경수대로 565번 길 51에 소재한 사단법인 청해의료재단 청하수원요양병원(원장 재활의학과 정인성). 지난해 827일에 문을 연 이 병원은 문을 연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병원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청해의료재단은 현재 경북 경주시 노서동 등에 3, 경북 영주에 1, 그리고 수원 인계동에 1곳 등 모두 5개소에 있다.

 

저희 청해의료재단 정기하 회장님께서 어릴 때 부모님들을 여의셨다고 해요. 그래서 어르신들에 대한 마음이 남다른 듯합니다. 저희 요양병원은 모두 384병상이 있는데 현재 115명 정도가 입원해 계세요. 전체 입원을 한 분들의 40% 정도는 노인들이고, 나머지는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6일 오후 창하수원요양병원에서 만난 김영희 관리이사는 4개월 동안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일이란 찾아서 하려면 끝이 없는 것이지만, 병원이 할 일을 했는데 과분한 칭찬을 듣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경로잔치 등도 열어

 

청하수원요양병원은 이제 문을 연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지동과 인계동 등의 경로잔치와 일일찻집을 찾아와 많은 도움도 주시고요. 저희들은 이렇게 선행을 베푸는 병원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늘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합니다.”

 

 

 

지동주민자치위원회 임원 한 사람은 이런 병원을 칭찬해야 한다면서 자랑을 한다. 창하수원요양병원은 수원에 자리를 잡은 지 몇 개월 만에 수원재가협회와 함께 병원 7층에서 재가협회 노인 140명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었다. 그리고 지동과 인계동 등 팔달구 관내 어르신들의 잔치를 찾아가 수건을 기념품으로 전하기도 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아 저희들이 무슨 일을 할까 찾아보다가 홀몸어르신 50분을 주민센터에서 연락을 받아 내복을 한 벌씩 선물을 했어요. 큰 선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이 올 겨울을 따듯하게 나실 것 같아서요.”

 

내년에는 노인 노래자랑도 해보고 싶어

 

지역에 무슨 알이 있을 때마다 찾아다니면서 선행을 베풀고 있는 청하수원요양병원의 김영희 관리이사. 노인들을 위한 일이라면 힘이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하면서 아직 말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내년에는 팔달구에 사시는 노인들을 위해 무엇인가 커다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연초라 말씀 드리기가 좀 그렇지만 2015년 가을 쯤에 팔달구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노래자랑을 병원에서 한 번 열어볼까하고 생각중입니다. 팔달구 조돈빈 노인회장님께서 저희들이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들도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홀몸어르신들을 돕는 일은 일 년의 사업으로 정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청하수원요양병원. 몸과 마음의 병은 이런 따듯한 나눔의 손길이 있기 때문에 완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연초에 기분 좋은 만난이 을미년 한 해를 더 행복한 해로 만들어 줄 것만 같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과의 만남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한다.

 

수원시는 여성친화도시이다. 동수원로 224번 길 10(권선동)에 자리한 여성문화공간인 ()’는 수원시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여성이 살기 좋은 곳 수원. 휴는 그런 여성들의 쉼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성들의 건강과 문화생활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있는 휴. 수원여성이라면 누구나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공간인 장난감 도서관, 아이맘 카페, 그리고 보육시설이 있다. 여성들의 공간에는 휴이야기방인 상담실, 예체능실인 휴마루, 강당 및 강의실인 한울마당, 안다미로도 있다. 또한 족욕실과 건강도서실도 마련되어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봄을 꿈꾸는 카페와, 발달장애인 직업재활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제주에서 온 여성들이 돌아 본 지동

 

여성들을 위한 공간인 11일 오후 18명의 여인들이 찾아왔다. 멀리 제주도에서 여성친화도시 수원으로 벤치마킹을 온 것이다. 제주도청과 서귀포시청, 그리고 제주도에서 여성친화도시 수원을 찾아왔다. 이들은 1시간 남짓 여성공간인 에서 수원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여성친화도시인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수원을 찾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벽화골목을 갖고 있는 지동을 찾았다. 현재 지동은 편도 2km, 왕복 4km의 벽화골목을 갖고 있다. 올해로 벽화골목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4년째이다. 앞으로 3년을 더 벽화를 그리면 편도 3.4km, 왕복 7km 가까운, 한국에서 가장 긴 벽화골목을 갖게 된다.

 

지동은 딴 곳과는 다릅니다. 이 마을은 40~50년을 한 집에서 어른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딴 곳처럼 화려한 벽화가 아니라, 늘 그 자리에서 대문을 열면 만날 수 있는 그런 그림으로 벽을 장식했습니다. 처음에는 재개발을 해달라고 주문을 하던 골목의 주민들이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나와서 마음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지동 벽화골목 총괄작가인 유순혜 작가가 수원 제일교회를 찾아 온 사람들에게 지동 벽화를 설명하는 말이다. 날이 쌀쌀해 벽화 앞에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사전에 미리 지동 벽화골목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을 한 것이다.

 

 

벽화골목이 정말 아름답네요.

 

제일교회에는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가 있다. 수원을 찾는 사람들이 수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수원을 찾은 제주 여성들은 제일교회 8층에 있는 갤러리에 들렸다. 마침 12일 오후 4시에 개막을 하는 작가 김남수의 2014 하반기 기획초대전의 작품들이 걸려있는 전시실이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그렸는데 표정이 다 달라요. 이 그림 하나만 해도 이미 작품인 것 같아요.”

8층 노을빛 전시실에서 9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둥근 벽에 그려진 유순혜 작가의 화성축성도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1,200명의 사람들이 화성을 쌓으면서 작업을 하는 모든 것을 그려 놓은 그림이다.

 

 

전시실을 둘러 본 일행은 노을빛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를 돌아보고 난 뒤, 지동 벽화길 탐방으로 이어졌다. 사전에 미리 지동 벽화길이 딴 곳의 벽화와는 다르다는 설명을 들은 뒤라, 벽화를 지나면서 사진으로 담아놓는 사람들도 보인다. 지동 벽화골목은 꼼꼼히 살피려면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벽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본 뒤 수원에 왔으니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돌아보고 싶다고 한다. 전 구간은 이미 해가 떨어질 시간이라 돌아보지 못하고, 동포루부터 남수문까지의 구간을 돌아보았다. 제주서부터 여성친화도시 수원을 벤치마킹 온 18명의 사람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수원을 알고 갔을까? 멀리서 수원을 찾아온 만큼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 지동 화합의 밤5일 오후 530분부터 지동 수원제일교회(당임목사 이규왕) 지하에서 열렸다. 그동안 지동에서 일일 찻집을 할 때마다 사용하던 블랑드W 웨딩홀이 구조변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부터는 주민들의 식사 및 간단한 음료 등을 들 수 있는 일일찻집으로 운영을 했으며, 오후에는 본격적인 화합의 한 마당이 시작되었다.

 

낮에 운영한 일일찻집에는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날 판매를 한 음식들은 지동 통장협의회 통장들이 하루 전날부터 준비를 한 것이라고. 지동에는 모두 34개통이 있다. 전날 장을 보고 하루 종일 육수를 끓인다. 그리고 그 육수에 국수를 말아주는데 맛이 일품이라도 한다. 지동주민자치위원회 이미경 사무국장은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일찻집을 찾았다고 한다.

 

 

오늘 낮에 정말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어요. 어림잡아 천 명 정도는 됐을 것 같아요. 지난해는 10000원짜리 티켓이 천장 정도 팔렸는데, 올해는 1500장을 넘게 판 것 같아요. 저희 김종희 동장님이 워낙 다양한 분들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만큼 더 판 것이죠.”

 

자동을 위해 다양하게 쓰이는 비용

 

한 장에 1만원씩 판매를 한 티켓이 한 1500장정도 팔렸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들은 시장 상인들이 싸게 판매를 했기 때문에, 행사를 마치면 한 5~6백만 원 정도 남을 듯합니다. 이 이익금은 내년에 김장나누기를 할 때 재료를 구입하거나, 쌀 등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또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 반찬을 해 드리기도 하고,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누며 살면서 서로가 소통하는 것이 우리 지동의 자랑이죠.”

 

 

지동주민자치위원회 이용성 위원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500장 정도가 더 팔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후 530분부터는 화합의 한 마당 개회식 및 작품발표회로 이어졌다. 먼저 2014년을 회고하는 동영상 관람을 한 후, 이어서 수원시장 표탕 등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각 단체에서 모두 8명이 수상을 했다.

 

시장 표창은 주민자치위원회 이현상이 수상했으며, 수원시의회 의장상은 새마을협의회 최국진, 방범기동순찰대 맹건재, 새마을문고후원회 안철이 수상했다. 이 외에도 국회의원 김용남상은 오영주, 임점남, 베용자가 수상했으며, 팔달구청장 상은 유지현(통장협의회)와 최영진(방위협의회)이 수상했다.

 

 

프로그램 공연 및 단체별 장기자랑도 가져

 

수상식을 마친 후에는 지동주민센터 문화강좌 팀이 먼저 공연을 시작했다. 벨리댄스 팀이 드럼과 퀸에 맞추어 신바람 나는 춤을 추었으며, 노래교실 주부들은 금잔디의 오라버니 등을 불렀다. 댄스스포츠 팀의 공연에 이어, 우쿠렐레 팀의 여행을 떠나요 등의 연주와 노래를 했다. 끝으로 무대에 나온 라인댄스 팀은 남향열차 등에 맞추어 신바람 나는 율동을 보여 주었다.

 

우리 지동은 정말 좋은 마을입니다. 이렇게 오늘 일일찻집과 주민 화합의 밤에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동은 정이 많고 서로가 잘 알고 있는 뿌리 깊은 마을입니다. 올해 다 이루지 못한 것들은 내년 을미년에는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모든 주민들이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희 지동장의 인사에 이어 주민센터 각 단체별로 장기자랑 대회가 열렸다. 지동의 장기자랑은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갖은 모양으로 분장을 한 단체회원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성이 가득한 음식과 모두가 하나가 되는 정이 넘치는 지동의 일일찻집 및 주민 화합의 밤. 지동이 하면 무엇인가가 다르다고들 한다. 그 말이 실감이 나는 날이다.

 

수원문화원 타악 동아리 난장을 만나다

 

실제나이보다 다들 젊어 보인다. 실제나이는 50대라고들 하는데 아무리 보아도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다. 왜 그렇게 젊어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스트레스를 풀고 늘 즐겁게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쌓여 생긴다고들 하니, 이 아줌마들이 이렇게 젊게 사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2일 오후에 찾아간 수원시 팔달구 팔달산로 28에 소재한 수원문화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제3강의실에서 연습을 하는 여성타악 동아리 난장의 연습실을 찾았다. 12명의 동아리 회원들은 그동안 단원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20013월에 창단을 했다고 한다. 벌써 창단한지 12년이 지난 동아리들이다.

 

 

난타를 시작하면서 우울증까지 치료했어요.”

 

지난해까지 난장의 동아리 대표를 맡았던 김옥희( 59. 영통동) 고문은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난타까지 18년 동안을 열심히 해왔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해 우울증이 왔는데, 난타를 시작하면서 우울증도 말끔히 가시고 살아가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심한 우울증이 왔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사물놀이를 시작하게 되고, 1년이 지난 20013월 달에 난장을 창단했어요. 지난해까지 난장 대표를 맡아 해오다가 올해는 고문을 맡았어요. 지금은 모듬북반 초급과정과 중급과정 지도강사를 맡고 있고요. 일주일에 두 번 문화원에 와서 북채를 잡으면 절로 흥이나요

 

타악 동아리 난장은 많은 행사에 참여를 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거리공연과 성곽공연, 수원화성문화제 때 문화원이 주관하는 짚신신고 화성걷기와 전통시장 토요문화공연 등에서도 공연을 했다. 매년 한 번씩 시민회관 무대에 올리는 정기공연도 빠트리지 않는다.

 

 

처음엔 힘들지만 숙달되면 즐거움 가득

 

처음 난타를 시작할 때는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요. 하지만 조금 숙달되고 흥이 붙으면 그때서부터는 정말 흥겹죠. 난타를 하면서 어디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들은 호흡이나 자세가 잘못 돼서 그런 거예요. 제대로 연습을 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에도 좋아요.”

 

올해 난장의 대표를 맡았다는 김경옥(54. 권선동)씨는 사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북을 치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건강에도 좋지만 젊어진다는 것. 그래서 난장의 동아리 회원들은 모두 젊어 보인다고 자랑을 한다. 난타공연을 하면서 늘 모든 것이 즐겁지만 단 하나 고민스러운 것은 바로 많은 짐을 날라야 한다는 것.

 

저희 난타 동아리인 난장은 공연을 한 번 하기 위해서 대북서부터 모듬북, 거기다가 꽹과리와 징, 바라, 소라, 나팔 등 많은 악기들을 운반해야 해요. 악기만 해도 큰 차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이 많이 불편하죠.”

 

 

난타는 온몸 운동으로 체질개선도 되죠.”

 

회원들은 난타를 시작하면서 체질까지 개선이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운동 등이 한 팔을 중점적으로 사용하지만, 난타는 두 팔을 함께 사용하고, 더구나 율동까지 곁들여서 하기 때문에 전신운동이 된다는 것. 난장 동아리들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저희들은 딴 타악 동아리와는 좀 달라요. 딴 그룹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음악에 맞추어 북을 치지만 저희들은 북만 갖고 연주를 합니다. 그래서 징과 바라, 꽹과리, 나발이나 소라 등 많은 악기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죠. 태평소도 저희 동아리 회원들이 직접 배워서 합니다.”

 

 

화려한 율동과 다양한 가락으로 신명나게 북을 두드리고 있는 난장의 회원들. 이제 신입 동아리 회원으로 가입을 했다는 김찬희(54) 회원과 서경숙(54) 회원은 1년 동안을 기초반에서 실력을 쌓은 후에, 동아리 난장 회원이 되었다고 하면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가슴이 쿵쾅거려서 혼났다고 한다. 이제는 공연을 하다 보니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저희 동아리 회원들은 연습이 끝난 후 자주 모임을 갖기 때문에 모두가 자매들 같아요. 저희들은 벌써 10년 넘게 매주 두 차례씩 모여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많은 공연을 하면서 검증된 동아리죠. 저희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갈 겁니다.”

연습실이 떠나갈 듯 힘차게 두드리는 모듬북 연주가 괜히 듣는 사람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사람들은 남의 집 안을 훔쳐보기를 좋아한다. 과거 우리네 민초들이 살아가는 집의 담장은 겨우 어깨 정도의 높이였다. 그것은 담이라는 것이 하나의 구조물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담을 두고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반가운 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서로가 이웃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담이 낮은 것은 바로 이웃과의 소통 때문이다.

 

민초들이 사는 집이 낮은 것에 비해 사대부집의 담은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긴다. 그만큼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없다. 그저 베일에 싸일 정도로 대문이며 담이며 꽁꽁 닫아 걸어둔다. 그만큼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던 것이 사대부가들이다. 그런 폐해는 지금도 변한 것이 없다. 울타리가 없는 민초들의 집과는 달리, 가진자들은 높은 담장과 큰 대문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보여인숙 속내를 보여주다

 

화서문로 72번길 11호에는 금보여인숙이 있다. 과거에는 이 길로 수많은 나그네들이 지나쳤던 곳이다. 아마 이곳 금보여인숙도 한 때는 밀려드는 손들로 인해 항상 문이 열려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에 들어 여인숙은 달방으로 묵는 손님들 외에는 거의 찾아들지 않는다. 오래 되었을 이 여인숙은 항상 문이 닫혀있었다.

 

오랜만에 금보여인숙이 속을 보여준다. 대문이 열려있는 안으로는 쌓아놓은 연탄이 보인다. 아직도 아궁이에 연탄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문 앞에는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누군가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보여인숙 벽면에는 커다란 물고기 한 마라기 그려져 있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주관한 국제협업프로젝트에 참가한 라켈이라는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수원은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다. 많은 외국의 화가들이 수원을 찾아와 벽에 그림을 그렸다. 행궁동에는 그런 외국작가의 그림들을 만날 수가 있다.

 

 

행궁동 벽화골목을 돌아보니

 

26일 오후 행궁동.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길이 생소하다. 여기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 무엇이 변한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중충하니 막혀있던 담장을 헐어냈다. 그리고 아이들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낮게 담을 쌓고 있다. 기와로 쌓은 담장. 가을이 깊은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잎들과 함께 묘한 대조를 보여준다.

 

담장을 헐어낸 집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렇다고 사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창문 밖에 곶감을 만들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감이 정겹다. 도심 한 복판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담장 하나를 헐어냈을 뿐인데, 골목을 지나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함을 함께 선물한다.

 

 

담장 하나 헐어냈을 뿐인데.

 

지난해 생태교통 수원2013’을 한 달간 시범 운영한 행궁동 생태교통 거리에도 몇 집인가 담장을 헐어냈다. 그런데 그 담장 하나를 헐어내고 정원석으로 곱게 치장한 집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벽화가 골목을 아름답게 치장을 하면서 달라진 것은 바로 담장을 헐어내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행궁동을 비롯하여 최장의 벽화골목이 조성된 지동에도 담을 헐어내는 집들이 생겨났다. 담장 하나를 헐어냈을 뿐인데 골목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닫힌 마음을 열어놓은 듯 시원하게 변한 골목이 더 빛이난다.

 

벽화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담장을 헐어내고 낮게 만든 기와담이 정말 정겹네요. 앞으로 더 많은 집들이 담장을 이렇게 바꾼다면 이 또한 새로운 벽화골목이 될 것 같아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

 

벽화길을 촬영하고 있던 사람은 연신 그 담을 찍어대면서 칭찬을 한다. 담장 하나가 골목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변화를 할 것인지. 행궁동의 변화가 닫힌 마음 한편을 열어놓았다. 마치 우중충하고 높았던 담장을 헐어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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